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횡성 땅의 비밀

사실상 백수…돈 어디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나타난다. 이슈메이커 정윤회씨 얘기다. 2014년 국정 개입 의혹으로 정국을 뒤흔들어 놓더니 이번에는 땅 매입 문제가 불거졌다. 특별한 직업도 없는 정씨가 강원도 횡성 땅 2만여m²를 사들인 것이다. 매입 자금은 어디서 마련했을까.

정윤회씨가 최근 강원도 횡성 땅 2만여m²(약 6300평)를 매입한 것으로 확인돼 매입 자금 출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씨는 지난 6월30일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일대에 농지 2만886m²(약6318평)를 사들였다.

괜찮은 땅
유망지 주목

법원 부동산등기부등본에 기입된 매입 금액은 2억6500만원이다. 정씨가 사들인 땅은 경기도 광주서 강원도 원주를 잇는 제2영동고속도로가 올해 말 개통되고 둔내와 횡성간 6번 국도 확장공사가 진행되는 등 교통 호재가 잇따르고 있는 곳이다. 그 덕분에 투자 유망지로 주목받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주변인들은 이 땅이 세간에 많이 알려지지 않아 피서지로도 좋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씨는 대체 무슨 돈으로 이런 ‘괜찮은’ 땅을 사들인 걸까.

정씨는 현재 특별한 직업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정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놀아요, 취업 좀 시켜줘”라며 딱히 하고 있는 일이 없음을 암시한 바 있다. 또 다른 인터뷰에선 자신의 생계와 관련해 아내가 강남에 빌딩을 갖고 있다며 아내의 수입으로 생활한다고 밝혔다. 정씨가 말하는 아내는 고 최태민 목사의 다섯째 딸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다.


정씨와 최씨는 2014년 5월 이혼했다. 당시 두 사람의 이혼 조정문에는 ‘결혼기간 있었던 일들을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지 않기’ ‘이혼 후 서로 비난하지 않기’ 등 다소 특이한 내용이 포함돼 있어 관심을 받았다. 당시 자녀 양육권은 최씨가 갖기로 했고, 위자료 청구나 재산 분할 등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 둔내 일대 농지 6300평 매입
2억6000만원 상당 매매 자금 출처는?

하지만 올해 2월 정씨가 이혼한 전 부인 최씨를 상대로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낸 사실이 지난 6월에야 뒤늦게 알려졌다. 현행 민법에 따르면 협의상 이혼한 경우 2년 안에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2014년 5월 최씨와 이혼한 정씨는 그 기한을 3개월 남기고 소송을 낸 것이다.

최씨에 대해서는 정씨보다 더 알려진 바가 없지만 일부 언론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수백억원대의 부동산을 보유한 자산가라는 설이 있다. 이 때문에 정씨가 이혼 당시 재산분할 청구를 하지 않은 것을 의아해하는 시각도 있었다.
 

지난달에는 정씨가 최씨의 숨겨진 재산을 파악해 달라고 법원에 재산명시신청을 낸 사실도 확인됐다. 정씨의 변호인은 지난 7월25일 서울가정법원에 최씨의 재산을 정확히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다. 재산분할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별한 직업 없어
베일 가려진 이력

재산명시신청은 재산분할을 위해 재산 공개를 요청하는 제도로 수표, 증권, 보석류 등 상세한 재산 목록을 제출해야 한다. 최씨가 만약 정당한 사유 없이 재산 목록을 제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신고할 경우에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일각에서는 최씨의 재산이 대부분 상속받은 자산으로 구성돼 있다면 정씨가 분할 받을 수 있는 재산 비율이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현재 법원은 정씨가 제기한 재산분할 청구소송이나 재산명시신청 등에 대해 사안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당연히 정씨는 최씨에게 재산을 분할 받은 사실도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정씨는 재산분할 청구 소송이 진행되고 있던 6월 2억6000여만원 상당의 땅을 매입했다. 자금의 출처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목장 만들기 위해”
주변 지인에 융통

이 같은 의혹에 정씨는 “조용히 살고 싶어서 남아있는 것들을 다 정리하고 강원도에 내려오게 됐다. 목장을 만들기 위해 땅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매입 자금에 대해서는 남아있던 돈과 주변 지인에게 융통한 돈으로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출신부터 이력까지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져있다. 1995년 최씨와 결혼하고 1998년부터 2004년까지 박근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게 그나마 뚜렷한 정씨의 행적이다.

정씨는 1998년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정계에 입문했을 당시 입법 보조원으로 활동했다. 이후 정씨는 2002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현재 새누리당)을 탈당해 만든 한국미래연합서 비서실장을 맡았다.

박 대통령과는 2004년까지 함께 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이후 정씨가 무슨 직업을 가졌고, 어떤 생활을 해왔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2014년 비선실세라는 의혹과 함께 세간을 조명을 받으면서 존재감을 드러날 때까지 약 10여년간의 행적이 모호한 것이다.

이혼한 부인과
재산분할 소송

정씨는 조용한 삶을 살고 싶어 강원도 횡성에 땅을 매입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매입 자금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소명이 이뤄질 때까진 그 바람을 이루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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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