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진짜 해당행위자는 안철수 의원이 아닌가?”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이 당 혁신위가 해당행위를 했다고 지적하자 당의 한 관계자가 사석에서 한 말이다. 지난해 7·30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공동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안 의원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다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안 의원을 향한 당내 인사들의 불만도 커져가고 있다. 안 의원이 당내에서 비토 당하고 있는 이유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우리 당이 싸울 때 안철수 의원은 한 번도 시원하게 동참한 적이 없다. 그저 멀리서 지켜보면서 당쟁이라고 규정짓고는 신선놀음만 했다. 그러다 당이 뭔가 해보려고 하면 딴지를 걸면서 존재감을 키우는 매우 간사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안 의원이 당 혁신위가 해당행위를 했다고 하는데, 진짜 해당행위를 하고 있는 사람은 안 의원이 아닌가?”
내부 총질
못 참겠다
최근 새정치연합 내에서 안 의원을 향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7·30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공동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던 안 의원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다시 목소리를 키우고 있지만 그 화살이 당 밖이 아닌 당 내부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안 의원은 지난 13일 문재인 대표가 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위를 벌이던 날 당 혁신위 비판 토론회에 참석해 전선을 분산시켰다. 이에 당 혁신위원인 조국 교수는 불편한 심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조 교수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문재인이 국정교과서 반대 광화문 1인 시위하는 날, 안철수가 문재인과 혁신위를 비판하는 토론회를 연 것은 ‘거시기’하다”며 “타이밍을 조정할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라고 지적했다.
당 주요 발표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 딴지
화력 집중해야 할 때 여론 분산시켜 눈총
지난 11일에는 문 대표가 야심차게 준비한 청년경제 구상 발표 몇 시간 뒤 안 의원이 낡은 진보 청산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바람에 문 대표의 발표가 김이 새 버리기도 했다. 이날 문 대표는 청년 일자리 70만개 창출을 골자로 하는 청년희망종합대책과 함께 법인세 인상 가능성도 내비치는 등 굵직굵직한 이슈 등을 제시했지만 안 의원의 기자회견 때문에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둘 중 누가 먼저 발표일정을 잡아놓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안 의원이 먼저 기자회견 일정을 잡아놓았다고 하더라도 당 대표가 그런 중요한 정책 구상을 발표하기로 예정되어 있으면 며칠 양보해주는 것이 미덕 아닌가?”라며 “시급한 발표도 아닌데 마치 문 대표의 정책 발표를 고의적으로 덮어버리겠다는 듯이 몇 시간 뒤에 기자회견을 강행한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 편?
새정치 편?
안 의원이 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한명숙 전 총리의 부패를 감싸고 있다며 비판한 것도 상당한 당내 반발에 부딪혔다. 당내 중진인 설훈 의원은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의 경우 1심에서 무죄가 나왔다. 그런 부분들은 간과하고 부패라고 몰아가면 굉장히 반발의 소지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전 총리 재판과 관련해서는 분명히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많은데 이를 지적한 당내 의원들을 마치 부패한 동료 의원을 감싼 파렴치범으로 매도해버렸다는 것이다.
안 의원이 새정치연합을 낡은 진보라고 지적한 데 대해서도 당내 김기식 의원이 안 의원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안 의원의 ‘낡은 진보 청산’ 주장은 결과적으로 ‘진보는 낡은 것’이라는 보수의 프레임을 강화시켜주는 효과가 날 것”이라며 “무능, 불안함, 비전 없음이 진보 탓인가? 지긋지긋한 계파 싸움과 낡은 기득권 정치 때문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이 야권 인사가 맞는지 헷갈릴 정도로 모호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안 의원의 온건보수노선은 다른 진보진영에서도 비판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진보진영의 신당 창당을 추진했던 ‘국민모임’의 김세균 공동대표는 안 의원에 대해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중간에 서고자 하는 중도보수노선이 문제”라며 “그런 노선 같으면 꼭 새정치연합에 들어와야 할 이유는 없었다”고 안 의원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안 의원이) 새누리당에 들어갔으면 보수정당을 혁신시키는 데 오히려 더 크게 기여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 의원이 당 혁신위의 ‘혁신안이 실패했다’고 평가한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상당하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안 의원의 그 같은 발언이 있은 직후 “(안 의원은) 당 대표를 지낸 분으로 우리 당 위기에 일말의 책임이 있는데 그렇게 성급하고 무례하게 얘기하는 건 무책임하다”며 반발했다. 문재인 대표도 “혁신의 방향을 제시해줘야지 그저 흔들기만 한다면 혁신의 효과에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안 의원은 문 대표의 혁신위원장직 제의를 거절했던 터라 당내 불만이 더 크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남이 한 일을 평가하고 깎아내리기는 쉽다. 