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터진 재단 스캔들> 미르·K스포츠 실체 추적

각출로 포장된 760억 앵벌이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미르·K스포츠 두 재단법인을 둘러싸고 이른바 ‘청와대 비선 실세 배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사태에 이어 청와대에는 구설이 끊이질 않고 있다. 도대체 미르·K스포츠 재단이 뭐하는 단체기에 이리도 시끄러울까.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들만 들여다보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K스포츠와 미르는 ‘샴쌍둥이’와 다를 바 없다. 현재 이들 재단의 핵심 의혹은 수상한 설립 배경과 모금 과정이다. 그리고 이 의혹의 배후에 청와대 비선 실세가 관여했다는 것. 먼저 이들 재단의 수상한 설립 배경을 짚어봐야 한다.

재단 허가증
하루만에 나와

K스포츠는 지난 1월13일 설립됐다. K스포츠는 창조문화와 창조경제에 기여하겠다는 사시를 내세우고 있다. ‘창조’는 박근혜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울 때 쓰는 핵심 키워드다. 이 재단의 정관에 나와 있는 또 다른 목표인 ‘국민행복’도 마찬가지다. 이 외에도 ‘국위선양’ ‘인재 양성’ ‘남북 체육 교류’ 등 공익 사업을 하겠다는 재단의 설립 과정과 배경, 주체, 인적 구성 그리고 운영에 이르기까지 숱한 의혹을 낳고 있다.

먼저 설립 절차가 수상하다. K스포츠 재단은 문화체육관광부에 설립 신청 하루 만인 1월12일 허가증이 나왔다. 신청에서 허가까지 최소 일주일, 길게는 수십일씩 걸리는 통상적 절차에 비춰보면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신청 서류도 이상하다. 불과 두 달 반, 앞서 출범한 재단법인 미르와 신청서류가 거의 똑같기 때문이다. 미르는 글로벌 문화 교류 행사와 문화 창조 기업 육성 등의 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공익 법인이다. 서로 설립 시기와 주체가 전혀 다른 재단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두 재단의 정관은 거의 유사했다.


재단의 성격을 드러내는 정관의 목적 또한 판박이다. 미르의 정관 설립 목적에 따르면 “문화라는 매개”라고 기재한 것을 K스포츠는 “체육이라는 매개”라는 표현으로 바꾼 정도라고 전해진다.

두 재단의 창립 총회 회의록은 회의 장소와 안건을 비롯해 회의 순서, 문구, 분량 심지어 회의에 등장하는 상당수 인물까지 판박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회의록은 정관과 함께 설립을 신청할 때 제출해야 하는 중요한 서류다. 그런데 두 재단의 회의록은 일부 인물과 출연금 액수 등에서 작은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K스포츠가 미르의 회의록을 베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더 황당한 것은 이 회의록이 가짜로 판명났다는 점이다. 실제 회의는 열리지 않았고, 회의록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참석한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또 회의장을 이용했다고 하는 날짜에는 대여된 일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법인 둘러싸고 비선실세 배후 정황
수상한 조합…설립과 모금에 관여 의혹

신청 서류도 이상하다. 불과 두 달 반 앞서 출범한 재단법인 미르와 신청서류가 거의 똑같기 때문이다. 미르는 글로벌 문화 교류 행사와 문화 창조 기업 육성 등의 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공익 법인이다.

미르 역시 초고속으로 설립 절차를 밟았다. 2015년 10월26일 허가 신청서를 낸 다음날 허가증이 나왔다. 놀라운 사실은 허가증이 나온 바로 당일에 현판식가지 열렸다는 것. 문체부 소관인 인허가 날짜가 재단 관계자들의 예상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확신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K스포츠와 미르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이들 재단은 설립된지 채 1년도 안 됐다. 즉 국가 중요 행사를 맡을 만큼의 실적도 신뢰도도 쌓지 못한 재단들이다. 그런데도 이들 재단은 오래된 민간단체나 공신력 있는 공공기관을 제치고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나란히 동행했다. 두 재단에 대한 대통령의 각별한 애정이 없이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런 점은 두 민간단체가 박 대통령과 연결돼 있다는 의혹을 증폭시킨다.

신생 재단이
대통령과 순방

지난 5∼6월 초 박 대통령은 10박12일 일정으로 아프리카 3개국 및 프랑스를 국빈 방문한다. 대통령은 6월3일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한불 융합요리 시식 행사에 참석한다. 여기에 미르가 등장한다. 이때 미르는 프랑스 국립 요리학교인 페랑디와 함께 시식회를 주관했다.

박 대통령이 아프리카를 방문했을 때 우간다 등에서 선보인 케이밀 사업에도 미르는 빠지지 않았다. 케이밀은 푸드트럭을 활용해 아프리카 현지 주민에게 쌀가공품을 제공하고 한식을 소개하는 이동형 농식품 개발협력사업을 한다.
 

