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내홍’ YMCA 스캔들 막후

“그분은 그러고도 남을 사람”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YMCA(Young Men's Christian Association)하면 떠오르는 건 젊음과 기독교다. 그런데 서울YMCA 내부는 젊지도 않고, 기독교적이지도 않아 보인다. 집행부의 비리 의혹이 연달아 터져 나오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YMCA가 내홍을 겪고 있다. 집행부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특정 인사들의 비리 의혹이 연달아 터지고 있다. 그 중심엔 표용은 명예이사장이 있다. 원로들은 풍파의 근원으로 표 명예이사장을 지목했다.

표 명예이사장은 1988년부터 서울YMCA에서 이사직 1989년, 이사장직 16년 등을 지내며 장기 집권했다. 1933년생인 표 명예이사장은 1959년 감리교 신학대학교를 졸업했고, 1960년에 현재까지 시무하고 있는 서울 서대문중앙교회(아들 표순환 목사 승계) 담임목사로 목회를 시작했다. 평범한 목사였지만 표 명예이사장은 교계정치에 능했다. 당시 가장 손쉬운 세력 확대 방법은 감리교 내 계파 장악이었다.

1988년부터…
지금까지 군림
 

1960년대 이후 주요 계파로는 월남한 교인들이 주축이 된 성화파와 서울 정동교회를 중심으로 한 정동파, 충청 지역 출신들로 구성된 호헌파를 꼽을 수 있는데, 얼마 뒤 호헌파가 주도권을 잡게 된다. 충남 공주 출신으로 호헌파에 속했던 표 명예이사장은 1970년대 호헌파가 구파와 신파로 분열되고 1980년대초 신파 김창희 전 감독이 세상을 뜨면서 신파의 좌장으로 부상한다.

이렇게 세력을 형성한 그는 이미 1970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운영위원, 1971년 KNCC 실행위원 부회장, 1973년 기독교 대한감리회 중부연회 실행위원, CBS(기독교방송) 이사장 등이 됨으로써 교계정치를 위한 든든한 기반을 마련한다.


표 명예이사장은 국내 교단의 주요 요직을 섭렵했다. 그리고 서울YMCA에 눈을 돌렸다. 1988년 서울YMCA 이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다. 그는 서울YMCA 이사장으로 있는 동안 자신들의 측근을 이사회에 앉혔다. 측근들은 서울YMCA 재단 이사회(9명)와 운영이사회(24명) 이사를 겸직하며 장기 연임했다.

심규성 감사는 “재단이사회와 운영이사회 대부분 명예이사장(표용은)에게 충성한 측근들로 채워졌다”며 “대부분 수십년째 서울YMCA이사로 지내고 있다. 새로운 인물이 이사회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점입가경’ 집행부간 갈등 심화
특정인사 비리의혹 연달아 터져

심 감사는 사실상 표 명예이사장이 측근들을 통해 이사회를 완전히 장악했다고 설명했다. 이사 연임 제한도 없어 사실상 종신이사가 가능한 체제다. 때문에 이사회는 상당히 노후화 됐다. 서울YMCA 이사들의 나이를 보면, 표 명예이사장 84세 조모 이사장 84세, 양모(73)·이모(71)·조모(80)·강모(73)·조모(61)·안모(60)·박모(82·사퇴) 이사 등 평균 연령이 70대 이상이다.

문제는 표 명예이사장과 이들 8명의 재단 이사가 서울YMCA 운영이사회가 관리해야 할 자산운영과 인사 등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표 명예이사장을 아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자기 밑에 사람은 확실히 챙겨주는 사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표 명예이사장의 사람 관리 방식은 철저한 논공행상이다. 20여년동안 집권할 수 있었던 비결인 셈이다.

서울YMCA의 일감을 몰아주거나, 측근의 지인들을 서울YMCA에 취직 시켜주는 방법이 대표적인 예다. 서울YMCA의 관계자는 “표 명예이사장 측근 이사들의 친인척들이 직원들로 많이 들어와 있다”며 “현 서울YMCA 회장도 표 명예이사장 조카”라고 말했다.

