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송 ‘썩은 밀가루’ 파문

전 국민이 먹는데…장난쳤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올해 창립 50주년을 바라보고 있는 신송홀딩스. 제대로 욕보고 있다. 신송홀딩스 계열사인 신송산업이 썩은 밀가루로 소맥전분을 만들었다는 의혹이 터졌기 때문이다. 신송산업은 ‘국내 유일’의 소맥전분 생산 업체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각종 식품에 들어가는 소맥전분이 대부분 신송산업에서 제조됐다. 대부분 사람들이 신송산업의 소맥전분을 먹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신송산업은 현재 경찰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식품위생법 위반 여부를 수사 받고 있다. 각종 식품에 들어가는 소맥전분을 썩은 밀가루로 제조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소맥전분은 밀가루를 물과 혼합해 씻겨 나온 전분을 정제한 것이다.

맥주 어묵 스낵…

소맥전분은 맥주와 어묵, 맛살, 스낵 등 각종 식품에 들어간다. 한 마디로 신송산업에서 제조된 소맥전분이 우리가 흔히 먹는 식품의 원재료로 사용된 것이다. 이 때문에 ‘음식 갖고 장난쳤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충남 논산에 위치한 신송산업의 공장에서 일부 원재료가 비위생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소맥전분의 원료인 밀가루 가운데 일부는 썩었고, 포장지는 곰팡이가 핀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밀가루를 선별하는 곳에 쥐가 다니는 사진까지 공개됐다.

당시 권익위는 썩은 밀가루가 실제 전분 제조에 사용됐는지 여부를 현장 관계자를 상대로 파악했다. 이후 사실확인 내용이 담긴 문서를 논산시로 이첩했다. 논산시는 향후 추가 조사에 나선 뒤 행정처분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동시에 식약처와 경찰도 신송산업의 법규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 사건은 한 제보자로부터 세상에 알려졌다. 이 제보자는 “국내 유일의 소맥전문 제조업체인 신송산업에서 전분을 만드는 데 썩은 밀가루를 투입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3년간 신송산업에 일하다 국민권익위에 신고한 제보자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 사실을 폭로했다.

제보자는 이날 “소맥 전분은 밀가루를 가공해 만드는 것이다. 밀가루를 야적하는 데 습기에 약하기 때문에 딱딱하게 굳으면 썩게 된다. 이것이 (전분을 만드는 데) 몇만톤이 들어간 걸로 안다”며 “이는 20%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밀가루가 썩은 이유에 대해 “보관을 잘못해서 그런 것”이라며 “러시아 제품을 수입해왔는데, 러시아 밀가루 제분회사들이 위생개념이 없어서 컨테이너를 오픈했을 때 썩은 밀가루가 다량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수입한 밀가루 포대에 썩지 말라고 방부제가 중간 중간 엄청나게 끼어있었는데, 그 봉투가 거의 다 터져있었다”며 “밀가루에 방부제가 섞였을 가능성이 아주 많다”고 폭로했다.

유일하게 소맥전분 생산…역대급 대형사고?
내부고발자 위생불량 폭로 “악감정 있다?”

그는 더 충격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이 제보자는 보관이 허술한 탓에 쥐, 바구미, 뱀 등을 직접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작업 도중 쥐를 발견하고 사진까지 찍어 놓기도 했다. 제보자는 “신송식품은 국내 유일의 소맥전분 업체이고 맥주회사, 과자회사, 라면회사, 어묵회사 등에 납품됐으며, 저는 그 이후부터 맥주를 절대 안 먹고 어묵도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7개월 된 아이를 키우고 있다며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일하는 것에 양심을 느껴 공익제보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양심선언 후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에게 미안하고 얼굴 볼 면목이 없다며 사직서를 썼다고 덧붙였다.

신송산업이 최근 썩은 밀가루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지난달 29일 해명자료를 통해 “썩은 밀가루를 사용해 전분을 만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면서도 “아직 사실로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보도되어 유감”이라고 밝혔다.

썩은 밀가루 사태는 신송산업 내부 고발자에 의해 불거진 부분으로, 해당 고발자는 회사에 대해 악감정으로 고의적인 상황을 연출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신송산업 관계자는 “원료 보관 공간이 부족해 일부 보관상의 지적사항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썩은 원료를 사용한 점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조사과정을 거쳐 혐의를 벗을 것이며, 내부 고발 직원에 대해서도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송산업은 소맥분(밀가루)을 주원료로 소맥전분과 글루텐, 아미노산 등을 제조하고 있다. 제조사업뿐 아니라 부동산임대 및 곡물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모회사인 신송홀딩스가 지난 2009년 제조 및 임대사업을 물적분할해 설립했다.

밀가루에 쥐가?

신송홀딩스는 1970년 설립된 순영기업이 전신인 회사로 창립 50주년을 바라보고 있다. 신송산업과 함께 장류를 제조하는 신송식품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286억원, 36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학 '대장균 떡볶이' 그 이후…

지난해 송학식품이 대장균 떡볶이를 팔아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지난해 인천 중부경찰서는 송학식품의 대표 등 13명을 대장균과 식중독균이 검출된 떡볶이와 떡국 재료 180억원어치를 국내 유통시켜 식품 위생법 위반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송학식품은 3년 연속 떡과 떡볶이 부문의 시장점유율 1위, 연간 매출규모 500억원 수준으로 반품당한 불량제품을 불우이웃에 기부품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송학식품 압수수색 과정에서 ‘기밀 서류’라고 적힌 문건을 발견했고, 여기에는 제품에 대한 세균 검사에서 대장균과 식중독균이 검출돼 부적합하다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똑같이 만들어진 외부용 서류에는 대장균 등 세균이 검출된 불량제품이 전혀 문제가 없는 식품으로 둔갑시켰다. 경찰은 문제의 제품이 2년 동안 180억원 넘게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지난해 8월에는 보관중인 쌀 2500포대에 나방 애벌레가 대량 발생하자, 폐기처분 하는 대신 맹독성 살충제로 박멸한 뒤 유통시킨 사실도 나타났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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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