자기가 혁신위원장직을 거절해놓고 이제 와서 혁신안을 비판하는 것은 정말 도의적으로 어긋나는 일 아닌가?”라며 “김상곤 위원장은 아무도 안 맡겠다는 자리 맡아서 어찌 보면 당을 위해 희생한 사람이다. 그렇게 자신이 있었으면 직접 혁신위원장직을 맡아서 혁신안을 내놨으면 되지 않나? 안 의원이 뒤늦게 혁신안이라고 내놓은 것들을 보면 매우 지엽적인 것들인데 그런 것들은 진정한 혁신안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안 의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진보 평론가인 진중권 교수도 안 의원이 △낡은 진보 청산 △당내 부패 척결 △새로운 인재 영입 등 3대 혁신안을 제안한 것에 대해 “고작 부패척결이 새정치냐”며 “그런 건 혁신안 속의 한 항목으로 제안해도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진 교수는 “(안철수의 혁신은) 플랜도 없고, 실체도 없고, 가망도 없다”며 “그냥 마케팅을 위한 노이즈만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안 의원은 혁신위원장직을 거절한 이유에 대해서도 “혁신은 대표가 하는 것이다. 대표가 의지와 구체적 아이디어를 가지고 혁신을 실행할 때 성공하는데 실망스럽다”며 사실상 모든 책임을 문 대표에게 떠넘겼다. 일각에선 안 의원이 혁신위원장직을 거절한 진짜 이유가 혁신안 결과를 트집 잡아 문 대표를 흔들려는 목적이 아니었겠냐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안 의원이 혁신위의 험지 출마 요구를 거절한데 대해서도 “다른 중진들이 지금 지역구도 험지라며 차출을 거부한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데 안 의원의 현재 지역구는 야성이 강한 야권 텃밭 아닌가?”라며 안 의원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안 의원이 새누리당이 아닌 당 내부의 계파싸움에 치중하면서 안 의원을 성토하는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안 의원은 새누리당과 극한 대립하고 있는 새정치연합에 대해 ‘야당이 운동권 시각에 지배돼선 안 된다’라고 지적했는데 김기식 의원은 “당이 제대로 싸웠던 적이 있었나? 오히려 싸워야 할 때 제대로 못 싸워서 지지자들까지 실망시킨 것 아니냐”며 안 의원을 비판했다. 안 의원은 집권여당과 대립하는 쟁점마다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거나 오히려 야당을 비판하면서 전선을 흐렸다는 지적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안 의원이 정말 싸워야 할 때는 뒤에 숨어 있다가 문재인 흔들기에만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무엇이 우선인지 모르는 것 같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안 의원이 문 대표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고 나서면서 야권 지지자들의 분열도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대표의 양자대결시 김 대표는 다자대결 때보다 높은 지지도를 기록한 반면, 문 대표는 야권 지지도의 합보다 오히려 낮아 여권은 뭉치고 야권은 분열되는 양상을 보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누가 차기 대선에 나서도 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안 의원이 야권 분열에 불을 지피면서 누가 대선후보가 되든 이기기 힘든 구조를 만들어 버렸다. 지금은 안 의원이 내부에 총질을 할 때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야권 분열
같이 죽자?
한 때 안 의원의 최측근 인사들도 이제는 안 의원의 새로운 비토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입문 후 안 의원의 측근들은 줄줄이 안 의원과 결별을 선언했다. 안 의원의 정치입문 당시 대변인 역할을 했던 유민영 전 청와대 행정관은 아예 정치를 떠나 다른 일을 하고 있고,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김성식 전 의원은 합당 결정 발표 후 곧바로 안 의원을 떠났다.
진심캠프 상황실 부실장이었던 윤태곤 비서관도 안 의원의 곁을 떠났다. 초창기 외교·안보정책 조언자였던 윤영관 전 외교부장관도 안 의원과 완전히 결별한 상태다.
안 의원의 정치적 멘토로 불렸던 김종인 전 부총리와 윤여준 장관, 최장집 교수 등은 지금은 외곽에서 안 의원을 비판하기에 바쁘다. 안 의원의 최측근이던 금태섭 변호사마저 최근 자서전을 통해 안 의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당 내부 총질하며 정치적 존재감 키워
고비 때마다 양비론 “우리 편 맞아?”
김성식 전 의원은 안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표 등 주류를 맹비난하자 자신의 SNS을 통해 “안철수 의원이 오늘 기자회견에서 낡은 진보 청산을 강조했는데 민주당과 합당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낡은 보수와 낡은 진보의 양당구조를 강화했던 것은 안 의원”이라고 힐난했다.
금태섭 변호사도 출판기념 북콘서트에서 ‘안철수 의원에게 희망이 있냐’는 질문에 “희망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현재는 구체적인 앞날이 보이지 않는다. 안 의원은 당내 지지세력도 없고 개인의 이미지와 지지율만 남은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안 의원과 결별한 이들은 공통적으로 ‘안 의원이 중요한 순간에 결단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린다’는 냉혹한 평가를 남겼다.
신뢰 제로
불만 고조
안 의원을 따르려던 사람들도 안 의원의 독단적인 대선 사퇴와 신당 창당 포기 등을 지켜보면서 신뢰가 크게 상실되었다는 지적이다. 비주류인 안 의원과 함께하려면 그야말로 정치생명을 걸어야 하는 데 정치생명을 걸 만큼 안 의원이 믿음직스럽지 못하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당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안 의원은 별다른 대안도 제시 못 하면서 비판만 하고 있다. 정말 당을 위한 행동인가? 자기 존재감을 키우려는 목적이 아닌지 의심이 된다”며 “국정교과서 문제로 모든 야권이 뭉치고 있는 판국에 안 의원만 딴 소리를 하고 있다. 안 의원을 향한 내부 불만이 고조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