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문제적 후보들 명단 공개

자녀 병역비리 의혹부터 섹스 스폰서 의혹까지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20대 총선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최종 후보자들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여야 모두 깨끗하고 경쟁력 있는 후보자를 선출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일부 후보자들 중에는 무슨 염치로 출마한 것인지 궁금한 ‘문제적 후보’들이 있다. 과거 다양한 구설에 휘말리고도 뻔뻔하게 출사표를 던진 문제적 후보들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우선 새누리당 경선에서 배제되자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울산 남구갑 박기준 후보는 과거 섹스스폰서 검사 사건에 연루됐던 인물이다. 박 후보는 “금품제공과 성접대는 사실무근으로 이미 무혐의 판결을 받은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당시 무혐의 판결을 받은 것은 공소시효가 끝났기 때문이지 의혹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

당시 부산지검장이었던 박 후보는 이 사건을 취재하고 있던 <PD수첩>과의 인터뷰 과정에서 반말과 막말 등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박 후보는 방송사 PD와의 통화에서 “PD가 검사한테 전화해서 왜 확인을 하는데?”라며 시종일관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마치 일반인들은 감히 검사에게 질문도 할 수 없다는 태도로 공분을 일으켰다.

참사 일으키고
승승장구

경북 경주시에 공천이 확정된 새누리당 김석기 후보는 서울경찰청장 시절인 지난 2009년 용산참사를 일으킨 주인공이다. 김 후보의 무리한 진압으로 당시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이 사망했다. 김 후보는 용산참사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이후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취임하는 등 승승장구했고, 이번에는 새누리당의 공천장까지 받았다. 참혹하게 숨진 희생자와 그 유족을 모독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은 딸 취업청탁 논란의 당사자인 윤후덕 의원을 경기 파주갑에 단수 추천했다. 더민주는 당초 윤 의원을 공천 배제했지만 재심을 통해 구제했다. 윤 의원은 지역구에 있는 LG디스플레이 대표에게 전화해 딸의 취업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초 LG디스플레이는 변호사 1명을 채용하기로 했지만 윤 의원의 딸을 추가로 합격시켰다. 윤 의원은 “대표와 통화한 것은 맞지만, 딸의 실력이 되면 들여다봐달라고 했을 뿐”이라며 취업청탁 사실을 부인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서울 강서갑이 지역구인 신기남 의원은 아들이 로스쿨 졸업시험에서 탈락하자 학교에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신 의원은 이 같은 의혹으로 더민주 공천에서 탈락하자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겨 공천을 받았다.

다가온 총선…이런 후보 뽑아야 할까
법안발의 0건 의원을 또 비례대표에?

더민주는 처남 취업청탁 의혹으로 검찰 수사까지 받고 있는 문희상 의원도 컷오프에서 구제해줬다. 더민주는 문 의원의 지역구에 출마할 마땅한 후보자가 없다는 이유로 당규 부칙을 신설해 문 의원을 후보자로 의결했다.

문 의원은 지난해 고교 후배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처남의 취업을 청탁한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문 의원의 처남은 해당 회사에서 실제 근무하지도 않았음에도 억대 연봉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 의원은 “당시 처남이 제 처에게 대한항공에 납품하게 해달라고 부탁하자 처가 대한항공 인사와 친분이 있는 제 지인에게 소개를 부탁한 적은 있다”며 “하지만 납품은 성사되지 않았고 취업을 청탁한 사실도 없다”고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과거 자신의 보좌진을 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은 경기 수원병 공천이 확정됐다. 김 의원실에서 일했던 한 보좌진은 지난해 9월 김 의원이 자신을 폭행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 의원은 한 행사장에서 홍보 동영상을 미리 틀어두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좌진의 정강이를 걷어찬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보좌진은 폭행 사건을 겪은 뒤 스스로 국회를 떠났다. 또 다른 보좌진도 “김 의원에게 인격 모독성 발언을 자주 들었다”고 주장해 논란은 증폭됐다. 김 의원은 지난 2014년 7·30재보선을 통해 당선됐는데 국회 등원 1년여 만에 보좌진을 7∼8명이나 갈아치운 것으로 확인돼 보좌진들의 주장을 뒷받침해줬다. 하지만 김 의원 측은 업무처리가 미숙한 보좌진들에게 다소 언성을 높인 경우는 있었지만 막말이나 폭행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취업청탁
억대연봉

