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골육상쟁> 담철곤 고소장 공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3.16 08:45:09
  • 호수 11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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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남편 때문에 틀어진 공주 자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또 피소됐다. 이번에는 처형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으로부터다. <일요시사>는 사면초가에 놓인 담 회장의 고소장 전문을 입수했다. 담 회장이 고소된 내막은 무엇일까.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처형인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에게 특가법상 횡령혐의 등을 이유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한 당한 것으로 지난달 24일 확인됐다.

딸이냐 사위냐
선대 주식 공방

현재 서울중앙지검은 사건을 조사1부(부장검사 이진동)에 배당해 관련 사항을 살피고 있다.

이 전 부회장은 담 회장이 과거 자신의 상속재산 아이팩 주식을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회장은 측은 “포장지 전문업체 아이팩의 주식을 담 회장이 2006∼2015년 사이 본인명의로 전환해 오리온에 팔아 상속재산을 횡령했다”며 고소장을 냈다.

담 회장이 횡령한 돈이 최소 200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담 회장은 동양그룹 채권피해자 모임과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지난해 11월, 경찰 고발 및 지난달 검찰 고발을 당한 데 이어 이번에는 자신의 처형으로부터 또 고소를 당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이 전 부회장 고소장 전문에 따르면 아이팩은 동양그룹 창업자인 고 이양구 회장이 설립한 회사다. 이 회장 사후 그의 아내 관희씨와 이 전 부회장, 담 회장의 처인 이화경씨 등에게 주식 47%가 상속됐다.

동양가 장녀 이혜경 횡령 혐의 고소
부친 물려준 아이팩 차명 주식 공방

이 회장은 1988년 4월경 이관희씨와 두 딸(이 전 부회장, 화경씨)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동양제과의 일감을 받는 포장지 납품 업체인 신영화성공업을 5억원에 인수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이후 친척인 박모씨에게 회사 대표이사를 맡겼으며 이 회장은 회사 주식을 박씨와 임직원 명의로 신탁해 신영화성공업을 운영·관리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1989년 10월 사망한 후 신영화성공업을 아내 관희씨와 이 전 부회장, 화경씨에게 공동 상속한 것으로 고소장에 쓰여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 주식 명의는 박씨를 비롯한 임직원 앞으로 돼 있는 상태였다. 그 증거 또한 고소장에 첨부돼 있다. 다음은 ‘제2호증 서울지방검찰청 담철곤에 대한 피의자 신문조서’를 발췌한 것이다.

▲검찰 : 피의자는 언제부터 아이팩 임직원의 명의로 차명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인가요?


▲담 회장 : 1988년 4월 경 동양그룹 창업주이신 고 이양구 회장님께서 아이팩의 전신인 신영화성공업을 인수하신 후 (중략) 이양구 회장님께서 돌아가시면서 자연스럽게 자녀들인 이혜경·이화경에게 상속이 이루어졌고…

이 회장의 사망 이후 신영화성공업은 1991년 2월경 신농으로 상호가 변경됐으며, 1997년 7월경 아이팩으로 상호를 재변경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그 과정서 “아이팩 주식 85%가 여전히 위 상속인 이관희, 이혜경, 이화경의 공동소유인 박씨를 비롯한 6인 명의의 차명주식이었다”라고 진술했다

고소장 보니…
구체적인 정황

담 회장은 아이팩의 배당금을 장모에게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1년부터 2005년 사이 차명주식 통장으로 입금되는 아이팩 이익 배당금을 임직원을 통해 수령해 이를 담 회장이 장모인 관희씨에게 전달했다고 고소장에 나왔다.
 

실질적으로 담 회장이 아이팩 차명 주식을 관리했다는 것. 이 전 부회장은 그 증거로 담 회장의 피의자 신문 조서를 발췌했다.

이후 이 전 부회장은 담 회장이 아이팩 차명 주식을 자기 명의로 전환했다고 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담 회장이) 위 이관희와 고소인(이 전 부회장) 소유 주식을 횡령할 것을 마음먹고 부하 임직원들로 하여금 그 방안을 검토했다”고 적었다.

2005년 담 회장은 당시 아이팩 대표이사였던 김모씨에게 차명주식에 대한 실명 전환 및 지분 이전 방안에 대해 추진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다음은 이 전 부회장이 주장한 고소장의 일부다.

▲가. 2006년 3월31일경 아이팩의 자금을 이용해 김씨가 박씨 명의 아이팩 차명주식 22만3000주 중 1만300주를 4억7380만원에 인수한 것처럼 가장했다. 김씨의 명의 차명주식 지분을 20.96%로 확대했다.

▲나. 2006년 12월경 피고소인(담 회장)은 김씨에게 자시해 홍콩에 실제 영업 실적이 없는 페이퍼컴퍼니 ‘Prime Linked Investment’(이하 PLI)를 설립했다. 2008년경부터 2009년까지 총 3회에 걸쳐 박씨 명의 차명주식 16만1000주를 약 53억원에 PLI 명의로 전환했다. [증 제2호증 서울지방검찰청 담철곤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1회) 발췌, 증 제3호증 서울지방검찰청 담철곤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3회) 발췌]

▲다. 2011년 3월 경 피고소인은 박씨 명의 나머지 차명주식 5만1700주와 김씨 명의 차명주식 9만4300주, 이모씨 명의 차명주식 3만7750주, 이모씨의 차명주식 250주를 피고소인 명의로 전환했다. [증 제4호증 아이팩 주주명부 현황 (1997∼2014.)]

