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김정은 '아바타협상' 손익계산서

남북은 적대적 공생관계? "둘 다 정권안보용으로 썼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북한의 지뢰 도발로 준전시상태로까지 치달았던 남북의 대치 상황이 극적인 타협을 통해 마무리됐다. 특히 이번 협상은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대리전 형식으로 치러졌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남북협상의 극적 타결로 박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각각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을까? 두 사람의 손익계산서를 <일요시사>가 따져봤다.

북한의 지뢰 도발로 준전시상태로까지 치달았던 남북의 대치상황이 지난 25일 새벽 극적인 타협을 통해 모두 마무리됐다. 이번 남북협상에는 우리 측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 홍용표 통일부장관과 북한 측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 김양건 노동당비서가 참석해 무려 43시간 동안 전대미문의 마라톤 끝장협상을 벌였다. 양측 대표단은 고령의 나이에도 무박4일 동안 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우고 쪽잠을 자며 협상을 이어나갔다. 

무박4일 협상
아바타 협상?

특히 이번 협상은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대리전 형식으로 치러진 것으로 알려져 더욱 눈길을 끈다. 박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협상진행 과정을 CCTV로 지켜보면서 실시간으로 구체적인 지침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그렇다면 남북협상의 극적 타결로 박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각각 무엇을 얻고 잃었을까?

우선 박 대통령은 이번 협상 타결이 향후 국정운영에 큰 호재로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 세월호 사고, 정윤회 비선개입 의혹, 성완종 리스트, 메르스 사태에 이르기까지 대형 악재가 끊이질 않았다. 당연히 그동안 제대로 국정운영을 할 수가 없었다.

지난 25일에는 박근혜정부가 5년 임기의 반환점을 맞았지만 야당에서는 그동안 한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심지어 박근혜정부 내부에서도 임기 절반을 허송세월로 보냈다는 자조 섞인 반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대로라면 임기 후반기 국정 장악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조기 레임덕까지 걱정해야 하는 신세였다.

원칙주의 통했나? 박근혜 지지율 급상승
임기 반환점 돌아, 레임덕 걱정은 끝?


하지만 임기 반환점에 터진 대북변수로 보수층이 결집하면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어느새 50%에 육박할 정도로 급상승했다. 게다가 결과적으로 북한의 유감 표명을 이끌어냄으로써 박 대통령의 대북 원칙주의가 통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북한이 그동안 합의문에 북한 주체로 유감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의 사과를 고집하기보단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해왔던 야당으로서는 무척 머쓱해진 상황이다. 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향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 개혁의 추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아지면서 여당인 새누리당도 청와대에 이전보다 더 협조적인 태도로 나올 공산이 크다. 때문에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은 남북협상이 타결된 후 “국정 개혁의 최대 호기를 맞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개혁 최대 호기
지지율 급상승

이번 회담을 통해 단순히 군사적 긴장완화만 이뤄낸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튼 점도 주목할 만하다. 남북은 합의문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당국회담 개최와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 추진, 민간교류 활성화 등의 합의를 이뤄냈다.

박근혜정부 내내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던 남북관계가 해빙기를 맞으면서 획기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커졌다. 벌써부터 정치권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이나 박 대통령이 추진했던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도 급물살을 타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의 대 중국 외교성과도 빛났다는 평가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이후 미국 일변도의 외교에서 벗어나 중국과의 관계개선에 힘썼다. 남북 긴장이 고조되자 중국은 남북한 모두 자제하라며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지만 물밑에서는 북한을 상당히 압박했다는 후문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지난 24일 남북 군사긴장이 고조된 것과 관련해 “(9월 3일 베이징에서 전쟁승리 70주년 기념행사로 열릴) 열병식에 (북한이) 실질적인 간섭을 하기 위한 것이라면 중국은 무관심할 수 없다”며 북한에 엄포를 놓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다음달 2~4일 중국을 방문해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물론 박 대통령이 잃은 것도 많다. 우선 여권 내에서도 북한의 유감 표명에 대해 진정한 사과로 볼 수 있느냐는 비판론이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벌써부터 딴소리를 하고 있다. 남북 고위급 접촉에 북측 수석대표로 참석했던 황병서 국장은 지난 25일 “이번 북남 고위급 긴급 접촉을 통해 남조선 당국은 근거 없는 사건을 만들어 가지고 일방적으로 벌어지는 사태들을 일방적으로 판단하고, 상대측을 자극하는 행동을 벌이는 경우 정세만 긴장시키고 있어서는 안 될 군사적 충돌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심각한 교훈을 찾게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북 전문가도 언론인터뷰를 통해 “북한이 자신의 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해준 것은 박근혜정부의 실수”라며 “북한이 유감을 표시한 것은 쉽게 말해 ‘자신들과 관련은 없지만 어찌됐든 사람이 다쳐 유감’이라는 뜻이다. 자기들의 책임도 인정하지 않은 유감 표명을 받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천안함 폭침 때도 북한은 자신들은 폭침과 전혀 관계없지만 무고한 군인이 사망한 데 대해서는 유감을 표현하겠다고 했다”며 “이명박정부 때는 그런 유감 표명을 받을 수 없다고 거절했는데 박근혜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북한에 면죄부를 줬다”고 지적했다.

