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연합은 평생 야당하기로 작정한 정당 같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이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안 의원이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탈당을 강행한 가장 큰 이유는 현재의 새정치연합으로는 절대 집권할 수 없다는 것. 그렇다면 안 의원의 야권 집권 플랜은 무엇일까?
“냄비 속 개구리는 물이 천천히 따뜻해지면 안락하게 있다가 물의 온도가 올라가면 그냥 죽어버린다. 새정치연합은 냄비 속 개구리가 되어가고 있다.”
새정치연합을 전격 탈당한 안철수 의원이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안 의원은 새정치연합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새정치연합은 평생 야당하기로 작정한 정당 같다”고 일갈했다. 새정치연합의 창업주 격인 안 의원이 탈당을 강행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현재의 새정치연합으로는 절대 집권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안 의원은 “지난 9월 당 상황이 항생제 처방이 필요한 때였다면 11월은 수술이 필요한 시점이었는데 문재인 대표는 겨우 항생제 처방(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을 했다. 이대로 가다간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은) 무난하게 패배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안 의원의 야권 집권 플랜은 무엇일까?
신당 창당 박차
성공 가능성은?
안 의원이 야권 집권 플랜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내년 2월15일까지 탈당 인사들을 모아 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해야만 한다. 현역 의원 20명을 확보해 원내 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하면 안 의원이 추진하는 신당은 국고를 지원 받을 수 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안 의원이 원내 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할 경우 안철수 신당은 총선 전 까지 최대 87억9000여만원에 달하는 국고보조금을 지급받게 될 것으로 추산됐다.
국고보조금은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50%를 우선 균등배분하고 그 외의 정당 중 5석 이상의 의석을 얻은 정당에 5%, 5석 미만의 의석을 얻은 정당에 2%를 각각 지급한다.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은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지만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안 의원이 교섭단체 구성조차 성공하지 못할 정도로 세 규합에 실패하면 당장 ‘안철수의 집권 플랜’은 세간의 웃음거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뭐 하나 쉬운 일이 없네…
뛰쳐나왔지만 현실은 막막
따라서 안 의원은 당분간 현역 의원 확보에 역점을 두고 활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당내에서 문재인 대표를 성토하던 비주류 의원들이 안 의원의 선제 탈당에도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안 의원의 집권 플랜은 시작부터 꼬이는 모습이다. 심지어 안 의원의 최측근으로 활동했던 송호창 의원과 윤장현 광주시장 마저 탈당을 거부하면서 안 의원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의 최측근도 탈당을 거부하는 마당에 안 의원을 따라가려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며 벌써부터 안철수 신당을 평가절하 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게다가 안 의원은 새정치연합보다 훨씬 강도 높은 혁신을 약속한 상황이다. 안철수 신당에 합류하기를 원하는 일부 비주류 의원들 중에는 도덕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인물들도 많아 안 의원으로서는 이들을 무작정 다 받아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새정치 딜레마
실리? 명분?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과 새정치연합을 공동 창당했던 김한길 전 대표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김 전 대표가 당내에서 상당한 세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김 전 대표가 움직일 경우 비주류 의원들의 탈당이 본격화 되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외에도 강진 토굴에서 칩거 중인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 김부겸 전 의원, 박지원 의원, 박영선 전 원내대표 등의 움직임이 안철수 신당의 성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신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야당 인사 외에도 중도개혁 세력으로 분류되는 참신한 인물들을 얼마나 많이 영입할 수 있느냐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안철수 신당은 일단 야당 쪽의 탈당 인사들을 기반으로 창당의 첫발을 내딛고 이후 중도개혁 세력을 집중 영입해 신당의 외연을 넓혀갈 계획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안 의원은 탈당 후 기자간담회에서 “YS도 3당 합당으로 집권하고 DJ도 JP와 연합해 집권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도 정몽준 후보와 손잡아 집권한 것처럼 야당은 혼자 집권한 적이 없는데 새정치연합은 생각이 다른 사람은 ‘새누리당’이라고 낙인찍고 적으로 배척한다”며 새정치연합의 폐쇄성을 비판한 바 있다.
