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반문연대 뜨는 이유

'친문 vs 반문' 이미 쪼개졌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에서 다 죽는다. 뭉쳐야 하는데 반문(반 문재인)만한 명분이 없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인사들이 연대를 위해 12인 위원회 구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현역 의원들의 참여가 절실한 이들은 반문을 기치로 내걸고 새정치연합 내 비노 진영 인사들과 연대를 꾀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천정배 신당, 박주선 신당, 박준영 신당, 안철수계 신당, 민주당, 정의당 등 4자연대 신당까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 내 신당 창당 움직임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야권 신당의 난립은 야권 전체의 몰락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야권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인사들이 최근 연대를 위해 ‘12인 위원회 구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야권 신당을 추진하는 세력들이 함께 해보자는 의미에서 각 계파에서 2명씩 파견해 12인 위원회를 구성하고 사무실도 함께 운영하자는 논의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신당 우후죽순
반문으로 뭉쳐라

야권의 한 관계자는 “통합 신당 창당을 위한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차피 이대로 선거에 나가면 야권은 다 죽는다. 어떤 방식으로든 내년 총선 전 통합 야권 신당이 출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통합을 위한 마땅한 명분이 없는 것이 문제”라며 “각 당마다 정치적 지향점이 다르다. 유일한 공통점은 반문이라는 것인데 정치는 원래 100가지가 달라도 한 가지가 같다면 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총선까지 6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들이 정책이나 정치 노선 등을 통합하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다. 일단 반문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구심점으로 느슨한 연대를 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쉬운 길이라는 것이다.


비노진영 다시 정치적 기지개 펼까
친노패권 청산 못하면 백약이 무효

현역 의원들의 참여가 절실한 야권 신당으로서는 반문을 기치로 내걸면 새정치연합 내 비노 진영 인사들과 연대하기도 쉬워진다. 현재 비노 인사들은 친노 세력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 신당 추진 인사들은 비노 인사들이 당 혁신위원회의 공천안 등에 반발해 곧 추가 탈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현재 야권 내 신당 난립 현상은 호남 내 반문 정서가 확산되는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통합 신당은 사실상 반문 연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야권 신당들이 반문을 기치로 내걸고 통합하면 현재 새정치연합 혁신위로부터 사실상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호남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의 신당 참여가 봇물을 이룰 수도 있다.
 

신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유력한 대권주자가 있어야 하는데 문재인 대표에 가려져 차기 대권 도전 가능성이 희박해진 유력 대권주자들의 신당 참여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미 무소속 박주선 의원은 탈당하면서 새정치연합의 가장 큰 문제는 민주주의 없는 친노 패권정당이라는 점이라고 꼬집고 반문 행보에 나서고 있다. 박 의원 외에도 현재 야권 신당 추진 세력들은 너도나도 새정치연합 내 친노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문 대표 때리기에 열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고

지난달 30일에는 비노 진영에서 문 대표의 대항마로 손꼽히는 안철수 의원의 측근들이 탈노(탈 노무현)를 전면에 내세운 ‘국민공감’이라는 단체를 출범시켜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야권 분열의 근원은 친노 대 비노의 프레임이라면서 이제는 야권이 탈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론적인 주장일 수도 있지만 평소 자신은 친노고 친노라는 점이 부끄럽지도 않다고 당당하게 말해온 문 대표로서는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 이야기다. 그런데 막상 국민공감의 뚜껑을 열어보니 정치권에서는 탈노가 아니라 반노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김근식 상임대표는 “(뇌물수수로 구속된)한명숙 전 총리는 훌륭한 민주투사가 되고 새누리당의 구속된 사람은 적이 되는 이런 이중잣대를 더 이상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며 한 전 총리를 옹호해온 문 대표를 직접 겨냥하는 듯한 발언을 해 주목을 받았다.

현재 국민공감에는 상임대표를 맡은 김근식 경남대 교수를 비롯해 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김경록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 등 지난 19대 대선 당시 안철수 대선캠프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공감이 안 의원의 외곽지원조직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원래는 발족식에 참석하기로 했던 안 의원은 갑자기 일정을 취소하고 축사만 보냈다.
 

국민공감 발족식에는 문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비노계 이종걸 원내대표와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무소속 천정배 의원 등이 축사자로 나섰다. 천 의원은 이날 축사를 통해 “국민공감 발족 선언문이 제 입맛에 딱 맞다”며 “신당은 저 혼자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여기 계신 개혁적인 분들이 함께해주시기를 호소한다”고 했다. 국민공감을 잠재적 신당 세력으로 보고 자신과 함께 할 것을 권유한 것이다.

