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도 낚이는 ‘성피싱 주의보’

돈도 모자라 잠자리까지 요구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홀로 사는 할머니들에게 접근해 아들 행세를 하며 성관계를 갖고 돈을 뜯어낸 법인이 구속됐다. 모성애를 악용해 파렴치한 성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일명 ‘성피싱’으로 불리고 있는 신종 보이스피싱이다. 날이 갈수록 진화하는 신종 보이스피싱 주위보가 내려졌다. 


전남 순천경찰서는 최근 아들의 치료를 빌미로 70대 노인을 속여 여관으로 유인한 다음 성관계를 갖고, 또 그 치료비 명목으로 현금을 뜯어낸 60대 남자 K씨를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K(60)씨는 지난달 6일 새벽 5시께, 공중전화를 이용해 무작위로 전화를 누른 뒤, 피해자 L씨(71·여)에게 아들 행세를 했다.
 
“자야 된다” 
 
그는 “어머니 지금 몸이 너무 아프고 오줌 줄이 막혀서 죽게 생겼는데 치료 방법이 딱 한 가지 있다”며 “아는 사람을 보낼 테니 그 사람이 시키는 대로 하라. 그리고 15만원 주면 된다”고 유인했다. 피해자 L씨는 울먹이며 잠긴 목소리를 낸 K씨를 아들로 오인했다.
 
당초 L씨는 전화를 받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떻게 그런 치료를 하느냐”며 반문했으나 아들 행세를 하던 K씨는 “내 주변 사람들도 그렇게 해서 병이 나았고, 그 사람(피의자)은 그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고 다니는 사람”이라며 전문가임을 강조하며 L씨를 유인했다.
 
K씨는 L씨를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일면식도 없는 L씨를 확인하기 위해 신문지 뭉치를 들고 앉아 있도록 했다, 피해자인 노인이 잘 찾아올 수 있도록 장소도 버스터미널로 결정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L씨를 만난 K씨는 “아들의 병이 빨리 나으려면 자신이 그 아들의 병을 대신 가져가야 하니 시키는 대로 하라”며 L씨의 모성애를 자극하여 성관계를 유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 후, 이를 빌미로 새벽 시간대에 재차 전화해 “병이 또 도졌다, 아들이 살아 보겠다는데 어머니가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등의 말로 유인해 같은 방법으로 성관계를 갖고 돈을 받는 등 총 4차례에 걸쳐 295만원을 뜯어낸 것으로 밝혀졌다.
 

L씨는 이러한 치료의식을 마친 뒤, 집에 돌아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들을 위한 엇나간 모성애로 몸과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된 것이다. 그러던 중 K씨의 범행 행각은 은행에서 돈을 찾던 L씨가 친아들에게 전화를 걸면서 들통났다. K씨가 5만원권으로 돈을 요구했는데 L씨가 농협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과정 친아들에게 전화해 “5만원권이 아닌 1만원권으로 가져가면 안 되겠느냐"는 말을 하게 되면서 범행이 발각됐다. 경찰은 친아들의 신고로, L씨를 유인한 장소에서 K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은 K씨의 수법으로 보아 여죄가 있을 것으로 보았다. 보공조수사한 결과 본건과 같은 수법으로 총 3회에 걸쳐 75만원을 편취하고 2회 성관계를 가진 사건을 보성경찰서에서(당시 피해자가 강간죄) 수사 중에 있었다.
 
지난 4월28일 보성경찰서에 신고된 피해자 P씨(66·여)에게는 “엄마 내 성기에 몽우리가 있는데 내가 보내주는 사람과 잠자리를 해야 내 병이 고쳐진다”며 “돈을 가지고 가서 돈도 주고 맛있는 것도 사줘라”라는 내용으로 아들 행세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보이스피싱은 개인정보 수집으로 송금을 유도했다. 최근에는 성상납까지 요구하는 ‘성피싱’이 급증하면서, 보이스피싱 수법이 진화하고 있다. 여기에는 ‘몸캠피싱’도 유행하고 있다. 몸캠피싱은 스마트폰으로 화상채팅을 유도해 이를 녹화한 뒤 동영상을 빌미로 협박해 금품을 요구하는 수법이다. 
 
