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들의 색다른 스트레스 해소법

“골퍼라고 골프만 할 수 없죠”

매 대회 50㎝ 퍼팅에도 긴장과 집중을 해야 하고 비와 강풍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홀을 공략해야 하는 프로골퍼들이 필드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 때문에 톱골퍼들은 필드 밖에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자기만의 취미를 갖고 있다. 단 스타일은 극과 극이다. 어떤 골퍼들은 취미 하나도 골프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선택하고, 또 다른 골퍼들은 골프를 완전히 잊기 위한 취미를 만들어 힐링을 한다.

다양한 취미 활동으로 여가생활 만끽
연주, 블럭 맞추기, 여행 등 각양각색

휴식·집중력 향상 ‘일석이조’
학업에 열중하는 골퍼도 상당수

최근 한국을 방문한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는 CME 랭킹 1위로 받은 보너스 상금 100만달러로 멋진 탁구대를 사고 싶다고 말했다. 리디아 고가 골프 외의 취미로 ‘탁구’를 택한 나름 그럴듯한 이유가 있다. 부상 위험이 작고 짧은 시간에 많은 운동량을 요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란다. 또 어디서든 하기 쉬운 이점도 있다.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숨겨져 있다. 바로 ‘손 감각’을 키우기 위해서다.

취미생활로
스트레스 해소

리디아 고의 아버지 고길홍 씨는 “리디아가 섬세한 터치감을 키우기 위해 탁구를 하고 싶다고 하더라”며 “어프로치 샷을 좀 더 섬세하게 하고 싶어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 많은 톱골퍼들이 취미를 골프 실력을 늘리기 위한 또 다른 방법으로 사용한다. 리디아 고가 탁구를 하고 싶어하는 이유와 비슷하다. 이처럼 그린 밖 여자 골퍼들은 다양한 취미 생활을 통해 여가를 즐기며 승부 세계의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플라잉 덤보’ 전인지(20·하이트진로)도 여가 시간을 그냥 보내지 않는다. 전인지의 원래 취미는 나노블록 맞추기. 손톱보다 작은 블록을 맞춰 하나의 모양을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하다. 가끔은 무념무상 상태인 ‘제로 영역’에 들어가기까지 할 정도로 집중한다. 골프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날리기에 딱 좋은 취미이면서 동시에 집중력과 섬세한 손 감각까지도 키울 수 있다.
전인지는 최근 ‘드론’에 취미를 붙였다. 사실 드론은 하늘을 나는 장난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고도의 손 감각과 눈과 손의 협응 능력이 필요하다.
최나연(28)은 쉬는 시간 주로 TV시청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특히 오디션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그가 빠짐없이 챙겨보는 프로그램들은 <K팝스타>나 <슈퍼스타K>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은퇴 후 후배를 가르치는 꿈을 키우고 있다. 어려서부터 골프선수로 활동한 탓에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교수가 되어 학생들을 지도하는 게 최나연의 꿈이다. 그는 현재 건국대 산업대학원 골프산업학과에 재학 중이다.
올해 LPGA 신인왕을 거머쥔 김세영(22·미래에셋자산운용)은 요리 프로그램 시청을 즐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허윤경(24·SBI)도 학업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지난해 2월 성균관대를 졸업한 그는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었지만 프로골퍼와 병행이 쉽지 않은 탓에 잠시 미뤘다. 허윤경은 선수 생활의 경험을 녹여 스포츠심리학 전문가가 되는 꿈을 갖고 있다.
골프의 ‘리듬’을 키우기 위해 음악이나 악기를 다루는 선수들도 있다. 유소연(25·하나금융그룹)의 취미는 바이올린 연주다. 유소연은 중학교 2학년에 진학하기 전까지만 해도 바이올린 연주자가 되는 게 꿈이었다.
지금도 유소연은 골프연습 이외 시간에 종종 바이올린을 켠다. 지난해 8월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사랑하는 내 바이올린아, 네가 예전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너를 사랑한단다. 음악이 정말 좋다”는 글과 함께 한 장의 사진을 올렸다. 사진에서 유소연은 바이올린을 얼굴에 맞대고 있다. 그는 피아노와 플루트 연주에도 능숙하다. 지난해 12월에는 플루트를 연주하던 8살 때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미녀골퍼 안신애(25·해운대비치골프앤리조트)의 취미는 활동적인 것들이 많다. 그는“여행, 헬스, 스키, 보드, 테니스, 수영, 자전거타기 등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트레이닝 접목
집중력 향상