안창원 서울YMCA 회장은 표 명예이사장 여동생의 셋째 아들이다. 표 명예이사장이 안 회장의 외삼촌인 셈이다. 안 회장은 30여년 전 표 명예이사장을 통해 서울YMCA에 취직한 이후, 지난 2009년까지 기획행정국장으로 일하다 그해 9월 서울YMCA 회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당시 안 회장은 자질 논란으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요직에 핏줄들
조직 쥐락펴락

2008년 안 회장이 기획행정국장으로 있을 당시 서울YMCA는 고위험투자상품인 ELS(주가연계파생결합증권)상품에 30억원을 투자해 11억원을 날렸고,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잔액을 다시 고위험 선물옵션에 투자해 지난해 말 기준, 원금을 완전히 탕진해 통장 잔액은 18만983원밖에 남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안 회장은 그의 측근과 함께 자금 손실을 은폐하기 위해 3차례 이상 모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부동산 투자로 위장하거나 분식하는 방안을 강구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일 서울종로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재단 재산의 고위험 파생상품 투자로 인한 30억원대 손실사건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심 감사는 “재단법인이 기본자산을 고유목적 사업 이외의 곳에 지출하려면 주무관청에 신고해 허가받아야 하지만, 이런 과정이 없었고 내부 이사회 의결도 거치지 않은 채 불법으로 투자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또 안 회장은 법인 소유의 대형승용차와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한 의혹도 있다. 안 회장은 시민단체 책임자로서 어울리지 않게 에쿠스를 타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일부 인사들의 이 같은 지적으로 타고 다니지 못했지만, 이 차는 아들이 물려받았다고 한다.

이 외에도 안 회장 부인이 법인카드로 선물용품을 대량으로 구입하는 등 직원들의 제보가 상당하다. 이에 대해 서울YMCA는 “해줄 말이 없다”며 이렇다 할 해명을 하지 않았다. 안 회장은 일본 출장 중인 탓에 연락이 닿지 않았다. 표 명예이사장은 안 회장뿐만 아니라 자신의 고종조카인 고모씨를 서울YMCA 부설사회복지법인 삼동소년촌의 사무국장에 앉히기도 했다.

서울YMCA는 안 회장의 첫째 형 안태원 미환서비스 대표에게 일감을 몰아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환서비스는 청소용역 관리회사로 2007년 서울YMCA와 청소용역계약을 체결했다. 이전까지 서울YMCA는 CBS미환이라는 업체와 1997년부터 2007년까지 해왔으며, 이 계약기간 중임에도 계약을 해지했다. 이 자리를 표 명예이사장의 조카 회사인 미환서비스가 꽤찼다. 이 계약과 관련해 당시 이사장들이 서울YMCA에 2860여만원의 피해를 입힌 혐의로 고발당한 상태다.

“일감 밀어줘”
친인척 챙기기

서울YMCA는 미환서비스 산업에 매년 책정하는 용역비를 과대 계상한 의혹도 있다. 서울YMCA 내부 문서인 ‘2006∼2008년 용역현황비고’를 보면 CBS미환은 2006년부터 2007년까지 계약금액이 상감됐다. 서울YMCA 종로 본관만 관리했다.

2007년부터 미환서비스는 종로 본관, 종로 별관, 강남·잠원스포츠 등 서울YMCA 시설등을 관리했다. 연간 시설 관리 계약금도 대폭 올랐다. 2007년 종로 본관 계약금액이 5921만원이었다면, 2008년 계약금액은 1억3605만원으로 2배 이상 인상됐다. 다른 시설 계약금도 배 이상 올랐다.

서울YMCA에서 근무 중인 한 관계자는 “여전히 미환서비스에서 청소용역을 도맡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때 당시 미환서비스의 이사를 보면 ‘가족사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7년 이사에는 안 대표의 부인과 표 명예이사장의 친동생인 표모씨, 또 다른 종친인 표모씨가 있었다.

