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정치적 이슈가 되는 곳이라면 빠짐없이 나타나는 ‘대한민국 어버이연합’은 지난 2006년 창설돼 벌써 햇수로 10년이 됐다. 어버이연합은 노인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극우단체로 워낙 과격한 시위로 유명해 등장할 때마다 이슈가 된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어버이연합에 대한 각종 ‘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어버이연합이 정부의 ‘알바비’를 받고 활동한다거나, 사실상 정부가 관리하는 사조직이라는 설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10년 동안 늘 이슈 중심에 서있었지만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는 어버이연합의 실체를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이제는 누구나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대한민국 어버이연합(이하 어버이연합)’은 지난 2006년 5월8일 어버이날 창설돼 벌써 햇수로 10년이 됐다. 어버이연합은 이름 그대로 노인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극우단체다.
극우 보수?
이들은 창설 이후 정치적 이슈가 되는 곳이라면 빠짐없이 나타났다. 천안함 사태, 연평도 포격, 한미FTA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서울시의회 무상급식 예산안 처리, 세월호 사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위 현장에도 어김없이 나타나 사실상 보수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충실히 했다.
어버이연합이 시위 현장에 나타나면 과격시위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운동권 출신 야권 인사들도 혀를 내두른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욕설은 기본이고 상대 진영에 대한 폭행도 서슴지 않는다. 야권이 주도하는 시위현장에는 늘 귀신같이 나타나 소위 ‘깽판’을 쳤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 농성장에 난입해 농성장 강제 철거를 시도해 모두를 경악하게 하기도 했다.
어버이연합은 어느새 극우 과격시위의 아이콘이 되어 버렸다. 보수진영에서도 어버이연합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결과적으로 보수의 이미지를 ‘폭력’ ‘극우’ 등으로 각인 시켜 선거에서 수도권과 20·30세대를 공략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어버이연합이 정부가 동원하는 전문 시위꾼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정말 순수한 시민단체라면 노인들로 이뤄진 단체가 어떻게 정치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즉각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70~80대 어르신들이 시위용 피켓까지 완벽하게 만들어서 시위 현장마다 나타나는데 야권으로서는 정부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게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일요시사>가 어버이연합을 취재해보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선 ‘괜히 취재하러 갔다가 얻어맞고 오는 것 아니냐’며 도리어 취재기자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버이연합의 폭력성은 이미 유명하다. 실제로 지난달 26일에는 야권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비밀TF 규탄 시위’ 현장에서 어버이연합 회원이 혜화경찰서장을 폭행해 입건되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일요시사>는 그런 일이 있었던 다음날 다소 민감한 질문 내용을 들고 아무런 연락도 없이 어버이연합의 사무실을 불쑥 찾아갔다. 미리 연락을 하고 사무실을 찾아가면 어버이연합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없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취재기자가 사무실을 찾아 갔을 때 서너 명의 회원들은 시위를 위한 피켓을 제작하고 있었다. 일각에선 어르신들이 시위 피켓을 어떻게 직접 만들겠냐며 정부가 시위 피켓을 만들어 지급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었는데, 일단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한 가지 의혹은 풀린 셈이었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취재기자에게 의외로 친절했다. 그날 운 좋게도 어버이연합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추선희 사무총장도 만나볼 수 있었다. 추 사무총장은 일각의 오해들에 대해 억울하다고 했다. 가장 먼저 어버이연합이 정부지원금이나 알바비를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어버이연합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그런 논란에 휘말렸었다. 지금도 어버이연합을 인터넷 포털에서 검색하면 가장 먼저 따라붙는 연관검색어가 ‘어버이연합 일당’일 정도다.
지난 2012년 총선 당시에는 나꼼수로 유명한 김어준씨가 ‘어버이연합이 일당 받고 시위를 한다’는 발언을 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그런 논란이 불거지자 어버이연합 측은 후원금 내역과 회비 내역 등을 모두 공개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어버이연합이 공개한 내역 중엔 일부 날짜가 틀린 내역이 있어 이후에도 의혹은 계속 제기됐다. 또 과거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 중엔 어버이연합이 서울시로부터 ‘독거노인 도시락 제공’이란 명목으로 1100만원을 지원 받은 사례도 있었다.
