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반문연대 뜨는 이유

'친문 vs 반문' 이미 쪼개졌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에서 다 죽는다. 뭉쳐야 하는데 반문(반 문재인)만한 명분이 없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인사들이 연대를 위해 12인 위원회 구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현역 의원들의 참여가 절실한 이들은 반문을 기치로 내걸고 새정치연합 내 비노 진영 인사들과 연대를 꾀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천정배 신당, 박주선 신당, 박준영 신당, 안철수계 신당, 민주당, 정의당 등 4자연대 신당까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 내 신당 창당 움직임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야권 신당의 난립은 야권 전체의 몰락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야권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인사들이 최근 연대를 위해 ‘12인 위원회 구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야권 신당을 추진하는 세력들이 함께 해보자는 의미에서 각 계파에서 2명씩 파견해 12인 위원회를 구성하고 사무실도 함께 운영하자는 논의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신당 우후죽순
반문으로 뭉쳐라

야권의 한 관계자는 “통합 신당 창당을 위한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차피 이대로 선거에 나가면 야권은 다 죽는다. 어떤 방식으로든 내년 총선 전 통합 야권 신당이 출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통합을 위한 마땅한 명분이 없는 것이 문제”라며 “각 당마다 정치적 지향점이 다르다. 유일한 공통점은 반문이라는 것인데 정치는 원래 100가지가 달라도 한 가지가 같다면 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총선까지 6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들이 정책이나 정치 노선 등을 통합하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다. 일단 반문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구심점으로 느슨한 연대를 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쉬운 길이라는 것이다.


비노진영 다시 정치적 기지개 펼까
친노패권 청산 못하면 백약이 무효

현역 의원들의 참여가 절실한 야권 신당으로서는 반문을 기치로 내걸면 새정치연합 내 비노 진영 인사들과 연대하기도 쉬워진다. 현재 비노 인사들은 친노 세력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 신당 추진 인사들은 비노 인사들이 당 혁신위원회의 공천안 등에 반발해 곧 추가 탈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현재 야권 내 신당 난립 현상은 호남 내 반문 정서가 확산되는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통합 신당은 사실상 반문 연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야권 신당들이 반문을 기치로 내걸고 통합하면 현재 새정치연합 혁신위로부터 사실상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호남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의 신당 참여가 봇물을 이룰 수도 있다.
 

신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유력한 대권주자가 있어야 하는데 문재인 대표에 가려져 차기 대권 도전 가능성이 희박해진 유력 대권주자들의 신당 참여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미 무소속 박주선 의원은 탈당하면서 새정치연합의 가장 큰 문제는 민주주의 없는 친노 패권정당이라는 점이라고 꼬집고 반문 행보에 나서고 있다. 박 의원 외에도 현재 야권 신당 추진 세력들은 너도나도 새정치연합 내 친노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문 대표 때리기에 열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고

지난달 30일에는 비노 진영에서 문 대표의 대항마로 손꼽히는 안철수 의원의 측근들이 탈노(탈 노무현)를 전면에 내세운 ‘국민공감’이라는 단체를 출범시켜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야권 분열의 근원은 친노 대 비노의 프레임이라면서 이제는 야권이 탈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론적인 주장일 수도 있지만 평소 자신은 친노고 친노라는 점이 부끄럽지도 않다고 당당하게 말해온 문 대표로서는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 이야기다. 그런데 막상 국민공감의 뚜껑을 열어보니 정치권에서는 탈노가 아니라 반노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김근식 상임대표는 “(뇌물수수로 구속된)한명숙 전 총리는 훌륭한 민주투사가 되고 새누리당의 구속된 사람은 적이 되는 이런 이중잣대를 더 이상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며 한 전 총리를 옹호해온 문 대표를 직접 겨냥하는 듯한 발언을 해 주목을 받았다.

현재 국민공감에는 상임대표를 맡은 김근식 경남대 교수를 비롯해 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김경록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 등 지난 19대 대선 당시 안철수 대선캠프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공감이 안 의원의 외곽지원조직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원래는 발족식에 참석하기로 했던 안 의원은 갑자기 일정을 취소하고 축사만 보냈다.
 

국민공감 발족식에는 문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비노계 이종걸 원내대표와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무소속 천정배 의원 등이 축사자로 나섰다. 천 의원은 이날 축사를 통해 “국민공감 발족 선언문이 제 입맛에 딱 맞다”며 “신당은 저 혼자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여기 계신 개혁적인 분들이 함께해주시기를 호소한다”고 했다. 국민공감을 잠재적 신당 세력으로 보고 자신과 함께 할 것을 권유한 것이다.

