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예·권력을 과시하는 정치인보다 뚜렷한 목표를 통해 일하는 정치인으로 남기를 바란다는 민주당 전혜숙 의원. 약사 출신으로 자신의 전문분야인 보건복지가족위원회에 상임위를 배정받았다. 그는 “물 만난 고기처럼 이제야 내가 할 일이 생긴 것 같다”며 향후 활동에 대한 강한 포부를 드러냈다. 그러다 보니 당 안팎에서는 전 의원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고 한다. 전 의원을 통해 18대 국회 전반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양정례 파문’으로 18대 비례대표 인사들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제기되어 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회 개원이 늦어지면서 이들을 향한 비방은 계속됐다. “전문성은 뒷전이다”,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 논란의 대상 중 한 사람이었던 전혜숙 의원은 “전문성을 띄고 18대 국회에 입성한 만큼 국민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살펴봤다. 복지 문제 개선을 위해 복지 현장을 돌아다닌 것이 대표적”이라면서도 “비례대표에 대한 논란을 잠재기 위해 더더욱 열심히 뛰어 다니겠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
- 비례대표로 정치에 입문했는데.
▲전문성, 지역성을 고려해 정치에 입문한 것 같다. 정치적 부분에서는 약점이 될 수 있지만, 전문분야에서는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강점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비례대표 인사들 간의 정기적 모임을 통해 상임위 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얘기를 나눌 정도로 만반의 준비를 해 왔다.
- 보건복지가족위원회에 상임위가 배정됐는데.
▲부담스럽지만, 복지 향상을 위해 온몸을 바치겠다. 복지, 의료 등에 대한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고, 의료 전반에 걸쳐 ‘고쳐야 할 부분’ 등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겠다. 시스템 개선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공공의료에 대한 예산이 9%밖에 되지 않는다. 지방의 경우 1998년도에 도입됐던 의료기기들을 사용하고 있다. 신(新)기기 도입비용을 아끼려다 자칫 관리비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할 사항이다.
또 기초생활자 1백55만여 명 중 3분의 1만 국가 지원 혜택을 받고 있다. 3분의 2는 국가 기준 조건에 적합하지 않아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가출 부모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혜택을 받지 못한 기초생활자들은 ‘정신적 불만’, ‘사회 불만’을 일으킬 뿐 아니라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

- 의료계 내에서 ‘민영화 괴담’이 여전하다.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는 곳이다. 국민들을 위해서 아낌없이 투자를 하는 곳은 건강보험 4%, 민영보험 운영비가 20~30%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기업들은 체인화를 통해 의료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지만, 병원비가 비싸 병원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도 늘어날 수 있다.
- 보건복지 산업에 대한 미래는 어떠한가.
▲ 국내 제약 업체가 무너지면 대형 사고가 일어난다. 일례로 외국에서 판매되는 약값이 1만원일 경우, 국내에서는 50만원에도 팔릴 수 있다. 이 때문에 바이오산업을 활성화시켜야 된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약을 등재, 약가 책정을 통해 국내 업체에게 이익을 줘야 한다. 그러다 보면 외국으로 나가는 국내 업체가 줄어들 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 국내약보다는 외국약이 좋다는 의식이 있다.
▲그렇지 않다. 외국약에서 검증이 되지 않은 것이 있었고,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켜 폐기된 것도 있다. 이에 반해 국내 제약회사들의 기술력은 상당히 발전했다. 국민들의 ‘알권리’ 차원에서 의약품을 만드는 기술을 미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될 것이다.
-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점은 무엇인가.
▲‘쇼’를 해서는 안 된다. 국민들 앞에서 진실을 말할 필요가 있다. ‘위기는 곧 기회의 창출’이다. 우리나라에 맞는 경제 정책을 펼쳐야 할 뿐 아니라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수평적 ‘오픈 마인드’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수직적 지시를 하는 듯하다. 각계 전문가들을 탄력성 있게 활용해야 되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굉장히 불길한 예감이 든다.
- 경제 위기론 등이 제기되면서 국가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 이번 위기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정부 인사들을 불러서 아이디어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 단 ‘신뢰’가 있어야 한다. 야당도 마찬가지로 마음을 열고 지혜를 모을 때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총체적으로 흔들릴 수도 있다.
- 전 의원이 바라는 정치는 무엇인가.
▲ 4년 동안 명예·권력욕에 욕심내지 않겠다. 내 목표 안에는 국민밖에 없다. 국민을 위해 일하는 직업인만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인기를 따라가면 인기가 달아난다’는 말처럼 주어진 일에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한다면 ‘인기’도 당연히 따라오리라 생각된다.
전혜숙 의원 프로필
▲제29·30대 경북약사회 회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임감사
▲제18대 민주당 국회의원
글 박형남·사진 송원제 기자 hih1220@ilyosisa.co.kr
전혜숙 의원“당명 뺐어요!”
고령화 사회 대비책으로 지난 7월1일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본격 시행됐다. 그러나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수급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연일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7월말 전혜숙 의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 시행에 따른 문제점과 발전방안’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재정상의 이유 등으로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했던 것.
그러나 이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 토론회를 개최하는 과정에서 ‘당명’을 뺐던 것. 이에 대해 전 의원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가 소속되어 있는 당을 국민들은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좋은 일하는 과정에서 당명을 빼 당 지도부에 혼난 적도 있다”고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