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단두대 매치' 노림수

애증의 관계…결국엔 너 죽고 나 살기?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지난 대선 때부터 애증의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또 한 번 정치생명을 건 대결을 펼치려 하고 있다. 그동안 조용한 행보를 이어오던 안 의원은 “혁신안은 실패했다”며 문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도전장을 던졌고, 문 대표는 재신임투표도 불사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두 사람의 맞대결엔 어떤 노림수가 숨겨져 있는 것일까?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은 지난 대선 때부터 애증의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정치적 라이벌이다. 그런 두 사람이 또 한 번 정치생명을 걸고 한판 대결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7·30재보선 참패를 계기로 당대표직에서 스스로 물러나 공개활동을 자제해오던 안 의원은 “혁신안은 실패했다”며 문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도전장을 던졌다. 내년 총선을 코앞에 둔 민감한 시점에 혁신위원회가 친노진영에 유리한 공천룰을 발표하자 비노진영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그러자 문 대표는 재신임투표라는 깜짝카드로 맞서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15일 비공개회동을 가졌지만 결국 빈손으로 끝났다. 안 의원은 혁신안을 의결할 중앙위 개최의 연기를 요구했지만 문 대표는 중앙위 개최를 강행했다. 지난 16일 새정치연합 중앙위에서는 비노진영이 퇴장한 가운데 혁신안을 투표도 없이 박수로 가결시켜버렸다.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두 사람의 맞대결엔 어떤 노림수가 숨겨져 있는 것일까?

반혁신 혁신안
비노의 절규

두 사람의 자존심 대결이 거칠어지면서 당 안팎에선 안 의원이 탈당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탈당설에 대해 안 의원의 최측근인 새정치연합 송호창 의원은 “(안철수 의원이) 그럴 뜻이 전혀 없다고 몇 차례 공언을 했다”면서 “지금 국민이나 당원이 원하는 것은 분당이나 신당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가능성은 남아있다. 안 의원이 정치적 고비 때마다 돌발행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과거 안 의원은 갑작스런 대선 후보직 사퇴나 민주당과의 합당을 결정하면서 최측근들에게조차 그 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아 논란이 됐었다.

이미 탈당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진 박주선 의원은 안 의원의 향후 행보에 대해 “당에 머물 명분과 이유가 없다”면서 “탈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됐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안철수, 문재인에 칼 겨눈 이유?
총선 앞두고 지분 챙기기 목적?

일각에선 안 의원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당 혁신안에 딴지를 걸고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대선에서 문 대표에게 후보자리를 양보한 후 좀처럼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던 안 의원은 이번 사건으로 단숨에 이슈 중심에 서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안 의원의 최측근 송호창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 의원의 최근 행보가 몸값 올리기를 위한 권력투쟁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그런 면이 있다”며 솔직히 인정하기도 했다.
 

송 의원은 “정치지도자라고 하면 당연히 권력투쟁에서 이겨야하는 거고, 그래야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며 “정치인이라고 하면 (몸값을 올리기 위한 권력투쟁은) 당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안 의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단숨에 문 대표와 동등한 위치에까지 올라섰다. 

권력투쟁 당연
세력 키우기


안 의원은 이번 사태를 거치며 어느새 비노의 구심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모양새다. 비노진영 내부에서는 오래 전부터 “우리끼리도 단합이 안 되는데 어떻게 친노의 독주를 막겠느냐”는 자조 섞인 한탄이 나왔었다.

대표적인 비노인사 김한길 전 공동대표도 “비노라는 건 특정조직이나 이해로 뭉친 계파가 아니라 친노가 아니라서 비노라 불리우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안 의원이 비노의 구심적 역할을 할 인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혁신안 중앙위 통과 과정에서 비주류 의원 12명은 성명서를 내고 “반대의견을 무조건 반혁신으로 몰아 토론을 봉쇄했다. 구태정치이자 패권의 민낯”이라며 “혁신이 유신이 됐다”고 날을 세웠다. 이외에도 많은 의원들이 중앙위 표결 직전 회의장을 빠져나왔고 문 대표를 비판했다.

