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문제적 후보들 명단 공개

자녀 병역비리 의혹부터 섹스 스폰서 의혹까지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20대 총선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최종 후보자들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여야 모두 깨끗하고 경쟁력 있는 후보자를 선출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일부 후보자들 중에는 무슨 염치로 출마한 것인지 궁금한 ‘문제적 후보’들이 있다. 과거 다양한 구설에 휘말리고도 뻔뻔하게 출사표를 던진 문제적 후보들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우선 새누리당 경선에서 배제되자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울산 남구갑 박기준 후보는 과거 섹스스폰서 검사 사건에 연루됐던 인물이다. 박 후보는 “금품제공과 성접대는 사실무근으로 이미 무혐의 판결을 받은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당시 무혐의 판결을 받은 것은 공소시효가 끝났기 때문이지 의혹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

당시 부산지검장이었던 박 후보는 이 사건을 취재하고 있던 <PD수첩>과의 인터뷰 과정에서 반말과 막말 등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박 후보는 방송사 PD와의 통화에서 “PD가 검사한테 전화해서 왜 확인을 하는데?”라며 시종일관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마치 일반인들은 감히 검사에게 질문도 할 수 없다는 태도로 공분을 일으켰다.

참사 일으키고
승승장구

경북 경주시에 공천이 확정된 새누리당 김석기 후보는 서울경찰청장 시절인 지난 2009년 용산참사를 일으킨 주인공이다. 김 후보의 무리한 진압으로 당시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이 사망했다. 김 후보는 용산참사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이후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취임하는 등 승승장구했고, 이번에는 새누리당의 공천장까지 받았다. 참혹하게 숨진 희생자와 그 유족을 모독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은 딸 취업청탁 논란의 당사자인 윤후덕 의원을 경기 파주갑에 단수 추천했다. 더민주는 당초 윤 의원을 공천 배제했지만 재심을 통해 구제했다. 윤 의원은 지역구에 있는 LG디스플레이 대표에게 전화해 딸의 취업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초 LG디스플레이는 변호사 1명을 채용하기로 했지만 윤 의원의 딸을 추가로 합격시켰다. 윤 의원은 “대표와 통화한 것은 맞지만, 딸의 실력이 되면 들여다봐달라고 했을 뿐”이라며 취업청탁 사실을 부인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서울 강서갑이 지역구인 신기남 의원은 아들이 로스쿨 졸업시험에서 탈락하자 학교에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신 의원은 이 같은 의혹으로 더민주 공천에서 탈락하자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겨 공천을 받았다.

다가온 총선…이런 후보 뽑아야 할까
법안발의 0건 의원을 또 비례대표에?

더민주는 처남 취업청탁 의혹으로 검찰 수사까지 받고 있는 문희상 의원도 컷오프에서 구제해줬다. 더민주는 문 의원의 지역구에 출마할 마땅한 후보자가 없다는 이유로 당규 부칙을 신설해 문 의원을 후보자로 의결했다.

문 의원은 지난해 고교 후배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처남의 취업을 청탁한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문 의원의 처남은 해당 회사에서 실제 근무하지도 않았음에도 억대 연봉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 의원은 “당시 처남이 제 처에게 대한항공에 납품하게 해달라고 부탁하자 처가 대한항공 인사와 친분이 있는 제 지인에게 소개를 부탁한 적은 있다”며 “하지만 납품은 성사되지 않았고 취업을 청탁한 사실도 없다”고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과거 자신의 보좌진을 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은 경기 수원병 공천이 확정됐다. 김 의원실에서 일했던 한 보좌진은 지난해 9월 김 의원이 자신을 폭행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 의원은 한 행사장에서 홍보 동영상을 미리 틀어두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좌진의 정강이를 걷어찬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보좌진은 폭행 사건을 겪은 뒤 스스로 국회를 떠났다. 또 다른 보좌진도 “김 의원에게 인격 모독성 발언을 자주 들었다”고 주장해 논란은 증폭됐다. 김 의원은 지난 2014년 7·30재보선을 통해 당선됐는데 국회 등원 1년여 만에 보좌진을 7∼8명이나 갈아치운 것으로 확인돼 보좌진들의 주장을 뒷받침해줬다. 하지만 김 의원 측은 업무처리가 미숙한 보좌진들에게 다소 언성을 높인 경우는 있었지만 막말이나 폭행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취업청탁
억대연봉

