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7.11 15:43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오혁진 기자 =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의 처남 김모씨가 강남구 신사동 H 유흥업소서 대선 준비를 도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씨는 윤석열 선거대책본부 업무 전반에 관여했고, 지방선거 예비 후보자에게 억대의 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처남 김씨도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새롭게 드러난 것이다. 전성배씨는 대선 당시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본부장으로 역임한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의 고문이었다. 전씨의 딸과 처남 등 가족도 네트워크본부에 몸담아 활동했다. 지난 2022년 선대본부 관계자들은 전씨가 비공식 통로로 가족을 동원해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의사결정에 개입하면서 ‘비선 실세’로 활동했다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신사동 소재 H 룸살롱 확인 일명 ‘찰리’로 불리는 전씨의 처남 김씨는 지난 대선 기간인 2020~2021년경 강남구 신사동 소재에 H 룸살롱에 출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 속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돼 유흥주점 등은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없었다. 이로 인해 감염병 예방 수칙을 어겼다가 적발된 업소들이 줄줄이 문을 닫던 시기였다. H 업소 사장 등 다수의 증언에 따르면, 김씨는 팬데믹 시기에 기업인 최모씨, 국회의원, 윤석열 대선캠프 경호팀장 고모씨 등과 함께 해당 업소 등 텐프로를 방문했다. 텐프로는 상위 10% 연예인급 외모의 여성 종업원이 접대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높은 가격으로 유명하다. 김씨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술값을 쓰며 지인들과 함께 대선 준비를 도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과정서 김씨가 단골로 다니던 텐프로가 경찰 단속을 두 차례나 당했음에도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는 것이다. 당시 김씨는 ‘김건희 여사 측근’임을 주장하며 경찰로부터 부당한 혜택을 봤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H 업소 마담 A씨에 따르면 “김씨가 힘을 써서 막대한 벌금 처분을 받지 않게 만들었다”고 한다. 김씨는 직접 룸살롱을 차리기도 했는데, 해당 업소는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김씨의 힘이 김 여사로부터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씨의 입을 빌려 “김건희가 건진법사의 말을 잘 듣고 윤석열은 무릎을 꿇을 정도로 김건희 말만 듣는다”며 “윤석열이랑 친하진 않지만 우리는 건희 누나가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김씨는 H 업소 이외에도 강남의 여러 룸살롱을 전전했다. 억대 술값 대부분은 외상인 것으로 드러나 ‘마담’들의 공분을 샀다. 이들이 15차례 H 업소서 마신 외상 술값 1억5000만원은 최씨가 갚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캠프 당시 수행비서 건진 처남 ‘찰리’ 주축 재력가인 최씨의 아버지는 모 제약회사를 인수해 부를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경상도서 국가 위임 사업을 운영해 돈을 번 것으로 추정된다. 윤석열 대선캠프 경호팀장 고씨는 언론과 인터뷰서 “김씨 등과 룸살롱서 한차례 만난 정도의 관계”라며 깊은 관계임을 부정했다. 고씨는 국가안전경호협회 소속으로 알려졌다. 국가안전경호협회는 비영리 기관 단체로 사회 안전 활동 및 경호원들의 복지, 경호 산업 발전을 위해 지난 2001년 설립된 단체다. 고씨는 아동·청소년 사회 안전 자문위원, 행정안전부 안전보안관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김씨와 동석한 국회의원은 국민의힘 소속으로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지역구가 지방인 다선 의원”이라며 “해당 의원은 김씨가 룸살롱을 다니면서 대선을 모의했다는 내용을 언론사들이 취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 여사가 유흥주점서 일했다는 의혹도 또다시 불거졌다. 마담 A씨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대선 기간에 룸살롱 접대부 등이 윤석열 대선 지지를 명목으로 대선캠프 임명장을 받았다’고 내게 말했다”며 “김씨의 일행인 윤석열 대선캠프 경호팀장에게 경호원 배지도 받아 집에 보관 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재력가 최씨가 김 여사를 ‘친한 누나’라고 지칭했다”며 “최씨는 과거 김 여사를 ‘술집 화류계 출신’이라고 표현했다”면서 “(김건희가)윤석열을 위해 술을 따르면서 대통령을 만들었다”는 불미스러운 내용까지 최씨가 자신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현재 김씨 측은 어떠한 입장 표명도 없이 잠적한 상태다. 윤 후보 선대본부에는 김씨를 비롯한 전씨의 가족이 관여한 정황도 드러났다. 김씨는 네트워크본부서 꾸린 ‘현장지원팀’ 소속으로 윤 후보를 밀착 수행한 바 있다. 지난 2021년 7월6일 윤 대통령이 대전 현충원과 카이스트를 방문할 당시 김씨가 수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 소속 다선 누구? 전씨의 딸도 국민의힘 당내 경선 때부터 2022년 초까지 윤 대통령 관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진 촬영 등 업무를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선대본부는 “김씨는 자원봉사자로 활동했고 딸은 아마추어 사진작가로서 행사를 촬영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활동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비공식적으로 대선 모의를 도모한 김씨와 달리 전씨는 정치권에 깊게 개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지방선거 예비 후보자에게 억대의 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씨에 대한 출국금지 기간을 연장했다. 지난달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단장 박건욱)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전씨에 대해 이달 초 출국금지 기간 연장을 신청해 법무부로부터 승인받았다. 검찰은 전씨로부터 확보한 휴대전화에 대해 통신영장을 발부받아 내역 일부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 10일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전씨는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북 영천시장 자유한국당 후보 경선에 출마한 한 예비후보로부터 공천을 받게 해주겠다는 등의 명목으로 불법 정치자금 약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전씨는 정·재계서 ‘건진법사’로 알려졌다. 전씨가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부터 대권 도전을 결심하도록 도왔다는 주장과 함께 자신은 ‘국사’가 될 사람이라고 소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국사는 신라와 고려시대 왕의 자문 역할을 하는 고승에게 내린 칭호다. 전씨는 윤 후보의 선대본부 하부 조직인 ‘네트워크본부’서 고문으로 인재 영입에 관여했다. 네트워크본부는 당시 권영세 선대본부장직속인 ‘조직본부(본부장 박성민)’ 산하 조직이다. 네트워크본부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인 권성동 전 사무총장(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이 이끈 바 있다. 수상한 접대 자리 선대본부 관계자는 “주요 인재는 전씨가 면접 보고 난 뒤 합류가 결정된다”며 “(전씨에게)고문이라고 호칭하지만 (전씨가)윤 후보와 각별해 보이는 데다 위세가 본부장 이상이어서 ‘실세’로 불린다”고 전했다. 전씨는 선대본부에 합류하기 전 서울 역삼동 지하철 9호선 언주역 인근의 한 단독주택 2층에 ‘일광사’라는 법당을 차리고 신점, 누름굿(신내림을 막는 굿) 등 무속 활동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대한불교 조계종과 무관한 ‘일광조계종’ 총무원장 등의 직함으로 대외활동을 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소개로 전씨를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22년 1월 윤 대통령 선대본부 내에는 전씨의 개입에 대해 상당한 불만이 드러났다. 전씨가 캠프 고문으로 있을 당시, 윤 후보의 일정과 메시지 관리, 인사 등이 결정되는 과정에 개입하면서 조율이 끝난 후보의 동선과 메시지가 뒤집히는 일이 잦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체 누가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이냐”는 불만이 속출했고, 원인을 추적한 끝에 ‘전 고문’이 지목됐다고 한다. 당시 선대본부 대변인실은 전씨가 고문으로 활동하게 된 배경을 묻자 “공개된 직책 이외에 선대본부 구성원 현황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후 선대본부 공보단은 “전씨는 네트워크본부 고문으로 일한 적이 없다. 무속인이란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전씨가 김종인의 방출에도 깊이 연루돼있고, 이준석을 공격할 때도 네트워크본부가 나섰다고 한다. 