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동교동계 부활 노림수

DJ파 원로들의 반란 시작됐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김대중 전 대통령(이하 DJ)의 가신 그룹인 동교동계가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기지개를 펴고 있다. 권노갑 전 상임고문을 비롯한 동교동계는 지난 12일 집단 탈당을 선언했다. 권 전 고문은 탈당 직후 신당 추진 야권 인사들과 잇달아 접촉하며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DJ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후 14년 만에 다시 정치적 기지개를 펴고 있는 동교동계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김대중 전 대통령(이하 DJ)의 가신 그룹인 동교동계가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기지개를 펴고 있다. 권노갑 전 상임고문은 지난 12일, 동교동계 인사 수십 명과 함께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을 집단 탈당했다. 안철수 의원이 탈당해 국민의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야당을 지탱해온 두 기둥인 운동권과 호남 가운데 한 축이 무너지면서 더민주는 총선을 앞두고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미 야권의 심장으로 불리는 광주에서는 현역의원들의 탈당 러시로 더민주가 국민의당에 밀려 소수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권 전 상임고문은 이날 탈당을 선언하면서 더민주를 선거 패배에 책임지지 않고, 정권교체의 희망도 주지 못하는 당이라고 규정했다. 동교동계의 목표는 제대로 된 야당을 부활시키고 정권교체를 성공시키기 위한 길에 미력이나마 혼신의 힘을 보태는 것이라고도 했다.

정권교체?
지분 요구?

호남과 친노의 결별은 친노의 집권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인식이 야권 내에서 팽배해지면서 서서히 시작됐다. 지난 2007년 대선부터 최근 각종 재보선에 이르기까지 친노가 장악해온 야당은 참패를 이어왔다. 문재인 체제로는 내년 대선에서도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는 위기감이 동교동계를 움직였다는 것이다.

권 전 고문은 탈당 후 곧바로 국민의당에 합류하는 대신 제3지대에서 신당 세력의 통합 작업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고문은 탈당 다음날부터 무척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권 전 고문은 이미 탈당을 결심한 박지원 의원, 탈당 후 호남 독자 신당을 추진 중인 박주선 의원과 박준영 전 전남지사를 잇달아 만났다. 이어 국민의당에 합류한 김한길 의원과도 만났다.


김대중 가신들 친노와 완전 결별
신당 추진 야권 인사들과 접촉중

더민주를 제외한 야권 주요 세력을 대부분 만난 셈이다. 일각에선 권 전 고문의 동선을 보면 동교동계의 통합 시나리오를 엿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동교동계의 탈당으로 야권은 문재인 대표를 축으로 한 친노·386·운동권 중심의 더민주와 안철수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비노·호남·중도의 국민의당으로 완벽하게 양분된 모양새가 됐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동교동계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탈당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동교동계의 ‘지분 요구설’이다. 동교동계가 야권 분열을 기회로 삼아 몸값을 높이고 지분을 요구하려는 것 아니겠냐는 것이다.

실제로 권 전 고문은 지난해 4월, 새정치연합(현 더민주)의 재보선 지원을 약속하면서 “지금까지 당을 운영하면서 (지분을) 주류 60퍼센트, 비주류 40퍼센트로 나누는 관행을 지켜왔는데, 문재인 대표도 그 정신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발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동교동계가 재보선을 지원했음에도 문 대표 측의 아무런 배려가 없자 결국 탈당까지 강행하게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친노와 악연
복수 위해?

최근에는 동교동계가 탈당 후 국민의당에 곧바로 합류하지 않은 이유가 안철수 의원 측과 지분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라는 의혹제기를 한 언론보도도 있었다. 동교동계의 지분 요구에 안 의원 측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물론 양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펄쩍 뛰고 있다.

동교동계는 지난 19대 총선 당시 공천 문제로 집단 탈당한 전력도 있다. 동교동계 인사들은 당시 탈당을 하면서 ‘친노 패권주의로 불공정한 공천이 이뤄졌다’고 비판했는데 이후 친노 인사들에게는 ‘친노 패권주의’라는 비판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동교동계는 크게 신파와 구파로 나뉜다. 구파는 권노갑 고문을 중심으로 김옥두, 이훈평, 박양수 전 의원 등이 있고 신파는 한화갑, 한광옥, 김경재 전 의원 등이 주축이다. 동교동계 신파는 지난 2012년 19대 총선 당시 친노 진영이 주도한 공천 과정에서 대거 탈락하자 탈당해 정통민주당을 창당한 후 총선에 나섰으나 대부분 낙선했다.

그러자 그해 12월 치러진 대선에서는 동교동계 신파 인사들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지지선언을 하며 여권 행을 택했다. 이후 한광옥 전 의원은 국민대통합위원장을 맡았으며 김경재 전 의원은 최근까지 청와대 홍보특보를 맡는 등 승승장구했다.