진화한 보이스피싱…모성애 악용해 덮쳐
‘신종수법’ 전화로 성관계 시도 방법 다양
 
지난 4월 천안에서 채팅 중 음란행위를 녹화 한 뒤 “아는 사람들에게 영상을 뿌리겠다”며 돈을 뜯어낸 몸캠피싱 협박공갈단 4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천안시내 원룸에 컴퓨터 4대를 설치하고 ‘즐톡’ 등 채팅어플에 ‘화끈하게 놀 사람’이란 광고를 내 연락해온 사람들에게 ‘라인’어플로 채팅을 이끌었다. 
 

이어 악성프로그램이 감춰진 사진첩을 보내 개인정보를 알아낸 뒤 알몸여성과 나체 채팅토록 하고 녹화해 “카카오톡으로 뿌리겠다”며 협박, 41명으로부터 수천만원을 뜯어냈다.
 
특히 이들은 대포폰, 대포통장을 써서 추적이 어렵게 했다. 몸캠피싱은 자신의 얼굴과 알몸이 드러나는 음란행위영상이 가족이나 아는 이들에게 뿌려짐으로 피해를 당해도 감추기에 급급, 쉽게 신고하지 못하는 약점을 이용한 것이다.
 
몸캠피싱을 예방하는 방법은 스마트폰의 ‘환경설정’ 메뉴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어플의 설치를 막아 보안설정을 강화해야 한다. 보안설정을 강화하는 방법은 환경설정→보안→디바이스관리→‘알 수 없는 출처(소스)’에 체크 해제(스마트폰에 따라 메뉴명칭은 일부 다를 수 있음) 순으로 하면 된다.
 
출처가 뚜렷하지 않는 실행파일(*.apk)을 스마트폰에 내려받은 뒤 이를 스마트폰에 설치해선 안 된다. 출처가 명확하지 않는 파일은 공식 ‘앱 스토어’(구글 플레이스토어, T스토어 등)가 아닌 모바일채팅으로 URL에 접속해서 내려받을 때 생긴다.
 
욕망 때문에
 
남자들의 성적 욕망을 낚는 채팅사기부터 개인정보 수집으로 송금을 유도하는 보이스피싱, 모성애를 악용한 성피싱까지. 일반 사람들을 꾀어 욕구를 충족하는 사기수법인 피싱은 나날이 진화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비교적 간단한 수법이지만 여전히 당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경우 스스로 타깃이 되지 않도록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낯선 사람이 각종 통신수단으로 접근하면 아예 응하지 않거나, 솔깃한 제안이나 긴박한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먼저 상대를 알아보는 침착함이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전한다.
 
<min1330@ilyosisa.co.kr>
 

<기가 속 기사> '성피싱' 대처법
 
무엇보다도 범인들로부터 돈을 보내라는 요구를 들어줘선 안 된다. 범인들은 돈을 받았다고 해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오히려 ‘돈 사람’이라고 여겨 돈을 더 요구한다. 
 
따라서 돈을 보내는 건 좋은 해결방안이 아니다. 협박문자나 전화를 받으면 채팅화면을 캡쳐해두고 돈을 보낸 내역 등 증거자료를 갖춰 곧바로 가까운 경찰서에 신고해야 한다. 
 
범죄자는 여러 개의 채팅계정과 대포통장들을 이용하므로 적극적인 신고가 중요하다. 신고한 뒤엔 추가피해를 막기 위해 스마트폰을 초기화하거나 설치된 악성프로그램(앱)을 ‘삭제’해야 한다.
 

악성프로그램(앱)으로 빠져나간 정보엔 주소록(전화번호)정보 이외에 피해자의 각종 개인정보가 들어있을 수 있다. 따라서 스마트폰에 연동돼있던 각종 계정은 지운 뒤 새로 개설하고 아이디, 패스워드도 바꿔야 한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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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