네트워크본부 산하 ‘뉴미디어팀’의 일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는 ‘네이버 댓글 부대를 모집한다’는 게시글이 존재하는 등 여론조작 정황이 포착됐다. 기업인, 국회의원, 경호팀장 등 참석 모두 15차례 모여 하루 수천만원씩 주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의 윤 대통령 비판 기사에 ‘상위 댓글 좋아요’와 ‘공격 댓글을 써 달라’는 지시가 있었다. 특히, ‘윤석열 후보의 유튜브 구독자 수를 오늘 밤 11시까지 23만명으로 만들어달라’는 지시도 있었다. 정치 뉴스에는 ‘1일 1댓글, 1좋아요’를 달라는 지시도 있었다. 네트워크본부는 윤 후보의 경호와 관련해서도 공식수행팀과 별도로 ‘현장지원팀’이란 사설경호팀을 꾸렸다. 이들이 사람들을 거칠게 밀치는 등 물의를 빚어도 선대위가 제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씨는 지난 2020년 여름부터 측근들에게 “윤석열 검사가 대통령을 준비하고 있다”며 “내가 윤 검사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뭔가 결정하거나 결심해야 할 때 윤 검사가 물어오면 답을 내려준다”고 말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때다. 전씨는 또 “윤 총장이 수사 사안에 대해서도 조언을 구했다”는 말을 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의 지인은 “(전씨가)윤 검사가 이만희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는지, (국민들께 윤석열을)각인시키려면 수사해야 하지 않겠는지를 물어온 적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전씨는 “이 총회장도 ‘하나의 영매’라며 당신이 대통령이 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으니, 손에 피 묻히지 말고 부드럽게 가라고 다독여줬다”고 조언한 사실을 언급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실제로 윤 대통령은 “신천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라는 법무부 장관 공개 지시를 제가 불가하다고 했다. 압수수색은 방역과 역학조사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어 전씨 주장에 힘이 실렸다. 댓글부대 상의했나? 신천지 교회는 전씨가 기획실장으로 재직한 일광조계종 관계 사찰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종교대통합 행사 등을 함께 진행한 인연이 있다. 전씨가 선대본부서 ‘실세’로 불리며 캠프 일에 관여한 것은 윤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윤 대통령은 전씨와의 친분에 대해 “지인을 통해 1∼2차례 만난 게 전부”라고 말했다. <smk1@ilyosisa.co.kr> <hounder@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은 “비상계엄은 잘못됐지만, 탄핵은 안 된다”는 말로 강성 지지자들과 중도층의 마음을 한꺼번에 얻으려고 한다. 이질적인 집단의 지지를 모두 얻으려면, 융통성 있는 정치력과 지휘력·통솔력을 갖춰야 한다. 국민의힘에선 과연 누가 이런 능력을 갖추고 있을까? 지난 12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선 서울시·서울연구원이 주최하고 국민의힘 윤재옥 의원이 주관한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가 진행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지방정부에 예산·인력·규제·교육·고용·이민 등 권한을 이양해 중앙집권적 국가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국을 5개의 초광역 경제권으로 나눠, 각 지역의 강점을 극대화해 국제 경쟁력을 갖춘 경제 중심지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5대 강소국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A지만, B다” 국힘 유행어 이날 토론회엔 ▲권영세 비대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 ▲이양수 사무총장 등 국민의힘 지도부를 포함한 소속 의원들 48명이 참석했다. 김기현 의원·추경호 전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 핵심과 김상욱·김예지·김건 의원 등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도 다수 참석했다. 오 시장의 지지자들도 다수 참석해 환호했다. 국민의힘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등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대한 강도 높은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은 지난 13일 논평을 통해 “문 대행이 고등학교 동문 카페에 게재된 미성년자 음란물에 직접 댓글을 달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사진은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가 조작한 사진이었다. 국민의힘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지난 14일 “여러 일을 처리하는 과정서 사실관계 점검이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당이 국민께 사과드릴 부분”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 90여명은 문 대행의 자택이 있는 아파트단지서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지난 17일 ‘음란 수괴 문형배’ 등 피켓을 들고, ‘문형배 사형’ 등 구호를 외쳤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18일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헌법기관 및 국가기밀 취급 기관에 외국인 공무원 임용을 제한하고, 이미 임용된 외국인·복수 국적 공무원에 대한 보안 심사를 대폭 강화한다”는 취지의 국가공무원법 및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엔 ‘헌법연구관과 사무처 공무원 임용 시 대한민국 국적 보유 필수 명시’ ‘외국 국적자 및 복수 국적자인 공무원에 대한 국가보안 심사 및 재임용 심사 제도 도입’ 등 내용이 포함된다. 이에 대해선 “중국 개입설을 토대로 한 부정선거론을 헌재와 연결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서 ‘조기 대선’이란 말은 금기어로 통하고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인용되면, 60일 안에 대선이 진행된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를 가정한 조기 대선 준비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겉으로는 조기 대선을 언급하지 않으면서, 실질적으론 윤 대통령을 두둔해 강성 지지자들을 결집하고, 오 시장 등 중도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잠재 대선주자를 사실상 관리하는 ‘양다리 작전’으로 대비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KPI뉴스>가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 16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범보수 대선주자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22.3%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15.1% ▲오세훈 서울시장 9.6%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8.8% ▲홍준표 대구시장 7.0%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4.9%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3.6%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2.6%를 기록했다. 이재명 유죄로 중도 낙마 구상? 윤 대통령 하야로 필승 재집권? 다만 이들 중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양자 대결을 가정한 조사에서 이 대표를 추월하는 수치를 기록한 주자들은 없었다. 이 같은 추세가 유지되는 상황서 조기 대선이 진행되면, 김 전 장관과 오 시장이 큰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유 전 의원과 한 전 대표는 당내 비토 세력의 지지 비중이 크다. 홍 시장과 안 의원은 당내 기반이 약하다. 국민의힘으로선 김 전 장관과 오 시장의 대결로 흥행몰이 해서 보수와 중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야 이 대표에게 대적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재 국민의힘 내부적으로 타오르고 있는 적잖은 불씨다.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민의힘은 집토끼 단속에 치중했다. 그러다 보니, 논리적 모순과 엇박자가 속출하고 있다. 집권당이자 원내 제2당이 폭동을 공공연하게 옹호할 순 없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지난 1월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에 대해서도 “폭력은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20일 “불법·폭력 행위는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면서도 “야당 대표에게도 똑같은 사법적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는 등 강성 지지자들을 의식한 발언도 내놨다. “A지만 B다”라는 논리는 국민의힘이 지난해 12월부터 유지해오고 있는 논조다. 