만약 안 의원이 문 대표에게 반기를 들고 나선 의원들을 하나로 모을 수만 있다면 단숨에 거대 계파의 수장격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당내 취약한 정치적 기반이 가장 큰 약점이었던 안 의원으로서는 정치인생 최대의 기회를 맞게 된 셈”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느슨한 연합체였던 비노진영이 안 의원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면 친노진영에서도 더 이상 비노진영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기는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안 의원의 행보가 결국 내년 총선에서의 지분 챙기기를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미 안 의원의 측근들은 내년 4월 총선을 위한 채비에 속속 나서고 있다. 안 의원의 몇몇 측근들은 출마지역에 벌써부터 사무실을 개소하고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안 의원이 차기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당내 세력이 절실하고 이들을 반드시 원내에 진입시켜야 한다. 때문에 이번 사태를 통해 문 대표를 흔들고 총선 지분을 확보하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안 의원은 문 대표에게 ‘낡은 진보 청산’ ‘당내 부패척결’ ‘새로운 인재 영입’을 제안하며 문 대표가 이를 받아들이면 함께 노력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 의원이 제시한 것들은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다. 사실상 문 대표에게 함께하자고 손을 내민 것이나 다름없다”며 “문 대표와 끝까지 각을 세우려 했다면 그런 당연한 요구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안 의원이 원하는 것이 결국 공천 지분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정황”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안 의원의 도발에 재신임카드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맞대응한 문 대표의 속내도 궁금하다. 문 대표는 비노진영의 당대표 흔들기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비노진영을 겨냥해 기득권과 공천권을 챙기기 위해 당대표를 흔들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발표하려다 철회하기도 했다. 문 대표가 내민 재신임카드는 재신임을 통해 비노진영을 아예 정리하고 가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재신임카드가 단순한 정치적 쇼는 아니었는지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민은 딴전
내부 권력투쟁

이미 친노진영에서는 당 중앙위에서 혁신안이 통과된 만큼 재신임투표를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비노진영에서도 당내 분열을 일으키는 재신임투표를 철회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도 측근 비리가 불거지자 재신임국민투표를 전격 제안했지만 여론은 국정혼란을 우려해 재신임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고 국민투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문 대표가 과거 노 전 대통령이 재신임카드로 위기를 모면했던 방법을 그대로 답습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문 대표로서는 재신임투표가 실시되더라도 얼마든지 통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일 수도 있다. 문 대표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추석 전 재신임투표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비노계의 한 인사는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해야지 현직 당대표의 재신임을 묻는 투표를 하면 웬만해선 재신임 하는 쪽으로 기울지 않겠느냐”며 “과거 아무리 지지율이 낮은 대통령도 막상 재신임을 묻는 투표를 하면 재신임 쪽으로 결과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존재감 없어질까? 정치적 기지개
‘상극’ 안-문 격돌은 예정된 수순

문 대표가 재신임을 받지 못하면 새정치연합은 총선을 7개월 앞두고 갑작스런 지도부 공백상태를 맞게 된다. 이런 방식의 재신임투표로는 문 대표를 지지하지 않더라도 당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에 문 대표를 재신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문 대표가 여론조사뿐만 아니라 당원투표 결과에 따라서도 재신임을 받겠다고 한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당대표직에서 아예 물러나기로 결심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친노진영은 당원 투표에서 불리하고 여론조사에서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미 혁신안을 통해 친노에 유리한 공천안을 모두 통과시켜놓은 만큼 몇 달 더 당대표직을 수행한다고 달라질 것이 없다”며 “차기 총선 전망이 야권에 불리한 만큼 오히려 당대표직에서 미리 물러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문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렀다가 패하면 문 대표가 정치적으로 큰 상처를 입게 되지만 미리 당대표직을 내려놓으면 당을 위해 선당후사 했다는 명분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당대표 버리기?
난파선 탈출?

또 이 관계자는 “국회선진화법이 있는 만큼 어차피 총선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어느 한 쪽이 과반을 넘기더라도 다른 진영의 협조 없이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개헌 저지선까지 무너지는 최악의 경우도 생각해볼 수도 있지만 야권의 텃밭에서만 모두 승리해도 그 정도까지 무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묘한 균형 감각이 있기 때문에 내년 총선에서 야권이 패하면 차기 대선지형은 (야권에)오히려 유리 해진다”고 지적했다. 문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조국 혁신위원도 문 대표의 백의종군을 요구하며 문 대표의 조기사퇴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꼭 둘 중 한명이 죽어야 끝나는 게임이 아니다”라며 “문 대표가 친노 측 공천권을 과감하게 양보하고 친노 중진들의 총선 불출마선언까지 이끌어 낸다면 얼마든지 비노진영과 화합이 가능하고 당 지지율도 반등시킬 수 있다.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과연 두 사람의 진짜 노림수는 무엇일까? 두 사람의 정치생명을 건 단두대 매치가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