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발 개헌 프로젝트 ‘3월 발의설’ 실체

기다리다 지친 MB, 임시국회서 직접 띄운다?


우리나라 헌법 제72조(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와 헌법 제130조 1, 2, 3항에 ‘국민투표’와 관련된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다.
법에 따르면 기타 사항으로 제한된 자를 제외하고 19세 이상의 모든 국민은 투표권을 가진다. 대통령은 늦어도 국민투표 18일 전까지 국민들에게 투표 날짜와 안을 동시에 공고해야 한다. 또한 국민투표에 관한 운동도 가능하다. 국민투표에 관한 ‘참/불’ 권고 운동은 국민투표일 공고일로부터 투표 바로 전날까지다.

이승만-종신 박정희-유신 전두환-직선제 개헌
역대 9차례 개헌 중 청와대 주도 총 7 차례

한나라당은 지난 9일 개헌 관련 의원총회를 통해 개헌을 논의하기 위한 당내 특별기구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당초 사흘로 예정됐던 개헌 의총이 친박계의 무관심 속에 일정을 하루 앞당겨 이틀 일정으로 마감했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이와 관련, “의총에서 의원 9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헌 논의를 위한 당내 특별기구를 구성키로 의견을 모았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열린 개헌 의총은 전날에 비해 다소 맥빠진 분위기였다. 참석 인원이 전날 130명에 비해 13명이 줄어든 117명밖에 되지 않았다. 특히 전날 32명 참석했던 친박계는 고작 10여 명에 불과했다.

홍준표, 개헌 국회 발의 ‘불가능’
대통령이 주도하면 ‘적극 참여’

이처럼 당내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개헌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개헌 발의가 또 다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나라당 친이계가 ‘개헌 속도전’에 나서고 있지만 당 지도부 이견으로 당내 특위 구성이 표류하고 있다. 또한 야당도 국회 내 개헌 논의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기에 개헌 논의는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과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 등 정치권에서 이 대통령이 개헌을 직접 발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개헌 논란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개헌 논의의 공을 국회에서 이 대통령쪽으로 살짝 넘긴 형국이다.
‘정략적’이라면서 친이 주류계의 개헌론에 대해 연일 쓴소리를 이어가고 있는 홍 최고위원은 “지금은 국민적 열망이 있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국회가 개헌을 주도하기 힘들다”면서 “대통령이 개헌을 발의하고 의회는 60일 이내에 가부 간 투표를 해주면 된다”라고 이 대통령의 개헌 발의를 요구했다.

홍 최고위원은 “지금은 의회가 개헌을 발의하려면 전체의 2/3이상을 찬성으로 만들어야 하고 당 내에서도 2/3이상의 찬성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지금 상황에서는 국회 내 발의 자체가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면 국회가 60일 이내에 표결해야 되므로 개헌은 당내 문제가 아닌 국회 전체의 화두가 될 것”이라면서 “당내 정리도 안 된 개헌 문제는 계파 투쟁의 일환으로 전개되고, 다른 계파 사람들은 순수성을 의심을 하고 있다. 이렇게 추진해서 개헌이 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홍 최고위원은 또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면 나도 개헌론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용의가 있다”면서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시 야당 설득 등 총력전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당 이 대표도 이에 가세해 지난 16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이 대통령은 ‘개헌은 의회가 맡아 해봐라. 해서 되면 좋고 안되면 그만’이라는 태도인데 그러면 안 된다”면서 “개헌 소신이 있다면 발 벗고 나서서 국민과 의회를 설득해야 한다”라고 대통령의 개헌 발의를 촉구했다.

이 대표는 지난 9차례 개헌 중 7차례가 대통령이 발의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현재 권력 구조만을 논의하는 개헌이든 뭐든 이 대통령 자신이 주도적으로 해야 개헌이 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국민참여당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도 최근 “한나라당 안에서도 개헌에 대해 일치하지 않는다”면서 “하고 싶으면 대통령도 발의권이 있으니 (개헌을 발의)하는 게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의회·국민’ 설득해야”
유시민 ‘대통령 발의가 국민 안심’

그러나 이 대통령의 직접 발의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개헌을 반대하고 있는 만큼 이 대통령이 발의해도 국회 통과는 힘들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분위기다. 명백히 어려운 싸움에 이 대통령이 ‘도박’을 하겠느냐는것이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의 개헌 발의가 무산될 경우 정권의 레임덕 초래가 불가피할 뿐 아니라 여당도 개헌 후폭풍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친이계 일부에서는 개헌 논의의 동력을 이어가기 위해 이 대통령이 직접 개헌안을 발의하거나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개헌 필요성을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는 말들이 나오지만 가능성이 작다는 의견이 무게를 얻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실패의 가능성은 있지만 개헌 이슈를 소멸시키지 않고 나머지 임기 동안 정치적 악재 발생을 방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개헌 이슈는 한 동안 끌고 가야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개헌 전도사인 이재오 특임장관은 지난 15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 발의를 철회한 것도 바로 여야가 합의해서 통과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냐”면서 이 대통령이 개헌 발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장관은 “공정한 사회가 되려면 각 부서가 자기의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권한을 나눠야 한다. 청렴, 공정 사회로 가기 위해서도 개헌이 돼야 한다. 개헌은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보고 하는 것이지 지금 대통령의 권력을 연장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한나라당이 당내에서 개헌을 하기로 했으니까 한나라당 지도부가 나서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민주 등원 선언 직후 ‘홍준표’ 청와대 지원 사격?
손학규-박지원 ‘설마 대통령이?’ 경계 한 목소리

한편 민주당 손 대표는 최근 한나라당 내에서 개헌 추진을 위해 이 대통령이 직접 발의를 해야 된다는 주장과 관련, “‘대통령이 그렇게(당에서 하라) 말했으니까 알아서 하겠지’라고 말했다”면서 “대통령이 그렇게까지 말했는데 개헌 발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라고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지난 16일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통령 개헌 발의 주장에 “우리 입장은 다 밝혔다. 청와대는 더 이상 개헌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라고 입을 모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신년 방송 좌담회에서 “헌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다만 대통령은 물가, 경제 등 할 일이 많다. 대통령이 헌법에 매달리면 다른 것을 못한다”면서 “국회에서 국가 미래를 위해 해달라”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개헌이 필요하지만 주체는 국회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은 이미 청와대 참모들에게 개헌의 ‘개’자도 꺼내지 말라는 개헌 함구령을 내렸다”면서 “국회에서 잘 논의해 달라는 입장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실제 자신이 직접 개헌을 주도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신년 좌담회에서 “지금 여야가 머리만 맞대면 개헌은 늦지 않다”면서 “청와대가 주관할 생각이 없으며 이것은 국회가 할 일”이라고 국회로 공을 넘긴 바 있다. 하지만 정치권의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로 계속된다면 이 대통령도 정치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개헌 ‘당 지도부’가 나서야
대통령 나서면 될 것도 안 돼

헌법상 이 대통령은 개헌을 발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직접 발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청와대 내 관측이다. 정치적 부담이 크고 ‘임기 마지막 날까지 일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평소 지론과도 배치되는 측면이 강하다.

이 같은 측면에서 청와대 관계자들은 여당 내 대통령 개헌 발의 거론 자체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국회에서 오랜 시간 논의된 문제이고 18대 국회에서 개헌하기로 약속까지 했던 사안인데 갑자기 대통령에게 책임을 미루는 듯한 발언은 이해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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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