이들 주요 구성원들은 정국 관련 발언을 할 때마다 “비상계엄은 잘못됐지만”이란 단서를 달고 나서 견해를 밝힌다. 나 의원은 지난해 12월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비상계엄은 당연히 잘못된 일”이라면서도 민주당을 비판하는 게시글을 올렸다. 지난 15일엔 “더불어민주당은 ‘계엄 유발자’ 역할을 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헌재와 민주당을 격렬하게 비판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지난 17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서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과도한 조치”라면서도 헌재와 민주당을 비판했다. 그러더니 한술 더 떠 “제가 비상계엄 해제 표결 현장에 있었어도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계엄은 잘못됐다”는 말은 세간의 비판과 중도층의 시선을 의식하는 표현일 가능성이 크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란 말도 강성 지지자들을 의식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보니 “A지만, B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물론 A와 B는 양립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잘못된 일이지만, 상대방이 유발한 것이기 때문에, 고치진 않겠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 구조가 만들어진다. 하야설에 날 선 반응 권 비대위원장은 부정선거론에 대해서도 “A지만 B다”라는 발언 구조를 이어나갔다. 그는 “부정선거가 있다고 단정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선관위가 나서서 객관적인 검토를 받겠다고 얘기하는 것도 어떨지 생각해봤다”며 애매한 발언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부정선거 음모론을 강경하게 주장하는 한국사 일타강사 전한길씨에 대해선 “큰 영향력을 가진 분이 그렇게 전향하신 부분에 대해선 굉장히 감사하다”는 등 ‘본심’을 드러냈다. 전씨가 과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서 활동했던 것을 고려한 발언이었다. 국민의힘의 양다리 작전은 당 안팎에 큰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민의힘 구성원들의 그 많은 “A지만 B다”를 모두 모아 요약하면 “비상계엄은 잘못됐지만, 탄핵은 기각돼야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탄핵 기각 시 윤 대통령은 이론상으론 직무에 복귀한다. 그런데 현재 윤 대통령은 피고인 신분으로 서울구치소에 갇혀 있다. 구속 피고인은 원칙상 2개월 동안 수감되지만, 심급별로 2회에 걸친 연장을 할 수 있으므로 심급당 최장 6개월까지 수감이 가능하다. 피고인에 대한 구속 기간 연장은 통상적으로 대부분 이뤄진다. 서울구치소서 국무회의와 수석비서관 회의를 진행할 수 있을까? 서울구치소서 국빈을 맞이할 수 있을까? 각종 행사에도 한 발짝도 갈 수 없다. 탄핵이 기각되더라도, 현실적으로 권한대행 체제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국민의힘은 이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해답으로 ‘이재명’이라는 세 글자에 집중력을 투입한다. 국민의힘 정연욱 의원은 지난해 12월 자신의 지역구(부산 수영)에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됩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부산시당도 부산 전체에 이 현수막을 내걸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설 연휴 동안 (많은 사람이)‘이재명은 안 된다’는 강한 이야기도 많이 하셨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가장 바라는 그림은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항소심서 사실상 낙마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제1심서 징역 1년형·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서도 이 형량이 유지되면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항소심이 빨리 진행돼 집행유예 선고를 유지하고 상고심도 빠르게 진행돼 확정하면, 국민의힘은 더 수월한 상태서 조기 대선을 치를 수 있다. 이 때문인지, 국민의힘은 당 차원서 재판을 통한 이 대표의 조기 낙마를 노리고 있다. 그림은 크지만… 당 법률자문위원장을 맡은 주진우 의원은 지난달 22일엔 항소심 재판부에 신속한 재판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지난 9일엔 이 대표가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것을 비난하면서 신속한 재판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또다시 제출했다. 이를 고려해서인지, 일각에선 ‘윤 대통령 하야설’도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지난 13일 변론기일서 “헌재가 탄핵 심판을 지금처럼 한다면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지난 14일 YTN 라디오 <이익선·최수영의 이슈앤피플>에 출연해 “이재명 재판만으로 여론을 크게 흔들기 어려울 것”이라며, “진짜 변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하야 성명을 발표할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하야가 선거판을 크게 흔들 수 있다”며 “동정 여론이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반이재명 진영에도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그 근거로 “인기와 아쉬움이 있을 때 하야를 선언하는 것이 극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이런 상황이 반영되면 윤 대통령의 형사재판서도 불구속 재판 가능성이 커지고 이 대표와 민주당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것을 제시했다. 물론 윤 대통령 측과 국민의힘은 모두 이를 부인하고 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의 일원인 석동현 변호사는 지난 14일 채널A와의 인터뷰서 “하야를 운운하는 건 탄핵 공작하는 이들의 사악한 상상력이자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권 비대위원장도 “현실적으로 고려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이를 견제하기 위해 직접 반응을 보였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지난 14일 “하야 꼼수는 꿈도 꾸지 말라”고 비판했다. 박지원 의원도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승만의 길을 가건, 박근혜의 길을 가건, 국민 관심 밖이며, 그 선택은 이미 늦었다”고 반응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일국의 집권당이자 보수 대표 정당이란 점을 통찰할 필요가 있다. 책임 있는 유력 정당은 재집권 명분을 청사진 제시를 통해 찾아야 한다. 그러므로 “이재명은 안 된다”는 국민의힘의 정치철학과 정책이 얼마나 빈곤한지 드러내고, 이 대표의 맞상대로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대선주자가 부재한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자폭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각 당의 강성 지지자들과 중도층은 이질적인데, 이는 민주당도 경험했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중도층 공략을 위해 ▲반도체특별법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조항 허용 ▲상속세 완화 등 ‘잘사니즘’을 제시했다. ‘강성+중도’ 두 마리 다 놓칠라 이질적 집단 아우를 정치력 부재 그러자 노동계가 민주당에 반발하는 일이 있었다. 국민의힘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도 같은 날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며 “우향우 깜빡이를 켰으면 계속 우측으로 달려주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강성 지지자들은 요란하게 자신의 견해를 밝히면서 지지 정당을 압박한다. 반대로 중도층은 조용하다. 양당으로부터 각각 실리를 얻길 바라면서, 그때그때 양당을 선택한다. 조용하므로 반응은 선거서만 확인할 수 있어, 경향을 파악하기도 어렵다. 파악하기 어렵다고 무시할 수 있는 비중도 아니다. 양당은 각각 30~40%의 지지를 얻고 있고, 무당파는 20~30%의 비중을 차지한다. 딜레마는 이로부터 비롯된다. 강성 지지자든 중도층이든, 선거에선 각각 1표씩밖에 행사할 수 없다. 강성 지지자들의 불만을 사지 않으면서 중도층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그러려면, 융통성 있는 정치력과 지휘력·통솔력을 갖춰야 한다. 호감을 얻기에 비교적 어렵지 않은 강성 지지자들에 의존하는 정치로는 정당과 정치인의 지휘력·통솔력을 확인할 수 없다. 이질적인 두 집단을 모두 묶을 수 있는 지휘력·통솔력이야말로 진정한 정치력이다. 이는 현대 정치서도 확인할 수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1997년 제15대 대선 당시 DJP연합과 국민신당 이인제 당시 후보가 신한국당을 탈당한 흐름을 타고 약 39만표 차이로 신한국당 이회창 당시 후보를 상대로 신승했다. 이회창 후보는 당내 경선을 함께 치른 후보들을 통합하는 데 실패해 이인제 후보의 탈당을 막지 못했다. 