동교동계의 집단 탈당에 대해 단지 친노 진영에 대한 복수의 일환이라며 평가절하하는 분석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동교동계 대부분이 90세를 바라보는 나이인데 지분을 챙겨주려고 해도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겠냐”며 “동교동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사건건 친노 진영에 시비를 걸어왔고 과거 쌓인 앙금이 해소되지 않아 탈당한 것뿐”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호남의 한 인사는 지난 해부터 이미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에 (의석을)내주는 한이 있더라도 친노를 싹 쓸어버려야 한다”고 공공연히 언급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동교동계와 친노 진영은 지독한 악연이다. 2002년 민주당의 대선 경선 때 동교동계가 노무현 후보를 배후에서 지원했다는 말도 있었지만 정작 노무현정부가 출범한 이후 동교동계는 줄곧 시련을 겪었다.

계획된 탈당
친노 고립작전?

특히 지난 2003년 대북송금 특검이 시작되자 동교동계는 참여정부가 DJ의 최대 치적인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깎아내리려 한다고 반발했고, 수사 과정에서 권 전 고문과 박지원 의원 등 동교동계 주요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어 그해 11월 친노 진영이 당시 민주당을 구태 정치세력으로 몰면서 열린우리당을 창당하자 동교동계의 친노에 대한 반감은 극에 달했다.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은 “(호남이) 내가 좋아서가 아니라 이회창이 될까 봐 찍었지”라며 동교동계와 호남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했다.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대표의 “우리는 부산 정권”이라는 발언도 논란이 됐다. 동교동계의 이훈평 전 의원은 “50년 만에 정권 창출하고 재창출해줬는데, 친노 패거리들이 망쳐버렸다”고 비판했을 정도다. 특히 노무현정부의 대북송금 특검은 이들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아픈 상처다.

동교동계 인사들은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모이면 “(대북송금 현대 비자금 사건 때) 언론 보도로만 치면 동교동계 인사들은 재벌인데 이 나이에도 식당 등을 운영하며 먹고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친노 진영을 비판할 정도다.

게다가 지난 2012년 총선 이후에도 동교동계 인사들은 당내 경선에서 친노 진영 인사들에게 번번이 밀렸다. 지난해 4월 재보선 당시 관악을에 출마했던 동교동계 김희철 전 의원이 친노로 분류되는 정태호 후보에게 당내 경선에서 밀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탈당 시나리오 오래전부터 준비
지분 요구? 앞으로 행보 주목

당시 국민경선 여론조사에서 두 곳의 여론조사 기관이 동시에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양 기관 간 조사 결과가 15%나 차이가 나 논란이 됐었다. 일반적인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5∼6% 정도다. 김 전 의원 측이 항의했지만 당 지도부는 항의를 묵살해버렸다. 당내 경선 때마다 이 같은 일이 잦았다는 것이다.

때문에 동교동계가 오래전부터 친노 고립작전을 치밀하게 준비해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권 전 고문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와 손잡고 국민동행이라는 정치 결사체를 만들어 오래 전부터 신당 추진 작업을 해온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국민동행은 상도동계 좌장 역할을 했던 김덕룡 전 의원과 권 전 고문이 주축으로 만든 단체다. 국민동행에는 상도동계 김덕룡 전 의원과 함께 문정수 전 부산시장, 심완구 전 울산시장이, 동교동계는 권노갑 전 고문과 정대철 전 상임고문 등이 참여했었다.
 

국민동행 발족 당시부터 정가에서는 안철수 의원의 측근인 김성식 전 의원이 국민동행 발족에 적극 관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었다. 안 의원 측이 안 의원에게 힘을 실어 줄 여야 원로 인사들을 규합하고 있다는 설이었다. 지난 2014년에는 동교동계 정대철 전상임고문이 주축이 돼 구당구국 모임을 결성하기도 했다. 이 모임에는 지금은 더민주를 탈당한 정동영 전 상임고문, 천정배 의원 등이 참여했었다. 정대철 전 고문도 지난 15일 탈당을 선언한 상태다.

순수성 의심
진짜 목적은?

당시부터 구당구국 모임이 사실상 중도, 온건파 성향의 정치인들을 규합해 신당 창당을 추진하려는 단체가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했다. 2년이 지난 지금 구당구국 모임에 참여했던 인사들 중 상당수가 신당행을 선택하면서 소문은 어느 정도 사실이 됐다. 그러나 동교동계의 탈당이 얼마나 큰 파급력을 발휘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동교동계가 DJ의 가신그룹이라는 정치적 상징성은 지니고 있지만 현역 의원이라고는 박지원 의원이 유일하다.

이미 90세를 바라보는 고령의 인사들이 민심을 대표하거나 좌지우지할 만한 힘을 지녔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다. 다만 호남 내 반 친노 정서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동교동계의 이탈은 호남의 반 친노 정서를 더욱 부채질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호남 출신의 한 인사는 “동교동계는 DJ와 험난한 한국 정치사를 함께한 민주화의 산 증인들”이라며 “당의 어른들도 제대로 못 챙기는 정당이 누굴 챙기겠느냐”고 비난했다.


한편 이 같은 정치권의 풍문들에 대해 동교동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무슨 욕심이 있겠나? 집권 가능한 야당을 만들기 위해 헌신하겠다는 것인데 벌써부터 우리를 깎아내리려는 공작이 시작된 것 같다”며 “그런 허무맹랑한 목소리엔 신경 쓰지 않고 정권 교체를 위해 헌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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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