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안철수 비토 당하는 이유

자기 앞가림도 못하면서 사사건건 삿대질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진짜 해당행위자는 안철수 의원이 아닌가?”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이 당 혁신위가 해당행위를 했다고 지적하자 당의 한 관계자가 사석에서 한 말이다. 지난해 7·30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공동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안 의원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다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안 의원을 향한 당내 인사들의 불만도 커져가고 있다. 안 의원이 당내에서 비토 당하고 있는 이유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우리 당이 싸울 때 안철수 의원은 한 번도 시원하게 동참한 적이 없다. 그저 멀리서 지켜보면서 당쟁이라고 규정짓고는 신선놀음만 했다. 그러다 당이 뭔가 해보려고 하면 딴지를 걸면서 존재감을 키우는 매우 간사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안 의원이 당 혁신위가 해당행위를 했다고 하는데, 진짜 해당행위를 하고 있는 사람은 안 의원이 아닌가?”

내부 총질
못 참겠다

최근 새정치연합 내에서 안 의원을 향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7·30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공동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던 안 의원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다시 목소리를 키우고 있지만 그 화살이 당 밖이 아닌 당 내부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안 의원은 지난 13일 문재인 대표가 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위를 벌이던 날 당 혁신위 비판 토론회에 참석해 전선을 분산시켰다. 이에 당 혁신위원인 조국 교수는 불편한 심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조 교수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문재인이 국정교과서 반대 광화문 1인 시위하는 날, 안철수가 문재인과 혁신위를 비판하는 토론회를 연 것은 ‘거시기’하다”며 “타이밍을 조정할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라고 지적했다.


당 주요 발표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 딴지
화력 집중해야 할 때 여론 분산시켜 눈총

지난 11일에는 문 대표가 야심차게 준비한 청년경제 구상 발표 몇 시간 뒤 안 의원이 낡은 진보 청산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바람에 문 대표의 발표가 김이 새 버리기도 했다. 이날 문 대표는 청년 일자리 70만개 창출을 골자로 하는 청년희망종합대책과 함께 법인세 인상 가능성도 내비치는 등 굵직굵직한 이슈 등을 제시했지만 안 의원의 기자회견 때문에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둘 중 누가 먼저 발표일정을 잡아놓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안 의원이 먼저 기자회견 일정을 잡아놓았다고 하더라도 당 대표가 그런 중요한 정책 구상을 발표하기로 예정되어 있으면 며칠 양보해주는 것이 미덕 아닌가?”라며 “시급한 발표도 아닌데 마치 문 대표의 정책 발표를 고의적으로 덮어버리겠다는 듯이 몇 시간 뒤에 기자회견을 강행한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 편?
새정치 편?

안 의원이 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한명숙 전 총리의 부패를 감싸고 있다며 비판한 것도 상당한 당내 반발에 부딪혔다. 당내 중진인 설훈 의원은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의 경우 1심에서 무죄가 나왔다. 그런 부분들은 간과하고 부패라고 몰아가면 굉장히 반발의 소지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전 총리 재판과 관련해서는 분명히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많은데 이를 지적한 당내 의원들을 마치 부패한 동료 의원을 감싼 파렴치범으로 매도해버렸다는 것이다.