새정치를 약속한 국민의당도 문제적 후보들을 다수 공천했다. 전북 정읍·고창에 공천된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은 지난해 자신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쓴 여기자를 ‘쓰레기 기자’라고 지칭해 논란이 됐으며, 전북 의원 조찬회동 중 탈당자 복당 문제를 논의하면서 동료의원에게 욕설을 하기도 했다.

당시 유 의원은 자신의 주장에 이견을 보인 한 초선의원에게 욕설이 섞인 막말을 했다. 한 간담회 참석 의원은 “욕설을 들은 초선의원이 탁자를 치면서 벌떡 일어나 항의했고 주변에서 말리지 않았으면 몸싸움으로 번졌을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유 의원의 보좌진 중 한 사람은 인터넷 댓글 등을 통해 새정치연합을 ‘개정연’으로 비하하고 송하진 전북지사, 정세균 의원, 우원식 의원 등을 무차별적으로 비판해 논란이 됐다. 해당 보좌진은 유 의원의 자질론을 지적한 <한국일보> ‘험한 입 유성엽’ 기사에 대해 “기레기 원조 <한국일보>야... 지난번 이완구 청문회 때 당한 거 복수하냐? 추잡한 짓거리...”라고 댓글을 달았다.

<오마이뉴스>의 ‘유성엽 “쓰레기 같은 기자, 태풍에 쓸어버려야” 기사에는 ‘기술이나 배워라, 당장 기자 그만두고 실업급여나 받으라, 너 같은 기레기 하나 그만둬도 상관없다’ 등 모욕적인 댓글을 쏟아냈다. 그러나 유 의원은 이 같은 보좌진의 일탈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지 않았다. 광주 광산구을에 공천된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은 현재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위증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당시 권 의원 공천에 대해 여당은 위증에 따른 보은공천이 아니냐며 야권을 맹비난했다. 게다가 권 의원은 변호사 시절 맡았던 사건 피고인의 아내가 위증 혐의로 처벌을 받았으며, 피고인의 아내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변호사가 시키는 대로 (법정에서) 말했다”는 진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보선 과정에서는 권 의원의 재산축소신고 의혹이 불거져 전체적인 선거판세에 악재로 작용하기도 했다. 당시 더민주는 “현행 재산등록 제도상 비상장주식의 경우 액면가로 신고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재산신고 누락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진보정당들조차도 “법적 하자가 없다고 하는 것은 대단히 실망스럽다. 국민들은 도덕적 불감증으로 받아들일까 걱정”이라고 더민주를 비판했다.

경기 의정부을에 공천 된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은 지난 2014년 자신이 소유한 박물관에서 일하는 아프리카 예술가들에게 노예노동을 시켰다는 논란에 휩싸였던 인물이다. 당시 아프리카 예술가들은 쥐가 들끓고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 숙소에서 지냈으며, 홍 의원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이들에게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홍 의원은 “박물관 운영은 박물관장에게 일임해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했으나 근로계약서에서 홍 의원의 도장과 서명이 드러나 거짓해명 논란이 추가로 불거지기도 했다.

경기 안양시 동안을에 공천된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지난 2013년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로 누드사진을 보는 장면이 포착돼 물의를 빚었다. 당시 본회의는 오랫동안 첨예한 갈등을 빚어온 여야 의원이 한자리에 모여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중요한 자리였기 때문에 심 의원을 향한 비난이 빗발쳤다. 경기 수원정에 공천된 정의당 박원석 의원도 지난해 국회 본회의 도중 ‘조건만남’이란 단어를 검색하는 장면이 포착돼 논란이 됐다.

