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연정국악원 수상한 채용 내막

합격자 정해놓고 들러리 세웠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이 상임 무용단원 공개채용 과정에서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사전 내정설이 돌던 A씨가 최종 합격을 하면서 ‘낙하산’의혹이 불거졌다. 연정국악원 단원은 지방공무원법에 의거해 공무원이다. A씨가 낙하산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높은 사람이 A씨를 밀고 있다.”

지난 6월부터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이하 국악원) 안팎에서 돌았던 루머다. 그런데 이 루머가 지난 11월23일 현실이 됐다. 이번 연정국악원에서 단 한명만 뽑은 무용수가 바로 루머의 주인공인 A씨였기 때문이다.

어머니 입김? 

애초 공개채용 직전부터 A씨의 내정설이 돌던 탓에 대전 무용계는 이번 채용이 ‘낙하산’이라고 단정하는 분위기다. 국악원 관계자는 “채용비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공정한 절차에 채용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가 낙하산 논란에 휘말린 배경에는 몇 가지 정황과 이유가 있다. 일각에서는 그 중심에 A씨의 어머니가 있다고 지적했다. A씨 어머니는 연정국악원 무용 단원 출신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 대전 무용계서 발 깨나 넓은 사람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어머니는 국악원 안무자·악장 등과도 친분이 있는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에서 무용을 전공한 관계자는 “A씨 어머니 인맥은 대전 무용계에서 닿지 않는 데가 없다”고 말했다. 

낙하산이 의심스러운 또 다른 대목. 지난해 연정국악원에서 한 공연이 열렸다. 공연에는 A씨와 그의 부모가 함께 출연했다. 온 가족이 시립 무용단 공연에 출연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A씨 아버지의 경우 무용과 전혀 무관한데도 공연에 설 수 있었던 점은 의문이다. 

평소 A씨 어머니와 친분이 있던 안무자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안무자는 자신의 학원생을 대거 출연시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와 관련 문제 제기를 하자 국악원은 “연주단을 관리하는 기관으로써 책임을 통감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재발되지 않도록 조치하고 앞으로 철저한 단원교육을 하겠다”고 해명한 바 있다. 
 

A씨는 이 공연을 기점으로 국악원의 객원 무용수로 활동하게 됐다. 객원 무용수는 기업으로 보면 회사 인턴이나 마찬가지다. 당시에도 일각에선 “A씨 어머니의 영향력이 크지 않았겠냐”고 수군거렸다. 

한국 무용을 전공하고 있는 재학생들은 “시립 객원 무용수는 스펙”이라며 “(무용가) 지망생이라면 객원은 큰 경험이다. 누구나 하고 싶어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요즘 같은 취업난에 기업 인턴 들어가는 것만큼 어려운 게 객원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정식 오디션도 거치지 않고 국악원 객원 무용수로 들어갔다. 국악원은 A씨에게 객원 활동을 제안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악원 예술단장은 “예술계는 실력 있는 친구들을 추천받아서 객원 무용수로 쓴다”며 “극단에서 객원 무용수를 공개 채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객원 무용수를 공개채용 하는 극단이 어디 있냐”고 되물었다. 

그의 말과 달리 국립발레단이나 서울시무용단은 객원무용수를 매번 공개채용한다. 특정 인맥이나 불공정한 방법으로 채용되는 낙하산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런데도 국악원 예술단장은 A씨를 객원 무용수로 뽑은 것에 대해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뿐만 아니라 A씨는 국악원 안무자의 학원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지 무용계 관계자는 “안무자는 수석단원에게 A씨 레슨을 맡겼다”며 “그 수석단원도 안무자, 악장과 함께 출퇴근하면서 그 자리에 올라갔다”고 말했다. 

공개채용 전부터 특정인 내정설
설마설마 했는데…루머 현실로?
 

국악원의 채용 합격 기준을 보면 석연치 않은 점이 또 있다. 통상적으로 예체능은 실기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비율로 따지면 8:2 정도다. 국악원 역시 1차 실기 80점, 2차 면접 20점으로 분배했다. 

그런데 2차 면접 전형 요강을 보면 ‘해당 직무 수행에 필요한 능력 및 자세 등 5개 평정 요소 적격성 종합평가’라는 대목이 있다. 이 5개 평가 요소를 ‘상·중·하’로 나뉘는데, 이중 위원 과반수가 2개 항목 이상 ‘하’를 평정할 경우 불합격 된다. 이런 면접 방법은 올해 공무원시험 면접이 강화되면서 바뀐 체계다. 
 

무용계 종사자들은 이런 면접체계가 실정과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 관계자는 “이것만 보면 실기가 아닌 면접이 당락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아무리 실기를 잘해도 ‘하’를 과반 이상 받으면 불합격이다. 몸으로 보여주는 무용수에게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면접 당시 악장이 심사위원으로 들어온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전에는 관장이 주관하던 면접을 악장이 주관한 것이다. 악장이 면접을 주관하지 않았던 이유는 연주자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다. 심사의 형평성 유지와 불필요한 잡음을 배제하기 위해 채용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악장은 A씨 어미니와 친분이 있을 뿐만 아니라, A씨가 국악원 객원 무용수로 활동했기 때문에 A씨와도 안면이 있다. 

이번 국악원 채용에 참가한 한 응시자는 “당시 내정설이 돌아 설마했다. 설마가 현실이 됐을 때 응시생으로서 그 박탈감과 열패감은 말할 수가 없다”며 “금수저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A씨 아버지는 딸의 채용 논란에 대해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그는 “대전 바닥이 좁고, 아내가 또 무용을 해서 그쪽 분야에 아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게 아이(A씨)의 합격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그 자리는 누가 합격해도 말이 나올 자리다.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응시생들 부글부글 

국악원이 이번에 채용한 인원은 6명뿐(대금2, 소금1, 피리1, 거문고1, 무용1)이다. 아직까지 무용을 제외한 다른 부문에 채용 관련 잡음은 나오지 않고 있다. 유독 무용 부문에서만 뒷말이 무성하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은?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은 1981년 대전시에서 창단한 시립 국악연주단체다. 지방정부 최초로 수립된 시립전통음악기관으로서 전통음악의 올바른 계승을 위해 설립됐다. 연정국악원은 1만2000여권의 도서와 3300여 점의 음반이 소장되어 있는 자료실을 시민에게 상시 개방하여 전통음악의 이해를 높이고 있다.

초중고 학생들에게 국악기를 직접 소개해주며 궁중음악·민속음악·창작음악 등을 들려주는 찾아가는 공연을 마련하고 있다. 연간 100여회 이상의 다양한 정기·상설·기획음악회, 매년 개최되는 시민을 위한 국악강습회, 미국·일본·프랑스·호주·중국 등지에서의 해외초청공연을 하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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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