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20대 국회 쟁점들

국회 열리면 또 싸울까?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30일, 19대 국회가 막을 내리고 20대 국회가 시작됐다. 19대 국회 막바지에 이르러 ‘김영란법’, ‘상시청문회법’ 등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새롭게 구성된 20대 국회 원내대표들은 협치를 화두로 내걸었다. 과연 20대 국회의원들이 ‘협치’로 산적한 난제들을 풀어나갈 수 있을까. 
 

지난 19일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 ‘상시청문회법’이 통과됐다. 상시청문회법은 기존 국회법에서 규정된 ‘중요한 안건의 심사와 국정감사 및 국정조사에 필요한 경우’에서 ‘소관 현안의 조사’라는 조건을 추가한 게 골자다.

도로 19대?

즉 상임위에서 소관 현안의 조사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재적위원 과반 출석, 출석위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해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했다. 여야는 이 법안으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박근혜 대통령은 거부권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상시청문회법은 지난 23일 정부로 넘겨졌다. 박 대통령은 헌법 제53조에 따라 이송후 15일 이내에 법률로 공포하거나,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만약 박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다 하더라도 19대 국회가 본회의를 재소집해 표결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이미 불가능해졌다. (31일부터 20대 국회가 개원)

따라서 재의건에 대해 20대 국회에서 표결 권한이 있는 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회 사무처는 법리 검토에 나선 상황이고 표결로 부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헌법학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라도 19대 국회 임기 내 공포되지 않으면 ‘회기 불연속 원칙’에 따라 자동 폐기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도 언론을 통해 “새로 만들어지는 20대 국회는 19대 국회와 구성원이 다르다”며 “박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해도 20대 국회는 이를 표결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야당은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법사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20대 국회에서 헌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재의결 절차를 밟으면 된다”며 “19대와 20대가 별개의 국회는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19대 국회 법안에 거부권이 행사되면 20대에서 재의할 수 없다는 금지 조항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국민의당은 24일 논평을 내 “이 개정안은 20대 국회를 반드시 일하는 국회로 만들자는 정치권의 각성과 약속이 담긴 정치혁신 법안”이라며 “입법부의 견제 없는 행정부의 독단적인 국정운영은 독재정권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위헌 여부를 검토할 것이 아니라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남용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적 개선을 검토하는 게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및 여당 과 야당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상시청문회법이 20대 국회에서 야당의 협조 없이 재개정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상시청문회법 두고 여야 갈등 격화
김영란법·사시존치도 여전히 논란

이밖에 20대 국회는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통하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개정 문제도 남겨져 있다. 지난해 3월 국회에서 통과한 김영란법은 지난 9일 시행령이 발표됐고 오는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시행령은 공직자와 사립학교 교원, 언론인은 돈으로 환산할 경우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이하의 선물만 받을 수 있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해 내수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각계각층에서 나오고 있어 20대 국회에서 개정 논의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먼저 정치권에서는 김영란법이 정한 ‘수수금지 금품’의 기준에서 농수산물을 제외해 내수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각종 선물세트가 대부분 상한선 5만원 이상이고 주요 농축산물 40%가 명절 선물로 판매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공직자, 교직원, 언론인 등과 그 배우자까지 포함해 최대 400만명에 이르러 지나치게 광범위 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란법 발의자인 이상민 법사위원장도 “당초 고위공직자만 초점을 맞췄던 것”이라며 법 적용 대상자 축소를 주장했다. 법 개정을 두고 여·야의 입장차도 존재한다.
 

새누리당은 법 시행일 이전 개정을 주장하고 있고, 야당은 시행 후에 부작용이 나타나면 개정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행일을 4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지금 당장 법 개정 논의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20대 국회가 열리고 시행일이 다가옴에 따라 본격적인 쟁점사항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20대 국회를 앞두고 사법시험 존치 문제도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해 말 법무부는 로스쿨의 도입으로 인해 2017년 막을 내리게 된 사법시험제도를 2021년까지 4년 유예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법무부의 발표로 사시 존치론과 폐지론의 대립 양상은 격화됐다.

사시준비생들을 비롯한 존치론자들은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폐지를 주장하는 로스쿨 재학생들은 집단으로 자퇴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사법시험 존치 여부를 놓고 지난 17일,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6건법안 상정여부를 두고 격론을 벌였지만 결국 무산됐다.

무산 배경에는 여·야 3당 간사들이 협의에서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야당은 변호사시험법 개정안과 소비자집단소송법 및 상법 개정안을 함께 안건으로 올리자고 주장했고, 여당의 오신환, 김진태 의원은 본회의에 올리자고 주장했지만 이견을 좁히는 데 실패했다.
 

일단 사시는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유예되면서 1차 시험은 올해로 끝났다. 만약 20대 국회에서 법개정이 안된다면 내년에는 1차 시험 없이 기존 1차 합격생들에 대한 2차 시험만 시행된다.

이번 폐기를 두고 법조계 반응은 엇갈렸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로 구성된 한국법조인협회는 성명을 내고 “사시 존치라는 퇴보적 개악이 저지됐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라며 “이번에 통과되지 못한 소비자집단소송법 등 법안들을 만드는 데 직·간접적으로 조력할 것”이라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상반된 의견

이에 반해 지난 18일 대한법학교수회는 “이상민 위원장을 비롯한 법사위원들 모두 사시존치 법안을 처리해야 할 당위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19대 국회의 문을 닫아 버렸다”며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든지 차별 없이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공정하고 기회균등 한 법조인 선발 및 양성제도의 정착을 위해 앞으로도 굳건하게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9대 식물국회 주범은?

19대 국회는 18대 국회 막바지에 통과시킨 국회법 개정안인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4년 내내 식물국회라는 오명에 시달렸다. 국회선진화법은 우리나라 의회를 날치기·몸싸움 없는 국회로 발전시키겠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천재지변이나 전시·사변 등 국가비상사태의 경우나 교섭단체 대표와의 합의가 있을 때만 국회의장이 법률안을 본회의에 직권 상정할 수 있도록 했다. 법률안의 직권상정 요건을 엄격하게 한 것이다.


그 결과 직권상권은 18대 국회 99건에서 19대 국회는 단 2건에 그쳤다. 또한 재적의원 3분의 1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본회의에서 무제한의 토론(필리버스터)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국회 내 다수당이라 하더라도 의석수가 180석에 미치지 못하면 예산안을 제외한 법안의 강행 처리는 불가능했다.

국회선진화 법을 놓고 중앙대 손병권 교수는 24일 ‘제20대 국회선진화법 평가와 발전방안’토론회에 앞서 배포된 자료에서 “선진화법 실행 후 국회 폭력, 폭언은 상당히 줄었지만 대화와 타협을 통한 심의에 따라 민주, 효율 국회를 구현한다는 목표가 달성됐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최정인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19대 국회에서 쟁점법안 처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국회의장 심사기간 지정제도를 개정하는 방안과 안건 신속처리제도를 개정하는 방안이 제안된 바 있다”며 “정치적 운영의 묘를 살릴 방안이 고민돼야 한다”고 말했다. <훈>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