K스포츠 또한 출범 이후 이른 시기에 대통령 순방에 동참한다. 대통령이 양국 수교 이래 정상으로 처음 방문한 이란에서 K스포츠는 중요한 행사를 떠맡는다. 지난 5월2일 한·이란 문화 공감 공연의 하나로 치러진 태권도 시범단의 공연을 K스포츠가 주최한 것이다.

K스포츠가 1월 중순 출범한 지 불과 석달 남짓 됐을 때의 일이다. 5월 말께 박 대통령이 아르피라 케냐·에티오피아 등을 방문했을 때도 K스포츠가 태권도 시범을 보였다. 몇 달 전부터 미리 준비해야 하는 해외 순방 행사의 성격으로 보아 갓 출범한 스포츠재단에 행사를 맡긴다는 게 석연치 않다.

미르와 K스포츠의 돈줄도 수상하다. 먼저 이들의 출현 모금이 똑같다.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앞세워 두 재단은 각각 19개 기업이 참여했다. 이들 대부분은 국내 대기업들이다. 삼성, 현대차, 롯데, 포스코, 한화, GS, SK, LG 등이 두 재단에 모두 출연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기업 출연금
억지로 뜯겼나

당시 이들 기업은 미르엔 469억원, K스포츠엔 269억원을 내겠다고 회의록에서 밝혔다고 한다. 두 재단이 실제로 거둬들인 돈은 이보다 많다. 미르가 국세청을 통해 공시한 자료에는 출연금 468억원에 이른다. K스포츠 또한 지난 8월 말 기업들로부터 288억원을 모았다고 전해진다.

출연금은 기업 규모별로 비례했다. 삼성 79억원, 현대차 43억원, SK 43억원, LG 30억원, 롯데 17억원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재계 순위가 높을수록 출연금도 컸던 것이다. 이렇게 많은 돈을 출연했는데 정작 기업들은 재단 운영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된 기업들은 이런 사실을 함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둘이 아닌데 어떻게 이 두 재단은 모든게 일사천리로 이루어졌을까. 두 재단은 8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모았다. 대기업들에게 돈을 내도록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곳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윗선(청와대)의 누군가가 개입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게 여론의 시각이다.

권력형 대형 게이트 사건?
전두환의 일해재단과 유사


현재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재단 모금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안 수석은 이에 대해 ‘전경련이 그렇게(모금) 한다고 이승철 부회장한테 들어서 관심을 가졌지만 개입하진 않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챙기지 않으면 굳이 전경련 부회장이 일개 민간 재단 모금 문제를 청와대 수석에게 말했을지 의문이다.

이번 의혹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야권은 지난 21일 미르, K스포츠 재단을 두고 전두환정권의 일해재단에 빗대며 특별 검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 회의서 “터질 것이 터졌다”며 “국회 대정부질문 국정감사에서 청저히 파헤칠 것이며 지금처럼 청와대가 발뺌을 하고 솔직히 밝히지 않으면 국정조사 또는 검찰 고발, 특검으로 가서 정권 말기에 있는 권력 비리에 대해 철저히 국민 앞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제2의 일해재단이고 ‘박근혜 일해재단’이라고 덧붙였다.

우상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최고위회의서 진상규명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권력 실세, 비선 실세 문제로 시작해 대기업의 거액 자금 출연, 불투명한 자금 운영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권력형 비리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력 실세들에게 내는 수백억의 돈이 과연 자발적 모금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 일파만파
청와대 묵묵부답

청와대는 이 같은 의혹들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먼저 박 대통령은 지난 22일 수석비서관회의서 “비상시기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는 폭로성 발언들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도 “일고의 가치가 없다. 사실이 아니다”는 답변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의혹 자체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두 재단 내사하다?
맞춰지는 이석수 퍼즐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감찰했다가 직을 내려놓은 대통령 직속인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의 모금과정을 알아보기 위해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에 대해 내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 감찰관에 대한 청와대의 ‘국기문란’ 공격이 시작된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당시 내사 지시는 이 감찰관이 했고, 지시를 받은 감찰반원들이 실제 출연한 몇몇 기업들에 찾아가 출연 이유와 과정 등을 조사했다고 한다. 이는 특별감찰관법에 ‘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제5조)의 ‘비위행위’(제2조)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한 규정에 따른 것이다.

감찰실 관계자는 “조사를 나간 감찰반원들이 한 기업체 임원에게 ‘왜 그 재단에 출연을 했느냐고 물었더니 대답은 못 하고 먼 산만 바라보며 한숨만 쉬더라’는 보고가 있었다. 대부분 기업의 반응이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하지만 이 감찰관이 수사기밀 유출 의혹 등에 휘말려 사표를 제출하면서 더 이상의 내사는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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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