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체 추적 ‘문정영농조합 조합원 갈등’ 내막 1탄

“지금 문정동에서 엄청난 사기극이 벌어지고 있다!”

[일요시사 경제팀] 이창근 기자 = “문정동 영농단지에서 엄청난 사기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것도 문정영농단지의 조합원들에 의해서다. “조합설립 과정에서부터 정관의 변경, 처분총회에 이르기까지 정상적인 절차는 하나도 없고 조합장의 막무가내 식의 독단과 일부 동조세력의 서류조작에 의해 조합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조합원들의 희생 위에 시대행업체만 배를 채우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송파구 문정동 일대는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도시개발 사업 부지로 선정, 고시하면서 투기열풍이 분 지역이다. 소위 ‘딱지’라고 불리는 토지매입권이 7000만원 상당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됐다. 일부 거래의 프리미엄은 1억2000만원까지 갔다. 이러한 열풍 끝에 3개 조합이 결성됐다. 각 조합의 사업지는 문정동 8-1블럭, 8-4블럭, 8-5블럭 등이다.

각 사업지마다 크고 작은 문제와 다툼이 만연했지만 문제의 8-4블럭은 “조합장의 전횡에 의해 조합원들이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 여러 건의 소송으로 비화되면서 심각성이 고조된 상태다.

설립단계부터
서류조작?

모델하우스 공개 이후 상가 및 오피스텔 분양까지 완료된 시점인데도 “조합을 새로 결성해서라도 조합원들의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작년 말에 출범한 ‘조합원 권리회복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에 새해 들어 다수의 조합원들이 가세하는 중이다.

비대위는 늦어도 2월 초순까지 현 조합장의 해임과 시대행사와의 계약파기를 위한 총회를 소집할 계획이다. 한 관계자는 “최근 조합원들의 합류가 이어지면서 그 동안 소문으로만 돌았던 조합장의 전횡 및 시대행사와의 결탁을 증명할 증거와 증인이 확보되고 있다”면서 “반드시 조합원들의 권리를 회복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전횡 논란이 일고 있는 문정동 8-4블럭의 사업주체는 원래 문정영농조합(이하 문정조합)이다. 조합장은 대치동에서 당구장을 운영하고 있는 문모(50)씨. 그러나 현재의 사업주체는 시대행사로 선정된 R사다. 문정조합이 SH공사로부터 받은 토지우선매입권을 R사에 양도함으로써 사업주체가 바뀐 것이다. 조합원들은 사업주체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조합장의 불법과 전횡이 무수히 자행됐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주목할 것은 이러한 시각이 단순한 마녀사냥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최근 송파경찰서에 “문정영농조합 설립 당시 조합장의 지시로 25명의 서류와 도장을 위조했다”고 자백한 증인이 나타난 것이 단적인 예다. 이 자백을 예사로 넘길 수 없는 이유는 향후의 파장 때문이다. 수사기관으로부터 문서위조가 확인될 경우 위조를 지시한 조합장과 이에 가담한 자들에 대한 법적처벌이 뒤따르게 된다.

뿐만 아니라 ‘조합의 불법행위가 드러날 경우 사업권을 회수할 수 있다’는 SH공사의 규정에 따라 문정조합의 사업권이 박탈되는 수순이 뒤따르게 된다. 따라서 ‘문정조합 설립 당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자백의 등장은 8-4블럭의 사업이 원점에서 재검토될 것임을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여기에 문 조합장이 조합정관을 손 댄 부분도 SH공사가 책임을 물어야 하는 사안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는 “정관의 기본 기재사항 및 대표자의 직무권한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SH공사의 가이드라인을 무시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당초 SH공사가 8-1, 8-4, 8-5블럭 조합들에게 ‘대표자 직무권한 왜곡금지’를 못 박은 것은 조합관련 사업에서 수시로 나타나는 조합장의 전횡을 막기 위한 조치인 것이다. 그런데 문정조합은 이 부분에 손을 댔다.
 

