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초대석> 나라의 진짜 어른을 모시다 - 김상근 목사의 희망 메시지

“누가 뭐래도 우리 국민은 위대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10개월이 흘렀다.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 등을 거치면서 ‘무정부’ 상태에서는 벗어났다. 표면상으로는 안정기에 접어든 모양새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격랑의 시대’ 그 자체다. 정치색, 세대, 성, 지역 등 나뉠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대혼란을 잠재울 방법을 찾아 종교계 큰 어른을 만났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자리한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하 기사연)에서 김상근 목사를 만났다. <일요시사> 취재진이 먼저 기사연에 도착해 김 목사를 기다리는데 입구 쪽에서 ‘으쌰, 으쌰’ 하는 기합 소리가 들렸다. 거동이 불편한 김 목사가 난간을 잡고 계단을 내려오면서 내는 소리였다.

사법부 늑장
갈라진 합의

지팡이를 팔에 걸고 한 칸씩 천천히 발을 디뎌 계단을 다 내려오는데 들린 ‘으쌰’ 소리는 열 번 정도였다. 차는 숨을 고르면서 김 목사는 방석 두 개를 덧댄 뒤 의자에 앉았다. 지팡이를 짚고 느리게 걸을 뿐 여든이 넘었다고 보기 어려울 만큼 활력이 넘쳤다. 인터뷰 장소까지는 직접 차를 몰고 왔다고 했다.

김 목사는 기독교계 민주화운동의 원로다. 김대중정부 시기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노무현정부, 문재인정부 시기에 공직을 맡는 등 진보 정권에서 일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집회에 참석하고 홈플러스 사태에 목소리를 내는 등 여전히 사회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인터뷰에 앞서 ‘사회 혼란을 겪고 있는 국민에게 따뜻한 덕담을 해주신다는 생각으로 말해줬으면 한다’는 기자에게 김 목사는 환히 웃으면서도 “덕담할 때가 아니야”라는 뼈있는 말을 던졌다. 지난해 12월3일, 전 국민을 충격과 경악에 빠뜨린 비상계엄 사태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는 취지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김 목사는 현재 사회를 “상식이 붕괴하면서 오는 혼란과 갈등이 매일 증폭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개인이 가진 상식, 그게 모여서 사회적 상식이 된다. 일종의 사회적 합의인데, 그 큰 합의가 현재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목사는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와 10개월이 지난 현재를 언급했다. 그는 “계엄령이 선포될 당시 전 국민이 그 모습을 봤다. 그때는 일부를 제외한 거의 모든 국민이 ‘이건 대한민국이 아니다. 내란이 일어났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계엄군으로 출동한 이들도 머뭇거리지 않았나. 어떤 군인은 철수할 때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그게 상식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비상계엄 사태 이후 10개월이 지나도록 당시 국민이 생각했던 상식이 입증되지 않으면서 의견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계엄령이 잘못됐다는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지 않으면서 상식이 붕괴한 것”이라며 “비상계엄 사태 직후에는 언급되지 않았던 윤석열의 정당성, 계엄령이 아니라 ‘계몽령’이라는 주장이 나왔다”고 짚었다.

비상계엄 사태 지나면서
상식 붕괴하고 혼란 가중

미국에서 불기 시작한 극우 바람이 영향을 미쳤다고도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일부 정치 세력을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등에 업은 정치 세력이 지역주의에 편승하면서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미국에서 불고 있는 극우 바람, 마가 바람이 세계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 바람에 매우 취약하다. ‘미국 절대주의’ ‘숭미주의’를 배경으로 미국 것을 생각 없이 받아들이는 이들이 있어서다. 우리나라 문제를 가지고 열리는 집회에 왜 성조기가 등장하나? 문제는 그들이 큰 정치 세력이 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미국발 극우 바람이 우리나라 젊은 층에 스며들고 있는 부분을 우려했다. 김 목사는 “과거에는 본인이 노력하고 애쓰면 개천에서도 용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개천에서 태어나서는 용이 될 수 없다. 이 절망감이 폭력적인 형태로 분출한 게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상층부를 구성하는 이들의 면면을 보면 특목고를 나왔거나 강남에 살거나 아버지 혹은 할아버지가 과거에 저명 인사여서 경제적으로 탄탄한 배경을 가진 경우가 대다수다. 이런 사람들이 서울대 법대를 가고 상층부를 구성한다. 이들은 개천 근처에 간 적도 없고 심지어 개천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 그러지 못한 사람들이 느끼는 절망감은 어떻겠나? 특목고도 나오지 못했고 강남에 살지도 않고 아버지가 부자도 아니다. 그런 이들이 집에 틀어박혀 있다가 국가 기관을 때려 부쉈다. ‘아무개 판사 나와!’ 하고 소리도 질렀다. (윤석열) 대통령이 포옹도 해주고 사진도 함께 찍었다. 이 과정에서 이들에게 잘못된 성취감이 심어졌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김 목사는 정치권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발
극우 바람