이 후보는 5년 후 제16대 대선에 다시 출마했지만, 김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원하면서 재차 낙선했다. “개혁 성향의 영남권 대선후보를 선택해 영남권 표심 일부를 이탈시키고, 호남이 전력으로 지원한다”는 김 전 대통령의 대전략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국민의힘엔 당 지도부와 유력 대권주자를 가리지 않고, 이질적인 집단을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정치인이 잘 보이지 않는다. “A지만 B다”라는 어설픈 모순 발언까지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하면 양쪽의 반발만 살 뿐, 둘 다 놓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그림만 클 뿐, 치명적인 모순이 될 수도 있다. 강성 지지자들은 모순을 두려워하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두둔한다. 중도층은 양당 모두를 객관적으로 살피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모순에 민감하다. 모순이 큰 정치인일수록 지지하길 꺼린다. 지난 20대 대선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를 일컬어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란 표현이 유행했던 이유도, 두 사람 모두 사적 행보와 공적 언행의 불일치가 컸기 때문이었다. 어설프면서 솔깃한 이유 국민의힘은 배출하는 대통령마다 구치소로 가는 일이 연이어 발생했다. 하지만 의원들은 대통령의 일부 핵심 측근 외엔 지역구를 토대로 정치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일이 거듭되면, 의원들은 겉으로만 대통령을 두둔할 뿐, 몰락한 대통령을 가차 없이 버리고 자신의 정치 생명에 몰두하는 것을 체화하게 된다. 따라서 중도 성향 대선주자를 옹립했다가 중도 공략 실패로 대선에 패배할 경우, 책임을 그 중도 성향 대선주자에게 뒤집어씌우는 사태도 발생할 수 있다.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특정 인물에게 책임을 몰기는 쉬운 탓이다. 국민의힘의 ‘양다리 작전’이 어설프면서도 솔깃할 수도 있는 이유다. <ctzxp@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최근 정치권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개헌이다. 매번 대선 때마다 돌림노래처럼 개헌을 외치지만 한 목소리로 모이지 않는다. 1987년 이후 개헌을 성공한 대통령이 아무도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일까? ‘탄핵 물타기’부터 ‘이재명 흔들기’까지, 개헌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두고 갖가지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개헌에 소극적이던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 이후 눈에 띄게 빠른 걸음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맞서 비명(비 이재명)계도 “절대권력 분산”을 외치며 개헌 논의에 올라탔다. 여야 할 것 없이 동상이몽을 꿈꾸기엔 덥석 손을 잡기에는 망설임이 더 크다. 너도나도 급 띄우기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서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를 열고 개헌을 언급했다. 정작 본인은 대권 행보와 선을 그었지만, 국가 개조의 핵심 키워드로 ‘지방 분권’을 제시한 만큼 정치권에서는 조기 대선을 의식한 행보로 해석했다. 이날 오 시장은 중앙집권적 구조로 인한 지역 간 불균형과 지방 소멸을 언급하며 “중앙정부가 예산을 나눠 주고 일부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방식으로는 지역의 자생적 성장을 촉진할 수 없다. 각 지역이 독자적인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권한을 지방에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산과 인력, 규제라는 3대 권한을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행사할 수 있어야 하고 중앙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조력자로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며 “특히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조정하고 자원과 행정 인력을 균형 있게 재배치하는 등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3일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제왕적 대통령제를 분권형으로 개헌하고 선거구제를 개편해야 한다”며 2026년 지방선거 실시와 함께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제안했다. 또 다른 보수 잠룡인 홍준표 대구시장 역시 4년 중임제를 비롯한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과 한동훈 전 대표 역시 개헌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힘을 실었다. 야권서도 활발하게 개헌 논의에 군불을 때고 있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행정수도 세종 이전의 추진 방안과 과제’ 토론회에 참석해 행정수도 이전을 주장했다. 개헌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국토 균형 발전을 통한 초광역 단위 지방정부 시대를 열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제대로 된 지방정부를 위한 개헌이 따라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외 비명계 모임 ‘초일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양기대 전 의원이 꾸린 ‘희망과 대안 포럼’은 지난 18일 출범식을 통해 “87년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개헌을 통해 중앙집권적 정치 구조를 분권형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실현하는 연대의 틀을 만드는 데 포럼이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이날 출범식에 자리해 “헌정 질서를 짓밟는 절대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 견제가 가능한 권력구조로의 개편을 포함해 국민소득 3만5000불 시대에 맞는 헌법, 지방분권이 포함된 헌법을 위해 개헌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 로드맵을 제시하고 약속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금 당장” 개헌 밀어붙이는 잠룡들 이 “빨간 넥타이만 좋아해” 선 긋기 지난 전당대회서 이재명 대표의 대항마로 떠오른 김두관 전 의원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개헌 1인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제왕적 대통령, 5년 단임제가 제도상 허점이 많다는 게 여실히 증명됐음에도 7공화국을 열 개헌을 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 당의 주류나 시민사회 일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중요하지, 개헌이 무슨 소리냐’는 분들도 계신다”며 “정치인들이 이런 혼란스러움을 빨리 정리해야 한다. 사회권, 기본권, 광주 민주화운동 정신 등 너무 많은 것을 한번에 담기보다 원포인트 4년 중임제에 초점을 맞추고 단계적으로 나아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광재 전 의원도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탄핵이 인용된 이후 개헌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본다”며 “계엄, 특히 불법 계엄이 없는 나라를 만드는 게 최우선이다. 두 번째는 위협받는 국민의 삶을 안정화하고 배고프지 않은 나라, 배 아프지 않은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야 정치 원로도 한목소리로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정대철 헌정회장을 비롯해 ▲김원기·박병석·정세균 전 국회의장 ▲김부겸·이낙연 전 국무총리 ▲여야 당 대표를 지낸 서청원·김무성·손학규·황우여 전 대표 등이 함께하는 ‘나라를 걱정하는 원로모임’은 “국회의장 및 여야 대표는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추경과 함께 개헌 과제를 여야정 협의체에 조속히 상정해 본격 논의하고 이른 시일 내 국회 헌법 개정특위를 구성해 즉시 가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여야 모두 7공화국의 문을 여는 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87년 체제를 극복하고 더 나은 나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개헌을 논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쯤에서 민주당 이 대표의 입에 이목이 쏠린다. 개헌에 침묵하는 민주당이 여야의 압박을 언제까지나 모른 척하긴 어려울 것이다. 여기에 이 대표는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할 때다. 개헌 얘기를 하면 이게 블랙홀이 된다. 빨간 넥타이 매신 분들이 좋아하게 돼있다”고 밝힌 게 전부다. 이 대표가 처음부터 개헌을 외면한 것은 아니다. 그는 지난 2022년 대선후보이던 시절 “임기 내 개헌을 추진하겠다. 책임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4년 중임제가 세계적인 추세, 권력이 좀 분산된 4년 중임제로 가야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알맹이 없는 말, 말, 말…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서 ‘개헌에 합의할 경우 임기를 1년 단축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리 어려운 일이겠느냐”며 “국가 백년대계, 경국대전을 다시 쓰는 것이다. 