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관리단 전 직원 양명열씨의 양심고백

강남자동차매매단지 내홍 2탄 “구분 소유권자들이 현 관리단장에게 속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2팀] 이창근 기자 = 강남자동차매매단지(이하 강남단지)의 내홍이 수사기관의 손에 넘어간 가운데 의미 있는 제보자가 등장했다. 최근까지 강남단지 관리단 직원으로 근무한 양명열씨(56세)가 그다. 현 관리단장 및 관리소장과의 인연을 계기로 관리단에 합류했다는 그는 “주차관리 업무로 시작해서 청소, 전기, 관리 등 관리단의 각종 업무에 관여하면서 알게 된 정확한 진실과 증거를 밝히고 싶다”며입장을 밝혀왔다.

양씨는 “현 관리단장이 취임한 이후 1년6개월은 그야말로 온갖 비리의 파티타임이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양씨와의 일문일답.

- 왜 보자고 했나?
▲ 2주 전 보도한 기사 때문이다. <일요시사>가 보도한 ‘강남자동차매매단지의 내홍 전모’라는 기사는 좀 미흡했다. 어쩔 수 없이 양쪽 입장을 담아야 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래도 현재 매매단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 어떤 부분이 그렇게 미흡했다는 것인가?
▲ 현 관리단장이 기자에게 보여준 해명자료를 인정하는 것부터 잘못됐다. 그 자료 중에 정상적인 것들은 하나도 없다.

- 관리단에서 이사회 회의록이나 회계법인의 결산 자료를 보여주던데, 그것 말인가?
▲ 그렇다. 그것들은 문제가 많은 자료다.

-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 먼저 그 이사회 회의록이란 게 믿을 게 못 된다. 보통 어떤 자금을 집행하려면 이사회를 먼저 열고, 그 결정에 근거해서 자금이 집행돼야 하는데 지금의 관리단은 거꾸로다. 그냥 자기들 마음대로 자금을 집행해 놓고 문제제기하는 사람이 없으면 넘어가고, 문제제기하는 사람이 나온다 싶으면 자기들끼리 모여서 회의를 한다. 미리 할 말 다 정해놓고 형식상 회의를 하는 것이다. 녹음도 하고. 그래놓고 나중에 이사회나 운영회의를 통해서 결정한 사항이라며 오리발을 내미는 것이다.


-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가?
▲ 허, 못 믿는 모양인데 사례 하나만 들어봐도 알 수 있다. 작년 4월에 전기안전점검을 했다. 그 결과 전기시설 중 배터리를 교환했는데 200만원 정도 들었다. 당시 비용처리를 얼마로 한 줄 아는가? 2700만원이다. 2700만원! 심지어 배전반 공사는 두 번 써먹었다. 이런 사실이 이사회에서 지적됐는가? 없다. 견적서, 영수증? 당연히 없지. 직원들이 이런저런 영수증 구해다 줬지만 그런 건이 한두 건이 아닌데 어찌 다 처리할 수 있겠나?

- 총회 결산자료도 그렇다는 말인가?
▲ 그렇다. 원래 관리단의 결산을 맡아온 회계법인이 있었다. 그 회계법인에게 지급한 비용은 대략 700만원 정도다. 그런데 작년 결산을 맡은 회계법인에 지급한 돈은 5000만원 이상이다. 이게 무슨 뜻이겠나? 의뢰자의 요구가 하도 말이 안 되니까, 작업 난이도 때문에 돈을 더 받은 거다.

- 그런 식의 해석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나중에 사실이 드러나면 회계법인도 책임질 부분이 생기지 않는가?
▲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다. 그 회계법인 실무자가 내게 해 준 말이다. “이것 말이 안 되는 데요…”라면서. 당시에는 나도 관리단에 근무하던 중이었으니까 편한 사이로 판단하고 가감없이 이야기했다. “영수증도 가라(조작)고, 항목을 잡을 수 없는 지출들이 하도 많아서 어떻게 회계처리 해야 할지 골치가 아프다”고 했다. 총회책자의 결산서? 그거 1%도 믿을 게 못된다.

- 그건 증거가 아니고 들은 이야기에 불과하지 않는가?
▲ 물론 들은 이야기고, 내가 회계를 잘 아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내부 자료가 내게 있다. 그것을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납득할 수 없는 미수금 처리나 관리단장이 운영하는 상사의 관리비 상계를 비롯해 수두룩한 곳에서 돈이 샌 증거가 있다. 내가 직접 경찰서에 갖다 줬다. 그런 증거들이 있기 때문에 이사회나 운영회 회의록이 거짓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결산자료까지도!

- 관리단장의 해명이 거짓이란 증거가 있다는 것인가?
▲ 그렇다. 그래서 <일요시사> 기사에 관리단장 입장을 반영한 부분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그 기사를 보면 관리단장도 나름 노력하는 것처럼 보인다. 강남단지 구분 소유권자들처럼 취재기자도 속은 것이다. 그 기사를 보고 일부 관리단 직원들은 헛웃음만 짓더라. 

