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맨’ 강만수 수사 막전막후

MB 턱밑까지 칼날 겨눴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대우조선해양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강만수 전 산업은행 회장과 대우조선해양 전 경영진의 유착고리를 포착하고 본격 수사에 나섰다. 검찰 수사가 대우조선해양 경영 비리 및 회계 사기에 이어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금융 당국의 비호 의혹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강 전 회장이 이명박정부의 실세였던 점을 고려하면 검찰 수사가 MB(이명박 전 대통령) 턱밑까지 겨눴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강만수 전 회장이 이명박정부의 실세였던 점을 고려하면 검찰 수사가 그를 포함한 MB정부 핵심 인사들로 향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남상태,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등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한 검찰이 강 전 회장을 겨냥한 것은 당시 정권 실세들에 대한 수사 확대를 앞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깡통 회사가
갑자기 성장

강 전 회장은 이명박정부 경제정책의 ‘브레인’으로 불렸던 실세였다. 강 전 회장은 2008년 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직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를 거쳐 초대 기획재정부장관을 지냈다. 이후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을 거쳐 산업은행 회장 등을 역임했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그는 이명박정부의 출범과 함께 초대 기획재정부장관을 맡는 등 ‘MB노믹스’의 설계자로 불렸다.

강 전 회장은 1945년 경남 합천 출생으로 경남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나왔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이듬해 행정고시에 합격한 그는 경제 관료로 성장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는 1981년 소망교회서 처음 만났다. 장로인 이 전 대통령은 소망교회 창립 때부터 활동했는데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2000년 강 전 회장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전신) 미래경쟁력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다.


강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시절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을 맡아 정책 책사 역할을 맡았다. 대선 과정에서는 일류국가비전위원회 부위원장 겸 정책조정실장을 맡아 공약을 총괄 정리했다. 강 전 회장은 7·4·7 구상과 4대강 사업, 규제완화 등 이명박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를 구상했다.

MB노믹스 이끈
모피아의 대부

이 전 대통령이 선거에서 승리한 뒤 정권의 실세로 우뚝 선 강 전 회장은 대통령직인수위 경제 1분과 간사를 거쳐 2008년 기획재정부 장관 자리에 올랐다. 2009년 개각 때 기재부장관 자리서 물러났다. 장관으론 고작 1년을 재임했지만, 대통령 임기 내내 신뢰를 받았다. 이 때문에 정권의 실세로 늘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또 2008년 강 전 회장이 모친상을 당했을 때, 이 전 대통령이 대통령 신분임에도 조문을 와 두 사람의 깊은 관계를 엿볼 수 있다.
 

강 전 회장은 재무부 출신 경제관료를 일컫는 말인 ‘모피아’의 대부로 잘 알려져 있다. 재무부 3대 요직으로 불리는 이재국장, 국제금융국장, 세제실장을 모두 역임한 유일무이한 관료인데다 현업에 종사하는 모피아 출신 중 최고참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강 전 회장은 산업은행 시절 김승유(하나금융)·어윤대(KB금융)·이팔성(우리금융) 회장 등과 함께 금융권 ‘4대천왕’으로 불리며 금융당국 위에 군림할 정도였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지난 2일, 강 전 회장의 서울 대치동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강 전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투자자문사 P사 등도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은 압수수색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장부, 거래 계약서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강 전 회장 지인들이 운영하는 지방의 중소건설업체 W사와 바이오에너지 개발업체 B사도 함께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경영비리 수사 과정에서 강 전 회장의 은행장 시절 직무와 관련해 수사할 필요성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사정 불똥 산업은행으로
회장직 시절 친인척 회사에 특혜 의혹

검찰은 강 전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두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부실과 경영진의 비리 등을 눈감아 주는 대신 지인들의 업체에 사업 전망이 불투명한 투자를 하도록 하거나 일감을 몰아주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미 구속 기소된 남, 고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재임 시절과 겹친다.

먼저 검찰은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하도급을 받아 외형을 성장시킨 W사도 주목하고 있다. W사는 2012년부터 대우조선해양건설로부터 일감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의 매출액은 2011년 13억원에서 강 전 회장의 재임 기간에는 연간 30억∼40억원 수준으로 크게 늘었다.

현재는 80억원 수준이다. W사 대표는 강 전 회장과 동향 및 종친으로 사실상 인척인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산업은행장이 부당하게 대우조선해양에 일감을 W사에 몰아주도록 한 것으로 보고 강 전 회장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적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B사는 2009년 1월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됐으며, 여러 차례 대표이사 변경을 거쳐 2010년 11월 경제신문 기자 출신인 김모(46)씨가 대표에 취임했다. 김씨는 강 전 회장과 서울대 동문으로 오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강 전 회장이 산업은행장 직위를 이용해 대우조선해양이 B사에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수십억원의 자금을 지원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B사는 이 돈의 수억원만 연구개발비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다른 용도로 전용했다고 한다.

