‘막가는 철도시설공단’ 불량부품 의혹

고장 원인 모르지만 일단 설치하고 보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해 5월 공항철도 수색연결선 하선 선로변에 설치된 고조파 저감장치(RC뱅크)의 소손 사고가 일어났다. 전라선에선 관촌구분소, 죽곡구분소, 금강구분소에 설치된 RC뱅크가 말썽을 부렸다. 서로 다른 지역서 같은 장치가 고장 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공항철도와 전라선의 RC뱅크를 관리하는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코레일 측은 명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공항철도의 RC뱅크는 재설치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5월6일 한 언론매체는 ‘고양 신공항철도 변압기서 불…10여분 만에 진화’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6일 오전 7시쯤 경기 고양시 현천동 신공항철도 변압기서 화재가 발생했고, 공항철도 측이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보도 내용과 달리 당시 실제 불이 났던 건 변압기가 아니라 고조파 저감장치(이하 RC뱅크)였다.

변압기로 보도
실제는 RC뱅크

RC뱅크는 교류전력 이용에 불필요하거나 방해가 되는 파형(고조파)을 제거하거나 저감하는 장치다. 국내서 사용 중인 교류 주파수는 60㎐지만 국가와 지역별로 50㎐를 사용하는 곳도 있다. 이를 기본파 혹은 기본 주파수라고 부른다.

고조파는 기본주파수에 2배, 3배, 4배와 같이 정수의 배에 해당하는 물리적 전기량을 말한다. 이러한 고조파 전류가 합성되면 전체 파형이 기존파에 비해 찌그러진 파형으로 변하며, 전기기기가 연결된 전력계통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전기철도차량서 발생하는 고조파 전류는 각종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2008년 대한전기학회 전기기기 및 에너지변환시스템부문회 춘계학술대회 논문집에 실린 <한국형 고속열차의 주행상태와 고조파 상관관계 분석>에 따르면 고조파 전류의 발생은 인접통신선에 유도 장해를 일으키고 철도신호장애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전원계통에 유입되는 경우에는 보호계전의 오작동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공항철도에 처음 고조파 관련 문제가 생긴 건 2014년 1월이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하 공단)이 작성한 ‘RC뱅크 설치공사 사업추진방안 설명자료’에 따르면 2014년 1월23일 공항철도 고속열차(KTX) 직결선 연결공사 시설물 검증시험 기간 중 공항철도 전동열차(AREX)에서 추진제어장치 보호 동작이 발생했다.

철도 전문가 A씨는 “추진제어장치 보호 동작이 발생했다는 것은 전기철도 열차가 진행 도중 갑자기 전원이 차단됐다는 뜻”이라며 “실제 열차가 운행하는 도중에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면 기관사가 상당히 놀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항철도·전라선서 RC뱅크 문제 지적
공단·코레일 “뭔지 몰라도 문제없다”

문제가 발생한 1월23일에는 KTX열차와 AREX열차가 각각의 운행계획에 따라 동일 상·하행 선로를 운행했다. 추진제어장치 보호 동작이 발생한 이유는 주행 중이던 KTX열차서 발생한 고조파가 AREX열차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하 철기연)은 중간보고에서 ‘KTX-1과 KTX-산천 열차에서 발생하는 고조파에 대한 저감 방안 검토’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같은 해 6월4일 공항철도 용유기지 내에 시험용 RC뱅크가 설치됐다. RC뱅크의 설치로 5월29일부터 6월3일까지 매일 발생하던 추진제어장치 보호 동작은 이후 5일에 2번꼴로 줄어들었다.


당시 자료에는 “RC뱅크 적용 시 효과는 있겠지만 전기요금과 유지보수 비용 발생에 따른 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그로부터 5개월여 뒤인 11월23일 공항철도 수색연결선 하선 선로변에 RC뱅크가 신규로 설치됐다. 지난해 사고가 발생한 장치다.
 

해당 RC뱅크는 지난해 사고 이후 1년 가까이 재설치하지 못했다. 지난 2월로 예정됐던 설치 일정이 3월 말, 4월 초로 연이어 연기됐다. 20년 넘게 RC뱅크를 제작해왔다는 제작·설치 업체 관계자 B씨는 “해당 제품에 대한 시험과 검사를 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문제는 재설치를 코앞에 둔 상황서 사고 원인을 둘러싸고 공항철도, 공단, 업체의 주장이 엇갈린다는 점이다.

