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뜨는 신흥 조폭 대해부

“서방파 칠성파 안부럽다” 전국구 최고 주먹은?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한국 조폭계가 많이 죽었다. 예전처럼 길거리에서 패싸움을 하거나 술집에서 조직간 이권 다툼으로 싸우던 시절은 이젠 옛날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 됐다. 한국을 주름잡던 조폭계 주먹들이 하나둘 사라지면서 조직은 급속도로 와해됐다. 그렇다고 조폭이 사라진 건 아니다. 조직 규모는 작아졌지만, 여전히 조폭은 존재한다. 최근 새롭게 뜨고 있는 조폭 6곳을 조명했다.

이른바 ‘3대 패밀리’(서방파, 양은이파, OB파)가 악명을 떨쳤던 전국구 시대는 이미 막을 내렸다. 이들 3대 패밀리의 우두머리 격인 인물들이 하나씩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여기서 떨어져 나온 조직원들은 '범서방파'나 '범양은이파' 등의 계보를 이어 세력화 했다. 그 조직 규모는 옛날에 비해 턱없이 줄었다. 2013년 7월 말 기준 경찰청이 파악한 전국 폭력조직 평균 조직원 수는 25명이 채 못된다. 과거 서방파의 조직원이 1만명에 달했다는 시절을 생각한다면, 폭력 조직 규모는 구멍가게 수준으로 작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조폭은 존재한다. 지난해 기준 경찰이 파악한 국내 폭력조직은 모두 216개였다. 

원정도박 주도한 
[광주 송정리파]

최근 해외 원정 도박 파문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조폭이 개입돼 있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검찰 조사결과 원정 도박에 개입한 조폭은 송정리파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마카오의 해외 원정 도박은 송정리파가 주름잡고 있다고 전했다. 행동대원 이씨가 붙잡히면서 수사에 속도가 붙었다. 이씨는 2011년부터 마카오 주요 호텔 및 리조트와의 계약을 통해 정킷방을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판돈에서 수수료 1.25%를 따로 챙겨받거나, 도박자금을 반반씩 제공하는 방식으로 카지노와 개별 계약을 맺었다. 이들은 외화로 한 도박자금을 원화로 돌려받아 환차익을 남기기도 했다. 특히 손님을 유치해올 때는 항공권, 숙박, 관광 등 ‘풀서비스’를 제공하며 정킷방으로 끌어들였지만 빌려준 돈을 회수할 때에는 조폭 본색을 어김없이 드러냈다.

송정리파는 지난 1월 잘 운영하던 기업을 통째로 빼앗아 회사 자산을 남김없이 빼먹은 사실이 드러났다. 90년대 말까지 속옷을 전문적으로 생산한 국내 굴지의 의류업체 케이비물산이였다. 송정리파는 2000년대 후반 경영난에 시달리던 케이비물산에 측근을 심은 뒤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 같은 움직임을 포착한 경영진이 송정리파에 항의했지만, 도리어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경영권을 빼앗아갔다. 이후 송정리파는 투자자들을 끌어모아 주가를 조작해 32억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젊은 피 뭉친
[대전 한일파]

폭력조직 한일파는 대전지역에서 활동하는 조직으로, 대전 시민들을 상대로 폭력, 사기, 미성년자 성매매 등을 저질러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시민들 사이에서는 공포의 대상이다.

대전지방경찰청 관계자에 따르면 한일파 조직원들의 연령은 30대 중반 이하로, 조직 관리자들만 30명이 넘는 대규모 폭력조직이다. 이들은 여타의 폭력조직과 달리 미성년자들을 상대로 한 범죄에 자주 거론되고 있다, 2013년 청소년 37명이 한일파에 입단해 또래 고교생들을 상대로 금품을 갈취하거나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경찰에 입건 돼 사회적으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2011년 유령법인 명의의 대포폰을 유통한 혐의 등으로 한일파 조직원 3명을 비롯한 20명이 경찰에 발각돼 대거 불구속 입건됐다. 한일파 조직원 20명은 지난 2009년 4월부터 5월까지 유령법인 57개를 설립하고 법인 이름으로 개통한 휴대전화 627개를 유통업자와 일반인에게 판매했으며, 대포통장 424개를 만들어 보이스피싱 조직에 팔아넘기는 등 총 11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대대적 단속 기존 조직들 대부분 와해
지역형 형님들 기승…외형 줄이고 더 악랄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유령법인을 설립하기 위해 노숙자나 신용불량자 등 8명에게 법인 1개당 50만원씩 주고 명의를 빌렸으며, 법인 설립책·명의자, 모집책·개설책 등으로 나눠 사기 행각을 벌이기도 했다. 2012년에는 가출 미성년자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벌여 경찰로부터 검거되기도 했다.


