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벌어진 '안타까운 사건사고' 백태

한가위만 같아라? 누군가에겐 악몽이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끝났다. 사건·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법. 이번 연휴에도 사건과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특히 가족 간의 불화로 인한 살인, 찰나의 순간 아이를 잃는 등 안타까운 사연이 잇달았다.

 
‘더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덕담이 무색하듯 올 추석 연휴,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잇따랐다. 가족을 상대로 흉기를 휘두른 이들은 ‘취업 잔소리’ ‘재산 문제’ ‘재결합 거부’ 등을 범행 이유로 댔다. 

취업 걱정 칼부림 
재산 안줘 칼부림
 
▲취업 잔소리 아버지 흉기로 찔러 = ‘취업해라’는 아버지의 잔소리에 격분한 아들이 흉기를 휘둘러 아버지에게 중상을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28일 부산 사상경찰서는 존속살인미수 혐의로 한모(32)씨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씨는 지난달 27일 오후 7시50분께 부산 자신의 집에서 아버지와 말다툼을 하던 중 책상 서랍에 있던 흉기를 꺼내 아버지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한씨의 아버지는 목과 복부에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긴급 후송돼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의 아버지는 현장에 함께 있던 어머니의 신고로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지만 중태 상태다.
 

한씨는 경찰조사에서 “‘취업은 안 하고 컴퓨터 게임만 하냐’는 아버지의 잔소리에 격분에 이같은 짓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취업 문제로 부자간에 골이 깊이 패어있었다”라며 “단기 취업과 아르바이트를 반복하던 아들과 아버지가 명절에 말다툼을 벌이다 이같은 일이 일어난 것 같다”고 전했다.
 
▲“재산 안 준다” 형수·조카 위협 = 추석 당일 아침에는 재산 문제로 다투던 70대가 형수와 조카를 흉기로 찔러 다치게 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살인미수 혐의로 윤(76)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윤씨는 추석 당일인 지난달 27일 오전 8시께 서울 광진구 능동에 있는 형수 집에서 흉기를 휘둘러 형수, 조카 2명, 조카의 아들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씨는 27일 오전 8시께 서울 광진구에 있는 형수의 집에 재산 문제를 상의하러 찾아갔다. 그 자리에서 윤씨는 형수와 언성을 높이며 다퉜고, 이를 말리던 자신의 조카 등을 상대로 준비해 간 흉기를 휘둘렀다. 윤씨 형수와 조카 등 친척 4명이 등과 옆구리 등을 다쳐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윤씨는 자신의 형이 숨지고 나서 혼자 지내온 형수와 재산 문제로 평소 다툼이 잦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윤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재결합 거부’ 전처 오빠 살해 = 경기 시흥경찰서는 지난달 29일 재결합을 거부하는 전 부인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살인 등)로 전모(45·중국)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중국동포 전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10시 30분께 경기도 시흥시 A(36·여)씨의 집에서 A씨 등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렀다. ‘전처인 A씨가 재결합을 거부한다’는 이유였다.
 
 
그의 범행에 A씨 오빠가 숨지고, A씨가 다쳤다. 전씨는 집 옥상으로 올라가 자해했으나, 곧바로 경찰에 붙잡혔다.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전씨를 상대로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특히 외로운 날

쓸쓸한 자살소식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경찰과 소방대원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되는 사건도 잇따랐다. 부산에서는 자살기도 4건이 발생했으나 모두 경찰에 구조됐다. 
 
▲“내 앞에 흉기 있다”자살 기도 = 지난달 28일 부산 남구에 있는 한 원룸에서 30대 남성이 자살상담센터에 전화를 걸어 “내 앞에 흉기가 있다. 경찰에 신고하면 자살하겠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같은 날 오후 9시49분께 부산 남구 문현동의 한 원룸에서 이모(36)씨가 자살상담센터로 “내 앞에 칼과 가위가 있다. 경찰에 신고하면 할복하겠다”고 전화를 걸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주거지를 파악해 3분 뒤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을 본 이씨는 흉기로 자신의 목에 대어 휘두르고 “접근하면 죽겠다”며 격분했다. 경찰은 흉기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테이저건으로 제압하려 했으나, 부산 남부경찰서 문현지구대 소속 권모 경장이 이씨와 대화를 시도했다. 수분에 걸쳐 이씨를 설득한 끝에 흉기를 회수하고 자살 기도를 막았다.
 
