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사법부와의 전쟁 막전막후

"야당탄압 더 이상 못 참아!"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이 사법부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새정치연합은 한명숙 전 총리의 대법원 유죄판결을 계기로 대대적인 사법개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복조치의 일환으로 당장 대법원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고법원 설치’에도 딴지를 걸고 나설 태세다. 새정치연합과 사법부의 피할 수 없는 일전이 시작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이 한명숙 전 총리의 대법원 유죄판결을 ‘신공안탄압’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사법개혁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기존 야당탄압저지대책위원회를 신공안탄압저지대책위원회로 전환시켰다. 박근혜정부의 공안 탄압에 한층 더 강도 높은 대응을 하기 위함이다. 대법원은 지난 20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 전 총리에 대해 징역 2년에 추징금 8억8000만원을 선고한 2심을 확정했다.

정치 탄압?

그러나 새정치연합 측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넸다는 한만호 전 한신건설 대표가 법정에서 진술을 뒤집었고, 뇌물을 수표로 받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대법원 판결에 반발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대법원 선고 직후 “검찰에 이어 법원까지 정치화됐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문 대표는 같은날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사법의 민주화와 정치적 독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라며 “대법관 임명절차의 민주화, 또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을 이루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새정치연합은 지난 21일 의원총회를 소집하고 구체적인 대응방안도 모색했다.

새정치연합이 사법부에 전면전을 선포하면서 대법원의 역점사업인 상고법원 설치에도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상고법원이란 상고심을 담당하는 법원으로, 대법원은 1심과 2심에서 승복하지 못한 채 3심까지 가는 소송이 늘어나면서 대법원의 업무가 과중해져 상고심을 별도로 다룰 상고법원이 필요하다고 끈질기게 요구해왔다.

실제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전해철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고법원에 대해 “이번 판결이 나온 배경 중 하나가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 결여라는 지적이 있다”며 “그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상고법원을 설치하는 데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당내 친노 강경파 진영에서는 상고법원 설치 반대를 아예 당론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새정치연합은 당초 상고법원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으나 최근 들어서는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전제로 전향적 검토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상고법원 관련 법안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168명 의원들이 서명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 전 총리 판결 이후에는 새정치연합의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사실상 상고법원 설치 절대 반대 입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대법원은 상고법원 설치 외에도 대법원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프로젝트에 새정치연합이 태클을 걸어오지는 않을까 벌써부터 긴장하고 있는 눈치다.

사법부가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딴지'
검찰의 찍어내기, 또 한 번 작동할까?

새정치연합은 법원을 압박하기 위해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의 청문회도 추진하기로 했다. 신계륜 의원이 주도한 강기훈 사건 청문회 요구서에 이미 118명의 의원들이 서명을 마친 상태다. 강기훈 사건은 경찰의 증거조작으로 징역을 선고받고 만기 복역한 피해자가 23년 만인 지난 2015년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이다. 청문회가 진행된다면 사법부로서는 부끄러운 치부가 낱낱이 드러날 수밖에 없어 민감한 문제다.

새정치연합은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 개업을 금지하는 카드도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난 2011년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이하 사개특위)에서도 대법관 등 장관급 법조인의 변호사 개업을 제한하는 권고안 입법화가 논의됐었다. 하지만 대법원과 일부 국회의원들의 반대로 입법화되지 못했던 사안이다. 또 새정치연합에서는 강력한 전관예우방지법을 신설해 대법관 등 장관급 법조인의 프리미엄을 원천적으로 없애자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판·검사의 비리를 전담하는 특별수사청을 설치하는 방안도 재논의 될 수 있다. 특별수사청 설치 역시 지난 2011년 사개특위에서 논의됐던 문제다. 당시 법조계는 “판·검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것”이라며 “특정한 신분을 수사대상으로 삼는 기구를 만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력 반발했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사안에 대해서도 새정치연합이 적극적으로 경찰 편을 들고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의 공세에 사법부가 호락호락 당하기만 할지는 미지수다. 일례로 지난 18대 국회 때 사개특위에서 사법부 개혁에 가장 앞장섰던 새누리당 주성영 전 의원은 난데없는 성매매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아야 했고, 그 여파로 19대국회 진출에도 실패했다. 주 전 의원의 성매매 의혹은 지난 2013년 결국 무혐의 처리됐다. 


주 전 의원은 이에 대해 검찰의 정치 공작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주 전 의원이 강도 높은 사법부 개혁에 나서자 검찰이 찍어내기를 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새정치연합이 사법부에 전면전을 선포한 만큼 사법부 역시 이와 같은 방법으로 대응을 해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새정치연합에는 한 전 총리 외에도 11명의 국회의원이 검찰 조사 중이거나 재판을 받고 있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공식석상에서 이들 11명 외에도 “야당의원 10명 정도가 수사선상에 (추가로) 올랐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제한적이고 새누리당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것들이다.

여론의 흐름도 새정치연합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실제 검찰의 표적 수사라고 하더라도 일부 의원들의 경우는 증거가 확실한 만큼 이들을 감싸고도는 것은 당 지지율에 무조건 마이너스라는 지적이다. 당 내부에서도 사법부와의 전면전 선포가 자칫 앞으로 줄줄이 남아 있는 소속 의원들에 대한 판결에 압박을 주기 위한 수단으로 비쳐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당장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한 여론의 반응도 싸늘하다. 한 전 총리 사건은 새정치연합이 사법부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하게 된 가장 직접적인 계기다.

제 식구 감싸기?

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한 전 총리의 입감을 배웅하고, 한 전 총리가 마지막까지 백합과 성경책을 들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한데 대해서는 진보성향 커뮤니티에서조차 온갖 조롱이 쏟아졌다. 소수 의견을 냈던 대법관 5명 역시 한 전 총리가 3억원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전원 유죄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공안 탄압이라는 주장의 근거가 약하다는 지적이다.

사법부와의 무모한 전면전이 자칫 내년 총선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새정치연합이 검찰의 수사를 공안탄압이라고 규정하려면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근거를 내놔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근거가 너무 빈약하다”며 “사법부에 대한 개혁이 정치보복으로 비춰져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될 여지도 있다”고 경고 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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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