대구지방경찰청 한 관계자는 “아직 한일파 외에 다른 폭력조직에서는 미성년자 영입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한일파에서 활동한 청소년들은 주로 자신의 의지로 들어갔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최대 실세 조직
[충북 파라다이스파]

충북 파라다이스파는 한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조직으로 꼽히고 있다. 간부급을 기준으로 76명이 활동하고 있다. 파라다이스파는 충북 청주를 기반으로 1986년 전후 결성된 폭력조직이다. 신원이 확인된 간부만 수십명인 만큼 실제 조직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1990년대 초반 파라다이스파는 충북 4대 조직으로 불렸다. ‘시라소니파’ ‘화성파’ ‘비룡파’등과 경쟁관계에 있었다고 한다. 이 가운데 시라소니파는 파라다이스파와 조직의 뿌리가 같다. 이들은 ‘야망파’라는 집단에서 갈라져 나왔다.

파라다이스파는 청주시 상당구, 남문로, 북문로 일대를 중심으로 성장했다. 1986년 5월부터 지역 유흥업소 영업부장, 지배인 등의 자리를 확보하며 20년 넘게 경영권을 행사했다. 또 상하 간의 엄격한 위계질서를 확립하여 활동구역 일대 유흥업소의 영업을 방해하거나 폭행·협박하는 등 위력을 과시했다. 경쟁 조폭의 출현을 감시하고 유사시에는 흉기를 휘둘러 경쟁세력을 제압했다. 파라다이스파는 거의 매년 기수별로 조직원을 영입했다.

2000년대 들어서 조직 간 마찰이 빚어졌다. 2006년 7월 파라다이스파 조직원들은 시라소니파가 장악한 나이트클럽의 종업원을 엘리베이터에서 수차례 폭행하는가 하면 2007년 8월 주점에서 사소한 말다툼 끝에 또 다시 난투극을 벌였다.

당시 파라다이스파 조직원들은 폭력계 선배인 시라소니파 조직원을 때려 기절시켰고, 싸움이 커지자 주점에서 식칼을 가져와 휘두르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을 연출했다. 이들의 패싸움에는 알루미늄 배트가 동원됐다.

아울러 파라다이스파는 조직 내 하극상이 발생하자 이를 수습한다며 자신들끼리 손가락을 잘랐다. 이른바 ‘줄빠따’로 기강을 잡은 것은 물론이었다. 이외에도 파라다이스파는 조직원을 모 대학 총학생회장으로 만들어 거액의 학생회비를 횡령했고, 2011년에는 가족 간 재산문제에 개입해 자산가를 납치·살해하는 끔직한 범행을 저질렀다.

끈질긴 생명력
[서남부 이글스파]

수도권에선 조폭들의 입지가 좁아지다 보니 조직 간 세력을 규합해 활로를 찾는 일이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 서남부지역 최대조직인 이글스파는 서울 동작구와 금천구 일대의 세력을 연합해 신이글스파를 형성했다.

이글스파는 1978년께 당시 모 상업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윤모씨 등 12명이 결성한 불량서클 '이글스'에서 출발했다. 윤씨는 1979년 8월께 강간치상혐의로 출교된 뒤 평소 친분이 있던 인근 건달들을 모아 관악구 신림동 신림사거리를 중심으로 금품을 갈취하기 시작했다.

1987년 당시 대선을 앞두고 민정당 관악지구당 청년국장이었던 A씨는 이글스를 선거운동에 동원하기로 계획했다. A씨의 요구에 윤씨는 한가람청년회를 결성한 후 이를 모태로 조직을 체계화했다.


엄격한 위계…기수별 조직원 모집
이익 따라 뭉치는 이합집산 성행

이글스파는 1988년 충북 괴산군 화양계곡에 집결해 씨름과 장기자랑 등 단합대회를 열었다. 대선에 가담한 윤씨 등을 주축으로 신림동 일대의 상권을 차례로 장악했다. 이글스파는 유흥업소에 조직원을 강제 취업시키고 발생한 수익을 갈취하는 수법으로 돈을 챙겼다. 당시 ‘산이슬파’ ‘선우회’등의 군소조직은 이글스파에 편입됐다.