<일요시사>는 미환서비스를 통해 안 대표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회사 관계자는 “잘 모르는 일”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표 명예이사장은 절친한 친구로 알려진 김모 전 YMCA 이사의 처조카 회사인 도량기업에 수년간 일감을 몰아준 의혹도 있다. 페인트 전문 업체로 설립된 도량기업은 표 명예이사장이 취임한 이후 지난 20여년 가까이 서울YMCA 도색 및 리모델링, 기타 공사를 독점했다.

장기 집권 명예이사장 풍파 중심에
측근들 낙하산 인사…이상한 거래도

서울YMCA가 도량기업에 공사를 발주하는 과정에서 공사 대금을 과대 계상한 의혹이 있다. 2007년 서울YMCA 본관 옥상방수 비용으로 도량기업이 1억2320만원을 지출했지만, 당시 관련 업체에서 최고가격으로 견적을 받아본 결과 3384만원으로 책정됐다.

최근 고양시와 서울YMCA 뒷거래 의혹이 있는 일산풍동 수련원부지 골프장 공사도 도량기업이 수주했는데, 당시 공사비용이 부풀려졌다는 의심도 사고 있다. 서울YMCA는 골프장 비용으로 142억원을 책정해 공사를 진행했지만, 시민들의 반발로 2010년 9월 고양시는 골프장 사업을 직권 취소했다. 그런데 이미 공사비의 60%인 80억원 이상 도량기업에 집행된 상태였다.

고양시는 ‘직권취소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에 대비해 이 공사에 대한 감정을 했지만, 공정률은 37%에 불가했다. 심 감사는 “공정률 20∼30% 수준의 공사에서 아무리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30억∼40억원 이상 투입될 이유가 없다”며 “하지만 이미 도량기업에 지출된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도량기업 대표는 “김 전 이사의 조카가 맞다. 그동안 서울YMCA 공사를 많이 한 것도 맞다”며 “하지만 이 과정 불법적인 것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표 명예이사장의 측근인 전현직 이사들의 비리 의혹도 상당하다. 이중 이석하 이사는 표 명예이사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 이사는 원래 1980년대 서울YMCA 지하에서 파친코 사업을 했었다. 표 명예이사장을 통해 서울YMCA에 발을 들여 놓은 후 1991년부터 24년째 서울YMCA 이사로 지내고 있다. 2008년 개인비리 혐의로 이사회에서 사임했으나, 다시 일산 골프장 공사 건축위원장직을 맡으면서 복귀했다.

이 이사는 여성참정권문제(2005년 서울YMCA가 총회 투표권을 여성에게 주지 않자 소송까지 이어진 사건) 현안대책위원장직을 수행하며 성공사례비 1000만원도 받았다. 변호사도 아닌 그가 어떻게 성공사례비를 받았을까. 당시 이 이사는 “소송이 2년6개월 장기화되면서, 승소하면 변호사에게 성공사례비를 줘야한다”고 제안했지만, 2007년 9월 이사회에서 이 이사가 성공사례비를 횡령한 사실이 폭로됐다.

변호사 아닌데
성공보수 챙겨

2006년 이 이사가 마포구에 있는 강변한신코아 오피스텔의 대표회장으로 있을 당시 서울YMCA 이사들을 끌어와 대표회의를 장악하기도 했다. 이때 서울YMCA이사 7명이 총 14채의 오피스텔를 각각 소유했다. 이 이사는 당시 5채, 표 명예이사장은 2채를 부인 명의로 소유했다. 이 건물에는 현재 도량기업과 미환서비스가 입주해 있다.

서울YMCA는 1903년 설립돼 일제강점기 독립·계몽운동을 이끄는 등 11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시민사회단체다. 하지만 최근에는 재정상 이유로 직원 급여 및 4대 보험금까지 내지 못해 고발 당하기도 했다. 여기에 이사들의 횡령, 배임, 일감몰아주기, 비자금 등 운영상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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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