- 그렇다면 LED 공사 건의 진실은 무엇인가?
▲ 내가 <일요시사> 기사를 봤는데 LED 공사에 대한 관리단장의 변명이 있었다. 뭐, 아주 질 나쁜 모함이고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리베이트 같은 것은 없었다고 말했던데 거짓말이다. 그 공사 처음과 끝을 내가 다 따라다녔다.
 

- 관리단장의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말인가?
▲ 그러니까 내가 지금 진실을 이야기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그 공사는 S업체에서 하지 않았다. 명의만 빌려줬을 뿐 실제는 하청업체 직원들이 했다. 당시 내가 관리단 직원으로 업무보조하면서 감독 아닌 감독역할을 했다. 그때 업체직원들이 “야, 이거 나중에 문제 생기겠는데…”라며 수근거리는 소리를 수도 없이 들었다. ‘아, 무슨 문제가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 계기다.


- 그런 이야기 들었다고 리베이트를 받은 증거는 아니지 않는가?
▲ 이야기 더 들어봐라. 내가 하청업체 직원들 이야기를 들은 다음 무엇을 했겠는가? 다른 조명업체 서너 곳을 불렀지. 그랬더니 이구동성으로 LED 전구며, 안전기가 쓰레기 수준이라는 거다. 공사비가 5억8000만원이라고 하니까 아주 입에 거품을 물었다. 정상 제품이라도 2억5000만원이면 충분한 공사라고.

- S업체 관계자를 취재해보니 자기들이 공사를 했고, 하자도 이행 중이라고 하던데.
▲ 허허, 그 업체는 이제 큰일 났다. 내가 얼마 전 S업체를 사기공사로 고발한 사람과 수서경찰서에 갔는데, 그냥 간 게 아니다. 매매단지에 있는 LED전구와 안전기를 가지고 3곳에서 테스트 한 결과를 가지고 갔다.

"관리단 해명, 사실과 너무도 달라" 주장
“따지는 사람 없어 마음대로 해먹는 것”

- 무슨 테스트를 했다는 건가?
▲ 국산정품인지 아닌지, 인증 받은 제품인지 아닌지 확인해야 답이 나올 게 아닌가?

- 그 결과가 무엇인가?
▲ 전부 허접한 불량제품이었다. 전구는 지금은 거의 쓰지도 않는 제품에다 국산도 아니고, 중국산인데 그것도 아주 저급품이었다. 안전기도 마찬가지고. 특히 이 안전기 부분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

- 어떤 문제 말인가?
▲ 3곳에서 테스트 해보니 ‘아주 저급품이어서 2년도 못가고, 불이 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결론이 나왔다. 화재를 막자고 설치한 안전기 때문에 언제 불이 날지 모르는 상황이라니 말이 되는가. 만약 불이 나면 그 피해를 누가 책임질 건가. 이건 명백한 사기공사다!

그러니까 원상복구 한 후에 다시 공사를 해야 한다. 현실이 이런 지경인데 관리단의 책임이 없다는 건가? 관리단장과 이사진들이 이런 사실을 모르고 넘어갔다면 배임이고, 알고도 넘어갔다면 누가 봐도 리베이트를 매개로 한 횡령이다. 해 먹어도 너무 해 먹었다. 이게 진실이다.

- 회계자료에는 전기세가 많이 줄어든 것으로 되어 있던데…
▲ 그거 사실은 20만원 정도 밖에 안 줄었다. 정확히는 한 달 평균 23만원 정도 줄었다. 한전에 가서 LED 공사 전 6개월, 공사 후 6개월 구간의 전기요금 내역을 확보해 비교하기 전까지는 ‘설마 그렇게 까지 해 먹었을까?’라는 생각이 없진 않았다. 그런데 직접 확인해보니 기가 막혔다. 23만원이 뭔가? 매월 23만원씩 줄여서 5억8000만원 공사비를 상계하려면 210년 걸린다. 210년!

- 그럼 회계자료에 나온 전력비 절감분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 상가 임대인들에게 ‘LED 공사비’ 명목으로 따로 돈을 걷고 있지 않은가. 그 돈으로 때우고 있는 것이지, 자기들 월급 털어서 냈겠나? 상인들이 관리단 욕하는 것, 그거 다 이유가 있다. 공사 전에는 전기세가 절감분(기존 전기세의 50%)으로 공사비 충당한다고 해놓고, 공사 후에는 전기세와 별도로 공사비를 걷는데 어떤 상인들이 납득하겠나. 욕하지.

- 관리단 이사나 감사에게 알렸어야 되는 사안 아닌가?
▲ 당연히 어필했지 왜 안 했겠나. 그런데 누구 하나 나서는 이사가 없었다. 오히려 그것이 빌미가 돼서 관리단장이 나를 해고했다. 내가 작년 1월 관리단장이 직무대행 취임 당시 관리단에 들어왔는데 LED 공사의 문제를 지적하니까 작년 7월에 해고하더라.
 

