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재개편 물밑협상 막후

국민은 안중에 없고 기득권만 눈독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야권의 이합집산이 가속화되고 있다. 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과 연대하기로 했고, 천정배 의원이 이끄는 국민회의는 국민의당과의 합당을 발표했다. 난립했던 야권 정당들은 더민주와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양분되고 있는 양상이다. 그런데 이 같은 야권의 이합집산 뒤편에선 온갖 계파싸움과 지분 챙기기가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재개편 물밑협상의 막후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야권의 이합집산이 가속화되고 있다. 난립했던 야권 정당들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과 국민의당(안철수 신당)을 중심으로 양분되고 있는 양상이다. 정의당은 더민주와 연대하기로 했고, 천정배 의원이 이끄는 국민회의는 국민의당과의 합당을 발표 했다.

또 신당추진을 추진하던 박주선 의원도 국민의당에 합류하기로 결정했으며 박준영 전 전남지사가 이끄는 신민당과 김민석 전 의원이 속해있는 민주당도 국민의당과 통합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같은 야권의 이합집산 뒤편에선 온갖 계파싸움과 지분 챙기기가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새정치를 기대했던 유권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야권 재개편 물밑 협상의 막후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물밑협상?
물밑담합?

국민의당 내부의 계파싸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은 지난 22일의 ‘김관영 문자 사건’이었다. 이날 김한길계로 분류되는 김관영 의원은 이진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장면이 한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 고문은 문자에서 ‘한상진 꺾고 안철수계 조용히 있으라 하고 소통공감위원장 받고 정리 쫘악 해 주고, 비례 받고’라고 했다. 김 의원은 ‘답 나왔네… 그걸로 쭉’이라고 화답했다.

이 고문은 노무현정부 때 청와대 국정기록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냈으며 김한길 의원 측이 여성 1호 영입 대상으로 추천했던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자가 공개된 후 정치권에선 창당 작업에 나선지 한 달도 안된 국민의당이 벌써부터 총선 공천권을 두고 계파싸움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안철수계와 김한길계의 암투가 드러난 문자파동 이후 안철수 의원과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일각에선 최근 더민주를 탈당한 최재천 의원이 국민의당에 합류하지 않기로 한 것도 안철수계와 김한길계의 갈등 탓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 의원은 김한길 의원의 측근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김 의원과 가까운 최 의원이 국민의당에 합류해 선거기획단장을 맡을 경우 김 의원의 공천 영향력이 너무 커질 것을 우려해 안 의원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계와 김한길계의 불화설은 이미 정치권에선 파다하다. 김한길 의원은 지난 21일 광주와 전남 보성에서 열린 국민의당 시당 창당대회에 불참하기도 했다. 김 의원 측은 “중요한 인사를 갑자기 만나기로 했다”고 해명했지만 정작 주변에는 “(당원들에게) 할 말이 없어져서 갈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전날 밤까지도 연설문을 다듬는 등 참석 준비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여러 인사를 영입하려고 했지만 일부 안 의원 측근들의 반대로 진행이 안 되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김 의원은 광주와 전남 창당대회에 이어 지난 26일 부산광역시당 창당대회에도 불참했다.

더민주? 국민의당? 야권 패권은 어디로?
지분 요구설 등 끊임없는 잡음으로 시끌

갈등 전선은 또 다른 곳에서도 형성되고 있다. 천정배 의원이 이끄는 국민회의가 국민의당과 합당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공천룰 문제, 호남 의원 물갈이, 당 대표 선출, 당 정체성 설정 등 풀어야할 난제가 수두룩하다.  창당 이후 공천룰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면 결국 양측의 갈등이 폭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통합정당의 대표직도 논란거리 중 하나다.

한상진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이 전날 공개 회의석상에서 안철수 대표론을 제기했으나, 당내에선 안철수 사당화를 우려해 천정배 의원이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당의 정체성 설정도 문제다.

안 의원은 더민주의 좌편향적 정책 노선을 비판하며 중도노선을 지향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천 의원이 이끄는 국민회의는 더민주보다 좌편향 성향이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양당이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총선 야권 연대를 둘러싼 입장차도 갈등의 불씨다.


특히 천 의원이 국민의당과 통합하기로 하자 더민주는 “천 의원이 더민주와 합당의 대가로 구체적 조건까지 제시하며 지금까지 협상을 했었다”고 폭로했다.