변경된 조합정관 11조를 보면 <조합장 및 임원의 직무> 4항 ‘시대행사 선정권(시대행사와 조합의 공동시행계약체결권)’과 5항 ‘시대행사가 개별조합원에게 지급할 조합원 배당금액의 결정권’을 조합장의 권리에 포함시켜 놨다. SH공사가 금지한 행위를 대놓고 저지른 것이다.

조합 처분총회 전
이미 사업권 넘겨


조합 사업에 있어 시대행사 선정과 배당금 조건에 대한 결정은 특정 개인이 결정할 수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되는 금기 사안이다. 조합원 개개인의 재산권이기 걸려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와 같이 중대한 사안은 총회를 개최해서 조합원들의 의사를 묻는 의결을 거쳐야 한다.

조합원들 입에서 “시대행사 선정권, 조합원 배당금액 결정권을 조합장이 갖도록 정관을 변경한 것은 처음부터 조합원들의 권리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증거”라는 말이 도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조합원 박모(50)씨는 ‘SH공사 기만설’을 제기하고 있다.

“조합장이 SH공사에 조합설립 당시의 정관만 보내고 이후 변경한 정관은 일부러 감추는 방식으로 SH공사를 기만했다”는 얘기다.   

SH공사가 금지하는 정관변경을 강행한 이후의 조합장의 행보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았다. 시대행업체를 세 번이나 갈아치운 것이다. 조합원 김모(52)씨의 말이다. “처음 데려 온 H사와 두 번째 데려 온 U사는 조합원에게 개인당 9000만원 이상의 현금 보상을 약속했다. 그런데 조합장이 그 계약을 파기하더니 최종적으로 R사와 계약했다. R사의 조합원 보상금액은 7000만원으로 세 업체 중 최악의 조건이다. 이게 정상으로 보이나?”

게다가 시대행사 선정과정에서 낯 뜨거운 추문도 드러났다.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정모(46)씨의 증언이다.

“문 조합장이 H라는 업체로부터 뒷돈을 몇 억 받기로 한 모양인데 그것을 예전 임원 한 명이 알고 와서는 엄청나게 따진 적이 있다. 그 돈을 혼자 다 먹으려고 사실을 숨겼냐는 항의였다. 조합장 얼굴이 새빨갛게 변한 것을 나 뿐 아니라 여러 사람이 봤다.”

이러한 추문은 현재 ‘문 조합장과 R사가 모종의 대가를 주고받기로 결탁한 것이 확실하다’는 조합원의 판단에 배경이 되고 있다.
 

여기에 조합원들이 제대로 화가 나게 한 사건이 터졌다. 작년 1월 경 “문 조합장이 조합원들 재산을 멋대로 팔아먹었다”는 말이 돌더니 뒤이어 문 조합장이 R사와 체결한 ‘사업권 양수도 계약서’가 공개된 것이다.

처분총회를 열어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는 후 체결됐어야 할 계약이 사전에 계약서로 작성됐다는 것을 예사로 넘길 사람은 없었다. ‘처분총회 무산 시 배상 책임을 진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도 조합원들을 크게 자극했다.

“말이 안 되지만 시대행사 선정권과 조건협상권이 조합장에게 있다고 치자. 그렇다고 내 동의 없이 맘대로 처분할 권리가 조합장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내 동의도 없는데 내 재산, 내 권리를 조합장 맘대로 넘기다니, 그런 게 어디 있나. 배임이고 사기다!”

조합원 김모(61)씨가 “조합원들이 조합장과 R사에게 사기 당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관리인에게 집 열쇠 맡겼다고 집안 물건을 다 팔아도 된다고 허락한 건 아니라는 것이다.

조합원 재산권을 조합장이 독단 매각?
비상대책위 호소에 검찰개입 임박한 듯


사업권 양도 계약서의 유출은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다. “조합장을 파면해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문 조합장과 그를 따르는 임원들이 “나중에 사후 추인을 받으려 한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쉽지가 않았다.

