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황당한 이혼 사유 백태

힘들면 갈라서…참고 살지 않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이혼은 현실이라 했던가. 꿈같던 부부가 갈라서는 과정을 보면 현실이 녹록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혼하는 이유는 성격차이, 성생활, 외도, 빚 등 다양하다. 하지만 몇몇 사례를 보면 황당한 이유로 이혼해 세간의 눈길을 끌었던 사건들이 있다. 혹은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놓여 이혼을 당한 사례도 있다. 황당한 이혼 백태를 정리해봤다.  

 
서울시는 지난 20년 동안(1993∼2013년) 서울의 혼인·이혼 변화 양상을 조사해 발표했다. 통계에 따르면, 1996년 정점에서 1997년부터 급격한 감소추세를 보이던 혼인과는 대조적으로 이혼은 1997년을 계기로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2003년에 정점에 도달한 이후 점차 낮아지는 추세지만, 여전히 연간 2만건 이상의 이혼이 발생하고 있다. 

별일 아닌데…
님에서 남으로 
 
이혼 사유 중 가장 주된 원인은 부부간 성격차이로 꼽혔다. 성격 차이는 2003년 이혼사유의 41.5%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하며, 2008년에 49.3%를 차지했다. 이후 2011년에는 44.0%로 감소하였으나 다시 증가하여 2013년에는 47.9%까지 상승했다.
 
▲열받은 기러기아빠 = 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딸과 아내를 8년간 뒷바라지해 온 ‘기러기 아빠’가 낸 이혼 청구를 법원이 받아들였다. 부정행위 등 혼인 파탄의 직접적인 요인은 없었지만 남편이 아내의 귀국 거부 등으로 오랫동안 고독했다는 점에서 부부간 정서적 유대감이 상실됐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지난 6일 부산가정법원에 따르면 A(54)씨의 부인 B(59)씨는 2006년 딸(당시 13세)의 교육을 위해 미국으로 갔고, 국내에서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는 A씨는 이들에게 생활비와 교육비를 보냈다. A씨는 2009년 12월 아내에게 “경제적으로 힘들다. 친구들에게 돈 빌리는 문제로 우울하고 외롭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아내에게 국내로 돌아올 것을 권유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이후에도 이혼을 요구하거나 국내로 돌아올 것을 권유하면서 경제적 사정과 건강이 좋지 않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A씨 아내는 2012년 3월 800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이혼에 동의한다는 이메일을 보냈고 A씨는 5000만원을 송금했다. A씨 아내는 여러 조건을 내세우며 귀국 의사를 내비친 적은 있지만 결과적으로 2006년 2월 미국으로 간 이후부터 지난해 6월까지 8년 넘게 한번도 국내로 돌아오지 않았다.
 
 
부산가정법원 가사2단독 김옥곤 판사는 “장기간 별거와 의사소통 부족 등으로 부부간 정서적 유대감이 상실돼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며 “남편을 충분히 배려하지 않고 장기간 귀국하지 않은 아내에게도 혼인 파탄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4년간 용돈 10만원 = 한 달 용돈 10만원 준 아내에게 이혼소송을 낸 남편이 법원에서 “이혼은 정당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지난 7월27일 서울고등법원에 따르면 가장인 A씨는 매달 직장에서 받은 월급을 모두 B씨에게 갖다 줬고, 한 달에 10만∼20만원씩 용돈만 받으며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가정주부로 있으면서 돈 관리를 도맡아 했다. A씨는 용돈으로 생활하기가 어려워 아르바이트로 건설 현장 노동일을 하기도 했다. 
 
결혼한 지 4년 가까이 되던 해 겨울 어느 날 폭설로 근무지에 비상이 걸려 A씨가 퇴근하지 못하고 다음날 집에 갔는데, B씨는 몸이 아픈 자신을 혼자 뒀다고 불만을 나타내며 지병을 치료하겠다고 친정에 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1997년부터 급격히 늘어…매년 2만건

성격차이·외도·빚문제 때문에는 ‘옛말’
 
A씨는 며칠 뒤 갑작스러운 구토 증상으로 병원에 가려고 아내에게 병원비 10만원을 송금해달라고 부탁했지만, B씨는 송금하지 않고 A씨를 찾아왔다. 화가 난 A씨는 B씨를 만나지 않고 휴대전화로 이혼하자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A씨는 살던 집의 전세보증금 4000만원을 받아 이사비 등으로 쓰고 나머지 3800만원을 B씨에게 송금하면서 자신의 명의로 부담하는 2800만원의 전세자금 대출 채무를 갚아달라고 부탁했다. B씨는 이를 갚지 않고 그냥 보관했다. A씨는 결국 법원에 이혼소송을 내면서 위자료 5000만원을 청구했다.
 