더민주 측 주장에 따르면 천 의원이 물밑 통합 협상 과정에서 공동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 5대5 배분, 광주 공천에 대한 전권 부여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다가 협상결렬 선언도 없이 국민의당과 통합을 발표해버렸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천 의원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더민주가 전혀 없는 사실을 지어내 폭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최소한 더민주와 천 의원 측이 통합을 전제로 그동안 논의를 해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만약 더민주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국민의당은 천 의원과 통합하기 위해 천 의원 측의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향후 공천 과정에서 갈등의 씨앗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물론 국민의당 측은 천 의원이 통합하는 과정에서 어떤 요구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방적 지분 요구
국민은 관심 없나?

동교동계와 호남 현역 의원들과의 완전한 결합도 시급한 문제다. 안 의원 측에서는 동교동계 원로나 호남 현역 의원들의 불출마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측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안 의원 측은 혁신 이미지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일정부분 희생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또 국민의당 내에서는 벌써부터 안철수 의원 주변에 문고리 권력이 있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안 의원의 핵심 측근인 이태규 창당실무지원단장이 “탈당파 현역 의원들의 공천을 보장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동교동계 측에서 이 단장이 사실상 문고리 권력 행세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물론 안 의원 측은 “이 단장이 무슨 문고리 권력이냐”며 황당해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26일 국민의당 부산시당 창당대회에서는 시당위원장 선출을 놓고 당원들끼리 몸싸움을 벌이는 등 소동이 일어났는데 배후에 한상진 위원장이 있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소란은 임시의장이 구두 추천을 받아 김현옥 부산시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을 부산시당위원장으로 선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행사장 곳곳에서 당원들이 이의를 제기하며 무대 쪽으로 달려 나왔다. 당원 수십 명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게 민주주의냐” “절차도 없이 추대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고함을 쳤다.

고성과 욕설이 오가고 일부 당원들 사이에는 멱살잡이도 벌어졌다. 당원 20여 명은 무대 위로 올라가 사회자의 마이크를 빼앗기도 했다. 이날 항의를 한 당원들은 시당위원장으로 김병원 경성대 교수를 지지하며 “단독 추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오늘 동지가 내일의 적”
피눈물도 없는 볼모정치

김 교수도 직접 의사진행 발언에 나서 “새정치를 하겠다고 시작한 첫날부터 편법과 구태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며 “중앙당과 밀착된 기득권자들에 의해 (시당위원장이) 합의 추대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배후에 한상진 위원장이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속개된 대회에서 국민의당은 김 교수를 공동시당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아직 김민석 의원이 속해있는 민주당, 박준영 전 전남지사, 정동영 전 의원 등 통합해야 할 세력이 많이 남아 있는데 벌써부터 삐걱거리는 국민의당이 이들을 포용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더민주의 세력 확장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더민주는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홍걸씨를 영입했다. 더민주가 홍걸씨의 입당을 계기로 자신들이 DJ 정신의 계승자라고 주장하자 이미 탈당한 동교동계에선 ‘볼모정치가 아니냐’며 반발하는 등 신경전이 가열됐다.

일각에선 홍걸씨의 과거 구속 전력까지 다시 거론하며 그에 대한 인신성 공격까지 시작했다. 야권에서는 더민주가 홍걸씨를 영입하면서 비례대표를 약속했다느니, 박지원 의원의 지역구인 목포 공천을 약속했다는 등의 루머가 퍼졌다. 그러자 이희호 여사는 직접 문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홍걸씨를 정치에 끌어들이지 말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더민주를 탈당한 정대철 전 상임고문의 아들인 정호준 의원에게 비서실장을 제안해 볼모정치 논란을 다시 일으키기도 했다. 안철수 의원의 측근이었던 금태섭 변호사가 더민주 소속으로 신기남 의원의 지역구에 출마하는 것을 두고는 더민주가 금 변호사의 공천을 이미 약속한 것 아니냐는 뒷말도 무성하다.

정치의 비정함
볼모정치 등장

신 의원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시험에 탈락한 아들을 구제하기 위해 해당 학교를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아왔으며, 지난 25일 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당원자격정지 3개월이라는 중징계 조치를 받아 총선 출마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물론 더민주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여권보다 도덕적으로 더 우위에 있어야 할 야권이 통합과정에서 온갖 암투를 벌이고 있다”며 “통합과정에서부터 국민들에게 감동을 줘야만 선거에서도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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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