따라서 새누리당의 비대위원을 역임한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김성식 전 한나라당 의원,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을 비롯해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 여권 내 개혁 성향의 인사까지 안철수 신당의 영입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안 의원이 이들의 영입에 성공할 경우 확실한 3당 구도로 정계개편이 이뤄질 수도 있다. 그러나 내년 총선 이전에 안 의원이 인재 영입에 실패할 경우 결국 외곽에서 신당을 추진 중인 천정배, 박주선 의원이나 박준영 전 전남지사 등과의 연대에 그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대선후보까지 지낸 정동영 전 장관이 합류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던 신당 추진 세력인 ‘국민모임’이 결국 정의당에 흡수되다시피 한 것처럼 안철수 신당도 인재 영입에 실패하면 차기 대권 플랜은커녕 총선에서 야권의 발목만 잡았다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게다가 안 의원의 최측근인 문병호 의원은 “시기가 문제일 뿐 (천정배 신당 등과) 같이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으나 안 의원이 정치 공학적 선거연대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어 이들과의 연대 성사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연대 불투명
자기 모순
안 의원으로서는 당장 자신의 발등에 떨어진 불도 있다. 바로 다음 총선에서 자신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과제다. 야권의 집권을 성공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힌 인사가 고작 총선에서 낙선한다면 체면을 구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안 의원의 지역구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안 의원의 지역구인 노원병에는 현재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와 새누리당 이준석 전 위원장의 출마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노 전 대표는 이미 해당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고 인지도도 높은 편이다. 두 사람의 대결로 야권표가 갈릴 경우 이 전 위원장이 어부지리로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또 지역구 주민들 사이에서는 안 의원이 중앙정치에 몰두하면서 지역구 관리에 소홀했다는 원성도 높아 내년 총선에서 안 의원이 무난히 재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안철수 신당이 총선을 앞두고 얼마나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안 의원은 탈당을 결심한 또 다른 이유로 새정치연합이 자신의 혁신 제안을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당, 총선서 돌풍 예고?
실패한 제3당 역사 반복?
그랬던 안 의원이 기존 정치권과 확실히 다른 파격적인 혁신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고작 그러려고 야권 분열을 일으키며 탈당한 것’이냐는 비판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까지 안 의원이 생각하는 구체적인 혁신이 무엇인지 실체가 보이지 않는다.
진보 정치평론가인 진중권 교수는 안 의원이 정계입문 3주년 기자회견에서 ‘낡은 진보 청산’ ‘당내 부패 척결’ ‘새로운 인재 영입’ 등 3대 혁신안을 제안한 것에 대해 “고작 부패 척결이 새정치냐”며 “그런 건 혁신안 속 한 항목으로 제안해도 충분했을 것”이라고 냉정한 평가를 내린바 있다. 따라서 안 의원이 앞으로 어떤 혁신 행보를 펼쳐나갈지, 안 의원이 혁신행보로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지 여부가 안철수 신당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 전 까지 이 모든 과정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나면 최종 과제는 안철수 신당이 총선에서 얼마나 좋은 성적을 거두느냐가 된다. 안 의원이 전국 정당을 표방하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에서 의석 획득에 실패 하고 호남에서 몇석 얻는 것에 그친다면 안철수 신당은 ‘호남판 자민련’이라 불리며 초라한 지역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정권교체라는 당초의 목표는 요원해지고 야권 분열 책임론으로 안 의원의 정치적 입지만 좁아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반대로 안철수 신당이 내년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20석 이상 차지한다면 안 의원의 대권 플랜에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총선 돌풍
대권 직행
최근에는 고무적인 여론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중앙일보>가 안 의원 탈당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일이 총선이라면 어느 당에 투표하겠느냐’의 질문에 응답자의 30.2%가 새누리당이라고 답했지만 새정치연합(23%)과 안철수 신당(18%)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들의 비율을 합하면 새누리당 보다 높은 것으로 나온 것이다.
야권 분열이 오히려 새누리당을 지지하던 중도층을 야권으로 끌어들이며 야권의 파이를 키워주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것에 실패할 경우 안 의원의 주가는 더욱 상승할 것이고, 안 의원은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 모든 과정에 성공한다고 해도 안 의원이 집권에 성공하려면 새정치연합이라는 거대 야당과의 단일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미 감동적인 단일화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안 의원으로서는 여전히 풀기 힘든 문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대표가 자신은 3번의 죽을 고비를 넘겨야 한다고 했는데 안 의원은 7번의 죽을 고비를 넘겨야 하는 셈”이라며 “측근조차 안 의원을 따르지 않는 판국에 안 의원이 무사히 죽을 고비를 넘기고 야권 집권 플랜을 성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누구나 신당을 창당하기 전에는 그럴듯한 계획이 있지만 실제로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