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인재 영입전쟁' 깜짝 카드 대예측

여럿 필요없다…한명만 잡으면 '전세역전'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총선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최근 여야의 인재영입 쟁탈전이 과열되고 있다. 각 당이 어떤 인물을 영입하느냐에 따라 선거 판세가 단숨에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어떤 인물들이 깜짝 카드로 거론되고 있을까?

“누구 추천할 분 없어요?”

총선이 다가올수록 여야의 인재영입 쟁탈전이 과열되고 있다. 요즘 정치권 인사들을 만나면 가장 먼저 꺼내는 말이 ‘혹시 추천할 사람이 없느냐’는 질문이다. 총선까지 채 3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라 각 당은 참신한 인재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각 당이 어떤 인물을 영입하느냐에 따라 선거 판세가 단숨에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과 신당 추진으로 최대 위기를 맞았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이 김종인 위원장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면서 분위기를 반전시켰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안철수 의원의 멘토였으며, 경제민주화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인재영입 사활
어떻게 꼬실까?

일단 인재영입에 있어서만큼은 더민주가 가장 앞서가고 있는 상황이다. 더민주 문재인 대표는 당이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인재들을 끌어 모아 국민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런 문 대표의 노력 때문인지 들불처럼 번지던 당내 비노 인사들의 탈당 러시는 일단 진정세로 접어든 모양새다.


최근 인재영입 트렌드는 ‘상대 진영 인사 빼오기’다. 유력 인사가 당을 이적한다면 상대 진영에는 큰 상처를 입힐 수 있고 동시에 중도층을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기간 박 대통령을 도왔던 김종인 위원장의 더민주행은 그래서 큰 파괴력을 가질 수 있었다. 새누리당은 곧장 더민주 조경태 의원을 영입하며 맞불을 놨다. 조 의원은 야권 출신으로는 드물게 여당의 텃밭인 부산에서 3선에 성공한 상징적인 인물이다.

정치권에선 정의화 국회의장이 야권행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정 의장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쟁점 법안의 직권상정을 거부하고 있다. 정 의장은 삼권분립 정신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정 의장이 사실상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이미지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정 의장의 직권상정 거부로 여권 내에서 정 의장은 외톨이가 되다시피했다. 따라서 정 의장이 야권행을 택하는 깜짝 이벤트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정 의장의 최측근인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의 국민의당(안철수신당) 입당 타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 의장의 야권행 소문에는 더욱 힘이 실렸다. 물론 정 의장 측은 말도 안 되는 헛소문이라며 펄쩍 뛰고 있다.

상대 진영 빼오기
철새 정치 시작?

정홍원 전 국무총리의 더민주 영입설도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박근혜정부 초대 총리이자 최장수 총리인 정 전 총리는 퇴임 후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남몰래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행보를 순수하게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상 내년 총선 출마 등을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삐딱한 시선도 공존하고 있다. 특히 정 전 총리가 하필 더민주 노웅래 의원의 지역구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 더민주의 깜짝 영입인사가 되는 것 아니냐는 뒷말까지 나오고 있다. 노 의원이 정 전 총리와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장면도 종종 목격됐다는 후문이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김연아 전 피겨스케이트 선수를 영입하려다 실패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스포츠 스타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미 새누리당에는 씨름선수 출신인 이만기씨가 경남 김해을에서 출사표를 던지고 4월 총선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스포츠 스타들은 인지도가 높고 건강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영입대상으로 제격이다.


"어디 좋은 사람 없나요?"
인재 영입 쟁탈전 과열 양상

새누리당은 지난 총선에서는 '태권도 영웅' 문대성 의원을 영입하기도 했다. 최근 체육계 내부의 부조리와 선수들의 복지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스포츠 스타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 나설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역도선수 장미란의 정치 입문설이 파다하게 번지기도 했다. 골프선수 출신 박세리나 메이저리거 출신 박찬호도 영입대상으로 거론된다. 두 사람 모두 IMF로 국민들이 시름에 빠져있을 때 희망과 기쁨을 줬던 스포츠 스타라는 공통점이 있다.

경제는 선거 때마다 최대 화두였던 만큼 경제전문가나 기업인 출신 인사들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더민주는 경제전문가 인재영입에서도 단연 앞서가고 있다. 더민주는 ‘유능한 경제정당’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새누리당의 경제통들이 기존에 출마를 했거나 전직 의원 출신인 것과 비교해 더민주는 정치권에 처음 발을 들여놓는 그야말로 신선한 인물들을 영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먼저 문 대표는 유능한경제정당위원회 위원장으로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을 영입했다. 강 전 위원장은 지난 달 '공정한 경제와 포용적 성장'을 위한 비정규직 제도 4대 개혁안을 발표하며 적극적으로 유능한 경제정당의 면모를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김병관 웹젠 의장이 인재영입 2호로 입당하기도 했다. 김 의장은 PDA용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를 창업해 벤처신화의 주인공이 됐고, 40대에는 온라인·모바일 게임을 키워 개발자이자 경영자로 국내 상장주식 100대 부호에 들었다.

국가재정 전문가로서 발탁된 김정우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획재정부 국고국 계약제도과장을 역임하고 영국 브리스톨(Bristol) 대학에서 정책학 박사를 받았다. 동북아경제 전문 법률가인 오기형 변호사의 영입도 눈에 띈다. 더민주는 “경제통일, 투자유치, 통상교역 확대를 위한 제도적 틀을 새롭게 디자인할 최적인 인재”이라고 오 변호사를 소개했다.