▲구포대교 투신 소동 = 지난달 27일 B(38)씨가 112 신고센터에 전화해 “구포대교에서 뛰어내려 죽겠다”고 신고했다. 경찰 출동 당시 B씨는 부산 북구 구포대교 난간을 넘어서 한 손으로 난간을 잡고 있었다. 손만 놓으면 강물로 떨어질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경찰은 B씨를 진정시킨 뒤 20분 동안 설득해 인도로 넘어오게 했다. 하지만 119구급대가 도착하자 B씨는 갑자기 난간 밖으로 넘어가려했고 이 때를 놓치지 않고 경찰들이 덮쳐 B씨를 끌어내려 구조했다. 경찰은 B씨를 지구대로 데려가 가족에게 인계했다.
 
3박4일 연휴 기간 비통한 사연 잇달아
살기 힘들어 자살…비극으로 끝난 다툼
 
▲공사대금 못받아 목매 숨진 사장 =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영월읍에 건립중인 중앙시장 주상복합아파트 공사장의 하청업체 사장이 추석을 앞두고 목을 매고 숨진 채 발견됐다. 영월경찰서는 지난달 22일 오후 4시30분께 김삿갓면 대야리 옥동천변 인근 도로 야산에서 정모(51)씨가 나무에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회사 동료들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달 21일 주위와 연락을 끊고 잠적했고 회사 동료들과 지인들이 수색을 벌여 다음날인 23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서 회사 동료 등은 정씨가 주상복합아파트 공사장에서 철근과 골조 공사 등을 맡았으며 최근 추석을 앞두고 원청업체 등으로부터 공사대금 10억여원을 받지 못한 것을 괴로워했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정씨가 ‘공사대금 일부를 받지 못한 게 아쉽다’ ‘동료들은 끝까지 공사를 포기하지 말고 공정을 마무리해 달라’고 당부한 유서를 발견, 현재 공사비 체불 여부 등 자살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 외에도 추석 연휴 동안 울산 중구 한 아파트 8층에서 송모(41·여)씨가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현장에서 송씨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경찰은 유족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고향 내려가다

성묘 가는길에
 
▲졸음운전으로 부부 참변 = 추석을 맞아 친척집에 방문했다 귀가하던 부부가 교통사고를 당해 남편이 숨지고 아내가 다쳤다. 지난달 28일 오전 1시45분께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 고은리 한 도로에서 오모(57·여)씨가 몰던 SM3 차량이 도로 옆 신호등 기둥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뒷좌석에 타고 있던 남편 정모(54)씨가 그자리에서 숨지고 오씨는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들은 추석을 맞아 대전의 친척집을 방문한 뒤 귀가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졸음운전을 했다”는 오씨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도로서 가족 몰살 = ‘죽음의 고속도로’가 추석 명절에 한 가족의 행복을 앗아 갔다. 정체된 도로에서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고 달리던 운전자의 반칙 운전과 중앙분리대가 없어 맞은편 차로에 무방비로 노출된 도로 구조가 빚은 참사였다. 
 
지난달 27일 오전 11시께 경북 고령군 성산면 88고속도로 광주 방면 15km 지점에서 박모(55)씨의 오피러스 승용차가 차량 정체로 서 있던 아반떼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아반떼 차량은 맞은편 차로로 튕겨져 나가 마주 오던 승용차와 충돌한 뒤 불이 붙었다. 이 사고로 아반떼 운전자 이모(55)씨의 큰딸(22)과 아들(15)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대구와 전남 담양을 잇는 88고속도로는 대형 사고가 끊이지 않아 ‘죽음의 고속도로’로 불린다. 중앙분리대가 없는 편도 1차로 도로가 전체 구간(183km)의 75%에 달해 충돌 사고에 취약하다. 급커브와 급경사 구간도 많아 베테랑 운전자도 핸들을 잡기 두려운 구간이다. 지난해 한 차로(100km 기준)당 사망자 수는 3.3명으로 전체 고속도로(1.6명)의 두 배가 넘었다.
 