국민에 필요한 제도를 만드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개헌 중에서도 대통령 임기 단축 문제는 매번 대선 때마다 화두에 오르는 주제다. 후보들은 앞다퉈 개헌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행동에 옮기기까지 여러 시행착오를 겪는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모두 개헌을 약속했지만 임기 내 실현되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2016년 민주당 전 대표이던 시절 제왕적 대통령제 폐단을 막기 위한 개헌론에는 원론적으로 공감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만 “개헌의 방향을 특정해 임기 단축을 말하는 것은 다분히 정치공학적 얘기다. 이해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한다면 다음 정부는 과도정부밖에 되지 않는다”며 “촛불 민심이 요구하는 대청산과 개혁을 해내려면 5년 임기도 짧다”고도 주장했다. 이는 당시 비문(비 문재인)계로 불리는 이들이 개헌을 압박 카드로 제시하고 나선 때다. 이른바 ‘개헌파’로 불리던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를 비롯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마찰을 겪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런 문 전 대통령도 2017년 대통령 후보가 되자 “4년 중임 대통령제 개헌은 5년 단임제의 폐해를 극복하는 방법”이라며 “차기 대선을 2022년 전국동시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서 이 때부터 4년 중임제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막상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이후 개헌안은 당시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전직 야권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서 “대통령이든 뭐든 후보가 되면 일단 다 개헌을 하겠다고 약속한다. 특히 야당이 그렇다. 그러고는 막상 집권하면 흐린 눈으로 외면하는 현실”이라며 “권력구조와 정치권의 의지 문제다. 어렵게 얻은 권력을 조금이라도 단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직은 각개전투 이 대표가 개헌 논의에 확답을 주지 않는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라고 해석했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선두주자는 안정적인 현 체제를 유지하길 원하지만, 나머지 주자는 개헌 등을 차별화 포인트로 판을 흔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신 개헌파’의 목적이 정말 개헌인지 의문스럽다는 눈빛을 보낸다. 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이재명이라는 대권후보를 압박하기 위한 요소로 개헌을 쥐고 흔드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 현직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모두가 개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알맹이가 없다. 정확히 어떤 내용을 언제 어떤 식으로 처리할 것인지 뚜렷한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며 “특히 국민의힘이 앞다퉈 개헌을 주장하는데, 국면 전환용이라는 의심을 받기 좋은 상황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시선을 분산시키려는 무책임한 제안”이라고 지적했다. 개헌을 고리로 폭넓은 연대를 구축하는 시나리오가 여의도 곳곳서 풍문으로 들려온다. 여당과 비명계가 동시에 개헌 논의를 띄운 만큼 이들 중 일부가 빅텐트를 세워 제7공화국 청사진을 제시할 것이란 예측이다. 김 전 의원은 희망과 대안 포럼을 주축으로 ‘탄핵과 개헌연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향후 50년, 미래 100년의 대한민국 운명을 건 개헌을 통해 7공화국을 이뤄내야 한다”며 “이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는 내란 세력 제압이 먼저라고 말을 하지만 조기 대선에 승리해 민주 정부를 수립하는 것을 결코 등한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여야 빅텐트는 어렵다” “의미 있는 통합이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 등의 이유로 선을 그었다. 분권형 대통령제, 이원집정부제 등 각자 원하는 방향이 달라 같은 당에서조차 손을 잡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는 이유다. 번갯불에 콩 굽듯…우후죽순 쏟아지는 안건 충돌하는 이해타산…똑 떨어지지 않는 답 당장 민주당만 하더라도 저마다 개헌을 외치지만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있다. 개헌 방안이 중구난방인 만큼 최종 개헌안을 제시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의원은 분권형 대통령제 방식의 개헌을 주장하며 “제왕적 대통령 권한을 내각과 국회로 나누는 분권형 4년 중임제, 대통령 권한을 총리와 나누는 책임총리제로 개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승자독식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꿔 적대적 공생관계인 양당 체제를 다당체제로 바꿔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반면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국민 컨센서스가 높은 분권형 4년 중임제로 개편된다면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선거 주기를 일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다음 대통령의 임기를 3년으로 2년 단축해 2028년 총선과 대선을 함께 치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사정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은 당 개헌특위를 꾸려 자체 개헌안을 만들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행정·입법권력 견제와 균형을 위한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양원제를 제시한 것에 그쳤다. 여권서 가장 눈여겨보는 건 오 시장과 안 의원 간의 연대 가능성이다. 지난 12일 안 의원은 오 시장의 개헌 토론회에 찾아간 만큼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이 개헌을 교집합 삼아 손을 잡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안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대선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데, 지금 연대 이야기하는 거는 너무나도 앞서 나간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이런 가운데 야5당이 함께하는 원탁회의가 또 다른 연결고리가 될지 이목이 쏠린다. 지난 19일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은 ‘내란 종식 민주 헌정 수호 새로운 대한민국 원탁회의’ 출범식을 열고 내란 종식과 정치·사회·권력기관 개혁 및 민생경제 살리기를 기치로 내걸었다. 또 다른 연결고리 이날 개헌은 논의 대상서 빠졌다. 개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임에도 협의 테이블에조차 오르지 못하면서 동력이 저하될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권력기관 개편과 불법 계엄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는 개헌은 사실상 수순”이라면서도 “국민의힘 개헌 논의에 말리지 않기 위해 수위 조절을 하겠지만 결국 논의할 수밖에 없다. 추후 개헌 관련 합의구조를 만드는 과정서 야권연대 후보 선출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야5당 원탁회의 차기 집권 노림수? 야5당이 뭉친 원탁회의의 목적과 지속 가능성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조기 대선이 사실상 확정되는 분위기 속에서 차기 집권여당으로서 발돋움을 하기 위한 준비가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내란 수괴 윤석열과 국민의힘을 포함한 극우 내란 세력의 헌정 파괴 행위를 막아낼 것”이라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뜻을 모아 나가겠다. 그 과정에서 늘 광장의 민심에 주파수를 맞추겠다. 시민사회와도 연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야5당 대표들은 “광장의 민심에 주파수를 맞추고 시민사회와도 연대하겠다”고 밝힌 만큼 다음 달 1일 원탁회의 차원서 공동집회를 여는 데 합의했다. 다만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범야권 연대’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 대변인은 “대선 혹은 대선 준비·야권 단일 후보 이런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박>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는 전 국민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 정도로 높은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현재 그는 감옥에 있다. 