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김삼기의 시사펀치> 말 대신 책임 떠안은 황기연 신임 수출입은행장
한국 경제의 최전선엔 늘 눈에 보이지 않는 은행 하나가 있다. 시중은행 간판도 아니고, 영업점도 많지 않다. 그러나 원자재가 끊기고, 수출 시장이 흔들리고, 기업이 해외로 나갈 때 반드시 거치는 은행이 한국수출입은행, 수은이다. 특히 수은이 최근 주목받는 이유는 산업은행과 함께 정부가 미국에 전략 투자하는 3500억달러(5조원)에대해 실무를 맡아야 하는 은행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은의 수장을 새롭게 맡은 황기연 행장은 지난 6일 취임식에서 정치권과 언론이 연일 언급하고 있는 3500억달러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숫자보다 역할을 강조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왜 그는 3500억달러에 대해 침묵했고, 그 침묵이 던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수은은 일반 은행이 아니다. 정부가 100% 출자한 정책금융기관이다. 이 은행은 자동차 할부금융도, 신용카드도 팔지 않는다. 대신 조선소가 초대형 LNG선을 수주할 때 보증을 서줬고, 기업이 사우디·폴란드에 방산 장비를 수출할 때 금융을 제공했다. 해외 플랜트, 글로벌 공급망, 전략산업 인프라 등 민간은행이 감당하지 못하는 위험과 기간, 금액도 대신 떠안는다. 말하자면 ‘국가의 뒷주머니
-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 2025-11-08 1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