필드의 패셔니스타 양수진(24·파리게이츠)의 취미생활은 역시나 패션에 관련된 것들이다. 그는 자신이 입을 의상을 직접 제작하기로 유명하다. 양수진은 지난해 8월 메인스폰서인 골프의류 브랜드 파리게이츠와 함께 제작한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출시했다. 옷의 디자인은 물론 컬러와 소재까지 양수진이 직접 결정했다. 제품은 총 12가지 모델로 티셔츠와 니트, 큐롯 팬츠 등 풀 코디네이션이 가능하도록 구성했다. 그는 이 옷을 제작하기까지 10개월간 공을 들였다. 골프채를 내려놓게 되면 패션디자이너로 전향할 계획이 있는 만큼 취미 수준을 넘어 특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가장 정교한 퍼팅을 하는 박인비(27·KB금융그룹)는 얼마 전부터 피아노 치는 재미에 빠지면서 리듬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했다.
해외선수들 중에서도 ‘트레이닝’과 취미를 동시에 하는 선수들도 있다.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의 비시즌 취미는 로드 사이클이다. 페테르센은 시즌이 끝나면 날씨가 따뜻한 미국 플로리다에서 로드 사이클을 즐기며 스트레스도 풀고 강철 같은 하체를 단련시킨다.

이색 취미
이중생활

‘넘버3’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는 바다에서 취미생활을 한다. 시즌이 끝나면 루이스는 친구들과 바다로 놀러가 서핑을 즐긴다. 불규칙한 파도를 타야 하는 서핑은 신체의 균형 감각을 키우면서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집중력도 높일 수 있다. 2011년 LPGA 투어 신인왕에 오른 서희경은 투어 생활 당시 플로리다 집 인근에서 수상스키를 즐기며 스트레스 해소와 하체 단련을 동시에 했다.
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취미생활을 골프와 연관시키는 것은 아니다. 더 강한 집중을 위해 아예 다른 영역에 도전하는 선수들도 많다. 리디아 고도 시즌 중에는 탁구를 선택했지만 시즌이 끝나면 한 달가량 아예 골프채를 잡지 않고 평소 하고 싶었던 일들을 몰아서 한다. 공부나 맛집 탐방 등 하고 싶은 일들을 꼼꼼하게 계획한 뒤 일명 ‘몰아치기’를 한다. 미셸 위도 시즌이 끝나면 철저하게 골프를 끊는다. 서핑, 하이킹, 요가 등 다양한 취미생활을 하고 프로 스포츠 관람도 종종 한다.
남자 프로골퍼들의 스트레스 해소법도 다양하다. 이색 취미생활을 즐기는 프로골퍼들이 많다. 일본에서 뛰고 있는 김경태(28·신한금융그룹)는 당구마니아다. 하루 11시간 동안 당구를 친 적도 있다. 지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 탓에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본다. 2012년 KPGA 대상 수상자 이상희(22·호반건설)는 조금 특별한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기타와 피아노를 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허인회는 오토바이와 자동차마니아다. 영암이나 안산 등 트랙에서 스피드를 즐기며 스트레스를 푼다. 자동차를 워낙 좋아해 한 때는 500마력이 넘는 스포츠카 등 자동차를 5대까지 보유한 적이 있고, 오토바이도 2대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모두 처분하고 1대만 소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동차 관련 사업(수입차 중개)을 병행하면서 이중생활을 한다.
프로골퍼들 중에는 이색 경력의 소유자들이 많다.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형성(32·현대자동차)은 축구선수 출신이다. 고교시절까지 축구선수를 지낸 덕분에 정경호, 박지성 등과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홍란과 서희경은 수영 선수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모두 초등학교 때 3~4년 수영을 배웠다.
최경주(44·SK텔레콤)가 중학교 때까지 역도 선수를 했다는 건 웬만큼 잘 알려진 사실. 박세리 역시 초등학교 시절엔 육상선수를 했던 경력을 갖고 있다. 허들과 투포환을 했다. 골프선수에게 필요한 튼튼한 하체의 비결이다.

‘팔망미인’
만능 스포츠맨

눈에 띄는 건 여자골퍼들 중 유난히 태권도 유단자가 많다는 점이다. 김세영(21·미래에셋)은 공인 3단이다. 태권도장을 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태권도를 배웠다. 이민영(22)은 유단자 실력은 아니지만 초등학교 때 태권도를 배웠다. 친구인 김세영과 이민영은 엉뚱한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겨루기를 하면 누가 이길까”라는 말을 하다가 실제 대결까지 벌였다. 도복에 호구를 착용하고 대련을 해본 적이 있다. 김현지(26)도 태권도 공인 3단이고, 문경준(33)은 테니스 선수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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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