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관리단 전 직원 양명열씨의 양심고백

강남자동차매매단지 내홍 2탄 “구분 소유권자들이 현 관리단장에게 속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2팀] 이창근 기자 = 강남자동차매매단지(이하 강남단지)의 내홍이 수사기관의 손에 넘어간 가운데 의미 있는 제보자가 등장했다. 최근까지 강남단지 관리단 직원으로 근무한 양명열씨(56세)가 그다. 현 관리단장 및 관리소장과의 인연을 계기로 관리단에 합류했다는 그는 “주차관리 업무로 시작해서 청소, 전기, 관리 등 관리단의 각종 업무에 관여하면서 알게 된 정확한 진실과 증거를 밝히고 싶다”며입장을 밝혀왔다.

양씨는 “현 관리단장이 취임한 이후 1년6개월은 그야말로 온갖 비리의 파티타임이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양씨와의 일문일답.

- 왜 보자고 했나?
▲ 2주 전 보도한 기사 때문이다. <일요시사>가 보도한 ‘강남자동차매매단지의 내홍 전모’라는 기사는 좀 미흡했다. 어쩔 수 없이 양쪽 입장을 담아야 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래도 현재 매매단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 어떤 부분이 그렇게 미흡했다는 것인가?
▲ 현 관리단장이 기자에게 보여준 해명자료를 인정하는 것부터 잘못됐다. 그 자료 중에 정상적인 것들은 하나도 없다.

- 관리단에서 이사회 회의록이나 회계법인의 결산 자료를 보여주던데, 그것 말인가?
▲ 그렇다. 그것들은 문제가 많은 자료다.

-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 먼저 그 이사회 회의록이란 게 믿을 게 못 된다. 보통 어떤 자금을 집행하려면 이사회를 먼저 열고, 그 결정에 근거해서 자금이 집행돼야 하는데 지금의 관리단은 거꾸로다. 그냥 자기들 마음대로 자금을 집행해 놓고 문제제기하는 사람이 없으면 넘어가고, 문제제기하는 사람이 나온다 싶으면 자기들끼리 모여서 회의를 한다. 미리 할 말 다 정해놓고 형식상 회의를 하는 것이다. 녹음도 하고. 그래놓고 나중에 이사회나 운영회의를 통해서 결정한 사항이라며 오리발을 내미는 것이다.


-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가?
▲ 허, 못 믿는 모양인데 사례 하나만 들어봐도 알 수 있다. 작년 4월에 전기안전점검을 했다. 그 결과 전기시설 중 배터리를 교환했는데 200만원 정도 들었다. 당시 비용처리를 얼마로 한 줄 아는가? 2700만원이다. 2700만원! 심지어 배전반 공사는 두 번 써먹었다. 이런 사실이 이사회에서 지적됐는가? 없다. 견적서, 영수증? 당연히 없지. 직원들이 이런저런 영수증 구해다 줬지만 그런 건이 한두 건이 아닌데 어찌 다 처리할 수 있겠나?

- 총회 결산자료도 그렇다는 말인가?
▲ 그렇다. 원래 관리단의 결산을 맡아온 회계법인이 있었다. 그 회계법인에게 지급한 비용은 대략 700만원 정도다. 그런데 작년 결산을 맡은 회계법인에 지급한 돈은 5000만원 이상이다. 이게 무슨 뜻이겠나? 의뢰자의 요구가 하도 말이 안 되니까, 작업 난이도 때문에 돈을 더 받은 거다.

- 그런 식의 해석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나중에 사실이 드러나면 회계법인도 책임질 부분이 생기지 않는가?
▲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다. 그 회계법인 실무자가 내게 해 준 말이다. “이것 말이 안 되는 데요…”라면서. 당시에는 나도 관리단에 근무하던 중이었으니까 편한 사이로 판단하고 가감없이 이야기했다. “영수증도 가라(조작)고, 항목을 잡을 수 없는 지출들이 하도 많아서 어떻게 회계처리 해야 할지 골치가 아프다”고 했다. 총회책자의 결산서? 그거 1%도 믿을 게 못된다.

- 그건 증거가 아니고 들은 이야기에 불과하지 않는가?
▲ 물론 들은 이야기고, 내가 회계를 잘 아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내부 자료가 내게 있다. 그것을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납득할 수 없는 미수금 처리나 관리단장이 운영하는 상사의 관리비 상계를 비롯해 수두룩한 곳에서 돈이 샌 증거가 있다. 내가 직접 경찰서에 갖다 줬다. 그런 증거들이 있기 때문에 이사회나 운영회 회의록이 거짓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결산자료까지도!

- 관리단장의 해명이 거짓이란 증거가 있다는 것인가?
▲ 그렇다. 그래서 <일요시사> 기사에 관리단장 입장을 반영한 부분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그 기사를 보면 관리단장도 나름 노력하는 것처럼 보인다. 강남단지 구분 소유권자들처럼 취재기자도 속은 것이다. 그 기사를 보고 일부 관리단 직원들은 헛웃음만 짓더라. 