낙태 강요에      
용돈 갈등도
 
재판부는 “피고는 경제권을 전적으로 행사하면서 원고와 원고 가족에 대해 인색하게 굴고 원고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원고 역시 속으로 불만을 쌓아가다가 갑자기 이혼을 요구했다. 원고와 피고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재산분할은 각자 명의대로 소유권을 확정하되 B씨가 보관하는 A씨의 전세자금 대출 채무 2800만원만 돌려주라고 명했다.
 
 
▲며느리에 낙태 요구 = 시아버지가 여아를 임신한 며느리에게 낙태를 요구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했다는 이유로 며느리가 이혼과 위자료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달 2일 서울고등법원에 따르면 ㄱ씨가 남편과 시아버지를 상대로 낸 이혼과 위자료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밝혔다. 
 
ㄱ씨는 17년 전 현재의 남편과 결혼한 이래 시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ㄱ씨는 결혼 이듬해 첫 딸을 출산하고 2년 뒤 둘째 딸을 낳았다. 이후 다시 4년 뒤에 쌍둥이를 임신했는데, 성별 검사 결과 여아로 밝혀졌다.
 
남편과 시아버지는 ㄱ씨에게 임신중절수술을 요구했고, ㄱ씨는 결국 이를 받아들여 낙태했다. 시아버지는 ㄱ씨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무라고, 자녀 양육 문제와 생활비 지출 문제 등을 놓고 의견이 다를 때 자신의 의견을 따르라고 강요하는 경우가 잦았다. ㄱ씨는 불만을 토로하기보다는 대체로 순응하며 살았다.
 
그러나 시아버지와의 갈등, 남편의 무관심과 소극적인 태도에 불만이 점점 깊어졌다. 결국 ㄱ씨는 결혼 생활 15년 만에 남편에게 이혼하자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가 별거하기 시작했다.
 

ㄱ씨는 이혼 소송을 내면서 남편과 시아버지에게 위자료 5천만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ㄱ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민법 840조에 규정된 이혼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1심은 “남편이 부인의 가출 이후 관계 회복을 바라면서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력해 왔고, 시아버지도 자신의 존재로 인한 아들 부부의 고통을 뒤늦게 알고서 분가를 허락하는 등 노력하는 점, 원고가 가출 전까지 이혼을 요구한 적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혼인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구걸한 12억 들고 튄 남편 = 30년 동안 구걸로 16억원 상당의 재산을 모은 시각장애인 부부가 돈을 들고 잠적한 남편 때문에 갈라서게 됐다. 법원은 재산의 절반을 부인에게 나눠주라고 명령했다.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은 장모(68)씨와 최모(59·여)씨부부의 생계 수단은 구걸이었다. 1976년 결혼해 4남 3녀를 둔 이들이 30년 넘게 구걸로 모은 재산은 확인된 금액만 15억9200만원. 부부는 남편 장씨가 가정의 경제권을 독점하고 자녀들까지 동원해 구걸을 시켜 다툼이 잦았다. 
 
 
아내는 ‘자녀들만큼은 구걸시키지 말자’며 반대했지만 돌아오는 건 남편의 욕설과 손찌검뿐이었다. 자녀들에게도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던 장씨는 자녀들이 장성해 더이상 완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되자 2010년경 시중 은행 4곳에서 현금 12억여 원을 출금해 자취를 감췄다. 실제 장씨 명의의 순재산은 서울 강남 소재 아파트와 은행에서 빌린 부동산 대출금까지 합하면 20억원에 육박했다. 
 
깐깐한 남편

무심한 아내 
 
반면 아내 최씨 이름으로 된 재산은 0원. 최씨는 거주지는 물론 생사도 알 수 없게 된 남편으로부터 사는 아파트라도 지켜보겠다는 심정에 이혼을 결심하고 지난해 법원 문을 두드렸다. 
 