새정치를 약속한 국민의당도 문제적 후보들을 다수 공천했다. 전북 정읍·고창에 공천된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은 지난해 자신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쓴 여기자를 ‘쓰레기 기자’라고 지칭해 논란이 됐으며, 전북 의원 조찬회동 중 탈당자 복당 문제를 논의하면서 동료의원에게 욕설을 하기도 했다.

당시 유 의원은 자신의 주장에 이견을 보인 한 초선의원에게 욕설이 섞인 막말을 했다. 한 간담회 참석 의원은 “욕설을 들은 초선의원이 탁자를 치면서 벌떡 일어나 항의했고 주변에서 말리지 않았으면 몸싸움으로 번졌을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유 의원의 보좌진 중 한 사람은 인터넷 댓글 등을 통해 새정치연합을 ‘개정연’으로 비하하고 송하진 전북지사, 정세균 의원, 우원식 의원 등을 무차별적으로 비판해 논란이 됐다. 해당 보좌진은 유 의원의 자질론을 지적한 <한국일보> ‘험한 입 유성엽’ 기사에 대해 “기레기 원조 <한국일보>야... 지난번 이완구 청문회 때 당한 거 복수하냐? 추잡한 짓거리...”라고 댓글을 달았다.

<오마이뉴스>의 ‘유성엽 “쓰레기 같은 기자, 태풍에 쓸어버려야” 기사에는 ‘기술이나 배워라, 당장 기자 그만두고 실업급여나 받으라, 너 같은 기레기 하나 그만둬도 상관없다’ 등 모욕적인 댓글을 쏟아냈다. 그러나 유 의원은 이 같은 보좌진의 일탈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지 않았다. 광주 광산구을에 공천된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은 현재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위증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당시 권 의원 공천에 대해 여당은 위증에 따른 보은공천이 아니냐며 야권을 맹비난했다. 게다가 권 의원은 변호사 시절 맡았던 사건 피고인의 아내가 위증 혐의로 처벌을 받았으며, 피고인의 아내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변호사가 시키는 대로 (법정에서) 말했다”는 진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보선 과정에서는 권 의원의 재산축소신고 의혹이 불거져 전체적인 선거판세에 악재로 작용하기도 했다. 당시 더민주는 “현행 재산등록 제도상 비상장주식의 경우 액면가로 신고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재산신고 누락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진보정당들조차도 “법적 하자가 없다고 하는 것은 대단히 실망스럽다. 국민들은 도덕적 불감증으로 받아들일까 걱정”이라고 더민주를 비판했다.

경기 의정부을에 공천 된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은 지난 2014년 자신이 소유한 박물관에서 일하는 아프리카 예술가들에게 노예노동을 시켰다는 논란에 휩싸였던 인물이다. 당시 아프리카 예술가들은 쥐가 들끓고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 숙소에서 지냈으며, 홍 의원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이들에게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홍 의원은 “박물관 운영은 박물관장에게 일임해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했으나 근로계약서에서 홍 의원의 도장과 서명이 드러나 거짓해명 논란이 추가로 불거지기도 했다.

경기 안양시 동안을에 공천된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지난 2013년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로 누드사진을 보는 장면이 포착돼 물의를 빚었다. 당시 본회의는 오랫동안 첨예한 갈등을 빚어온 여야 의원이 한자리에 모여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중요한 자리였기 때문에 심 의원을 향한 비난이 빗발쳤다. 경기 수원정에 공천된 정의당 박원석 의원도 지난해 국회 본회의 도중 ‘조건만남’이란 단어를 검색하는 장면이 포착돼 논란이 됐다.