실제로 담 회장은 2006년 홍콩에 자본금 119만원의 ‘뉴 스텝 아시아’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2년 뒤 PLI로 사명을 바꿨다. PLI는 2011년까지 아이팩 지분 46.67%를 사들였다. 담 회장은 아이팩 지분 23.33%를 자사주로 매입하고 차명 지분 30%를 인수했다. 아이팩 53.3% 지분으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담 회장은 아이팩으로부터 2011년 201억원, 2013년 151억원 등 총 352억원의 현금 배당을 받았다. 2013년 아이팩이 거둔 순이익의 6배가 넘는 배당금을 챙겨 ‘황제 배당’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오리온은 2015년 3월 아이팩을 흡수 합병했다.


이 전 부회장은 차명주식을 담 회장이 자신의 명의로 전환하는 과정에 그 어떤 동의도 없다고 진술했다. 이 차명주식이 상속재산이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한 것으로 파악하기 때문에 이 전 부회장은 담 회장이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 전 부회장은 왜 이제야 아이팩 소유권을 주장할까. 먼저 아이팩 소유권 논란은 지난해 11월 동양사태 피해자 모임과 약탈경제반대행동이 담 회장을 경찰에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고발장에는 이 전 부회장이 “아이팩 지분을 매각해 동양사태 피해자들의 구제를 돕겠다”는 증언이 활용됐다.

담철곤 회장 과거
검서 상속 인정

이 전 부회장은 동양사태 때 고가의 미술품을 빼돌려 매각한 혐의(강제집행면탈)로 2015년 12월, 1심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2심이 진행되고 있다. 이 전 부회장으로서는 동양사태 피해자를 구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 전 부회장은 직접 고발에 나서지 않았다. 동양 사태 피해자들은 이 전 부회장의 소극적인 대처에 분노했다. 이에 지난달 이 전 부회장을 강제집행 면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강제집행 면탈 혐의는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손괴·허위양도 또는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여 채권자를 해하는 죄다.


김대성 동양 사태 피해자 대표는 “이혜경 전 부회장은 지난해 은닉재산을 고백하는 자필 자백서를 동양그룹 사기피해자에게 제공했다”며 “자신의 은닉재산이 환수돼 피해배상으로 쓰이길 바란다고 밝혔으면서도 지금까지 그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당시 이 전 부회장의 고발 이유를 밝혔다.

제부 vs 처형 “제대로 붙었다”
중간 낀 이화경 중재 노력 불발

이 전 부회장 입장에선 현재 재판을 받고 있어 추가 고발이 부담되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동양 사태 피해자들의 거센 압박이 친동생과 등을 돌릴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는 시각이 다분하다.

이 전 부회장은 진퇴양난에서 담 회장 고소를 망설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녀가 오리온서 근무하고 있다는 점과 친동생 남편을 고소해야 하는 점이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부회장의 변호인은 한 언론과 인터뷰서 “이 전 부회장이 변호사 수임료가 없어 담 회장 고소가 지연됐다”며 “동양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돕기 위해 강경하게 나가겠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오리온은 담 회장의 아이팩 주식 횡령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오리온 측은 “아이팩은 담 회장이 과거 직접 인수한 회사다. 2000년도 초반에 동양그룹에 분리가 되면서 정리가 다 됐다. 그것 관련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2011년 이미 담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아이팩 차명 주식을 인정한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오리온 측은 “검찰조사 내용은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막아보려 했지만
언니 고소 검토

담 회장의 아내 화경씨는 언니 이 전 부회장의 고소를 막아보려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사태는 악화됐고, 화경씨는 언니를 무고죄로 고소할지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두 친자매는 서로 등을 돌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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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송사 끊이지 않는 담철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송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해 담 회장은 광복절 특사를 앞두고 비자금 사건에 가담할 정도로 최측근이었던 조경민 전 오리온 전략담당 사장에게 고소를 당했다. 조 전 사장은 지난해 7월 담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 부부를 상대로 200억원 규모의 약정금 청구 소송을 서울북부지법에 제기했다.

담 회장 부부가 20여년 전 주식가격 상승분의 10%를 지급하기로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2012년 담 회장과 함께 집행유예로 풀려난 조 전 사장은 수개월 뒤 스포츠토토 비자금 의혹으로 다시 재판에 넘겨져 2013년 징역 3년형을 받았다. 당시 검찰 수사에서는 비자금 중 일부가 담 회장 일가에 흘러들어 갔다는 진술이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종적으로 조 전 사장의 개인비리로 재판은 마무리됐다.

그 과정서 조 전 사장은 2012년 해임처분을 받고 스톡옵션부여도 취소당했다. 조 전 사장은 수십 년간 오리온서 근무하면서 담 회장을 도와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충성을 다한 것으로 전해진다.

동양사태 피해자들도 지난달 15일 담 회장을 고소했다. 이들은 담 회장이 동양그룹의 은닉재산을 횡령했다며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 와중에 처형인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에게 횡령으로 또 고소당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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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