법망을 피하려는 사람을 잡아넣던 과거가 무색하게 본인이 그 그물에 걸려들었다. 지나칠 정도로 초라한 말로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 인생을 논할 때 박영수 전 특별검사(사법연수원 10기)는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박 전 특검은 지방에 좌천돼있던 윤 대통령을 서울로 불러 요직을 맡겼다. 윤 대통령은 박 전 특검의 부름을 발판 삼아 정권교체 이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뛰어올랐다. 대권 행보의 첫걸음이 된 셈이다. 유명한 특수통 ‘윤의 구세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른바 국정 농단 사건은 그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었다.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부여받지 못한 일반인이 국정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회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파면됐고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전에도 대통령이 구속된 사례가 있었지만 전 국민의 관심도는 비할 바가 못됐다. 2016년 11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조승식·박영수 두 변호사 가운데 박 전 특검을 임명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 대검찰청 강력과장, 서울중앙지검 2차장, 대검찰청 중수부장, 서울고검장 등을 거친 박 전 특검은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불렸다. 2009년 검찰을 떠나 법무법인 강남의 대표변호사로 활동하다가 특검으로 발탁됐다. 박 전 특검은 당시 대전고검에 있던 윤 대통령을 ‘수사팀장’으로 영입했다. 현직 대통령 신분이었던 박 전 대통령을 수사할 ‘슈퍼 특검팀’의 시작이었다. ‘박영수 특검팀’, 정식 명칭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 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은 전 국민의 이목이 쏠린 상태서 출범했다. 수사 기간, 규모 등에서 역대 특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조건이라는 말이 뒤따랐다. 박 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여론이 반대보다 압도적으로 높아 국민적 지지도 높았다. 박 전 특검은 임명된 이후 “좌고우면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정 농단 사태로 스타덤 전 국민의 지지 받았지만 박영수 특검팀은 삼성 등 대기업 뇌물, 국민연금공단의 삼성 합병 찬성,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 등을 수사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비롯해 30여명을 기소했다. 이후에 나온 법원의 판결은 차치하고라도 역대로 따져도 가장 성공한 특검이라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이 같은 평가는 박 전 특검이 각종 사건에 연루되면서 빛이 바래기 시작했다. ‘가짜 수산업자’ 사건,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등에 박 전 특검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현직 대통령을 수사하던 특별검사가 거꾸로 피의자 신분이 된 상황은 충격으로 이어졌다. 한때 윤 대통령의 ‘구세주’로 불렸던 인물의 몰락이었다. ‘가짜 수산업자’ 사건은 김모씨가 수산업자 행세를 하면서 피해자로부터 돈을 챙겼다는 내용이다. 그는 2018년 6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선박 운용사업과 선동 오징어(선상에서 급랭한 오징어) 매매 사업에 대한 투자금 명목으로 7명으로부터 총 116억2400여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았다. 피해자들은 수개월 안에 3~4배의 수익을 얻게 해주겠다는 그의 말을 믿고 투자했다가 손해를 봤다. 박 전 특검은 이 가짜 수산업자에게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때 언급된 게 명품 자동차 ‘포르쉐’다. 가짜 수산업자가 제공한 포르쉐를 무상으로 타고 다녔다는 내용이다. 2021년 7월 박 전 특검은 이른바 ‘포르쉐 의혹’이 제기된 지 사흘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당시 박 전 특검은 ‘도의적 책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자리를 내려놨다. 금품수수 유죄 인정 이후 2022년 11월 가짜 수산업자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2020년 3회에 걸쳐 86만원 상당의 수산물을 받고 대여료 250만원 상당의 포르쉐 차량을 무상으로 이용해 336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는 것이다. 박 전 특검 측은 포르쉐를 공짜로 타고 다녔다는 혐의에 대해 “처음부터 비용을 지급할 의사로 차량 등을 대여했고 실제로 지급했다”며 “금품수수에 관해서는 고의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특검은 공직자가 아니라는 주장도 펼쳤다. 공직자가 아니기에 1회당 100만원이 넘거나 1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문제가 되는 청탁금지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는 박 전 특검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과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 신뢰가 크게 훼손된 사안”이라며 “박영수 피고인은 박근혜 정부 국정 농단 사건의 규명을 위해 임명된 특검으로서 어느 공직자보다 공정성, 청렴성 등에서 모범을 보여야 함에도 금품을 수수했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공직자가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특검은 국가적 의혹 사건의 공정한 수사와 진상규명을 목적으로 설치된 독립된 기관”이라며 “특검법은 형법이나 그 밖의 법률에 따른 벌칙 때 공무원으로 본다고 규정한다”고 했다. 박 전 특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서 파생된 ‘50억 클럽’에도 박 전 특검의 이름이 언급됐다.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은 2021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서 불거진 이후 이재명 대표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이 대표를 비롯해 주요 관련자들이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사건마다 이름 나와 2023년 검찰은 두 번의 청구 끝에 박 전 특검의 신병을 확보했다. 박 전 특검은 2014년 11월~2015년 4월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재임 당시,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200억원과 대지 및 주택을 약속받고 8억원을 수수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를 받았다. 검찰은 박 전 특검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서 기각되자 보강 수사를 진행해 재청구했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2015년 3~4월 화천대유자산관리(이하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으로부터 5억원을 받고 50억원을 약속받았다고 봤다. 또 박 전 특검이 특검으로 활동하던 2019년 9월~2021년 2월 딸과 공모해 11억원을 받은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를 추가했다. 2016년 화천대유에 입사한 박 전 특검의 딸은 화천대유로부터 11억원을 빌렸다. 법원은 ‘증거인멸’을 이유로 박 전 특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전 특검은 50억 클럽 의혹으로 기소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1심서 무죄 판결을 받은 지난 2월 정치권에서 이름이 언급되자 자신의 휴대전화를 망치로 부순 혐의도 받았다. 50억 클럽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대장동 개발 수익을 나눠주기로 약속했다고 지목된 인물들이다. 2021년 9월 대장동 수사 과정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총 6명의 이름이 언급됐는데 권순일 전 대법관,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곽상도 전 의원,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과 함께 박 전 특검이 포함됐다. 포르쉐 의혹 삐끗하더니… 대장동 사건으로 징역 7년 최근 박 전 특검이 기소된 혐의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3부는 지난 1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수재 등)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특검에게 징역 7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추징금 1억5000만원도 명했다. 박 전 특검과 함께 기소된 양재식 전 특검보에게는 징역 5년과 벌금 3억원을 선고하고 1억5000만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에게 실형이 선고된 상황이라 신변을 구속할 이유가 상당하다”며 박 전 특검과 양 전 특검보를 법정 구속했다. 