- 그럼 최근까지 근무한 게 아니라는 말인데...
▲ 7월에 해고되고 나서 노동청에 ‘부당해고’라고 민원을 넣었다. 석 달 싸우니까 노동청에서 다시 복직시키라고 판단을 해줘서 작년 10월에 복직됐다. 그 뒤로 올 7월까지 근무하다 사직하고 나왔다. 두 달 전까지 근무했었으니까 최근까지 근무한 것 맞다.

- 왜 사직했나? 어렵게 복직했는데.
▲ 관리단에 LED 문제를 제기한 이유로 해고를 당하면서 ‘세상에 이렇게 나쁜 사람들이 다 있나?’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를 지적하는 직원이 복직했는데도 계속 비리를 자행했다. 강남구청 직원한테 로비하고 짬짜미한 부분도 더 자세히 알게 됐다. 그래서 그 비리들에 대한 증거를 모았다. 사실 일부 상인이나 구분소유권자에게 관리단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리의 심각성을 알려준 사람도 바로 나다.


- 그렇다면 계속 내부에 남아있어야 되는 게 아닌가?
▲ 최근에 단지 내 강남지구와 몇몇 구분 소유권자들이 관리단을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상황이 되면서 그만둬야 한다고 판단했다. 관리단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내부정보를 제공하면 또 배임이니 어쩌니 뒷소리할 것 같아서 차라리 그만뒀다. 싸울 준비도 다 됐고...

- 주차비에 대해서도 잘 아는가? 논란이 많던데.
▲ 그거 관리단장과 그 일당들 ‘꿀단지’다. 한 달에 1980만원 정도 걷는데, 매번 관리단 통장을 보면 100만원이 없다. 담당자에게 물어보면 “단장이나 소장이 빼갔다”고 그러고, 단장이나 소장에게 물어보면 “당신은 알 것 없다”고 하면서 감추고… 지난 총회에서는 차입금이라고 해명하던데 웃긴 소리다. 지들이 개인적으로 다 써놓고 오리발이다. 회계사만 힘들었겠지, 뭐. 

-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가 뭔가? 일전에 해고한 것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닌가?
▲ 뭐, 관리단장이나 관리소장에게 감정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 사람들은 참 해도 너무했고, 나빠도 너무 나쁜 사람들이다. 그래서 솔직히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감정적인 이유만으로 이러는 것은 아니다.

‘매매단지에서 열심히 장사하는 사람들, 구분소유권자들이 무슨 죄인가?’하는 생각 때문에 이러고 있는 거다. 단지 내 사람들은 대부분 뒤에서 욕만 하고 말지, 제대로 따지고 드는 사람이 없다. 그런 틈을 타고 관리단장과 소장이 마음대로 비리를 저지르는 것이다. 누군가는 정말 관리단 수뇌부의 책임을 제대로 물어야하지 않겠나?

- 어떻게 책임을 묻는다는 것인가?
▲ 내가 보관하고 있는 증거들은 많다. USB 다섯 개에 나눠서 보관중이다. 관리단장의 말이 얼마나 거짓인지를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관리단장이 내놓은 이중관리비 지출내역은 조작된 거다. 진짜 내역은 따로 있다. 그밖에도 여러 가지 비리에 대한 증거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관리비 정산을 맡고 있는 전산업체에 가서 전산을 조작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LED 공사 관련 증거를 비롯해 여러 자료를 이미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수사기관의 판단이 필요한 사안은 충분히 지원하고 있다. 결과도 곧 나올 것이다. 나머지는 구분 소유권자들의 몫이다.


- 무슨 뜻인가?
▲ 9월8일에 메르스 때문에 미뤄졌던 임시총회가 열린다. 관리단 임원을 새로 선출하기 위한 자리다. 그때도 자격 없는 현 관리단장을 다시 선출한다면 나로서도 어쩔 수 없다. 냉정히 말하면 나와 큰 상관있는 일도 아니다. 구분 소유권자들 스스로 주인의식이 없다면 주변에서 애를 써봐야 무슨 소용 있겠는가? 현 관리단장이 재임되면, 나중에 죄가 있다는 수사결과가 나와도 관리단 운영에 피해를 줄 게 뻔하다. 수천만원씩 관리단 공금으로 변호사를 사서 질질 끌고 갈 게 분명하다. 그런데도 소유권자들이 잘못 선택한다면 내가 어쩌겠는가. 이러다 말아야지...

- 현 관리단장이 들으면 상당히 불쾌할 수 있는 발언이다.
▲ 누구 기분 좋으라고 하는 소리도 아니고, 기분 나쁘라고 하는 소리도 아니다. 강남매매단지가 더 이상 망가지는 게 보기 싫을 뿐이다. 나는 투표권도 없는 사람이니 내 말이 선거에 얼마나 영향력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관리단장을 뽑는 게 좋을 것이다. 수사는 수사기관이 하는 것이고, 선거는 투표권자들이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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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