경기 오산에 공천된 더민주 안민석 의원은 같은 당 시도의원과 현역 시장, 당원에게 18개월 동안 10만∼30만원씩을 받아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또 안 의원은 시의원들에게 막말을 하거나 무릎을 꿇게 하는 등 갑질을 했고, 지역 내 각종 비리에 개입한 의혹까지 받고 있다.

경기 부천원미을에 공천된 더민주 설훈 의원은 지난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20만달러 수수설’을 제기해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의 실형을 받았던 인물이다. 또 지난 2014년에는 ‘나이가 많으면 판단력이 떨어져 집에서 쉬어야 한다’는 노인 폄하성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부산 해운대갑과 기장군에 각각 공천을 받은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과 윤상직 전 산자부 장관은 선거조직 뒷거래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됐었다. 윤 전 장관이 출마지역의 선거조직 일부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하 의원에게 쪼개기 후원금을 주려고 했다는 의혹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논의만 오고 갔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강원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에 공천이 확정된 새누리당 염동열 의원은 부동산투기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염 의원은 동계올림픽 개최지 인근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땅을 사들여 보상을 받거나 되파는 방법으로 상당한 이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염 의원은 논문 표절 논란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당시 학술단체가 심각한 논문 표절이라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고, 학위를 수여한 국민대 역시 논문 표절을 인정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염 의원에게 아무런 징계도 내리지 않았다.

부동산 투기
노인 비하

서울 송파병에 공천된 새누리당 김을동 의원은 과거 자신의 보좌진에게 아들인 배우 송일국의 매니저 일을 보게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김 의원 측은 "문제 된 매니저는 국회 인턴이었는데, 송일국이 한창 드라마 촬영 중일 때 매니저가 갑자기 그만 둬 잠시 매니저 알바를 시킨 것”이라며 “알바비도 송일국이 모두 지급했다”고 밝혔다.

충남 천안갑에 공천된 새누리당 박찬우 후보는 아들 병역기피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박 후보의 아들이 ‘혈소판 감소증’으로 군 면제까지 받은 상황에서 자신의 SNS에 혈소판 감소증 환자가 피해야 할 폭식과 음주 등을 했던 사진을 게재했기 때문이다. 또 박 후보는 자신의 자서전에 아들이 완쾌됐다고 적었는데 완쾌된 아들이 어떻게 군 면제를 받은 것이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아들의 장래를 위해 거짓으로 완쾌됐다고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야가 추천한 비례대표 후보들의 면면도 매우 실망스럽다. 새누리당은 세월호 유족들을 ‘시체장사’니 ‘거지근성’이니 하면서 비판한 김순례 전 대한약사회 부회장을 당선 안정권인 비례 15번에 배정했다. 논란이 일자 김 전 부회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과거 발언을 사과했지만 사퇴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면면 보니 20대 국회도 암울
컷오프 후보들 구제해주기도

새누리당 비례대표 7번에 배정된 신보라 청년이여는미래 대표는 이른바 ‘빽 공천’ 논란에 휘말렸다. 신 대표는 최공재 공천관리위원의 지인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더민주 비례 1번인 박경미 교수는 제자 논문 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 더민주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은 박 교수의 논문 표절을 두고 “옛날에는 그런 경우가 많았다. 내가 보기에 그건 마이너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더민주는 지난해 장관후보자의 제자 논문 표절 사실을 집중 공략해 낙마시켰다.

더민주 비례 2번에 배정된 김종인 대표는 과거 비례대표를 4번이나 지내면서도 대표발의한 법안이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지역구가 따로 없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보통 법안 발의에 집중한다.

논문 표절
별거 아냐?

김 대표는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일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경제민주화를 외치던 김 대표가 비례대표를 4번이나 지내면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단 한 건도 발의하지 않은 것은 충격적”이라며 “말로만 경제민주화를 외쳤지 애초부터 경제민주화에는 관심도 없었던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더민주 비례 12번에 배정된 이용득 전 최고위원은 지난해 같은 당 유승희 최고위원에게 욕설을 퍼부어 여성계의 반발을 샀던 인물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출산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는 막말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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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