이글스파는 다른 조직과 유사한 행동강령을 정하고 합숙소를 지정해 정기 모임을 가졌다. 매달 축구대회를 열며 조직의 기강을 다졌다. 관악구 일대 중고교 불량학생들을 영입해 조직원으로 키웠다. 2005년 검찰 수사 당시 이른바 '일진'으로 불린 대다수 학생은 예외 없이 이글스파에 가입돼 있을 정도로 유착이 심했다.

지난 20여년 동안 검·경은 수차례 집중 수사로 이글스파를 감옥에 잡아넣었다. 그때마다 이글스파는 보란 듯이 부활했다. 재개발현장이 많은 지역 특성을 살려 아파트 공사 이권에 개입하기도 했다.

스펙 보고 뽑는
[용산 이태원파]

전국구를 표방하다 2009년 경찰에 일망타진된 이태원파가 다시 활동하고 있다. 이태원파는 용산구 일대에서 그간 패거리 형태로 활동하던 두 조직이 합쳐 만들었다. 조직원을 뽑을 때 외모와 학력을 본 것으로 유명했다. 이태원파가 내건 조건은 키 175㎝ 이상, 대졸자 혹은 미남. 토익과 토플 등 영어시험 고득점자를 우대했다. 얼굴에 흉터가 있거나 거대한 몸집과 험상궂은 인상은 활동에 지장이 많다는 이유로 준수한 외모를 우대했다.


이태원파는 일본 야쿠자 조직 운영 형태를 모방했다. 후계자로 지목된 조직원과 함께 정기적으로 전국을 일주하며 지방 대표 조폭들로부터 향응 등을 하며 친목을 다져왔다. 이태원파가 전국을 일주하며, 지방의 조폭들과 관계를 하는 이유는 여기 있다. 이태원파는 ‘조폭 같지 않은 조폭’ 스타일을 추구했다. 협박이나 폭력 등을 행사해야 할 경우 지방 조폭 등을 서울로 불러들여 뉴타운 등지에서 용역을 맡기는 등 각종 이권 사업에 개입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29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태원파 조직원 3명을 유흥업소와 보도방 업주를 상습적으로 협박해 돈을 뜯어낸 협의로 입건하기도 했다.

칼차고 다니는
[인천 크라운파]

크라운파는 1993년 인천시 중구 신흥동에 있던 ‘크라운나이트 클럽’에서 시작됐다. 신흥동 일대에서 활동하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세력이 약해졌고, 2009년 재결성됐습니다.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 등에서 활동하던 ‘크라운파’는 2010년 8월 한씨가 두목으로 취임하면서 다시 세력을 확장했다.

이들은 2009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폭력조직을 운용하며 세를 과시하기 위해 문신을 드러낸 채 축구 대회를 하거나 팬션 등지에서 11차례 단합대회를 열었다. 여기에 조직원들의 탈퇴를 막고 기강을 확립한다는 이유로 야구방망이나 각목 등으로 기수에 따라 내려가며 때리는 소위 줄빠따를 때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조직은 2010년 2월부터 같은해 10월까지 다른 폭력조직과의 집단 패싸움에 대비하기 위해 흉기 등을 갖고 음식점에 집결했다. 또 유흥업소에서 문신을 보여주며 업주를 위협해 금품을 뜯기도 했다.

이들은 ‘크라운은 타 조직에 절대 꿀려서는 안 된다’ ‘타 조직원과 전쟁(패싸움)이 길어지면 야구방망이와 회칼을 항상 차에 갖고 다녀야 한다’ ‘조직원이 구속되면 밖에서 도와준다’는 내용의 행동 강령을 만들어 실천한 것으로 전해진다.

크라운파는 2010년 일어난 인천 길병원 장례식장 앞 ‘집단 칼부림’ 사건으로 유명하다. 당시 간석식구파의 한 조직원이 크라운파 조직원 장례식장에 조문을 왔다가 조직을 옮긴 옛 동료와 싸우다 흉기로 찔렀다. 이후 두 조직의 조직원 130여명이 맞붙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국 조폭지도 보니… 경기도 형님들 ‘바글바글’

경기도가 전국에서 조폭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나타났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황인자 의원(새누리당, 비례대표)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경찰 관리대상 폭력조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역별로 경기도가 30개 조직(846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22개 조직(516명), 부산 22개 조직(402명), 경남 17개 조직(391명), 충남 17개 조직(302명), 전북 16개 조직(344명), 강원 14개 조직(235명) 등의 순이었다.