당시 박 전 특검은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서 재판을 받고 있었다. 재판부는 박 전 특검이 2014년부터 이듬해까지 우리은행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 감사위원으로 재직하던 당시 우리은행의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컨소시엄 참여에 대한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청탁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개별 청탁 여부는 공소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그 대가로 200억원과 건물 등을 약속받은 데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나 면소라고 봤다.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 대출용 여신의향서 발급에 도움을 준 대가로 50억원을 약정받고 5억원을 받은 혐의도 무죄를 선고했다. 딸을 통해 11억원을 받은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가 유죄로 본 부분은 박 전 특검이 대장동 민간업자인 남욱 변호사로부터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 회장 선거자금 명목으로 3억원을 수수한 혐의다. 재판부는 “남 변호사가 3억원을 전달한 시기와 장소, 전달 방법 등을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박 전 특검은 지난 18일 항소했다. 3억원 수수 부분도 무죄라는 취지다. 박 전 특검 측은 사실오인 및 법리 오해, 양형 부당을 이유로 들었다. 1심서 유일하게 인정한 변협 선거자금 수수 부분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단 항소 다음은? 박 전 특검이 가짜 수산업자 사건과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서 잇따라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과거의 영광은 완전히 사라졌다. 한때 가장 성공한 특검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두 차례나 구속된 피고인으로 전락했다. 문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점이다. 가짜 수산업자 사건은 항소심이 진행 중이고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도 아직 뿌리가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박 전 특검의 몰락은 현재진행형일 수 있다는 뜻이다. <jsjang@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의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가 전액 삭감된 지 한 달이 지났다. 고작 한 달 만에 압수수색은 3분의 1로 줄고 미접자 검거도 줄어들었다. 검찰이 삭감 예정부터 언급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추가경정예산서도 특활비와 특경비가 복원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지난해 12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의 검찰 특수활동부(이하 특활비)와 특정업무경비(특경비)가 전액 삭감됐다. 이에 삭감 예정 때부터 나왔던 검찰의 수사 차질이 현실화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수사 차질 현실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는 지난해 12월10일, 검찰의 올해 특활비 80억원과 특경비 507억원을 전액 삭감하는 것으로 의결했다. 그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특활비 등이 목적대로 사용되지 않는다면서 사용처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면 삭감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이에 법무부와 검찰은 특경비는 절반 이상이 각 검사와 수사관 계좌로 지급되고 나머지도 영수증 처리를 하기 때문에 증빙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계속 삭감 의지를 보이자 지난해 11월 대검찰청은 서울중앙지검을 포함한 6개 검찰청의 지난해 8개월 특경비 지출 내역을 제출했다. 제출된 지출 내역에는 특경비를 사용한 일자와 장소, 금액 등은 공개하고 특경비의 구체적인 용처가 드러날 경우 수사 중인 사건과 수사 기법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며 경비를 사용한 시간과 당사자의 소속, 비고란 등 내용은 가림 처리를 해 제출했다. 법무부도 지난해 1년 치 특경비 및 업무추진비(이하 업추비) 사용 내역과 최근 3년치 국내 여비 등을 제출했다. 그러나 국회 측의 입장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이에 법무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그동안 국회 예산 심사 과정서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증빙자료를 성실히 제출했음에도, 특활비뿐만 아니라 전국의 검찰 구성원 1만여명에게 지급되는 최소한의 경비인 특경비까지 전액 삭감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대검도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검찰의 기능을 마비시킬 것이라고 반발했다. 대검은 입장문에서 “특경비는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국회, 대법원 등 다른 많은 부처에도 지급되고 있는데 유독 검찰의 특경비만 없앤다는 것은 전례가 없고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검찰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결과가 될 것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또 “특경비는 수사, 감사, 예산, 조사 등 특정 업무수행에 소요되는 실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지급하는 경비로서 수사요원 활동비, 검거 수사비, 수사 활동 및 정보 활동에 필요한 경비 등으로 구성돼있다”며 “특경비는 검사와 6∼9급 수사관을 포함한 전국의 검찰 구성원에게 지급되는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성범죄, 마약범죄, 산업재해, 각종 형사 범죄 등 민생침해범죄 수사에서부터 벌금 미납자 검거, 지명 수배자 검거 등 형 집행 업무에 이르기까지 검찰의 업무 전반에 사용되는 필수적인 비용”이라고 강조했다. 자료 제출에도 전액 삭감 미루는 압수수색과 검거 이어 “특히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민생침해범죄 증가, 중대재해처벌법 50인 이하 사업장 적용 확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딥페이크·N번방 등 디지털 성범죄 급증에 따른 수사 소요에 대응하기 위한 특경비가 포함돼있었다”고 덧붙였다. 특경비가 전액 삭감된 지 한 달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부작용은 벌써 나오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미집자(자유형 미집행자·재판 중 실형이 선고됐으나 출석하지 않고 도망다니는 사람) 수는 6155명으로 2023년(6075명)보다 80명 가까이 늘었다. 미집자 수는 2020년(4548명)만 해도 4000여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해마다 신규 미집자가 늘면서 2023년에는 6000명선을 넘어섰다. 해마다 검거(집행)되고 있는 미집자는 3000여명 수준이다. 지난해는 3611명으로 2023년(3682명)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반면 국내외로 도피해 여전히 검거되지 못한 미집자는 지난해 2387명으로 2023년 2251명보다 100명가량 늘었다. 특경비 전액 삭감 이후인 지난 1월 검거된 미집자는 217명이다. 작년 월평균인 301명보다 30%나 감소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찰 관계자는 “미집자 검거 과정서 소요되는 숙박·유류 비용은 일부 지급되지만, 최소한의 금액이라 항시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검거에 나서는)인원이 한정된 상황서 특경비까지 100% 삭감돼, 말 그대로 주머니 돈을 털어서 범죄자를 쫓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토로했다. 특경비가 전액 삭감된 이후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 건수도 줄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1월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 건수는 전년 동월 대비 3분의 1가량 감소했다. 검찰이 교통비, 장비 사용료, 검사 및 수사관들의 출장비·식비 등 기본적인 비용 지출에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급한 사건이 아니면 강제 수사에 나서지 않는 것이다. 특히 이런 현상은 기업 범죄를 다루는 재경지검에 더 많이 일어나고 있다. 재경지검을 비롯한 지방청에는 비자금, 차명계좌를 활용한 조세포탈 고발건 등 경제범죄와 국세청과 금감원으로부터 넘겨받은 사건들이 산적해 있다. 하지만 검찰은 현재 특별한 사건(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나 국세청과 금감원, 공정위서 수사를 마치고 검찰로 넘어온 사건) 외에 경찰 송치 사건 위주로 처리 중이다. 필수적 비용도… 일례로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추가 압수수색이 불가피한 사건서도 영장 청구를 미뤘다고 한다. 