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서울 종로에 출마한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가 꼼수 선거운동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오 후보는 서울시장 재직 당시 폐기됐던 ‘신분당선 북부 연장선’ 계획을 종로구 최대 현안인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 계획으로 둔갑시켜 자기 업적으로 홍보하는가 하면 후보자간 토론회를 거부하며 지지율 유지에만 급급하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 종로에 출마한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가 거물급답지 않은 꼼수 선거운동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오 후보는 출마 당시부터 동료를 배신했다는 비판을 받아야만 했다. 종로는 원래 박진 전 의원의 지역구였다. 박 전 의원은 종로에서 3선을 했다.
배신의 아이콘?
박 전 의원과 오 후보는 과거 절친한 사이였다. 오 후보가 서울시장선거에 출마했을 때는 박 전 의원이 조직본부장을 맡아 오 후보를 돕기도 했다. 그런데 난데없이 오 후보가 종로 출마를 선언하면서 두 사람의 사이가 틀어진 것이다. 박 전 의원의 한 측근은 “오 후보의 갑작스런 배신에 박 전 의원이 며칠 동안은 충격에서 헤어나오질 못했다”고 회상했다.
오 후보는 과거 강남을에서 국회의원이 된 후 서울시장을 두 번 지냈다. 종로와는 직접적인 연고도 없다. 오 후보는 당에서 거물급 인사들의 험지 출마를 요구하자 ‘종로도 험지’라며 거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종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정세균 의원이 19대 총선에서 승리하기 전까지는 오랫동안 새누리당이 차지해온 지역이었다.
오 후보가 종로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차기 대권도전의 발판으로 삼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종로는 한국 정치의 1번지로 불린다. 총선 개표 방송에서도 제일 먼저 나오는 곳이 종로이고, 해마다 발간되는 국회수첩의 제일 앞장을 장식하는 것도 종로다.
종로는 역대 대통령을 비롯해 거물들이 거쳐 간 곳이기도 하다. 오 후보가 지역구 발전보다는 이미 차기 대권에 관심이 쏠려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오 후보는 과거 2017년 대선에 도전할 생각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 후보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박진 선배의 지역구를 빼앗은 것처럼 말을 하는데 종로의 새누리당 당협위원장은 (박진이 아니라) 엄연히 정인봉씨였다”면서 “나도 서울시장 할 때 종로를 위해 많은 애정을 쏟았고 앞으로도 할 일이 많다”고 했다.
또 오 후보는 “종로와 중구는 서울의 얼굴로 광화문 광장, 인사동 리모델링, 남산 르네상스, 동묘·세운상가 녹지축 등 자신이 해놓은 사업이 많다”며 “박원순 시장이 들어와서 각종 규제를 늘리고 도심 개발에 역행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데 그걸 이슈화하면 선거 판세 전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험지 출마 거부하고 동료 지역구에
다른 사람 업적 가로채기 논란 일어
오 후보는 종로에 출마한 후보자간 토론회를 거부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오 후보는 동시토론을 하다보면 뜻하지 않는 돌발질문으로 약점을 잡힐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지율조사에서 더민주 정세균 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은 유권자들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다. 오 후보가 공약집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공약에 문제는 없는지, 실현가능성은 있는 것인지 토론을 해보지 않으면 꼼꼼히 따져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오 후보는 최근 대부분의 인터뷰 요청도 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예 불편한 질문을 받을 기회를 차단해 지지율 지키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그러나 오 후보 측은 유세일정이 바빠서 그런 것일 뿐 별다른 의도는 없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오 후보 뿐만 아니라 이미 여러 지역에서 정책토론회 불참과 정책평가 거부가 만연하고 있다”며 “이는 후보자 자질과 정책이 공개되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정치적 꼼수가 숨겨져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후보는 서울시장 재직 당시 폐기됐던 ‘신분당선 북부 연장선’ 계획을 종로구 최대 현안인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 계획으로 둔갑시켜 자신의 업적으로 홍보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 사업은 종로구 서북부지역(평창 부암 구기동)의 고질적인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종로구의 최대 현안이다.
오 후보 측은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 사업의 성과가 가시화되자 이 사업이 자신이 서울시장을 할 때 계획했던 사업이라며 본인의 업적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오 후보가 추진했던 신분당선 북부 연장선은 이미 과거에 폐기된 계획이다. 이후 박원순 현 서울시장이 2014년 7월, 국토교통부에 기존 제안했던 북부 연장선보다 긴 ‘서북부 연장선(동빙고∼삼송, 21.7㎞)’을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할 것을 건의해 반영시킨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오 후보가 추진했던 신분당선 북부 연장선은 종로를 위한 계획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핵심현안인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은 종로 서북부 지역 주민의 도심 진입 또는 강남 이동을 빠르고 편리하게 하려는 것에 목적이 있다.
그런데 당초 오 후보가 제안했던 신분당선 북부 연장선은 강남주민, 또는 성남, 판교 지역의 주민들의 도심 진입을 편리하게 하려는 계획이었다.
이에 대해 정세균 후보는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 계획을 관철시키기 위해 연장노선이 지나가는 여야 지역구 의원들을 모아 ‘신분당선 의원모임’을 결성해 공동으로 대응해 왔다”며 “이 사업을 관철시키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공로인 것처럼 가로챈 오 후보의 행태는 정치가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행보 구설수
오 후보 측은 “시장 시절 제안했던 신분당선 북부 연장선 계획이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 계획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라며 “해당 계획이 오로지 정세균 후보의 업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것도 곤란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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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오세훈 석좌교수 특혜 논란
자신이 맡은 강의 14번 중 9번을 외부 인사에게 맡겨 논란이 됐던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가 최근 고려대 석좌교수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오 후보의 석좌교수 임기는 2017년 3월말까지였다.
지난 해 4월1일자로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임용된 오 후보는 곧바로 같은 달 치러진 재보선에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아 선거운동에 올인하다시피 했다. 그럼에도 고려대 측은 이를 문제 삼지 않았고 급여도 정상적으로 지급했다. 오 후보는 선거가 끝난 후에도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다가 9월이 돼서야 포럼 활동과 강의를 시작했다.
오 후보는 강의를 맡은 이후에도 강의 14번 중 9번을 외부 인사에게 맡겨 구설수에 올랐다. 오 후보 측은 강의 대부분을 외부 인사에게 맡긴 이유에 대해 “학과의 목표가 ‘이종 과목 간 융합’이었다. 해당 수업을 혼자 이끌어 갈 능력이 없어서 외부 인사를 초청한 것이 아니고 좀 더 충실하게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그렇게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고려대 측도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은 기술과 경영의 융합 학문이다보니까 원래 외부 전문가와 담당 교수의 ‘팀 티칭(team teaching)’이 일반화 되어 있다”며 “오 교수만 그런 것이 아니고 다른 교수님들도 팀 티칭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학과의 특성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려대 기술경영대학원 행정실의 한 관계자는 “(다른 교수들의 경우)학생들이 이런 내용은 좀 더 전문가에게 들어야 한다고 판단할 때 외부 인사를 개인적으로 초청하셔가지고 수업을 진행하시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수업을 외부 인사와 2인1조로 진행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서로 엇갈린 주장을 했다.
한편 오 후보는 이미 학기 중에 북 콘서트를 여는 등 본격적인 총선 행보를 시작해 논란이 됐다. 고려대 내부에선 이미 20대 총선에 출마할 생각을 가지고 있던 오 후보가 2년 임기의 석좌교수 제안을 받아드린 것은 도덕적으로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