안 의원이 새정치연합을 낡은 진보라고 지적한 데 대해서도 당내 김기식 의원이 안 의원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안 의원의 ‘낡은 진보 청산’ 주장은 결과적으로 ‘진보는 낡은 것’이라는 보수의 프레임을 강화시켜주는 효과가 날 것”이라며 “무능, 불안함, 비전 없음이 진보 탓인가? 지긋지긋한 계파 싸움과 낡은 기득권 정치 때문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이 야권 인사가 맞는지 헷갈릴 정도로 모호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안 의원의 온건보수노선은 다른 진보진영에서도 비판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진보진영의 신당 창당을 추진했던 ‘국민모임’의 김세균 공동대표는 안 의원에 대해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중간에 서고자 하는 중도보수노선이 문제”라며 “그런 노선 같으면 꼭 새정치연합에 들어와야 할 이유는 없었다”고 안 의원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안 의원이) 새누리당에 들어갔으면 보수정당을 혁신시키는 데 오히려 더 크게 기여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 의원이 당 혁신위의 ‘혁신안이 실패했다’고 평가한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상당하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안 의원의 그 같은 발언이 있은 직후 “(안 의원은) 당 대표를 지낸 분으로 우리 당 위기에 일말의 책임이 있는데 그렇게 성급하고 무례하게 얘기하는 건 무책임하다”며 반발했다. 문재인 대표도 “혁신의 방향을 제시해줘야지 그저 흔들기만 한다면 혁신의 효과에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안 의원은 문 대표의 혁신위원장직 제의를 거절했던 터라 당내 불만이 더 크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남이 한 일을 평가하고 깎아내리기는 쉽다. 자기가 혁신위원장직을 거절해놓고 이제 와서 혁신안을 비판하는 것은 정말 도의적으로 어긋나는 일 아닌가?”라며 “김상곤 위원장은 아무도 안 맡겠다는 자리 맡아서 어찌 보면 당을 위해 희생한 사람이다. 그렇게 자신이 있었으면 직접 혁신위원장직을 맡아서 혁신안을 내놨으면 되지 않나? 안 의원이 뒤늦게 혁신안이라고 내놓은 것들을 보면 매우 지엽적인 것들인데 그런 것들은 진정한 혁신안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안 의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진보 평론가인 진중권 교수도 안 의원이 △낡은 진보 청산 △당내 부패 척결 △새로운 인재 영입 등 3대 혁신안을 제안한 것에 대해 “고작 부패척결이 새정치냐”며 “그런 건 혁신안 속의 한 항목으로 제안해도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진 교수는 “(안철수의 혁신은) 플랜도 없고, 실체도 없고, 가망도 없다”며 “그냥 마케팅을 위한 노이즈만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안 의원은 혁신위원장직을 거절한 이유에 대해서도 “혁신은 대표가 하는 것이다. 대표가 의지와 구체적 아이디어를 가지고 혁신을 실행할 때 성공하는데 실망스럽다”며 사실상 모든 책임을 문 대표에게 떠넘겼다. 일각에선 안 의원이 혁신위원장직을 거절한 진짜 이유가 혁신안 결과를 트집 잡아 문 대표를 흔들려는 목적이 아니었겠냐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안 의원이 혁신위의 험지 출마 요구를 거절한데 대해서도 “다른 중진들이 지금 지역구도 험지라며 차출을 거부한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데 안 의원의 현재 지역구는 야성이 강한 야권 텃밭 아닌가?”라며 안 의원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안 의원이 새누리당이 아닌 당 내부의 계파싸움에 치중하면서 안 의원을 성토하는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안 의원은 새누리당과 극한 대립하고 있는 새정치연합에 대해 ‘야당이 운동권 시각에 지배돼선 안 된다’라고 지적했는데 김기식 의원은 “당이 제대로 싸웠던 적이 있었나? 오히려 싸워야 할 때 제대로 못 싸워서 지지자들까지 실망시킨 것 아니냐”며 안 의원을 비판했다. 안 의원은 집권여당과 대립하는 쟁점마다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거나 오히려 야당을 비판하면서 전선을 흐렸다는 지적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안 의원이 정말 싸워야 할 때는 뒤에 숨어 있다가 문재인 흔들기에만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무엇이 우선인지 모르는 것 같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안 의원이 문 대표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고 나서면서 야권 지지자들의 분열도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대표의 양자대결시 김 대표는 다자대결 때보다 높은 지지도를 기록한 반면, 문 대표는 야권 지지도의 합보다 오히려 낮아 여권은 뭉치고 야권은 분열되는 양상을 보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누가 차기 대선에 나서도 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안 의원이 야권 분열에 불을 지피면서 누가 대선후보가 되든 이기기 힘든 구조를 만들어 버렸다. 지금은 안 의원이 내부에 총질을 할 때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야권 분열
같이 죽자?

한 때 안 의원의 최측근 인사들도 이제는 안 의원의 새로운 비토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입문 후 안 의원의 측근들은 줄줄이 안 의원과 결별을 선언했다. 안 의원의 정치입문 당시 대변인 역할을 했던 유민영 전 청와대 행정관은 아예 정치를 떠나 다른 일을 하고 있고,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김성식 전 의원은 합당 결정 발표 후 곧바로 안 의원을 떠났다.

진심캠프 상황실 부실장이었던 윤태곤 비서관도 안 의원의 곁을 떠났다. 초창기 외교·안보정책 조언자였던 윤영관 전 외교부장관도 안 의원과 완전히 결별한 상태다.

안 의원의 정치적 멘토로 불렸던 김종인 전 부총리와 윤여준 장관, 최장집 교수 등은 지금은 외곽에서 안 의원을 비판하기에 바쁘다. 안 의원의 최측근이던 금태섭 변호사마저 최근 자서전을 통해 안 의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당 내부 총질하며 정치적 존재감 키워
고비 때마다 양비론 “우리 편 맞아?”

김성식 전 의원은 안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표 등 주류를 맹비난하자 자신의 SNS을 통해 “안철수 의원이 오늘 기자회견에서 낡은 진보 청산을 강조했는데 민주당과 합당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낡은 보수와 낡은 진보의 양당구조를 강화했던 것은 안 의원”이라고 힐난했다.
 

금태섭 변호사도 출판기념 북콘서트에서 ‘안철수 의원에게 희망이 있냐’는 질문에 “희망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현재는 구체적인 앞날이 보이지 않는다. 안 의원은 당내 지지세력도 없고 개인의 이미지와 지지율만 남은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안 의원과 결별한 이들은 공통적으로 ‘안 의원이 중요한 순간에 결단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린다’는 냉혹한 평가를 남겼다.

신뢰 제로
불만 고조

안 의원을 따르려던 사람들도 안 의원의 독단적인 대선 사퇴와 신당 창당 포기 등을 지켜보면서 신뢰가 크게 상실되었다는 지적이다. 비주류인 안 의원과 함께하려면 그야말로 정치생명을 걸어야 하는 데 정치생명을 걸 만큼 안 의원이 믿음직스럽지 못하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당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안 의원은 별다른 대안도 제시 못 하면서 비판만 하고 있다. 정말 당을 위한 행동인가? 자기 존재감을 키우려는 목적이 아닌지 의심이 된다”며 “국정교과서 문제로 모든 야권이 뭉치고 있는 판국에 안 의원만 딴 소리를 하고 있다. 안 의원을 향한 내부 불만이 고조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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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