이후 조합장이 개최한 처분총회에 조합원들이 ‘불참 전략’으로 대응한 것이다. 결국 계약서의 추인을 받고자 시도된 처분총회는 세 차례 모두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그런데 지난해 4월10일 열린 네 번째 처분총회는 달랐다.

문 조합장이 “직접 참석 17명, 위임장 제출 130건으로 성원이 됐다”고 선포한 이후 R사에게 사업권을 양도하는 계약서의 추인을 강행한 것이다. 개회선언 이후 30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 처분총회는 현재 불법 논란의 화두가 되고 있다.

처분총회 당시의 동영상을 직접 열람해보니 “정상적인 처분총회가 아니다”는 주장에 수긍이 갔다. 회의장 안에서는 의사발언 중인 감사가 퇴장당하는가 하면 조합의 총무이사는 입장조차 저지당했다. 위임장을 지참한 몇몇 조합원의 입장이 거부되는 장면에서는 “억울하면 소송해!”라고 소리치는 주최 측 사람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물론 이날 입장 거부된 일부 조합임원과 조합원들이 잠자코 있지는 않았다. SH공사로 공문을 보내 “서면동의서에 포함된 인감서류 날자와 동의서 날짜를 확인해 달라”고 요구하는 한편 “절차적 문제가 해결 될 때까지 처분총회 승인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요청은 수용되지 않았다. SH공사가 8-4블럭의 처분총회를 승인한 것이다. 첨부된 서류 중에 1년 전에 발급한 인감증명서가 무수히 나올 것이라는 주장도 SH공사 담당자를 설득해 내지 못했다.

‘추인 자체가 반칙"
"처분총회도 불법?’

조합원과 조합임원 명의의 공식적인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처분총회가 승인된 배경은 무엇일까. SH공사 담당자는 “인감증명서 발급 날짜까지 모두 확인했으나 이상이 없었다”는 답변을 내놨다. 총무이사 및 운영위원들이 요구한 승인보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 또한 “모든 것을 서류로 심사를 할 뿐 이해 관계자의 말을 일일이 검증할 수 없다”며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SH공사 담당자의 답변에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합임원과 운영위원의 사전경고와 서면 요청이 있었던 만큼 제출된 회의록의 검증 또한 이뤄졌어야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자신의 위임장이 조작되었다고 나선 조합원도 5명이나 존재했다.
 

조합원들이 “전화 몇 통 돌려봐도 확인할 수 있는 일을 SH 담당자가 의도적으로 안 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나름 근거가 있는 셈이다.

최소 14일 이전에 소집공고를 하도록 한 정관을 위반한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되는 대목이다.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조합원의 권리가 침해당할 수 있는 개연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문정조합 총무이사 박순임(46)씨는 “앞서 시도됐다 무산된 3차례의 처분총회 과정에서 동일한 필적의 동의서 수 십 장과 1년 전에 발급된 다수의 인감증명서를 직접 목격했다”며 증언에 힘을 싣고 있다.

조합원 상당수는 문제가 많은 처분총회가 승인된 것은 SH 담당자와 조합장 간 혹은 SH 담당자와 R사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게 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일요시사>가 SH공사 담당자에게 처분총회 관련 서류의 열람을 요청했지만 불허됐다. “조합원이 와도 보여줄 수 없고, 조합임원이 와도 열람이 안 된다”는 것이다. 감사원이나 검찰, 서울시 등의 개입 없이는 조합원들이 SH공사의 승인과정을 검증할 방법이 만무한 상태다.

시대행사 약속 불이행
조합원들 "역차별 발끈"

처분총회를 둘러싼 조합원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R사는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모델하우스 공개 이후 실시된 사전청약에서 오피스텔과 상가 대부분이 절찬리에 마감된 것이다. 마감 결과 문정조합원들이 오피스텔이나 상가를 분양받은 케이스가 매우 적었다. 일반분양을 한 탓이다. 조합원들이 “10년 넘게 기다린 조합원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았다”며 분통을 터트리는 이유다.