설령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더라도 집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수사팀은 ‘국세청이 지난해 세무조사를 실시했고,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국세청의 자료를 기다리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국세청이 ‘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앞세워 검찰 몫까지 사정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국세청은 예년과 다름 없이 특활비와 특경비 삭감이 없었으며, 이를 토대로 정기·특별 세무조사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 4일, 한국자산신탁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용역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하는 등 사익을 추구한 혐의로 임직원이 구속 기소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회사로 들고 난 불법 자금이 있는지 등을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에는 한국토지신탁에 대한 세무조사에도 착수했다. 한국토지신탁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이승학 부장검사)의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달에는 DL이앤씨 등 DL그룹 계열사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를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했다. DL그룹은 사주 일가가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고 있다. 조세범칙조사는 세무조사 과정서 의도적인 조세포탈 행위가 발견될 경우 진행된다. DL그룹 외에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효성중공업, 만나코퍼레이션, 더케이텍, 골프존뉴딘그룹, 알에프세미 등 다수 대기업의 사주 일가와 특수관계법인 간 자금 거래와 세금탈루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경비 전액 감액으로 현장서 뛰는 수사관과 검사들은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최근 검찰 내부 게시판인 ‘이프로스’에는 ‘가슴 시린 특경비’ ‘특경비 집행 지침 등 위반 여부 관련’ ‘아빠 무슨 잘못했어?’ 등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가슴 시린 특경비’라는 게시글은 지방검찰청 소속 김모 수사관이 작성했다. 김 수사관은 글에서 “검찰의 특경비는 업무 수행 실경비를 의미하며 검찰 구성원들에게 매월 정액(定額)으로 지급됐다”며 “특경비는 주요 피의자를 체포하기 위해 지방 출장을 가면 소요되는 경비를 보조하는 차원이었다”고 했다. 이어 “또 검찰청 어디를 불문하고 수사 활동 간 단합 도모 차원서 점심식사라도 함께하는 제반 비용으로서 활용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그런 비용이 전액 삭감되면서 구성원들의 의욕이 심히 저해되고 국민 삶에 해가 직결될까 우려된다”고도 했다. 영장도 미뤘다 김 수사관은 “주 1회 점심식사 같이 하는 것도 하지 마라고 예산을 삭감했는데, 충분히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음에도 눈치만 볼 뿐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강경 노조 단체에 속한 근로자들의 임금이 월 2만7000원만 깎여도 어떤 상황들이 전개될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글에는 “애들 학원 끊고 외식 두어 번 줄여야겠다” “미집자는 떵떵거리며 사는데 우리 수사관들은 활동비가 없어 추위에 굶어가면서 일해야 한다” “공수처 회식을 특경비로 결제했다는 기사를 봤다. 공수처는 옳고 검찰은 틀린 게 뭐가 있냐”는 댓글들이 달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초임 검찰 수사관은 “9급 수사관 초봉이 월 200만원가량인데 이제는 이마저도 수사에 쓰고 있다”며 “조금이라도 수사비를 아끼기 위해 식사를 거르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한 재경지검 소속 수사관은 “지방이나 대규모 압수수색에 나설 때는 고속버스를 대절하고, 현장을 벗어날 수 없어 식사도 찬 바닥서 도시락으로 먹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며 “압수수색 대상 기업이 도시락을 제공해준다고 해도, 혐의를 지닌 곳에서 주는 그 어떤 편의도 받아들일 수 없어 항상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업무 중에도 각자 돈을 걷어서 간단히 김밥으로 식사를 해결하거나, 그마저도 어려우면 굶고 수사를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압수수색 한번 나갈 때 검사가 최소 60~70만원의 수사 비용을 사비로 감당해야 한다”며 “제대로 된 수사를 하려면 검사는 자신의 월급 상당액을 수사비로 사용하며 봉사해야 하는 상황인데, 검사 개인에게 수사기관 운영을 위한 필수 비용을 부담시키는 게 온당한 일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검찰 예산이 논란이 된 이번 기회에 특활비·특경비뿐 아니라 검찰의 전반적인 예산 부족 실태를 공론화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검사와 수사관들이 서류 검토 및 현장 수사 등을 위해 밤낮없이 일하고 있지만 휴일수당은 물론 시간 외 근무수당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이 누적된 결과다. 실제 검사의 경우 초임이라 해도 임관과 동시에 3급 공무원 대우를 받는다. 5급 이하 직원에게 지급되는 시간외 수당을 받을 수 없는 구조다. ‘검사의 보수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는 아예 시간외 수당이라는 항목 자체가 없다. 수사관은 월 57시간까지만 시간 외 근무수당이 인정되지만, 많게는 월 100시간 이상의 시간 외 근무를 이어가는 업무 현실을 감안할 때 수당 책정 기준에 대한 불만이 이어져 왔다. “아이 학원비 아껴 수사비로” “월급 200만원 수사비로 사용” 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서 속도감 있게 실체를 규명해 엄벌하고 싶어도 예산이 없으면 지휘부서도 수사를 독려하거나 사비로 충당해서라도 압수수색을 나가라고 지시하기는 쉽지 않다”며 “돈을 들이지 않고도 확보할 수 있는 증거만 찾는 선에서 소극적으로 수사하게 될 것이고, 월급을 수사비로 사용할 수 없는 검사는 버티지 못하고 반강제로 옷을 벗을 수밖에 없는 왜곡된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경비 전액 삭감으로 신종 범죄나 지능범죄에는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부 소속 한 검사는 “딥러닝 기술의 발전은 과학·문화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나, 딥페이크 성범죄라는 신종 범죄를 만들어냈다”며 “보이스피싱도 딥페이크 음성 기술을 이용해 한층 더 정교하게 발전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몇 년간 급격히 늘어난 마약범죄도 마찬가지”라며 “이제는 학원가서 학생을 대상으로 마약을 탄 음료수가 뿌려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우편으로 마약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됐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런 사건의 수사를 위해 사용되는 것이 특활비와 특경비인데 특경비는 보안이 필요한 수사에 사용된다”며 “활동할 때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기록을 남길 경우 수사 기밀이나 동선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고, 무엇보다 제보자의 신원이 노출될 위험이 있다. 본인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수사기관에 누가 제보를 하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신종 범죄가 이슈가 되면 이에 대한 법안을 만들고 수사기관엔 신속한 대응을 요구하면서, 정작 이를 수행할 수사기관의 팔·다리는 잘라내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마약류인 프로포폴을 돈만 내면 무제한으로 불법 투약해 준 A 의원을 적발한 서울중앙지검의 한 수사관은 “‘일대에 그런 병원이 있다’는 첩보를 토대로 의심 가는 의원을 직접 찾아다니고 일주일 넘게 잠복 수사해서 결국 검거했다”며 “비공개로 처리하는 특경비가 없어진 만큼 이런 첩보에 대응하려는 움직임 자체가 적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는 검찰 관계자들의 불만이 계속 나오지만 특활비와 특경비는 복원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추가경정예산 카드를 꺼냄에 따라 ‘검찰의 특활비·특경비가 복원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팔과 다리 잘라낸 꼴”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특수 수사를 오랜 기간 해야 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데, 이때 특활비와 특경비는 필수적이다. 장기적으로는 수사력이 약화돼 국가적으로 손해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변호사 역시 “일반 국민들이 마약에 중독되고, 사회 전반에 퍼지게 되면 마약을 투약하지 않은 국민도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마약 수사할 때 특활비가 많이 사용되는데 예산 삭감을 강행할 경우, 수사 동력을 상실할 것”이라며 “법무부서 특활비·특경비 예산 복원을 요구하더라도 야당서 이를 수용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