그는 “기업에서 사람을 뽑을 때 지연, 학연 등이 영향을 끼치니까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하지 않았나. 그런데 블라인드 채용을 하니까 정말 소위 말하는 스카이(SKY,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 강남 출신 이런 사람들만 취업이 되는 것”이라며 “개천 사람은 취업할 수 없다. 정치권이 20대, 30대를 위한 희망의 사다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게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노력하고 애쓰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사회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목사는 현재 2030세대가 밟고 올라갈 사다리가 끊어진 상태라고 봤다. 그는 “정치권에서 아주 집중적으로 이 젊은 세대가 꿈을 가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갈등을 증폭하는 식으로 이끌고 있다. 그러면 정말 답이 없다”고 우려했다.

아직 손을 쓸 수 있는 시기인지를 묻자 김 목사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러다 “지금 사회가 혼란스럽고 국민이 갈라져 있으니까 대통령도, 정치권도 통합을 말한다. 하지만 통합은 마지막 골(goal)이지 과정이나 수단이 아니다. 통합까지 가는 과정을 고민해야 한다. 이 과정을 고민해야 하는 주체가 정치권이다. 그리고 사회적 숙의를 통해 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정치권이 현안을 놓고 토론해야 한다. 한쪽이 안건을 내면 다른 한쪽은 국회를 박차고 나가는 게 아니라 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필요하면 국민자문단이나 시민단체에 의견을 물어야 한다. 예를 들어 20대, 30대가 왜 서부지법에 쳐들어갔고 그 사람들이 왜 부화뇌동하는지 원인을 분석하고 숙의 과정을 거치면 해결이 가능하다. 그건 정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목사는 “이런 말을 하면 누군가는 ‘무슨 꿈을 꾸고 있어?’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하고 있네’라고 비난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꿈을 꾸는 사람조차 없다. 지금은 집단지성이라는 것 자체가 없다고 봐도 과하지 않다”며 “정치권이 엉뚱한 생각을 해야 한다. 통합이라는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엉뚱한 생각, 화두를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가 생각하는 통합은 무엇일까? 그는 모든 국민이 한 가지 생각을 하도록 하는 것은 ‘독재’라고 잘라 말했다.

마라톤 뛰듯
장기적으로

그는 “다수의 의견에 소수가 동의하는 것, 다수가 합의점을 냈을 때 그 의견에 승복하는 게 바로 통합이다. 가장 좋은 예가 국회다. 국회가 안건을 표결로 결정하면 그게 통합이다. 숙의, 집단지성을 창출하는 과정 없이 거수로만 해서 다수의 폭력으로 여겨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러다 보니 다수당이 되기 위해 죽기 살기로 덤비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목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거론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내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후하게 평가하는 것은 그가 토론할 줄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김 전 대통령은 특정 사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들으면 여러 차례 되묻고 생각하고 판단했다. 반대를 뭉개버리는 게 아니라 곱씹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은 경청을 잘한다. 각계각층 사람들과 토론도 많이 하고 이야기도 듣는다. 국무회의에서도 ‘아무개 장관 말해봐라’ ‘자유롭게 말해라’라고 한다. 하지만 대통령의 입장과 반대되는 의견을 수용하는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자칫하면 대통령의 의견에 아무도 반대를 말하지 않는 분위기에 갇힐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안 된다. 이견을 듣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사회 상황과 정치권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쓴소리하던 김 목사는 젊은 세대에게 필요한 말을 해줄 수 있느냐는 말에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는 “내가 무슨 말을 하든 꼰대 소리를 들을 것”이라고 웃으면서도 “성경 말씀에 ‘구하고 두드리고 열어라’라는 가르침이 있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주저앉지 말고 계속 뭔가를 찾고 탐구하고 노력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 젊은 세대는 스마트폰을 꽉 채우는 길이의 글에도 벌떡증을 일으킨다. 그저 ‘쇼츠, 쇼츠, 쇼츠’에 매몰돼있다. 방에 틀어박혀서 스마트폰을 보면서 게임만 하지 말고, 그 손바닥만 한 세계에 갇히지 말고 긴 글도 읽어 버릇하면서 정말 구하고 두드리고 열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젊은 세대 절망 달랠
정치권의 역할 중요”

