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야권 집권' 플랜

"죽을 고비 7번 넘겨야 집권 성공"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연합은 평생 야당하기로 작정한 정당 같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이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안 의원이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탈당을 강행한 가장 큰 이유는 현재의 새정치연합으로는 절대 집권할 수 없다는 것. 그렇다면 안 의원의 야권 집권 플랜은 무엇일까? 

“냄비 속 개구리는 물이 천천히 따뜻해지면 안락하게 있다가 물의 온도가 올라가면 그냥 죽어버린다. 새정치연합은 냄비 속 개구리가 되어가고 있다.”

새정치연합을 전격 탈당한 안철수 의원이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안 의원은 새정치연합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새정치연합은 평생 야당하기로 작정한 정당 같다”고 일갈했다. 새정치연합의 창업주 격인 안 의원이 탈당을 강행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현재의 새정치연합으로는 절대 집권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안 의원은 “지난 9월 당 상황이 항생제 처방이 필요한 때였다면 11월은 수술이 필요한 시점이었는데 문재인 대표는 겨우 항생제 처방(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을 했다. 이대로 가다간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은) 무난하게 패배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안 의원의 야권 집권 플랜은 무엇일까?

신당 창당 박차
성공 가능성은?


안 의원이 야권 집권 플랜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내년 2월15일까지 탈당 인사들을 모아 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해야만 한다. 현역 의원 20명을 확보해 원내 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하면 안 의원이 추진하는 신당은 국고를 지원 받을 수 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안 의원이 원내 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할 경우 안철수 신당은 총선 전 까지 최대 87억9000여만원에 달하는 국고보조금을 지급받게 될 것으로 추산됐다.

국고보조금은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50%를 우선 균등배분하고 그 외의 정당 중 5석 이상의 의석을 얻은 정당에 5%, 5석 미만의 의석을 얻은 정당에 2%를 각각 지급한다.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은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지만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안 의원이 교섭단체 구성조차 성공하지 못할 정도로 세 규합에 실패하면 당장 ‘안철수의 집권 플랜’은 세간의 웃음거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뭐 하나 쉬운 일이 없네…
뛰쳐나왔지만 현실은 막막

따라서 안 의원은 당분간 현역 의원 확보에 역점을 두고 활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당내에서 문재인 대표를 성토하던 비주류 의원들이 안 의원의 선제 탈당에도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안 의원의 집권 플랜은 시작부터 꼬이는 모습이다. 심지어 안 의원의 최측근으로 활동했던 송호창 의원과 윤장현 광주시장 마저 탈당을 거부하면서 안 의원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의 최측근도 탈당을 거부하는 마당에 안 의원을 따라가려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며 벌써부터 안철수 신당을 평가절하 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게다가 안 의원은 새정치연합보다 훨씬 강도 높은 혁신을 약속한 상황이다. 안철수 신당에 합류하기를 원하는 일부 비주류 의원들 중에는 도덕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인물들도 많아 안 의원으로서는 이들을 무작정 다 받아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새정치 딜레마
실리? 명분?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과 새정치연합을 공동 창당했던 김한길 전 대표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김 전 대표가 당내에서 상당한 세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김 전 대표가 움직일 경우 비주류 의원들의 탈당이 본격화 되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외에도 강진 토굴에서 칩거 중인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 김부겸 전 의원, 박지원 의원, 박영선 전 원내대표 등의 움직임이 안철수 신당의 성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신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야당 인사 외에도 중도개혁 세력으로 분류되는 참신한 인물들을 얼마나 많이 영입할 수 있느냐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안철수 신당은 일단 야당 쪽의 탈당 인사들을 기반으로 창당의 첫발을 내딛고 이후 중도개혁 세력을 집중 영입해 신당의 외연을 넓혀갈 계획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안 의원은 탈당 후 기자간담회에서 “YS도 3당 합당으로 집권하고 DJ도 JP와 연합해 집권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도 정몽준 후보와 손잡아 집권한 것처럼 야당은 혼자 집권한 적이 없는데 새정치연합은 생각이 다른 사람은 ‘새누리당’이라고 낙인찍고 적으로 배척한다”며 새정치연합의 폐쇄성을 비판한 바 있다.