공항철도 관계자는 “공단서 밝힌 사고 원인은 제작상의 결함이라고 했다. (RC뱅크의 경우) 운영은 공항철도서 하는 게 맞지만 제작·설치는 공단 수도권본부 기술처에서 한다”며 “더 자세한 내용은 공단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단 수도권본부 기술처 전철전력PM 관계자는 “제가 사고 이후에 (이 자리에) 와서 잘 모르겠지만, RC뱅크가 선로변에 설치돼 있었기 때문에 진동이 영향을 끼친 것 같다”며 “제품이 진동을 견딜 정도로 견고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게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고 밝혔다.

업체 측은 사고가 난 그 자리에 수리한 RC뱅크를 재설치할 준비를 하고 있다. RC뱅크 설치 위치는 공항철도 측이 정하는 것으로, 업체엔 권한이 없다. B씨는 “다른 곳에 설치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항철도 측은 “당초 제품에 결함이 있다고 통보받았기 때문에 그것만 해결된다면 위치를 바꿀 필요가 없다”며 “제작상의 문제라면 위치는 중요하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반면 공단은 ‘선로변’이라는 위치가 제품에 영향을 미쳤다는 입장이다. 공단의 입장대로면 RC뱅크를 사고가 발생한 장소에 재설치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공항철도와 공단 모두 ‘제작상의 결함’을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지만 세부적인 사항에서 미묘한 차이를 드러낸 것이다.

고속·전동열차
양립 현상 감지

반면 업체 측은 공항철도, 공단과 전혀 다른 입장을 내놨다. B씨는 “확실하게 드러난 원인은 없다”며 “사고 원인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로 시뮬레이션을 해봤는데도 마땅한 게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업체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유를 확실하게는 모르겠다. 우리가 잘못한 건 아닌데... 그날(사고가 발생한 날) 바람도 많이 불고 날씨가 너무 안 좋았다. 다른 건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그것만 유독…”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공항철도와 공단이 사고 원인으로 제품을 문제 삼은 것과 달리 업체는 원인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의견이 엇갈렸다.

B씨는 공단의 주장대로 위치상 제품이 진동에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관련 업체 등 여러 군데서 조사했지만 뚜렷한 ‘정답’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B씨는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으니까 이번에는 그냥 우리(업체)가 잘못한 걸로 하자고 해서 다시 설치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또 3년이라는 보증기간 내에 사고가 발생했기에 수리를 해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업체 측은 전문가를 투입해서 원인을 분석할 것인지 얼른 수리를 해서 열차가 다니게 할 것인지 두 가지 선택 앞에서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원인 두고
서로 ‘딴소리’

업체는 비용, 시간 등을 고려해 제품을 수리한 후 재설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업체 측 주장대로면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황서 제품을 재설치하는 것이다. B씨는 “앞으로도 계속 관련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수리를 안 해줄 수 없다”며 그래도 이번에는 공단이 요구하는 대로 제품을 제작했기 때문에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할 말이 생겼다는 입장이다.

B씨에 따르면 실제 문제가 생긴 제품의 경우 ‘충격 내전압 시험’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그 제품과 똑같은 제품을 10년 전에도 납품했기 때문에 서로 협의해 시험을 받지 않는 것으로 처리했다”고 털어놨다.

전문가 A씨는 “동일 제품이라 해도 설계과정에서 조건에 따라 다른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며 “형식시험으로 인정된 제품도 공장 자체검사로 해당 공인기관검사를 대신할 수는 있어도 생략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해당 RC뱅크 관련 자료를 확인한 전문가 C씨는 애초에 성능 없는 제품을 설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철기연은 지난 2015년 1월 문제의 RC뱅크에 대한 성능 측정 결과 분석 자료를 내놨다.
 


자료에 따르면 “RC뱅크를 설치하면서 계양변전소와 수색연결선 사이의 급전구간의 선로임피던스가 안정적으로 변화해 고조파 왜형율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면서도 “고장현황을 분석해 보면 산천이 KTX에 비해 10배 많이 고장을 일으키고 있으며 RC뱅크 설치 후 고장 이력을 볼 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철기연이 내놓은 향후대책을 보면 해당 RC뱅크의 성능에 더욱 의구심이 생긴다.

철기연은 공항철도와 경의선 간의 접지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들어 “RC뱅크의 효과가 없었다”며 “직결선에 설치된 RC뱅크는 당장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없으므로 계양변전소 등 회로적으로 유리한 개소에 코레일서 보유하고 있는 RC뱅크를 활용해 설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AREX열차와 KTX열차가 상호양립 할 수 있는 ‘차량 측의 대책’을 요구했다.