“조합장이 제시한 R사의 문건에는 잔금의 상계처리가 약속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지켜지지 않았다. 조합원들에게 상가나 오피스텔을 우선해서 선택하도록 하겠다는 말도 거짓말로 판명됐다. 조합원은 손가락 빠는데 R사는 이번 사업으로 200억원의 수익을 본다. 도대체 누가 이 지경을 만들었겠나?”

한 조합원의 발언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많은 까닭은 역차별 발언이 꽤 설득력을 갖기 때문이다. 조합원 둘 이상만 모이면 “조합장이 업체로부터 이익을 나누자는 약속을 받고 엄청난 사기극을 저질렀을 것”이란 이야기가 오고가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물론 이러한 추측은 군중심리에 의한 조합원들의 막연한 추측일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일련의 상황을 보면 터무니없는 마녀사냥으로 치부하기도 어려운 점이 적지 않다. 

일부 조합원은 문 조합장이 자신과 관련한 여러 소송에서 대형로펌이 동원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딱지 한 장 가진 사람이 얼마나 이익을 본다고 그 비싼 로펌을 고용해서 대응하겠느냐는 것이다. 밀접한 이해관계를 가진 R사가 조합장의 변호사 비용을 부담했거나 정산 후 받기로 하고 빌려줬을 것이 분명하다는 게 조합원들의 판단이다.
 

신탁사가 발행한 수익증권이 204명 조합원의 개별 명의가 아닌 문정조합 명의로 통합발행 된 점도 조합원들에게는 야합의 증거(?)로 비춰지고 있다. 조합청산에 들어갈 때까지 조합원들의 불만을 잠재우려면 조합명의 수익증권이 유리하다는 판단으로 저지른 의도된 행동이라는 것이다.

조합사무실이 사실상 폐쇄된 것도 의혹 증폭의 요인이 되고 있다. 조합원들이 받은 ‘조합사무실 이전’ 문자를 받아 찾아간 주소지에는 조합사무실이 발견되지 않았다. 건물 구석에 간판 없는 출입문이 하나 있었지만 그나마 잠겨있었다.

현재 조합원들의 시선은 ‘조합장과 R사의 야합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 수준에서 ‘분명히 야합을 했다’는 확신 단계로 이동 중이다. 그러나 정작 의혹의 눈총을 받는 조합장과 R사는 아무런 해명과 대응을 내놓지 않고 있지 않다.

<일요시사> 취재에 대해 “어떠한 것도 대답할 말이 없다(조합장)”거나 “귀 신문사의 질의에 답변을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R사)”는 입장만 알려왔다. “반론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는 문자에도 일체 반응이 없었다.

문 조합장과 R사가 취재요청을 회피하는 동안에도 비대위는 조금씩 그리고 꾸준히 세력을 불리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조합원이 조금만 더 모이면 문정조합이 아닌 다른 이름의 조합을 새로 결성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3주 이내에 총회를 개최해서 현 조합장의 해임, R사와의 계약 파기, SH공사에 신규조합 신고 등의 수순을 마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정조합이 설립 단계부터 처분총회까지 무수한 절차적 하자와 비리가 있었음이 드러난 만큼 새 조합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새로 출범하는 조합이 직접 사업을 해야 R사가 도모하고 있는 200억원의 수익이 200여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이들의 명분이다.

새 조합 만들어
조합사업 재추진 

한편, 비대위의 행보와 별개로 주목되는 움직임이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최근 검찰에 문정영농조합과 관련한 비리제보가 계속 수집되는 만큼 조만간 적극적인 개입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언급하고 있다. 감사원 주변에서도 “문정동 사업부지와 관련해서 SH공사에 대한 감사 타이밍을 조율중”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조만간 문정동 일대에 한바탕 소용돌이가 몰아칠 것이 예견되는 이유다.

‘조합장 치고 감옥 안 가는 사람이 없다’는 속설이 문정동 일대에 회자되는 가운데 문정단지 조합장이 예외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