- 그렇다면 LED 공사 건의 진실은 무엇인가?
▲ 내가 <일요시사> 기사를 봤는데 LED 공사에 대한 관리단장의 변명이 있었다. 뭐, 아주 질 나쁜 모함이고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리베이트 같은 것은 없었다고 말했던데 거짓말이다. 그 공사 처음과 끝을 내가 다 따라다녔다.
 

- 관리단장의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말인가?
▲ 그러니까 내가 지금 진실을 이야기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그 공사는 S업체에서 하지 않았다. 명의만 빌려줬을 뿐 실제는 하청업체 직원들이 했다. 당시 내가 관리단 직원으로 업무보조하면서 감독 아닌 감독역할을 했다. 그때 업체직원들이 “야, 이거 나중에 문제 생기겠는데…”라며 수근거리는 소리를 수도 없이 들었다. ‘아, 무슨 문제가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 계기다.


- 그런 이야기 들었다고 리베이트를 받은 증거는 아니지 않는가?
▲ 이야기 더 들어봐라. 내가 하청업체 직원들 이야기를 들은 다음 무엇을 했겠는가? 다른 조명업체 서너 곳을 불렀지. 그랬더니 이구동성으로 LED 전구며, 안전기가 쓰레기 수준이라는 거다. 공사비가 5억8000만원이라고 하니까 아주 입에 거품을 물었다. 정상 제품이라도 2억5000만원이면 충분한 공사라고.

- S업체 관계자를 취재해보니 자기들이 공사를 했고, 하자도 이행 중이라고 하던데.
▲ 허허, 그 업체는 이제 큰일 났다. 내가 얼마 전 S업체를 사기공사로 고발한 사람과 수서경찰서에 갔는데, 그냥 간 게 아니다. 매매단지에 있는 LED전구와 안전기를 가지고 3곳에서 테스트 한 결과를 가지고 갔다.

"관리단 해명, 사실과 너무도 달라" 주장
“따지는 사람 없어 마음대로 해먹는 것”

- 무슨 테스트를 했다는 건가?
▲ 국산정품인지 아닌지, 인증 받은 제품인지 아닌지 확인해야 답이 나올 게 아닌가?

- 그 결과가 무엇인가?
▲ 전부 허접한 불량제품이었다. 전구는 지금은 거의 쓰지도 않는 제품에다 국산도 아니고, 중국산인데 그것도 아주 저급품이었다. 안전기도 마찬가지고. 특히 이 안전기 부분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

- 어떤 문제 말인가?
▲ 3곳에서 테스트 해보니 ‘아주 저급품이어서 2년도 못가고, 불이 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결론이 나왔다. 화재를 막자고 설치한 안전기 때문에 언제 불이 날지 모르는 상황이라니 말이 되는가. 만약 불이 나면 그 피해를 누가 책임질 건가. 이건 명백한 사기공사다!

그러니까 원상복구 한 후에 다시 공사를 해야 한다. 현실이 이런 지경인데 관리단의 책임이 없다는 건가? 관리단장과 이사진들이 이런 사실을 모르고 넘어갔다면 배임이고, 알고도 넘어갔다면 누가 봐도 리베이트를 매개로 한 횡령이다. 해 먹어도 너무 해 먹었다. 이게 진실이다.

- 회계자료에는 전기세가 많이 줄어든 것으로 되어 있던데…
▲ 그거 사실은 20만원 정도 밖에 안 줄었다. 정확히는 한 달 평균 23만원 정도 줄었다. 한전에 가서 LED 공사 전 6개월, 공사 후 6개월 구간의 전기요금 내역을 확보해 비교하기 전까지는 ‘설마 그렇게 까지 해 먹었을까?’라는 생각이 없진 않았다. 그런데 직접 확인해보니 기가 막혔다. 23만원이 뭔가? 매월 23만원씩 줄여서 5억8000만원 공사비를 상계하려면 210년 걸린다. 210년!

- 그럼 회계자료에 나온 전력비 절감분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 상가 임대인들에게 ‘LED 공사비’ 명목으로 따로 돈을 걷고 있지 않은가. 그 돈으로 때우고 있는 것이지, 자기들 월급 털어서 냈겠나? 상인들이 관리단 욕하는 것, 그거 다 이유가 있다. 공사 전에는 전기세가 절감분(기존 전기세의 50%)으로 공사비 충당한다고 해놓고, 공사 후에는 전기세와 별도로 공사비를 걷는데 어떤 상인들이 납득하겠나. 욕하지.

- 관리단 이사나 감사에게 알렸어야 되는 사안 아닌가?
▲ 당연히 어필했지 왜 안 했겠나. 그런데 누구 하나 나서는 이사가 없었다. 오히려 그것이 빌미가 돼서 관리단장이 나를 해고했다. 내가 작년 1월 관리단장이 직무대행 취임 당시 관리단에 들어왔는데 LED 공사의 문제를 지적하니까 작년 7월에 해고하더라.
 