김 목사는 “정치권에서 해법이 나오지 않은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를 ‘쇼츠’ 방식으로만 해서 그렇다. 뭐만 하면 ‘입법’ ‘입법’을 외친다. 멀리 보고 길게 보면서 우리나라에 필요한 정책이 뭔지,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를 생각해야 하는데 다 단거리 달리기만 하고 있다. 오늘만 살고, 내일만 사는 식이 아니라 삶의 마라톤을 뛰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1939년에 태어난 김 목사는 올해로 여든일곱 살이 됐다. 새로운 일을 하기엔 버겁다고 생각할 수 있는 나이다. 하지만 김 목사는 최근 동료 목사들과 함께 ‘조곤조곤TV’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방송을 시작했다. 비상계엄 사태, 탄핵 등을 거치면서 등장한 일부 기독교 세력의 극우화 행보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서다.

김 목사는 “교회의 극우화와 절망을 야기한, 즉 오도하는 교회 지도자들에게 저항하는 교회의 힘이 너무 약하다. 그리고 여기에 끌려가는 교인이 너무 많다. ‘크리스천’이라고 하면서 교회를 찾지 않는 신도도 너무나 많다. 망가진 교회를 보기도 싫고 목사 설교도 싫고 이런 사람들이다. 이들에 대해 손을 쓰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방치되는 것이다. 이대로 30년이 지나면 문 닫는 교회가 수두룩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나를 비롯해 함께 조곤조곤TV에 출연하는 목사님들은 기독교계에서 영향력이 꽤 있던 분들이다. 한국 교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그 결과가 지금이다. 이대로 죽게 되면 정말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죽기 전에 몸부림이라도 쳐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지금껏 하고 있던 사회활동은 모두 중단하고 유튜브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채널명 조곤조곤은 또박또박이라는 뜻이다. 하나씩 짚어가면서 이건 잘못된 거고, 이게 옳은 거라고 알려주는 게 바로 조곤조곤이다. 그 방향을 지향하려고 채널명을 그렇게 지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 목사는 우리나라 국민은 정말 위대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역사적 사건을 모조리 겪었다. 경제, 사회, 정치적으로 정말 절망적일 때가 있었는데 우리나라 국민은 그 모든 걸 극복했다. 우리나라와 같은 처지에 있던 나라 중에 그 모든 걸 극복한 나라가 없다. 누군가는 ‘뭘 믿고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해?’라고 물을 수 있다. 그럼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다. 과거에 다 극복했다”고 힘줘 말했다.

절망을 넘어
국민 힘으로

이어 “우리 어렸을 때 코를 안 흘리는 애가 없었고 얼굴에 버듬 안 핀 아이가 없었다.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워 먹을 게 없어서 나타난 모습이다. 그것도 극복했다. 전쟁 나서 전부 폐허가 된 때도 있었다. 그때도 마찬가지다. 독재 정권이 나타났을 땐 국민이 무너뜨렸다. 우리 국민에게 내재한 힘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이 힘을 믿고 우리가 위대하다고 자부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와도 이겨내보자. 지금의 현안도 노력해서 풀어보자, 풀 수 있다”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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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