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세월호 청문회 지상중계

청장도 몰라요 장관도 몰라요~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세월호 특조위(특별조사위원회) 1차 청문회장의 공기는 답답하기만 했다. 여기저기 한숨, 탄식, 야유가 흘러나왔다. 참사 당시 부실 대응 원인의 근원인 정부 측 증인들은 하나 같이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하지 않았다”는 등 무성의한 답변으로 유가족은 비분강개했다.

지난 14일부터 서울 YWCA 회관에서 열린 제1차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사흘간의 청문회 일정을 마무리했다. 참사 발생 600여일 만에 이뤄진 첫 공개 청문회는 증인들의 모르쇠 증언과 여당 추천 위원들의 불참으로 참사의 실체 규명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다. 증인들의 무성의한 답변으로 핵심을 파고들지 못한 채 이미 검찰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확인된 사안을 재확인하는 선에 그쳤기 때문이다.

단체로 기억상실

유가족들은 자신의 아들·딸이 어떻게 숨졌는지 책임 있는 관계자들의 말을 듣기 위해 사흘 동안 청문회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청문회를 지켜보는 내내 탄식, 절망, 야유, 분노를 금치 못했다. 주요 정부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모르쇠로 “기억나지 않는다” “잘 모르겠다” 등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3일 일정 가운데 첫날의 주요 쟁점은 참사 발생 초기 해경 지휘부와 현장 출동 구조 세력의 구조 과정이 적절했는지 여부였다.

목포해경 측 조형곤 상황담당관은 사고 초기, 현장 상황에 대해 정확한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 경감은 “정확한 상황을 몰라 ‘바다에 뛰어들라’고 할 수도 없어 ‘안전한 곳에서 대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있다”고 해명했다. 선내에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이 나온 걸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직원이 저한테 보고를 안 했다. 나중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또 진도 VTS(해상 교통 관제제도)와의 교신이 원활하지 않았던 데 대해선 “생각이 안 난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서해해경 측 유연식 상황담당관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진도 VTS가 세월호와 교신 중인 사실을 알면서도 왜 지시를 내리지 않았느냐”는 권영빈 특조위 진상규명 소위원장의 질문에 “상황이 발생하면 계속 보고가 올라와야 하는데 보고가 없었다”고 말했다. “구난구호 활동의 감독 권한과 책임이 있는 자가 교신 확인을 안 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물음에는 “여러 가지 상황이 있었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얼버무렸다. 유 담당관의 답변을 듣던 유가족들은 야유를 보냈다.
 

증인으로 참석한 박상욱 목포해경 123정 승조원은 “(배에 타고 있던) 아이들이 철이 없어 위험을 감지하지 못했다”고 발언해 청문회장을 분노케 했다. 이 같은 발언이 나오자 방청석에 있던 유가족들은 박 경장의 발언에 거세게 항의했다. 그동안 세월호 참사가 불거진 주된 이유 중 하나가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방송 때문이었다는 게 주지의 사실이다. 이 때문에 “애들이 철이 없어서”라는 박 경장의 책임 회피성 발언에 유가족들은 분노를 참지 못했다.

박 경정의 발언은 세월호 의인인 김동수씨를 자해하게 만들기도 했다. 화물차 운전자였던 김씨는 세월호 침몰 당시 학생과 승객 20여명을 구조해 ‘세월호 의인’으로도 알려졌다.

둘째날 청문회도 증인들은 온통 ‘모르겠다’ ‘기억 안 난다’로 일관했다. 이날은 구조가 지연된 이유가 주요 안건이었다.

특조위 위원은 “‘우리 특공대 출동했는지’ 확인해보신 적 있느냐”라는 질문에 김수현 서해해경 청장은 “당연히 한 것으로 알아 현재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구조하려 출동하던 헬기를 돌려세운 사람이 누군지 확인했느냐”라는 질문에 역시 김 청장은 “기억이 안 납니다”고 답했다.

막말·망언·위증 쏟아진 청문회장
분노·탄식·야유…자해한 유가족도

참사 당시 상당히 부풀려진 잠수사 숫자를 갖고도 유가족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김석균 전 해경청장은 사고 현장에 투입된 잠수사가 500명이 맞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날 특조위 질의에 “누구보다 애타게 기다리던 가족 앞에 500명이 투입되고 있다고 한 것은 허위보고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김 전 청장은 “사람을 그만큼 끌어 모았다는 것이지, 다 잠수를 했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김 전 청장은 지난해 세월호 사건이 벌어진 다음 날인 2014년 4월17일 박근혜 대통령, 이주영 해수부장관 등과 함께 진도체육관을 찾은 바 있다. 당시 김 전 청장은 “제가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지휘하고 있다. 현재 저희는 잠수사 500여명을 투입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특조위 청문회 마지막 날인 16일에는 참사현장에서의 피해자 지원조치의 문제점에 대해 논의했다. 청문회에는 당초 참석하지 않는다던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자리했다. 그런데 해양경찰 지휘부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끝내 참사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해경청장을 비롯한 서해지방경찰청·목포해양경찰서 관계자 등 증인으로 나온 해경 핵심 지휘부 대부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회피하거나 “경황이 없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부분은 있다”, “구조의 가장 큰 책임은 선장”이란 말만 반복했다.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참사 초기 구조를 위해 잠수사 500여명을 투입했다고 발표한 사실에 대해 잘못됐음을 시인하고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끝까지 밝히지 않았다. 이후 특조위는 “청와대에는 한 시간 단위로 보고하면서 유가족한테는 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는가”라고 질문했다. 이 전 장관은 “저는 딱히 드릴 수 있는 말은 없다”고 재차 해명했다.

책임지는 사람 없어

이번 세월호 청문회는 참사 원인이 인재라는 사실을 재확인한 자리였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번 청문회를 통해 진상규명을 위한 힘든 첫발을 뗀 만큼, 새롭게 드러난 의혹 등에 대한 특조위의 철저한 조사를 바랐다. 희생자 유가족들은 “우리는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사 결과를 승복할 수 있도록 만들어 달라. 믿고 지켜보겠다”고 입모아 말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세월호 특조위, 어디로?

청문회 내내 증인들의 불성실한 답변 등으로 ‘맹탕’ 청문회가 되고 말았다. 세월호 참사 당시 아들을 한 유족은 “당초 청문회를 통해 뭔가 새로운 게 나오고 진실이 밝혀질 거란 기대조차 하지 않았지만 제대로 준비조차 해오지 않은 증인들과 새로운 사실이나 검증 없이 과거 했던 말들을 똑같이 반복한 특조위에 실망이 크다”고 토로했다.

특조위의 첫 공식활동인 청문회가 소득 없이 끝나면서 특조위의 향후 활동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청문회장에 나온 증인들은 “모르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등으로 대답을 일관했다. 수사권이 없는 특조위 청문회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세월호 특조위가 수사권을 갖지 않은 이상 진상규명에 어려움이 클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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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