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동교동계 부활 노림수

DJ파 원로들의 반란 시작됐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김대중 전 대통령(이하 DJ)의 가신 그룹인 동교동계가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기지개를 펴고 있다. 권노갑 전 상임고문을 비롯한 동교동계는 지난 12일 집단 탈당을 선언했다. 권 전 고문은 탈당 직후 신당 추진 야권 인사들과 잇달아 접촉하며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DJ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후 14년 만에 다시 정치적 기지개를 펴고 있는 동교동계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김대중 전 대통령(이하 DJ)의 가신 그룹인 동교동계가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기지개를 펴고 있다. 권노갑 전 상임고문은 지난 12일, 동교동계 인사 수십 명과 함께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을 집단 탈당했다. 안철수 의원이 탈당해 국민의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야당을 지탱해온 두 기둥인 운동권과 호남 가운데 한 축이 무너지면서 더민주는 총선을 앞두고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미 야권의 심장으로 불리는 광주에서는 현역의원들의 탈당 러시로 더민주가 국민의당에 밀려 소수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권 전 상임고문은 이날 탈당을 선언하면서 더민주를 선거 패배에 책임지지 않고, 정권교체의 희망도 주지 못하는 당이라고 규정했다. 동교동계의 목표는 제대로 된 야당을 부활시키고 정권교체를 성공시키기 위한 길에 미력이나마 혼신의 힘을 보태는 것이라고도 했다.

정권교체?
지분 요구?

호남과 친노의 결별은 친노의 집권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인식이 야권 내에서 팽배해지면서 서서히 시작됐다. 지난 2007년 대선부터 최근 각종 재보선에 이르기까지 친노가 장악해온 야당은 참패를 이어왔다. 문재인 체제로는 내년 대선에서도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는 위기감이 동교동계를 움직였다는 것이다.

권 전 고문은 탈당 후 곧바로 국민의당에 합류하는 대신 제3지대에서 신당 세력의 통합 작업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고문은 탈당 다음날부터 무척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권 전 고문은 이미 탈당을 결심한 박지원 의원, 탈당 후 호남 독자 신당을 추진 중인 박주선 의원과 박준영 전 전남지사를 잇달아 만났다. 이어 국민의당에 합류한 김한길 의원과도 만났다.


김대중 가신들 친노와 완전 결별
신당 추진 야권 인사들과 접촉중

더민주를 제외한 야권 주요 세력을 대부분 만난 셈이다. 일각에선 권 전 고문의 동선을 보면 동교동계의 통합 시나리오를 엿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동교동계의 탈당으로 야권은 문재인 대표를 축으로 한 친노·386·운동권 중심의 더민주와 안철수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비노·호남·중도의 국민의당으로 완벽하게 양분된 모양새가 됐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동교동계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탈당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동교동계의 ‘지분 요구설’이다. 동교동계가 야권 분열을 기회로 삼아 몸값을 높이고 지분을 요구하려는 것 아니겠냐는 것이다.

실제로 권 전 고문은 지난해 4월, 새정치연합(현 더민주)의 재보선 지원을 약속하면서 “지금까지 당을 운영하면서 (지분을) 주류 60퍼센트, 비주류 40퍼센트로 나누는 관행을 지켜왔는데, 문재인 대표도 그 정신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발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동교동계가 재보선을 지원했음에도 문 대표 측의 아무런 배려가 없자 결국 탈당까지 강행하게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친노와 악연
복수 위해?

최근에는 동교동계가 탈당 후 국민의당에 곧바로 합류하지 않은 이유가 안철수 의원 측과 지분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라는 의혹제기를 한 언론보도도 있었다. 동교동계의 지분 요구에 안 의원 측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물론 양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펄쩍 뛰고 있다.

동교동계는 지난 19대 총선 당시 공천 문제로 집단 탈당한 전력도 있다. 동교동계 인사들은 당시 탈당을 하면서 ‘친노 패권주의로 불공정한 공천이 이뤄졌다’고 비판했는데 이후 친노 인사들에게는 ‘친노 패권주의’라는 비판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동교동계는 크게 신파와 구파로 나뉜다. 구파는 권노갑 고문을 중심으로 김옥두, 이훈평, 박양수 전 의원 등이 있고 신파는 한화갑, 한광옥, 김경재 전 의원 등이 주축이다. 동교동계 신파는 지난 2012년 19대 총선 당시 친노 진영이 주도한 공천 과정에서 대거 탈락하자 탈당해 정통민주당을 창당한 후 총선에 나섰으나 대부분 낙선했다.

그러자 그해 12월 치러진 대선에서는 동교동계 신파 인사들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지지선언을 하며 여권 행을 택했다. 이후 한광옥 전 의원은 국민대통합위원장을 맡았으며 김경재 전 의원은 최근까지 청와대 홍보특보를 맡는 등 승승장구했다.