또 안 의원과 김한길 의원이 지난달 30일 전격 회동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당내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두 사람의 회동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당내 친노 진영과 비노 진영의 극한 대립에도 조용한 행보를 이어왔던 김 의원이 다시 전면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 대표의 재신임 승부수 이후 완전히 당내 세력 싸움에서 밀린 비노 진영이 전열 정비 후 반격에 나서려는 모양새다.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인사들은 반문 연대의 구심점으로 삼기 위해 안 의원의 영입에 무척 공을 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박주선 의원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안 의원이 주장하는 혁신 방향이 문 대표 체제에서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는데 안 의원이 당에 머무를 명분과 필요가 없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문 대표의 깜짝 재신임 카드로 사그라들었던 당내 비노계의 문 대표 흔들기는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논란으로 재점화됐다.

안 의원의 최측근인 송호창 의원은 최근 한 언론인터뷰를 통해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문 대표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합의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모바일 동원력이 강한 친노 진영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룰이라는 것이 비노 진영의 주장이다.

정치적 지향점 달라
반문 유일한 공통점

문 대표가 김무성 대표와의 부산회동에서 비례대표 축소는 절대 안 된다고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호남권 의원들의 반문 분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비례대표 의원 숫자를 줄여서라도 농어촌 지역구가 통폐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문 대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현재 새정치연합에서 농어촌 의원의 상당수는 호남이 지역구다. 문 대표의 비례대표 축소 불가 방침이 호남 의원들을 자극하면서 새정치연합 분열의 또 다른 변수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의원은 문 대표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탈당까지 언급했다고 한다.
 

호남과 문 대표의 정서적 거리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호남 중심의 반문 연대 신당 논의가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호남에서 문 대표와 친노 진영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고, 현재 야권에서  천정배, 박주선 의원 등이 모두 호남을 중심으로 신당 창당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호남권 중심의 반문 연대 신당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야권 신당 통합작업 시작
반문 구심점 느슨한 연대


문 대표를 비롯한 친문(친 문재인) 세력을 친노 영남 패권 세력으로 규정하고 반친노 호남 중심의 야권 개편을 시도하면 내년 총선에서 호남에서만큼은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신당은 지역주의를 배제하고 반드시 전국적인 정당으로 발족해야 한다. 일부 신당 추진 세력들이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고 보자는 절박감으로 이런 유혹에 현혹되고 있다”며 “호남 중심의 야권 신당을 출범시킨다면 역사에 큰 죄를 짓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찌됐든 신당 세력은 물론이고 당내 비노 진영도 반문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뭉치는 듯한 모양새가 되면서 문 대표로서는 정치적으로 무척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 신당 세력이 반문이라는 기치아래 뭉쳐 문 대표를 향해 집중포화를 쏟아 부으면 그 과정에서 문 대표는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다만 변수는 문 대표의 비주류 끌어안기 행보다. 문 대표는 재신임 정국 이후 최고위원들을 자택에 초대해 만찬을 갖는 등 비주류 끌어안기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노 진영 인사들을 대거 포함시키는 특보단을 꾸리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친노패권 끔찍
패권척결이 혁신

이에 대해 친노 진영의 한 관계자는 “비노 진영이 강력하게 반발했던 중앙위에서도 비노 인사들이 우루루 나갈 줄 알았는데 몇 명이나 나갔나? 당내 반문 세력의 실체다. 그냥 몇몇 사람이 시끄럽게 떠드는 수준”이라며 “반문을 구심점으로 신당을 창당한다면 공천 탈락한 떨거지 같은 인사들 끌어들이기는 수월하겠지만 과연 어떤 유권자들이 표를 줄지 의문”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또 “결국 신당을 추진하는 인사들이 비전도 없고 정치적 지향점도 모호하니 그런 무리수를 두려는 것 아니겠냐”며 “신당을 창당하려는 이유가 고작 공천 탈락에 대한 복수심 때문이라면 그만 두는 것이 국민들을 위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친노 세력이 당을 장악하면서 새정치연합은 민생무시 수구정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며 “문 대표와 친노 세력을 제거하는 것이 제1의 목표이긴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친노 패권주의 청산 없이는 어떤 혁신도 무의미한 상황이라는 것을 국민들이 이해해주실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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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