북한에 면죄부?
굴욕적 합의?


일각에서 박근혜정부의 합의가 굴욕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또 우리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재발 방지 약속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해왔으나 정작 합의문엔 ‘재발 방지’라는 표현도 나와 있지 않아 논란거리다. 다만 정부는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면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다’는 문구가 사실상의 재발 방지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확성기 방송 재개는 북한의 동의 없이도 얼마든지 시행할 수 있는 수단이다. 또 북한이 도발을 해올 때마다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것으로 대응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이번 협상을 통해 새로 마련된 재발 방지책은 사실상 없다는 지적이다. 비정상적인 사태라는 표현도 너무 모호하다.

일례로 북한이 오는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경우 이를 비정상적인 사태로 볼 수 있느냐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벌써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 북한이 고작 두 달 만에 합의를 번복하고 도발을 재개할 경우 박근혜정부는 심각한 역풍을 맞게 될 우려도 있다.

회담결과 내부 결속용으로 대대적 홍보
흔들리던 북한체제 안정, 김정은 노림수?

반면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밑질 것 없는 장사를 했다는 평가다. 북한으로서는 아무런 피해없이 눈엣가시 같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시켰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체제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다. 남한에 대한 목함지뢰 도발을 하고도 아무런 피해 없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 시켰으니 이것만으로도 북한은 큰 성과를 얻어낸 셈이다.

또 북한은 우리 측에 유감 표명을 하긴 했지만 자신의 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원론적인 유감 표명에 불과해 이를 김정은 띄우기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북한의 <조선신보>는 남북협상이 타결된 이후 “43시간의 마라톤협상의 결과 도출된 북남합의는 우연히 나오지 않았다. 무쇠와 같은 담력을 지닌 영도자의 지략과 영군술의 결실”이라며 김 위원장을 한껏 치켜세웠다.

한 대북전문가는 “북한은 이번 협상 타결을 대남대결에서 승리했다고 평가하며 선군절 55주년을 맞아 대대적으로 홍보할 것으로 보인다”며 “김정은은 흔들리던 내부 체제 결속용으로 더없이 좋은 카드를 얻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경제적 실리까지 챙겼다. 남북은 합의문 제6항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했는데 사실상 천안함 사태 이후 민간 교류를 금지한 5·24조치의 부분적인 해제라는 평가가 많다. 북한은 이번 합의를 통해 남북교류의 물꼬를 틔우며 향후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까지 논의할 수 있게 됐다.

체면 구겼지만
경제실리 챙겨

또 북한으로서는 이번 도발과 합의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켜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대중 외교에서 최근 북한이 우리나라에게 밀렸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중국이 본격적인 북한 관리에 나서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북한도 다음 달 중국 전승절 행사에 최룡해 노동당비서를 파견하기로 하면서 북중 간 관계 정상화에 힘을 쏟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김 위원장으로서도 다소 손해를 본 부분은 있다. 지뢰 도발 사실을 전면 부인하다가 며칠 만에 유감 표명을 한 것은 확실히 체면을 구긴 것이라는 평가다. 또 국제적으로 북한에 대한 이미지가 ‘신뢰할 수 없는 국가’ ‘골칫덩이 국가’로 굳어진 것도 스스로 아쉬운 점일 것이다. 특히 국내에선 이번 회담의 성과를 박 대통령이 응징과 원칙을 강조한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는 만큼 향후 우리나라의 대북 정책이 더욱 강경일변도로 변할 가능성도 크다. 북한으로선 뼈아픈 패착일 수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남북의 극한 대립 끝에 결국은 양쪽 지도자가 모두 윈윈하는 결과를 얻어냈다”며 “북한과 우리나라의 역대 보수정권이 적대적 공생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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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