동교동계의 집단 탈당에 대해 단지 친노 진영에 대한 복수의 일환이라며 평가절하하는 분석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동교동계 대부분이 90세를 바라보는 나이인데 지분을 챙겨주려고 해도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겠냐”며 “동교동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사건건 친노 진영에 시비를 걸어왔고 과거 쌓인 앙금이 해소되지 않아 탈당한 것뿐”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호남의 한 인사는 지난 해부터 이미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에 (의석을)내주는 한이 있더라도 친노를 싹 쓸어버려야 한다”고 공공연히 언급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동교동계와 친노 진영은 지독한 악연이다. 2002년 민주당의 대선 경선 때 동교동계가 노무현 후보를 배후에서 지원했다는 말도 있었지만 정작 노무현정부가 출범한 이후 동교동계는 줄곧 시련을 겪었다.

계획된 탈당
친노 고립작전?

특히 지난 2003년 대북송금 특검이 시작되자 동교동계는 참여정부가 DJ의 최대 치적인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깎아내리려 한다고 반발했고, 수사 과정에서 권 전 고문과 박지원 의원 등 동교동계 주요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어 그해 11월 친노 진영이 당시 민주당을 구태 정치세력으로 몰면서 열린우리당을 창당하자 동교동계의 친노에 대한 반감은 극에 달했다.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은 “(호남이) 내가 좋아서가 아니라 이회창이 될까 봐 찍었지”라며 동교동계와 호남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했다.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대표의 “우리는 부산 정권”이라는 발언도 논란이 됐다. 동교동계의 이훈평 전 의원은 “50년 만에 정권 창출하고 재창출해줬는데, 친노 패거리들이 망쳐버렸다”고 비판했을 정도다. 특히 노무현정부의 대북송금 특검은 이들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아픈 상처다.

동교동계 인사들은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모이면 “(대북송금 현대 비자금 사건 때) 언론 보도로만 치면 동교동계 인사들은 재벌인데 이 나이에도 식당 등을 운영하며 먹고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친노 진영을 비판할 정도다.

게다가 지난 2012년 총선 이후에도 동교동계 인사들은 당내 경선에서 친노 진영 인사들에게 번번이 밀렸다. 지난해 4월 재보선 당시 관악을에 출마했던 동교동계 김희철 전 의원이 친노로 분류되는 정태호 후보에게 당내 경선에서 밀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탈당 시나리오 오래전부터 준비
지분 요구? 앞으로 행보 주목

당시 국민경선 여론조사에서 두 곳의 여론조사 기관이 동시에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양 기관 간 조사 결과가 15%나 차이가 나 논란이 됐었다. 일반적인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5∼6% 정도다. 김 전 의원 측이 항의했지만 당 지도부는 항의를 묵살해버렸다. 당내 경선 때마다 이 같은 일이 잦았다는 것이다.

때문에 동교동계가 오래전부터 친노 고립작전을 치밀하게 준비해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권 전 고문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와 손잡고 국민동행이라는 정치 결사체를 만들어 오래 전부터 신당 추진 작업을 해온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국민동행은 상도동계 좌장 역할을 했던 김덕룡 전 의원과 권 전 고문이 주축으로 만든 단체다. 국민동행에는 상도동계 김덕룡 전 의원과 함께 문정수 전 부산시장, 심완구 전 울산시장이, 동교동계는 권노갑 전 고문과 정대철 전 상임고문 등이 참여했었다.
 

국민동행 발족 당시부터 정가에서는 안철수 의원의 측근인 김성식 전 의원이 국민동행 발족에 적극 관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었다. 안 의원 측이 안 의원에게 힘을 실어 줄 여야 원로 인사들을 규합하고 있다는 설이었다. 지난 2014년에는 동교동계 정대철 전상임고문이 주축이 돼 구당구국 모임을 결성하기도 했다. 이 모임에는 지금은 더민주를 탈당한 정동영 전 상임고문, 천정배 의원 등이 참여했었다. 정대철 전 고문도 지난 15일 탈당을 선언한 상태다.

순수성 의심
진짜 목적은?

당시부터 구당구국 모임이 사실상 중도, 온건파 성향의 정치인들을 규합해 신당 창당을 추진하려는 단체가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했다. 2년이 지난 지금 구당구국 모임에 참여했던 인사들 중 상당수가 신당행을 선택하면서 소문은 어느 정도 사실이 됐다. 그러나 동교동계의 탈당이 얼마나 큰 파급력을 발휘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동교동계가 DJ의 가신그룹이라는 정치적 상징성은 지니고 있지만 현역 의원이라고는 박지원 의원이 유일하다.

이미 90세를 바라보는 고령의 인사들이 민심을 대표하거나 좌지우지할 만한 힘을 지녔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다. 다만 호남 내 반 친노 정서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동교동계의 이탈은 호남의 반 친노 정서를 더욱 부채질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호남 출신의 한 인사는 “동교동계는 DJ와 험난한 한국 정치사를 함께한 민주화의 산 증인들”이라며 “당의 어른들도 제대로 못 챙기는 정당이 누굴 챙기겠느냐”고 비난했다.


한편 이 같은 정치권의 풍문들에 대해 동교동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무슨 욕심이 있겠나? 집권 가능한 야당을 만들기 위해 헌신하겠다는 것인데 벌써부터 우리를 깎아내리려는 공작이 시작된 것 같다”며 “그런 허무맹랑한 목소리엔 신경 쓰지 않고 정권 교체를 위해 헌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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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