대우조선해양이 이 회사에 자금을 대기 시작한 2011년은 아직 B사가 손실만 12억원을 내던 사실상 ‘깡통회사’였다. 이 회사 주주와 친분이 있는 강 전 회장이 대우조선해양을 압박해 B사를 지원했고, B사는 이 자금 중 최소한만 연구개발에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 돈이 어디로 새어 나갔는지 회계자료를 분석 중인 검찰은 강 전 회장에게도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대우조선해양은 남 전 사장 시절인 2011년 9월 B사에 5억원을 투자해 지분 4.3%를 확보했다. 대우조선해양은 B사에 수십억원대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게이트 열리나
칼끝은 어디로

강 전 회장을 겨냥한 수사는 대우조선해양 내부 비리를 밝히는 데 집중했던 검찰이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수뇌부의 유착 의혹 규명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해석된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지분 49.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대우조선해양에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파견하는 등 경영감독을 책임지는 역할을 해 왔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부실 사태가 터지자 산업은행의 ‘관리 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대우조선해양에서 수년간 자행된 각종 비리를 대주주가 묵인했거나 공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고 전 사장 시절의 회계 사기와 관련해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인 김갑중(61) 대우조선해양 전 CFO가 구속되기도 했다.

이번 수사로 대우조선해양 비리 수사는 산업은행 수뇌부로 확대되게 됐다. 산업은행 회장을 지낸 민유성·홍기택 전 회장 등도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민 전 회장, 강 전 회장이 대표적인 MB맨인 만큼 그동안 대우조선해양을 둘러싼 MB정부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가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남 전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이다.

비리 눈감고 입김 불었나?
일감 몰아주기 지시 의혹

2006년 취임한 남 전 사장은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인 2009년 3월 연임에 성공했으나 로비 의혹에 휩싸였다. 대우조선해양이 협력업체 임천공업에 지급한 돈 중 수십억원을 돌려받아 비자금을 조성했고 남 전 사장이 이를 이용해 MB정권 실세들에게 ‘연임 로비’를 펼쳤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였다.

로비 창구로 지목된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구속되며 남 전 사장의 연임 로비가 밝혀지는 듯 했으나 검찰의 수사결과는 제기된 의혹과 달랐다. 검찰은 천 회장을 개인비리로만 기소했고 남 전 사장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았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가 남 사장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등의 폭로가 있었지만 수사로 이어지진 못했다. 더불어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부장 정희원)는 성진지오텍 특혜 지분 거래 의혹과 관련해 시민단체가 민 전 행장을 배임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이외에도 홍 전 회장 역시 고 전 사장 재임 시절 분식회계 부정을 방치 또는 동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 수사가 연임로비까지 미칠 경우 이 전 대통령의 다른 핵심 측근들도 거론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이번 산업은행에 대한 수사를 대우조선해양 비리 수사의 2라운드로 본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수사 초기부터 산업은행에 대해서도 칼을 대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이명박 측근들
줄줄이 구속?

강 전 회장은 MB의 경제정책을 상징한다. 그동안 MB의 정치적 후원자 격인 친형 이상득 전 의원 등이 검찰 수사를 받고 구속된 적은 있었지만 강 전 회장의 뇌물수수가 밝혀지면 전 정부의 정책적 도덕성까지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친MB기업 수난사 

현 정권은 지난해 4월부터 MB를 겨눈 사정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첫 번째 수사가 ‘자원외교’였다. 당시 자원외교 수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치적으로 내세우는 것들 중 하나라는 점에서 이전 정권을 정조준한 것으로 풀이됐다.

당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 직전 로비 리스트를 남겨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완구 전 국무총리 등 친박 핵심 인사들에 대한 수사로 방향이 틀어졌지만, 어쨌든 MB 정권을 정조준한 수사였다.

지난해 포스코 비자금 수사에서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을 재판에 넘겼다. 사실상 이 전 대통령을 겨냥한거나 마찬가지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었다. 당시 이 전 의원은 측근이 운영하는 3개 회사에 26억원의 일감을 몰아준 혐의를 받았다.

현재 수사에 불이 붙은 롯데 수사도 사실상 ‘MB 수사’라는 시각이 다분하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와 첨단범죄수사1부에서 롯데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비리 의혹의 핵심인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로비 의혹이 모두 MB 정부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장 전 사장은 지난달 13일 출국 금지됐다,

장경작 전 호텔롯데 총괄사장이 롯데그룹 내 핵심 MB라인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이 서울 시장이던 시절 2005년 롯데그룹은 장 전 사장을 호텔롯데 사장으로 영입했다. MB 정권이 탄생한 2008년에는 호텔롯데 총괄사장을 맡았다. 이는 호텔과 면세점, 롯데월드 등의 사업부를 이끄는 자리로, 롯데그룹 측이 장 전 사장을 위해 신설했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이 외에도 현 정부는 ‘친MB기업’에게도 사정드라이브를 걸어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당시 증권가 정보지에 CJ, 효성, 포스코, 롯데 등을 일제히 검찰 수사 대상 기업들로 지목했다. 이들 기업이 이명박 정부에서 급성장한 수혜기업인 만큼 기업 사정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난무했다.

그런데 실제로 정보지에 언급됐던 기업들이 현 정부에서 하나같이 검찰 수사 대상이 됐다. 현 정부 집권 1년차였던 2013년 5월에는 CJ그룹을 쳤다. 검찰은 CJ그룹 본사와 경영연구소를 시작으로 2개월간 전면 수사를 벌였다. 수사에 착수한 지 40일 만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구속,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같은 해 10월에는 이 전 대통령 사돈기업인 효성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고령·건강악화 등으로 법정구속은 면했지만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징역 3년, 벌금 1365억원 실형을 선고받았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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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