이 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추 사무총장은 현재 어버이연합은 100% 회원 회비와 후원금으로만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그런 지원금을 받았던 적도 있지만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에는 지원금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어버이연합은 서울시 시민단체로 등록되어 있어 서울시 외 정부단체에서는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현재 어버이연합의 회원이 1300명 정도 되는데 정해진 회비는 없고, 형편에 따라 회비를 내고 있다고 했다.
대부분 1만원 정도를 회비로 내는데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분들은 수십만원을 회비로 내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그래도 운영비가 모자라 일부 회원들이 폐지와 고물들을 모아 판 돈도 운영비에 보태 쓰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사무실 한켠에는 회원들이 모아놓은 폐지와 고물들이 잔뜩 쌓여있었다.
어느새 출범 10년, 과격시위의 아이콘
보수에게 일 생기면 나타나 '삿대질'
추 사무총장은 “우리가 정말 정부의 지원금을 받고 이런 일을 하고 있다면 폐지나 줍고 다니겠냐”며 “정말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순수하게 모이신 분들”이라고 주장했다. 어버이연합 사무실은 작은 안보강연장도 갖추고 있을 정도로 꽤 넓었다. 현재 2개 층을 임대해 쓰고 있는데 사무실 한 달 임대료로만 450만원을 지출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어버이연합은 왜 보수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것일까? 추 사무총장은 그 또한 오해라고 했다. 자신들은 국가에 해가 되는 행동을 하려 한다면 새누리당은 물론이고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시위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했다. 어버이연합은 지난 2013년에는 당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야당과 국정원 개혁에 합의하자 새누리당의 해산을 요구하며 새누리당을 ‘새머리당’이라고 지칭하고 황 대표의 화형식을 열기도 했다.
어버이연합이 너무 과격한 시위를 펼쳐 보수진영을 돕는 게 아니라 오히려 보수진영에 불리한 여론을 형성시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던졌다. 추 사무총장은 “일부 회원들의 일탈일 뿐 현장에서 제발 기자들이나 경찰한테 욕하지 말고 때리지 말라고 당부한다”며 “그런데 어르신들 성격이 불 같으셔서 일부 회원들이 그런 일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억울한 점도 있다고 했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다소 폭력적으로 시위를 벌이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자신들은 평화적으로 시위를 하려고 해도 좌파진영에서 먼저 시비를 건다는 것이다.
추 사무총장은 “좌파 쪽 사람들은 나이 어린 사람들이 많지 않나? 우리가 시위를 하고 있으면 손자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나이 쳐 먹고 집에서 쉬지 왜 나왔냐’며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하고 시비를 건다. 또 일부 좌파 인사들은 어르신들 정강이를 안보이게 툭툭 차면서 시비를 건다”고 했다. 그래서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화가 나서 멱살잡이를 하면 언론에선 마치 우리 회원들이 폭력 시위를 한 것처럼 찍어서 내보낸다는 것이다.
추 사무총장의 설명에 따르면 어버이연합은 80대 회원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103세 최고령 회원도 있다고 했다. 따로 회원모집 활동을 하진 않고 모두 자발적으로 모이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어버이연합 간부진들이 총선 등을 겨냥해 정치적 활동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고 하자 “정치에 대한 욕심은 없다. 다만 우리나라가 잘되길 바라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애국 보수?
추 사무총장은 자신들을 순수하게 봐달라고 마지막까지 당부했다. 하지만 어버이연합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은 쉽게 해소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어버이연합이 벌써 10년 차를 맞이한 만큼 이젠 극우단체 이미지에서 벗어나 정말 어버이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라며 “질서정연하고 성숙한 모습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펼칠 때 국민들도 더 귀를 기울여 줄 것이다. 어버이연합의 자정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