따라서 새누리당의 비대위원을 역임한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김성식 전 한나라당 의원,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을 비롯해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 여권 내 개혁 성향의 인사까지 안철수 신당의 영입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안 의원이 이들의 영입에 성공할 경우 확실한 3당 구도로 정계개편이 이뤄질 수도 있다. 그러나 내년 총선 이전에 안 의원이 인재 영입에 실패할 경우 결국 외곽에서 신당을 추진 중인 천정배, 박주선 의원이나 박준영 전 전남지사 등과의 연대에 그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대선후보까지 지낸 정동영 전 장관이 합류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던 신당 추진 세력인 ‘국민모임’이 결국 정의당에 흡수되다시피 한 것처럼 안철수 신당도 인재 영입에 실패하면 차기 대권 플랜은커녕 총선에서 야권의 발목만 잡았다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게다가 안 의원의 최측근인 문병호 의원은 “시기가 문제일 뿐 (천정배 신당 등과) 같이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으나 안 의원이 정치 공학적 선거연대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어 이들과의 연대 성사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연대 불투명
자기 모순

안 의원으로서는 당장 자신의 발등에 떨어진 불도 있다. 바로 다음 총선에서 자신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과제다. 야권의 집권을 성공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힌 인사가 고작 총선에서 낙선한다면 체면을 구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안 의원의 지역구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안 의원의 지역구인 노원병에는 현재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와 새누리당 이준석 전 위원장의 출마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노 전 대표는 이미 해당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고 인지도도 높은 편이다. 두 사람의 대결로 야권표가 갈릴 경우 이 전 위원장이 어부지리로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또 지역구 주민들 사이에서는 안 의원이 중앙정치에 몰두하면서 지역구 관리에 소홀했다는 원성도 높아 내년 총선에서 안 의원이 무난히 재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안철수 신당이 총선을 앞두고 얼마나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안 의원은 탈당을 결심한 또 다른 이유로 새정치연합이 자신의 혁신 제안을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당, 총선서 돌풍 예고?
실패한 제3당 역사 반복?

그랬던 안 의원이 기존 정치권과 확실히 다른 파격적인 혁신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고작 그러려고 야권 분열을 일으키며 탈당한 것’이냐는 비판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까지 안 의원이 생각하는 구체적인 혁신이 무엇인지 실체가 보이지 않는다.


진보 정치평론가인 진중권 교수는 안 의원이 정계입문 3주년 기자회견에서 ‘낡은 진보 청산’ ‘당내 부패 척결’ ‘새로운 인재 영입’ 등 3대 혁신안을 제안한 것에 대해 “고작 부패 척결이 새정치냐”며 “그런 건 혁신안 속 한 항목으로 제안해도 충분했을 것”이라고 냉정한 평가를 내린바 있다. 따라서 안 의원이 앞으로 어떤 혁신 행보를 펼쳐나갈지, 안 의원이 혁신행보로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지 여부가 안철수 신당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 전 까지 이 모든 과정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나면 최종 과제는 안철수 신당이 총선에서 얼마나 좋은 성적을 거두느냐가 된다. 안 의원이 전국 정당을 표방하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에서 의석 획득에 실패 하고 호남에서 몇석 얻는 것에 그친다면 안철수 신당은 ‘호남판 자민련’이라 불리며 초라한 지역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정권교체라는 당초의 목표는 요원해지고 야권 분열 책임론으로 안 의원의 정치적 입지만 좁아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반대로 안철수 신당이 내년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20석 이상 차지한다면 안 의원의 대권 플랜에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총선 돌풍
대권 직행

최근에는 고무적인 여론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중앙일보>가 안 의원 탈당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일이 총선이라면 어느 당에 투표하겠느냐’의 질문에 응답자의 30.2%가 새누리당이라고 답했지만 새정치연합(23%)과 안철수 신당(18%)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들의 비율을 합하면 새누리당 보다 높은 것으로 나온 것이다.

야권 분열이 오히려 새누리당을 지지하던 중도층을 야권으로 끌어들이며 야권의 파이를 키워주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것에 실패할 경우 안 의원의 주가는 더욱 상승할 것이고, 안 의원은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 모든 과정에 성공한다고 해도 안 의원이 집권에 성공하려면 새정치연합이라는 거대 야당과의 단일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미 감동적인 단일화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안 의원으로서는 여전히 풀기 힘든 문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대표가 자신은 3번의 죽을 고비를 넘겨야 한다고 했는데 안 의원은 7번의 죽을 고비를 넘겨야 하는 셈”이라며 “측근조차 안 의원을 따르지 않는 판국에 안 의원이 무사히 죽을 고비를 넘기고 야권 집권 플랜을 성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누구나 신당을 창당하기 전에는 그럴듯한 계획이 있지만 실제로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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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