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들의 색다른 스트레스 해소법

“골퍼라고 골프만 할 수 없죠”

매 대회 50㎝ 퍼팅에도 긴장과 집중을 해야 하고 비와 강풍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홀을 공략해야 하는 프로골퍼들이 필드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 때문에 톱골퍼들은 필드 밖에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자기만의 취미를 갖고 있다. 단 스타일은 극과 극이다. 어떤 골퍼들은 취미 하나도 골프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선택하고, 또 다른 골퍼들은 골프를 완전히 잊기 위한 취미를 만들어 힐링을 한다.

다양한 취미 활동으로 여가생활 만끽
연주, 블럭 맞추기, 여행 등 각양각색

휴식·집중력 향상 ‘일석이조’
학업에 열중하는 골퍼도 상당수

최근 한국을 방문한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는 CME 랭킹 1위로 받은 보너스 상금 100만달러로 멋진 탁구대를 사고 싶다고 말했다. 리디아 고가 골프 외의 취미로 ‘탁구’를 택한 나름 그럴듯한 이유가 있다. 부상 위험이 작고 짧은 시간에 많은 운동량을 요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란다. 또 어디서든 하기 쉬운 이점도 있다.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숨겨져 있다. 바로 ‘손 감각’을 키우기 위해서다.

취미생활로
스트레스 해소

리디아 고의 아버지 고길홍 씨는 “리디아가 섬세한 터치감을 키우기 위해 탁구를 하고 싶다고 하더라”며 “어프로치 샷을 좀 더 섬세하게 하고 싶어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 많은 톱골퍼들이 취미를 골프 실력을 늘리기 위한 또 다른 방법으로 사용한다. 리디아 고가 탁구를 하고 싶어하는 이유와 비슷하다. 이처럼 그린 밖 여자 골퍼들은 다양한 취미 생활을 통해 여가를 즐기며 승부 세계의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플라잉 덤보’ 전인지(20·하이트진로)도 여가 시간을 그냥 보내지 않는다. 전인지의 원래 취미는 나노블록 맞추기. 손톱보다 작은 블록을 맞춰 하나의 모양을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하다. 가끔은 무념무상 상태인 ‘제로 영역’에 들어가기까지 할 정도로 집중한다. 골프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날리기에 딱 좋은 취미이면서 동시에 집중력과 섬세한 손 감각까지도 키울 수 있다.
전인지는 최근 ‘드론’에 취미를 붙였다. 사실 드론은 하늘을 나는 장난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고도의 손 감각과 눈과 손의 협응 능력이 필요하다.
최나연(28)은 쉬는 시간 주로 TV시청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특히 오디션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그가 빠짐없이 챙겨보는 프로그램들은 <K팝스타>나 <슈퍼스타K>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은퇴 후 후배를 가르치는 꿈을 키우고 있다. 어려서부터 골프선수로 활동한 탓에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교수가 되어 학생들을 지도하는 게 최나연의 꿈이다. 그는 현재 건국대 산업대학원 골프산업학과에 재학 중이다.
올해 LPGA 신인왕을 거머쥔 김세영(22·미래에셋자산운용)은 요리 프로그램 시청을 즐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허윤경(24·SBI)도 학업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지난해 2월 성균관대를 졸업한 그는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었지만 프로골퍼와 병행이 쉽지 않은 탓에 잠시 미뤘다. 허윤경은 선수 생활의 경험을 녹여 스포츠심리학 전문가가 되는 꿈을 갖고 있다.
골프의 ‘리듬’을 키우기 위해 음악이나 악기를 다루는 선수들도 있다. 유소연(25·하나금융그룹)의 취미는 바이올린 연주다. 유소연은 중학교 2학년에 진학하기 전까지만 해도 바이올린 연주자가 되는 게 꿈이었다.
지금도 유소연은 골프연습 이외 시간에 종종 바이올린을 켠다. 지난해 8월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사랑하는 내 바이올린아, 네가 예전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너를 사랑한단다. 음악이 정말 좋다”는 글과 함께 한 장의 사진을 올렸다. 사진에서 유소연은 바이올린을 얼굴에 맞대고 있다. 그는 피아노와 플루트 연주에도 능숙하다. 지난해 12월에는 플루트를 연주하던 8살 때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미녀골퍼 안신애(25·해운대비치골프앤리조트)의 취미는 활동적인 것들이 많다. 그는“여행, 헬스, 스키, 보드, 테니스, 수영, 자전거타기 등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트레이닝 접목
집중력 향상