또 안 의원과 김한길 의원이 지난달 30일 전격 회동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당내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두 사람의 회동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당내 친노 진영과 비노 진영의 극한 대립에도 조용한 행보를 이어왔던 김 의원이 다시 전면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 대표의 재신임 승부수 이후 완전히 당내 세력 싸움에서 밀린 비노 진영이 전열 정비 후 반격에 나서려는 모양새다.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인사들은 반문 연대의 구심점으로 삼기 위해 안 의원의 영입에 무척 공을 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박주선 의원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안 의원이 주장하는 혁신 방향이 문 대표 체제에서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는데 안 의원이 당에 머무를 명분과 필요가 없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문 대표의 깜짝 재신임 카드로 사그라들었던 당내 비노계의 문 대표 흔들기는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논란으로 재점화됐다.

안 의원의 최측근인 송호창 의원은 최근 한 언론인터뷰를 통해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문 대표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합의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모바일 동원력이 강한 친노 진영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룰이라는 것이 비노 진영의 주장이다.

정치적 지향점 달라
반문 유일한 공통점

문 대표가 김무성 대표와의 부산회동에서 비례대표 축소는 절대 안 된다고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호남권 의원들의 반문 분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비례대표 의원 숫자를 줄여서라도 농어촌 지역구가 통폐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문 대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현재 새정치연합에서 농어촌 의원의 상당수는 호남이 지역구다. 문 대표의 비례대표 축소 불가 방침이 호남 의원들을 자극하면서 새정치연합 분열의 또 다른 변수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의원은 문 대표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탈당까지 언급했다고 한다.
 

호남과 문 대표의 정서적 거리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호남 중심의 반문 연대 신당 논의가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호남에서 문 대표와 친노 진영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고, 현재 야권에서  천정배, 박주선 의원 등이 모두 호남을 중심으로 신당 창당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호남권 중심의 반문 연대 신당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야권 신당 통합작업 시작
반문 구심점 느슨한 연대


문 대표를 비롯한 친문(친 문재인) 세력을 친노 영남 패권 세력으로 규정하고 반친노 호남 중심의 야권 개편을 시도하면 내년 총선에서 호남에서만큼은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신당은 지역주의를 배제하고 반드시 전국적인 정당으로 발족해야 한다. 일부 신당 추진 세력들이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고 보자는 절박감으로 이런 유혹에 현혹되고 있다”며 “호남 중심의 야권 신당을 출범시킨다면 역사에 큰 죄를 짓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찌됐든 신당 세력은 물론이고 당내 비노 진영도 반문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뭉치는 듯한 모양새가 되면서 문 대표로서는 정치적으로 무척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 신당 세력이 반문이라는 기치아래 뭉쳐 문 대표를 향해 집중포화를 쏟아 부으면 그 과정에서 문 대표는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다만 변수는 문 대표의 비주류 끌어안기 행보다. 문 대표는 재신임 정국 이후 최고위원들을 자택에 초대해 만찬을 갖는 등 비주류 끌어안기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노 진영 인사들을 대거 포함시키는 특보단을 꾸리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친노패권 끔찍
패권척결이 혁신

이에 대해 친노 진영의 한 관계자는 “비노 진영이 강력하게 반발했던 중앙위에서도 비노 인사들이 우루루 나갈 줄 알았는데 몇 명이나 나갔나? 당내 반문 세력의 실체다. 그냥 몇몇 사람이 시끄럽게 떠드는 수준”이라며 “반문을 구심점으로 신당을 창당한다면 공천 탈락한 떨거지 같은 인사들 끌어들이기는 수월하겠지만 과연 어떤 유권자들이 표를 줄지 의문”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또 “결국 신당을 추진하는 인사들이 비전도 없고 정치적 지향점도 모호하니 그런 무리수를 두려는 것 아니겠냐”며 “신당을 창당하려는 이유가 고작 공천 탈락에 대한 복수심 때문이라면 그만 두는 것이 국민들을 위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친노 세력이 당을 장악하면서 새정치연합은 민생무시 수구정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며 “문 대표와 친노 세력을 제거하는 것이 제1의 목표이긴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친노 패권주의 청산 없이는 어떤 혁신도 무의미한 상황이라는 것을 국민들이 이해해주실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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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