서울가정법원은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부장판사 권태형)는 최씨가 제기한 이혼청구 소송에서 “원고와 피고는 이혼하고 남편은 위자료 3000만원을 지급하라”며 ‘공시송달’에 의한 이혼 판결을 내렸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재산 취득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부부가 노력해 형성 또는 유지한 공동 재산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재산분할 비율을 50 대 50으로 해 7억9600만원씩 나누라”고 판단했다.
 
▲메모로 잔소리한 남편 = 아내에게 수시로 메모를 남겨 잔소리를 한 남편의 행동은 이혼 사유가 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999년 김모(46)씨와 결혼해 전업주부로 살아온 박모(37·여)씨는 남편이 학원강사로 일하기 시작한 2003년부터 밤늦게 귀가해 ‘김치 쉬겠다. 오전에 뭐한 건가’ ‘주름 한 줄로 다려줄 것’ 등 살림살이에 일일이 간섭하는 메모와 문자메시지를 남기자 참다못해 결혼 7년만에 이혼 소송을 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는 박모씨가 남편 김씨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에서 “두 사람은 이혼하고 남편은 아내에게 위자료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지난 2011년 10월29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가 수시로 메모와 문자메시지로 지적을 해 아내를 불안과 긴장 속에 살게 했다”면서 이혼 책임이 남편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말도 안 되는 상황
황당무계 이유 눈길
 
▲두집 살림한 외국인 = 본국에 처자식을 둔 사실을 숨긴 채 한국 여성과 결혼하고 본국을 드나들며 '두 집 살림'을 한 외국인 남성에 대해 체류 불허 처분을 내린 것은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C씨는 2002년 7월 산업연수생(D-3) 자격으로 한국에 들어와 머물다 2005년 말 한국여성 D씨와 혼인신고를 하고 국민의 배우자(F-2)로 체류자격 변경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C씨는 결혼 8년 만에 D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고 이듬해 법원의 조정을 거쳐 위자료 등을 포기하기로 하고 이혼했다. 이후 C씨는 난민인정 신청을 한 뒤 출입국관리소에 체류기간 연장 허가를 신청했으나 출입국관리소는 올해 초 ‘혼인의 진정성 결여 및 배우자의 귀책사유 불명확 등 사유’로 연장을 불허하고 보름 안으로 출국하라고 명령하는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C씨는 “한국에서 8년 동안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유지해 오다 아내의 음주, 폭행 등으로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른 것인데도 출입국관리소가 인정하지 않은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냈다.

두집 살림에
돈 들고 퇸 남편도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는 본국에 처와 아들 2명이 있음에도 D씨와 혼인신고 당시 미혼이라는 취지의 허위 공증서류를 제출해 혼인신고를 했다”며 “D씨와의 혼인 중에도 파키스탄의 부인 사이에 아들 2명이 새로 태어난 사실 등이 인정된다. D씨와의 혼인관계가 유지될 수 없었던 데에는 원고의 책임이 있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외국에선…기상천외 이혼 사유 
외계언어 사용해 파경
  
영국의 부부들이 이혼할 때 근거로 삼는 기상천외한 이유가 화제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이혼법은 당사자 간 합의를 인정하지 않으며, 간통·배우자 유기 등 5가지 이유가 있어야 이혼이 가능하다. 상당수 파경커플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내세워 이혼 절차를 밟기에 황당한 사연들도 때론 등장한다.
 
한 부인은 남편이 영화 <스타트렉>에 등장하는 외계인 ‘클링온 족’의 언어를 사용하라고 강요하는가 하면 복장도 그렇게 하라고 했다며 이혼 소송을 냈다. 한 남편은 자기가 가장 싫어하는 참치 요리를 부인이 악의적으로 반복해 내놓았다며 이혼 신청을 했다.
 
또다른 남성은 부인이 별다른 이유도 없이 다른 남자와 시시덕거렸으며, 정작 본인은 그것을 그만 둘 수 없다고 까놓고 이야기했다며 이혼 절차에 들어갔다. 이밖에 ‘부인이 TV 안테나를 악의적으로 망가뜨렸다’ ‘평소 즐겨 먹는 요리를 일부러 버렸다’며 이혼을 청구한 남편도 있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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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