명확한 사고원인 밝히지 못해
그래도 계획대로 재설치 강행

같은 해 3월에 나온 ‘RC뱅크 재측정결과 보고서’도 첫 번째 분석 결과와 크게 다른 점이 없다. RC뱅크 On 조건서 전압종합왜형율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는 결과는 이전 분석 내용과 비슷하다. 그러면서 철기연은 “수색연결선 구간서 RC뱅크 On/Off에 따라 고속열차별 보호동작건수와 총 보호동작건수의 변화가 크지 않다”며 “RC뱅크를 이동하거나 접지단 연결을 변경하는 게 필요하다”는 차선책을 제안했다.

전문가 C씨는 “철기연 보고서를 보면, 처음부터 어느 장소에 RC뱅크를 설치하는 게 최적인지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 같다”며 “내가 아는 범위서 RC뱅크를 선로변에 설치한 경우는 없다”고 주장했다. B씨는 해당 보고서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반응이다.

업체는 공단이 요구한대로 제작하고 정해진 기준을 통과, 지정해주는 위치에 설치하는 일만 담당할 뿐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B씨는 관계자로부터 “(성능이) 잘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업체 측은 사고 장소에 RC뱅크 재설치를 앞두고 있고, 공항철도 3개 장소에 신규 설치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다. B씨는 “새로 들어가는 RC뱅크는 이전 것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업그레이드됐다. 공단서 승인받았기 때문에 문제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건설 중인 원주강릉선의 안전성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 A씨는 “원주강릉선의 경우 전동열차, 광역열차(ITX), 고속열차가 동일 상·하행 선로를 이용하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공항철도의 사례처럼 전동열차의 추진제어장치 보호 동작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실제 운행 중 열차에 이상이 발생하면 올림픽 관람객이나 공항 이용객에 불편을 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실제 지난달 11일 대전서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역으로 향하던 KTX열차가 고장 나면서 공항철도 전 구간 운행이 중단되는 사고가 있었다.

공항철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53분 청라역과 영종역 사이 45km 지점인 영종대교 구간서 KTX열차가 고장으로 멈췄다. 이 사고로 공항철도는 1시간30분 동안 전 구간 운행이 중단됐고, 오전 9시30분에야 다시 운행을 시작했다.

공항철도 전동열차와 KTX열차는 인천국제공항역서 서울역까지 상·하행 각 1개 선로를 함께 이용하기 때문에 다른 열차까지 영향을 받은 것이다. 당시 운행이 중단된 상·하행선 열차는 일반열차 15대와 직통열차 4대로 파악됐다.

이날 사고로 인천공항에 비행기를 타러 가던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 57명 중 16명은 예약된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레일 측은 비행기를 놓친 고객들에게 보상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KTX 고장에 올 스톱
올림픽 문제없나

원주강릉선에는 RC뱅크 설치를 위한 예비비가 편성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 강원본부 관계자는 “실제 열차가 운행할 때 전력이 어떤 상태로 나타나는가를 평가하는 전력품질분석 과정을 거쳐야 RC뱅크가 필요한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며 “지금은 뭐라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공단 강원본부 측은 오는 7월 말로 예정된 시설물 검증 시험 이후 RC뱅크 설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조속히 조치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원주강릉선으로 인해 올림픽에 지장이 생길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RC뱅크 왜 고장났나요?
코레일 ‘묵묵부답’

RC뱅크 관련 사고는 공항철도에서만 일어난 게 아니다. 전북 익산과 전남 여수를 연결하는 전라선서 알려진 것만 네 건의 RC뱅크 사고가 발생했다.

2011년 11월 전북 관촌구분소서 RC뱅크가 섬락에 의한 아크발생으로 망가졌다. 지난해에는 전북 관촌구분소서 재차 RC뱅크가 고장 났고, 전남 죽곡·금강구분소서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해 11월 소손된 죽곡구분소 RC뱅크 소손장애 현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장치는 고속열차(KTX) 운행 중 구간 내 주행 중인 광역열차(ITX)의 보호 장치 동작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투입돼 운영 중이었다. 공항철도 사례와 그 쓰임이 같다. 

전라선 벌써 네 건 발생 

전라선의 경우도 사고 원인에 대한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코레일 전남본부 전기처 관계자는 “사고가 있었던 건 맞지만 수리했고, 당시 열차 운행에 지장을 주지도 않았다”면서도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본사를 통해 공식적으로 요청하라”고 답했다. 코레일 본사 언론홍보처 관계자는 “전남·전북본부에 해당 사안과 관련해 답변을 요청했다”며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지만 수차례 연락에도 끝내 답변이 오지 않았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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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