할아버지가 보던 손자 참변
일가족 숨진 귀향길 참사도
 
▲전 먹다 폐로 넘어가 중태 = 80대 남성이 전을 먹다가 전이 폐에 들어가 중태에 빠졌다. 지난달 28일 오후 3시58분께 전북 전주시 덕진구 호성동의 한 아파트에서 B(81)씨가 전을 먹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B씨는 현장에 출동한 119 구조대로부터 심폐소생술을 받고 호흡과 맥박을 되찾았으나 의식은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소방당국은 A씨가 전을 먹던 중 전이 기도를 통해 폐로 들어가 심정지 상태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정상적인 경우라면 기도에서 음식물과 호흡이 구분돼야 하는데, 연세 때문에 기도가 제대로 닫히지 않고 음식물이 폐로 들어가면서 호흡 곤란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할아버지가 보던 영아 추락사 = 추석인 27일 고층 아파트에 사는 네 살배기 어린이가 1층으로 추락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9시 6분께 경기 성남시의 한 아파트 22층에서 C(4)군이 1층 화단으로 떨어져 병원에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경비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원이 심폐소생술(CPR)을 했지만 출혈이 너무 심해 되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한순간 부주의
가족 잃고 오열
 
C군은 곁에 있었던 할아버지(59)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방 안 베란다에 놓인 탁자를 밟고 올라갔다가 난간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할아버지와 다른 가족들을 상대로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휴 112·119 불나는 이유
“20초마다 신고 전화”
 
올 추석 연휴 기간에 20초마다 부산 119 전화벨이 울린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소방안전본부는 추석 연휴 기간 119종합작전상황실 접수된 신고 건수는 총 1만9743건으로, 20초 마다 전화벨이 울렸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이 기간에 모두 15건의 화재가 발생해 430여 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또 등산 중 실족·자살소동 등으로 64명을 구조했으며, 심정지 환자 소생 등 위급한 환자 1489명을 병원으로 이송했다. 
 
당번 약국 안내와 의료상담 건수는 총 6310건이다. 추석 연휴 하루 평균 1262건으로, 이는 평일 230건 대비 5.5배가 증가한 것이다. 이 외에도 배수지원 등 생활 안전 284건, 화재 확인 출동 등 1410건 등 연휴기간 중 크고 작은 사건 사고에 119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때 119 신고 1만9743건
112는 연휴 첫날 가장 많아
 
추석연휴 때 접수된 112신고는 연휴 첫날 가장 많아 문단속 등 귀성객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지방경찰청은 2014년 추석연휴기간(9월6∼10일) 112신고 통계를 분석한 결과 연휴 첫날 절도, 교통사고 등 사건·사고 신고가 가장 많았다고 지난달 24일 밝혔다. 작년 연휴 첫날 접수한 112신고는 총 3616건으로 9월 하루 평균 신고량인 2860건보다 26% 많았다. 신고 유형별로는 연휴기간 가정폭력 신고는 총 219건이었다. 하루 평균 44건 접수한 셈이다.  
 
특히 추석 당일과 연휴 마지막 날 가정폭력 신고는 각각 48건으로 9월 평균인 35건보다 37% 더 많았다. 절도 신고는 연휴 첫날 7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9월 평균인 49건보다 42% 많았다. 경찰은 고향으로 내려가기 전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등기나 전단지 등은 집 앞에 쌓이지 않도록 경비실이나 이웃에 부탁할 것을 당부했다.
 
반면 교통사고 신고는 추석연휴 전날 261건을 접수, 연휴기간 하루 평균 205건보다 약간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연휴 전날 본격적인 귀성 행렬이 시작돼 교통사고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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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