또 국회에는 그동안 많은 법조계 인사들이 진입했는데 ‘비행 청소년의 대부’ ‘호통판사’로 잘 알려진 천종호 부산가정법원 부장판사도 정치권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인물이다. 천 판사는 SBS <학교의 눈물>, KBS <두드림>, tvn <리틀 빅 히어로> 등에 출연해 인지도가 비교적 높은 인물이다.

가정법원에서 오랫동안 소년재판을 담당했던 천 판사는 한 방송에서 학교폭력 가해 청소년과 부모에게 호통을 치며 재판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 유명인이 됐다. 천 판사는 지난해 대법원에서 열린 1회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대법원장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천 판사는 전국 법관 중 유일하게 표창을 받았으며 대법관들이 만장일치로 천 판사를 표창 수상자로 선정했다.

복지 화두
여성 모시기

아주대 의대 이국종 교수도 영입대상으로 거론된다. 이 교수는 MBC 드라마 <골든타임>의 실제 모델로, 지난 2011년 '아덴만여명 작전' 당시 소말리아 해적으로부터 총을 맞고 생명이 위태로웠던 석해균 선장을 치료한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정부에서 석 선장을 살리기 위해 여러 의사들에게 연락을 했지만 응한 것은 이 교수뿐이었다.
 

석 선장 치료 중 석 선장을 한국으로 이송해야했을 때 에어 앰뷸런스의 비용이 무려 40만달러(당시 약4억8000만원)였는데 정부에서 이 돈 때문에 망설일 때 이 교수가 자비를 들여도 좋으니 당장 옮겨야한다고 말해 결국 정부의 협조를 이끌어 낸 일화도 유명하다.


외과는 환자의 목숨을 살리는 중요한 분야지만 대부분의 유능한 의사들은 돈이 되는 치과나 성형외과, 안과로 빠지고 있는 상황. 하지만 이 교수는  한국전쟁 당시 지뢰를 밟아 장애 2급 국가 유공자가 된 부친 같은 사람들을 치료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외과를 선택했다고. 이 교수는 중증외상환자를 위한 전문 인력과 시설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꼬집어 왔다.

송파 세 모녀 사건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등 박근혜정부 들어 보건복지부문에서 잇따라 허점을 드러난 만큼 여야는 보건복지 전문가 영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더민주는 복지전문가인 양봉민 교수 영입에 성공했고, 국민의당도 아동복지 전문가인 천근아 교수를 영입한 상태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이 야권보다 한 발 앞서기 위해 동물복지전문가를 영입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반려동물 인구가 1000만명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동물복지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특정인 따라 선거 판세 달라진다?
김연아도 영입시도…정책은 없고 인물만?

이제 막 동물복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만큼 새누리당이 동물복지 전문가를 영입함으로써 혁신 이미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지난 총선 당시 다문화 출신 이자스민 의원을 영입함으로써 야권보다도 오히려 혁신적으로 다문화 이슈 선점에 나섰던 사례와 비슷하다.

정치권에서는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전 정책국장을 역임한 이혜원 수의학박사가 적임자라는 평이 나온다. 이 박사는 한국과 독일에서 수의사 면허를 취득했고, 독일에서는 동물복지를 공부했다. 딱히 전문가를 찾기 어려운 국내에서 주목받는 동물복지 전문가다.


문화 관련 정책을 주도할 인물로 쌀집아저씨로 유명한 김영희 전 MBC PD를 영입하자는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은 지난 총선에서 모래시계 연출자로 유명한 박창식 의원을 영입한 바 있다. 김 전 PD는 <양심냉장고> <나는 가수다> 등 실험적인 예능을 주로 연출해왔다. 최근에는 중국으로 건너가 제작한 예능이 현지에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올렸다.

가능성은 낮지만 이부진 신라 호텔 사장도 영입 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이건희 회장의 장녀이고, 오빠는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이다. 이 사장은 재벌가 맏딸답지 않게 소탈한 모습으로 유명하다.
 

이 사장은 임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잘 어울리는 편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사장은 현장 직원들과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여 식사하기도 하고, 노래방에도 종종 함께 간다고 한다. 이 사장은 지난 2014년 이른바 ‘택시기사 선처 사건’으로 미담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가능성 낮지만
찔러나 볼까?

당시 고령의 택시기사가 신라호텔 출입문을 들이받아 승객과 호텔직원 등 4명이 다치고 회전문이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택시기사는 4억원이 넘는 금액을 호텔에 변상해야 했다. 하지만 이 사장은 사고를 보고받은 후 택시기사의 경제 상황이 어떤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조사 결과 택시기사는 경제적으로 매우 열악한 상황임을 알게 됐고 이 사장은 변상 신청을 철회했다.

한편 이 같은 정치권의 인재영입 경쟁이 정치혁신에 큰 도움이 된다는 평가도 있지만 정책 개발보다는 뜨는 인물을 데려와 표만 얻으려는 저급한 전략이라는 비판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그래도 영입한 인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철저한 계획 하에 인재 영입을 했지만 요새는 그저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될 거 같으면 무조건 영입하고 보는 것 같다”며 “이래서는 정치 쇼에 불과하고 진정한 정치 혁신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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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