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뇌물 파문> 비열한 스폰의 세계

사업가와 돈, 그리고 여자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대한민국 검찰의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있다. 현직 부장판사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는가 하면 불과 얼마 전에는 현직 부장검사가 ‘스폰서’를 두고 사건 무마 청탁을 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이 자체 개혁안을 제시하고 대법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국민의 불신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과거 있었던 법조계 스폰서와 관련된 사건들이 다시금 수면위로 떠올랐다. <일요시사>에서 논란이 됐던 법조계 스폰 스캔들을 되짚어 본다.

문제의 김형준(46·사법연수원 25기) 부장검사와 스폰서 김모(46)씨는 고등학교 동창으로 30년 지기다. 서울 용산에 있는 모 고교를 다닐 때 김 부장검사는 학생회장, 김씨는 반장을 했다. 공부 잘하는 ‘모범생’ 친구 사이로 보였던 이들. 세월이 흘러 법조인과 사업가로 각자의 진로를 걷게 되자 이들의 관계는 ‘친구’에서 ‘검사와 스폰서 업자’로 변질됐다.

뻔뻔한 영감님

지난해 말부터 올해 7월까지 김 부장검사와 김씨가 나눈 카카오톡에는 두 사람의 빗나간 행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지난 6일 공개된 카카오톡 메시지 대화 내용에 따르면 김 부장검사가 게임업체 대표 김씨를 ‘스폰서’로 인식한 대목이 여러 차례 나온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메시지에는 서울 강남의 유흥업소 이름이 여러 번 등장한다. 만남을 요청한 것은 주로 김 부장검사였다. 그가 “오늘 저녁 피트인 갈 거야? 난 설 전이 좋아”라고 메시지를 보내면 “나 8시30분까지 간다. 와라 친구야”라고 김씨가 대답하는 식이었다.

메시지에는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조사 중인 둘 사이에 오고 간 1500만원이 김 부장검사와 내밀한 관계인 여성에게 흘러간 정황도 들어 있다.


김씨는 지난 5일 검찰에 체포되자 “김 부장검사에게 빌려준 돈은 내연녀에게 준 돈이라 변제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내연녀라고 언급된 인물은 김 부장검사가 수시로 드나든 주점의 팀장급 여직원 A씨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현재 김 부장검사는 내연녀의 존재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술 사주고 용돈 주다 뭉칫돈
보험 차원서 내연녀 관리도

이들의 대화에는 김 부장검사가 김씨에게 개인적인 일을 부탁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본인이 소유한 부동산 등기 사진을 보내며 “친구. 이번 진경준 검사장 주식 파동 보면서 나도 백부한테 증여받은 농지 문제 정리해야 할 것 같아. 한번 검토해서 매각 방안 좀 도와주라”라고 부탁했다. 본인의 총선 출마에 필요한 작업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김씨는 서울서부지검이 횡령 및 사기 혐의로 자신을 압박해오자 김 부장검사가 검찰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김 부장검사에게 “내가 그동안 (너한테) 술과 밥을 사면서 스폰한 비용이 7억원은 된다”고 말하며 압박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검찰이 자신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지난달 26일을 기점으로 마음이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막상 결정적인 상황서 별 도움을 못 받고 감옥 신세를 지게 될 처지에 놓이자 강한 배신감을 느낀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그는 영장실질심사에 나오지 않고 도망간 후 한 언론사에 연락해 문자 메시지를 비롯한 김 부장검사 관련 자료를 통째로 넘겼다. 김 부장검사도 대검 감찰조사에서 매번 “친구야”라고 불렀던 30년 동창에 대해 “그 사람이 자꾸 내 이름을 팔고 다녔다”라며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두 사람은 통화를 하면서 서로에게 “바보같은 놈”, “네가 한 게 있느냐”라고 하는 등 다투기도 했다. 10대 시절 순수하게 맺어졌을 이들의 인연은 추한 결말을 맺고 있다. 김씨는 이미 구속됐고, 김 부장검사 또한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높아 두 사람의 ‘잘못된 만남’은 결국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검사의 스폰 문화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9년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서 집을 사는 데 차용증도 없이 15억원씩이나 빌려준 스폰서의 존재가 드러나 낙마했다. 민유태 전주지검장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1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옷을 벗었다.

2007년에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이귀남 법무부장관 등이 삼성그룹으로부터 떡값 받은 사실을 공개해 특별감찰조사본부가 꾸려졌으나 별다른 조사 없이 활동을 종료했다. 그전에는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이른바 ‘삼성 X파일’을 공개하고 최경원 전 법무장관 등이 삼성서 떡값을 수수한 사실을 폭로, 일부 해당자가 사직하기도 했다.

대개의 검사들은 비교적 자기 관리에 엄격한 편이다. 그런데도 이처럼 많은 검사들이 집단적으로 스폰서의 유혹에 빠지는 것은 아직도 적지 않은 검사들이 낡은 폐습과 권력의 단맛에 취해 헤어나지 못하는 탓이 크다. 이런저런 이유로 상당수 검사들은 평검사 시절부터 ‘믿을만한 업자’로부터 지원을 받기 시작한다.

그러나 처음에는 선의로 시작한 믿을 만한 업자가 곤궁에 처하거나 검찰에 배신감을 느낀 경우에는 검사들이 업자들에게 코가 꿰이기도 한다. 심지어 일부 검사들은 조폭으로부터 수사비를 지원받아 조직 폭력을 수사하는 웃지 못할 ‘악순환의 먹이사슬 생태계’를 조성하기도 한다.

홍일표(인천 남구갑) 새누리당 의원이 법무부와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징계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각종 비위를 저질러 징계를 받은 검사는 46명, 판사는 10명이다. 검사의 경우 2011년 7명, 2012년 2명이었다가 2013년 16명, 2014년 15명으로 급증했다.

“영원한 파트너는 없다”
친구서 하루아침 원수로

검사의 비위 유형은 금품·향응수수와 품위손상이 11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규정 위반 7명, 음주운전·사고 6명, 직무 태만 5명, 직무상 의무 위반 4명, 재산등록 관련 2명 등이었다. 판사의 징계 사유는 품위유지의무 위반이 8명이었으며 나머지 2명은 직무상 의무 위반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이 징계 사유로 밝힌 ‘품위유지의무 위반 판사’ 가운데 2명은 금품이나 향응을 수수했다가 적발됐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지난 6일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서 최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김수천 인천지법 부장판사와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김 부장판사는 2014년 정운호(51·구속기소)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인 레인지로버 중고차 등 1억7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김수남 검찰총장도 같은 날 ‘스폰서 의혹’에 휩싸인 김형준 부장검사 사건의 모든 비위를 철저히 조사해 엄벌하라고 지시했다.

답이 없다

홍 의원은 “최근 발생한 각종 비리 사건으로 법조계를 바라보는 국민의 충격과 실망이 크다”며 “현직 판·검사가 비리를 저지르는 것은 사법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법치주의를 해치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법원과 법무부는 윤리 심사를 강화하고 법관·검사윤리강령상 금지의무 위반 행위까지 법률상 징계사유로 명시해 징계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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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