30개 조직에 846명 소속
서울 부산 경남 충남 순

조폭들의 범죄 유형별로 보면 2015년의 경우(7월말 기준) 폭력 행사 1255명, 서민 상대 갈취 101명, 유흥업소 갈취 98명, 사행성 불법 영업 61명, 마약류 불법 유통 32명, 인신매매 및 성매매 23명, 불법 및 변태영업 15명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기도 조폭의 서민 상대 갈취 검거는 전체 101건 중 72건으로 지난해 9건에 비해 크게 늘어나 시민들의 불안이 커진 상황이다.

이에 대해 황인자 의원은 “경찰의 집중 단속에도 불구하고 조폭의 수가 거의 줄어들지 않는 것은 신흥 조직이 계속 등장하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기존 조직의 검거와 함께 새로운 조직이 확대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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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누운 김건희 미스터리

드러누운 김건희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도 수사기관의 칼날 앞에서는 작아지는 걸까? 얼마 전까지 멀쩡하게 걷던 사람이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거나 아예 병원에 드러눕는 모습은 국민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전 영부인이 병원에 입원하며 이 같은 행렬에 동참했다. 정말 아픈 걸까, 수사 회피를 위한 ‘쇼’인 걸까? 비상계엄 사태, 탄핵 정국, 그리고 조기 대선을 넘어 이재명정부가 출범했다. 윤석열정부 이후 3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 집권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전 정부 지우기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실제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지난 5일 ‘3대 특검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거부권 사라지자… ‘채상병 특검법’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 3대 특검법은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다. 3대 특검법은 이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이후 국회에서 처음 통과된 법률안으로 기록됐다.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발생한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사고 경위와 정부 고위 관계자의 수사 방해 의혹 등을 수사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즉 내란 특검법은 ▲내란 행위 ▲외환 유치 행위 ▲군사 반란 등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범죄 의혹 11가지를 들여다본다.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 여사 등과 관련된 16가지 의혹이 수사 대상이다. 3대 특검법은 한동안 윤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채상병 특검법은 3번, 내란 특검법은 2번, 김건희 특검법은 4번 국회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정권교체로 이정부가 출범하면서 3대 특검법은 공포·의결됐다. 윤정부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를 키운 ‘매머드급’ 특검의 표적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김건희 특검법이다. 윤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함은 물론 국민의힘 지도부와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김 여사가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김건희 특검을 지휘한다. 특검보 4명, 파견검사 40명, 파견공무원 80명, 특별수사관 80명 등 최대 205명 규모로 꾸려진다. 3대 특검 중 규모 면으로는 두 번째다. 서울아산병원 입원 지병 악화? 우울증? 수사는 최장 170일간 가능하다.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110일간 수사할 수 있지만 그사이 수사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울 때는 30일씩 두 차례 수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민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의 국정 개입 및 인사 개입 의혹 사건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뇌물성 협찬 의혹 사건 ▲대통령실 관저 이전 부당 개입 의혹 사건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등 부당 개입 의혹 사건 등 16가지 의혹을 살펴본다. 김건희 특검법은 특검이 인지한 관련 범죄 행위도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수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의혹에 대한 수사 정도는 저마다 다르지만 김 여사의 소환조사는 기정사실화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각에서는 김 여사가 검찰 포토라인에 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현직 대통령 부인 가운데 최초다. 실제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 수사는 ‘김 여사 조사만 남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진행됐다.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은 김 여사와 명씨가 주고받은 메시지 등 물증과 관련자 진술을 모두 확보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은 김 여사에게 출석을 통보했지만 6·3 대선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불응한 바 있다. 문제는 김 여사가 최근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병원에 입원했다는 점이다. 김 여사는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 처음 알려진 이유는 지병 악화였다. 