필드의 패셔니스타 양수진(24·파리게이츠)의 취미생활은 역시나 패션에 관련된 것들이다. 그는 자신이 입을 의상을 직접 제작하기로 유명하다. 양수진은 지난해 8월 메인스폰서인 골프의류 브랜드 파리게이츠와 함께 제작한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출시했다. 옷의 디자인은 물론 컬러와 소재까지 양수진이 직접 결정했다. 제품은 총 12가지 모델로 티셔츠와 니트, 큐롯 팬츠 등 풀 코디네이션이 가능하도록 구성했다. 그는 이 옷을 제작하기까지 10개월간 공을 들였다. 골프채를 내려놓게 되면 패션디자이너로 전향할 계획이 있는 만큼 취미 수준을 넘어 특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가장 정교한 퍼팅을 하는 박인비(27·KB금융그룹)는 얼마 전부터 피아노 치는 재미에 빠지면서 리듬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했다.
해외선수들 중에서도 ‘트레이닝’과 취미를 동시에 하는 선수들도 있다.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의 비시즌 취미는 로드 사이클이다. 페테르센은 시즌이 끝나면 날씨가 따뜻한 미국 플로리다에서 로드 사이클을 즐기며 스트레스도 풀고 강철 같은 하체를 단련시킨다.

이색 취미
이중생활

‘넘버3’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는 바다에서 취미생활을 한다. 시즌이 끝나면 루이스는 친구들과 바다로 놀러가 서핑을 즐긴다. 불규칙한 파도를 타야 하는 서핑은 신체의 균형 감각을 키우면서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집중력도 높일 수 있다. 2011년 LPGA 투어 신인왕에 오른 서희경은 투어 생활 당시 플로리다 집 인근에서 수상스키를 즐기며 스트레스 해소와 하체 단련을 동시에 했다.
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취미생활을 골프와 연관시키는 것은 아니다. 더 강한 집중을 위해 아예 다른 영역에 도전하는 선수들도 많다. 리디아 고도 시즌 중에는 탁구를 선택했지만 시즌이 끝나면 한 달가량 아예 골프채를 잡지 않고 평소 하고 싶었던 일들을 몰아서 한다. 공부나 맛집 탐방 등 하고 싶은 일들을 꼼꼼하게 계획한 뒤 일명 ‘몰아치기’를 한다. 미셸 위도 시즌이 끝나면 철저하게 골프를 끊는다. 서핑, 하이킹, 요가 등 다양한 취미생활을 하고 프로 스포츠 관람도 종종 한다.
남자 프로골퍼들의 스트레스 해소법도 다양하다. 이색 취미생활을 즐기는 프로골퍼들이 많다. 일본에서 뛰고 있는 김경태(28·신한금융그룹)는 당구마니아다. 하루 11시간 동안 당구를 친 적도 있다. 지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 탓에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본다. 2012년 KPGA 대상 수상자 이상희(22·호반건설)는 조금 특별한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기타와 피아노를 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허인회는 오토바이와 자동차마니아다. 영암이나 안산 등 트랙에서 스피드를 즐기며 스트레스를 푼다. 자동차를 워낙 좋아해 한 때는 500마력이 넘는 스포츠카 등 자동차를 5대까지 보유한 적이 있고, 오토바이도 2대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모두 처분하고 1대만 소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동차 관련 사업(수입차 중개)을 병행하면서 이중생활을 한다.
프로골퍼들 중에는 이색 경력의 소유자들이 많다.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형성(32·현대자동차)은 축구선수 출신이다. 고교시절까지 축구선수를 지낸 덕분에 정경호, 박지성 등과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홍란과 서희경은 수영 선수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모두 초등학교 때 3~4년 수영을 배웠다.
최경주(44·SK텔레콤)가 중학교 때까지 역도 선수를 했다는 건 웬만큼 잘 알려진 사실. 박세리 역시 초등학교 시절엔 육상선수를 했던 경력을 갖고 있다. 허들과 투포환을 했다. 골프선수에게 필요한 튼튼한 하체의 비결이다.

‘팔망미인’
만능 스포츠맨

눈에 띄는 건 여자골퍼들 중 유난히 태권도 유단자가 많다는 점이다. 김세영(21·미래에셋)은 공인 3단이다. 태권도장을 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태권도를 배웠다. 이민영(22)은 유단자 실력은 아니지만 초등학교 때 태권도를 배웠다. 친구인 김세영과 이민영은 엉뚱한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겨루기를 하면 누가 이길까”라는 말을 하다가 실제 대결까지 벌였다. 도복에 호구를 착용하고 대련을 해본 적이 있다. 김현지(26)도 태권도 공인 3단이고, 문경준(33)은 테니스 선수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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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