경기 오산에 공천된 더민주 안민석 의원은 같은 당 시도의원과 현역 시장, 당원에게 18개월 동안 10만∼30만원씩을 받아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또 안 의원은 시의원들에게 막말을 하거나 무릎을 꿇게 하는 등 갑질을 했고, 지역 내 각종 비리에 개입한 의혹까지 받고 있다.

경기 부천원미을에 공천된 더민주 설훈 의원은 지난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20만달러 수수설’을 제기해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의 실형을 받았던 인물이다. 또 지난 2014년에는 ‘나이가 많으면 판단력이 떨어져 집에서 쉬어야 한다’는 노인 폄하성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부산 해운대갑과 기장군에 각각 공천을 받은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과 윤상직 전 산자부 장관은 선거조직 뒷거래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됐었다. 윤 전 장관이 출마지역의 선거조직 일부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하 의원에게 쪼개기 후원금을 주려고 했다는 의혹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논의만 오고 갔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강원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에 공천이 확정된 새누리당 염동열 의원은 부동산투기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염 의원은 동계올림픽 개최지 인근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땅을 사들여 보상을 받거나 되파는 방법으로 상당한 이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염 의원은 논문 표절 논란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당시 학술단체가 심각한 논문 표절이라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고, 학위를 수여한 국민대 역시 논문 표절을 인정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염 의원에게 아무런 징계도 내리지 않았다.

부동산 투기
노인 비하

서울 송파병에 공천된 새누리당 김을동 의원은 과거 자신의 보좌진에게 아들인 배우 송일국의 매니저 일을 보게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김 의원 측은 "문제 된 매니저는 국회 인턴이었는데, 송일국이 한창 드라마 촬영 중일 때 매니저가 갑자기 그만 둬 잠시 매니저 알바를 시킨 것”이라며 “알바비도 송일국이 모두 지급했다”고 밝혔다.

충남 천안갑에 공천된 새누리당 박찬우 후보는 아들 병역기피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박 후보의 아들이 ‘혈소판 감소증’으로 군 면제까지 받은 상황에서 자신의 SNS에 혈소판 감소증 환자가 피해야 할 폭식과 음주 등을 했던 사진을 게재했기 때문이다. 또 박 후보는 자신의 자서전에 아들이 완쾌됐다고 적었는데 완쾌된 아들이 어떻게 군 면제를 받은 것이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아들의 장래를 위해 거짓으로 완쾌됐다고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야가 추천한 비례대표 후보들의 면면도 매우 실망스럽다. 새누리당은 세월호 유족들을 ‘시체장사’니 ‘거지근성’이니 하면서 비판한 김순례 전 대한약사회 부회장을 당선 안정권인 비례 15번에 배정했다. 논란이 일자 김 전 부회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과거 발언을 사과했지만 사퇴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면면 보니 20대 국회도 암울
컷오프 후보들 구제해주기도

새누리당 비례대표 7번에 배정된 신보라 청년이여는미래 대표는 이른바 ‘빽 공천’ 논란에 휘말렸다. 신 대표는 최공재 공천관리위원의 지인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더민주 비례 1번인 박경미 교수는 제자 논문 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 더민주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은 박 교수의 논문 표절을 두고 “옛날에는 그런 경우가 많았다. 내가 보기에 그건 마이너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더민주는 지난해 장관후보자의 제자 논문 표절 사실을 집중 공략해 낙마시켰다.

더민주 비례 2번에 배정된 김종인 대표는 과거 비례대표를 4번이나 지내면서도 대표발의한 법안이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지역구가 따로 없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보통 법안 발의에 집중한다.

논문 표절
별거 아냐?

김 대표는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일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경제민주화를 외치던 김 대표가 비례대표를 4번이나 지내면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단 한 건도 발의하지 않은 것은 충격적”이라며 “말로만 경제민주화를 외쳤지 애초부터 경제민주화에는 관심도 없었던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더민주 비례 12번에 배정된 이용득 전 최고위원은 지난해 같은 당 유승희 최고위원에게 욕설을 퍼부어 여성계의 반발을 샀던 인물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출산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는 막말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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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