- 그럼 최근까지 근무한 게 아니라는 말인데...
▲ 7월에 해고되고 나서 노동청에 ‘부당해고’라고 민원을 넣었다. 석 달 싸우니까 노동청에서 다시 복직시키라고 판단을 해줘서 작년 10월에 복직됐다. 그 뒤로 올 7월까지 근무하다 사직하고 나왔다. 두 달 전까지 근무했었으니까 최근까지 근무한 것 맞다.

- 왜 사직했나? 어렵게 복직했는데.
▲ 관리단에 LED 문제를 제기한 이유로 해고를 당하면서 ‘세상에 이렇게 나쁜 사람들이 다 있나?’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를 지적하는 직원이 복직했는데도 계속 비리를 자행했다. 강남구청 직원한테 로비하고 짬짜미한 부분도 더 자세히 알게 됐다. 그래서 그 비리들에 대한 증거를 모았다. 사실 일부 상인이나 구분소유권자에게 관리단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리의 심각성을 알려준 사람도 바로 나다.


- 그렇다면 계속 내부에 남아있어야 되는 게 아닌가?
▲ 최근에 단지 내 강남지구와 몇몇 구분 소유권자들이 관리단을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상황이 되면서 그만둬야 한다고 판단했다. 관리단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내부정보를 제공하면 또 배임이니 어쩌니 뒷소리할 것 같아서 차라리 그만뒀다. 싸울 준비도 다 됐고...

- 주차비에 대해서도 잘 아는가? 논란이 많던데.
▲ 그거 관리단장과 그 일당들 ‘꿀단지’다. 한 달에 1980만원 정도 걷는데, 매번 관리단 통장을 보면 100만원이 없다. 담당자에게 물어보면 “단장이나 소장이 빼갔다”고 그러고, 단장이나 소장에게 물어보면 “당신은 알 것 없다”고 하면서 감추고… 지난 총회에서는 차입금이라고 해명하던데 웃긴 소리다. 지들이 개인적으로 다 써놓고 오리발이다. 회계사만 힘들었겠지, 뭐. 

-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가 뭔가? 일전에 해고한 것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닌가?
▲ 뭐, 관리단장이나 관리소장에게 감정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 사람들은 참 해도 너무했고, 나빠도 너무 나쁜 사람들이다. 그래서 솔직히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감정적인 이유만으로 이러는 것은 아니다.

‘매매단지에서 열심히 장사하는 사람들, 구분소유권자들이 무슨 죄인가?’하는 생각 때문에 이러고 있는 거다. 단지 내 사람들은 대부분 뒤에서 욕만 하고 말지, 제대로 따지고 드는 사람이 없다. 그런 틈을 타고 관리단장과 소장이 마음대로 비리를 저지르는 것이다. 누군가는 정말 관리단 수뇌부의 책임을 제대로 물어야하지 않겠나?

- 어떻게 책임을 묻는다는 것인가?
▲ 내가 보관하고 있는 증거들은 많다. USB 다섯 개에 나눠서 보관중이다. 관리단장의 말이 얼마나 거짓인지를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관리단장이 내놓은 이중관리비 지출내역은 조작된 거다. 진짜 내역은 따로 있다. 그밖에도 여러 가지 비리에 대한 증거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관리비 정산을 맡고 있는 전산업체에 가서 전산을 조작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LED 공사 관련 증거를 비롯해 여러 자료를 이미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수사기관의 판단이 필요한 사안은 충분히 지원하고 있다. 결과도 곧 나올 것이다. 나머지는 구분 소유권자들의 몫이다.


- 무슨 뜻인가?
▲ 9월8일에 메르스 때문에 미뤄졌던 임시총회가 열린다. 관리단 임원을 새로 선출하기 위한 자리다. 그때도 자격 없는 현 관리단장을 다시 선출한다면 나로서도 어쩔 수 없다. 냉정히 말하면 나와 큰 상관있는 일도 아니다. 구분 소유권자들 스스로 주인의식이 없다면 주변에서 애를 써봐야 무슨 소용 있겠는가? 현 관리단장이 재임되면, 나중에 죄가 있다는 수사결과가 나와도 관리단 운영에 피해를 줄 게 뻔하다. 수천만원씩 관리단 공금으로 변호사를 사서 질질 끌고 갈 게 분명하다. 그런데도 소유권자들이 잘못 선택한다면 내가 어쩌겠는가. 이러다 말아야지...

- 현 관리단장이 들으면 상당히 불쾌할 수 있는 발언이다.
▲ 누구 기분 좋으라고 하는 소리도 아니고, 기분 나쁘라고 하는 소리도 아니다. 강남매매단지가 더 이상 망가지는 게 보기 싫을 뿐이다. 나는 투표권도 없는 사람이니 내 말이 선거에 얼마나 영향력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관리단장을 뽑는 게 좋을 것이다. 수사는 수사기관이 하는 것이고, 선거는 투표권자들이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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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