당시 김 여사 측 변호인은 “몸이 쇠약해져 오늘 입원한 건 맞다”면서도 “병명은 모르는데 심각한 건 아닌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빨리 퇴원해 수사 준비 등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의혹만 16가지 이후 서정욱 변호사를 통해 김 여사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서 변호사는 보수 성향 정치평론가로 윤 전 대통령 측 사정에 밝다고 알려졌다. 서 번호사는 YTN 라디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 여사가 계속 우울증 약을 먹는 등 평소에도 안 좋았다”면서 “특검은 6개월가량으로 먼저 다른 사람을 조사한 뒤 중간쯤 김 여사를 소환할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이 김 여사가 특검을 피하려 한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는 “터무니없는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김 여사 측한테서 들었다는 이야기도 공개했다. 종합하면 김 여사는 특검을 해명 기회로 보고 있다는 것. 말도 안 되는 가짜 의혹도 많으니 이번 기회에 깨끗이 정리하고 가자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병기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내란 수괴 윤석열은 경찰 소환에 불응한 채 거리를 활보하고 있고 요리조리 수사를 거부하던 부인 김건희씨는 급기야 병원에 입원해버렸다. 내란 2인자 김용현은 구속 기간 만료를 노리고 법원 결정을 거부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내란 수괴를 풀어준 지귀연 판사나 노골적으로 김건희를 비호하고 비화폰으로 내란 세력과 내통해 온 심우정 검찰총장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한 것에 대해 “마지막이라도 윤석열과 김건희가 깨끗한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18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그래도 3년간 대통령을 했고 영부인을 했는데 그렇게 추잡하게 놀면 되겠냐”고 말했다. 민주당 “쇼 한다” 이어 “윤석열정권 때는 황제 수사 받고 더 나쁜 건, 진짜 나쁜 건 검찰이다. 다 덮었다”면서 “이제서야 통화 기록이 나오고 주가조작 나오고, 그리고 소환 통보하니까 우울증 걸렸다고 병원 가나? 우리 서민들이 병원 입원실 잡기가 쉽냐? 마지막까지 이렇게 추잡한 모습을 보이는 윤석열, 김건희는 절대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한 게 수사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보는지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피하기 위해서다. 봐라, 대통령선거 때는 내가 검찰에 출두하면 선거에 영향을 준다. 그러면 보통 사람도 문제가 되는데 선거에 영향을 준다고 안 나가면 검찰이 봐주나?”라면서 “우리나라 검찰이 그렇게 비겁하고 진짜 심우정 검찰총장이나 서울중앙지검장 뭐예요? 무혐의 처리했다”고 답했다.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종 해프닝도 덩달아 일어났다. 김 여사가 병원에서 마약을 투약한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가 하면 누군가 ‘김 여사에게 전달해 달라’며 병원에 치킨을 배달시켰다는 풍문도 나왔다. 경찰은 지난 19일 마약 신고를 한 신고자를 검거했다. 경찰은 신고자에게 경범죄처벌법 위반(거짓신고) 혐의를 적용해 약식재판인 즉결심판을 청구했다.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의 병원 입원으로 특검 수사가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 특검은 김 여사 입원 다음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김 여사의 입원 사실을) 어제 언론 보도로 접했다”며 “대면 조사가 이뤄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어떻게 조사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특검보가 임명되면 차츰 논의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면 조사 언제쯤? 방패막이 사라졌다 김건희 특검팀은 김형근·박상진·오정희·문홍주 특별검사보를 임명하면서 진용을 갖췄다. 이들은 사건 수사와 공소 유지, 특별수사관 및 파견공무원에 대한 지휘, 감독 역할을 맡는다. 특검보들은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해 공정하고 투명하고 철저한 수사로 답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형근 특검보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나눠서 맡기로 한 것까지는 협의가 됐다”고 말했다. 김건희 특검은 3대 특검 중에 의혹이 가장 많고 그 범위도 방대해 수사에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특히 김 여사의 소환 여부, 시기, 방법 등이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여사의 입원 기간은 2주 정도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문제는 그 시기가 지나고서도 김 여사가 수사에 불응하면 발생한다. 이때 특검이 김 여사에 대한 강제수사를 진행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민 특검은 지난 19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총괄하는 박세현 서울고검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사건을 담당하는 박승환 서울중앙지검장 직무대리, 건진법사 진성배씨 의혹을 관할하는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을 차례로 만나 면담했다. 민 특검은 “중앙지검에서 이첩한 사건과 파견 인력 문제를 협의하고 협조를 구했다”고 밝혔다. 특검법상 최대 40명의 검사를 파견받을 수 있다. 민 특검은 금융감독원도 찾아 관련 인력 지원을 요청했다. 언제까지 버틸까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상 이제 김 여사를 지켜줄 방패막은 사라진 상태다. 3대 특검 중 김건희 특검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유독 높은 만큼 김 여사가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은 점차 작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정권이 바뀌면서 검찰의 움직임이 달라지고 있는 점, 핵심 증인이 돌아설 수 있다는 점 등도 김 여사에겐 악재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