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정권-롯데그룹, 인연과 악연 풀스토리

"박정희 때부터 밀어줬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롯데그룹(이하 롯데)이 오너일가의 볼썽사나운 경영권 분쟁으로 연일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롯데의 수상한 성장과정도 새삼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롯데가 재계순위 5위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역대 정권의 수상한 특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롯데는 정치권과의 유착을 통해 현재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일까? 역대 정권과 묘한 인연을 맺어온 롯데가의 성장과정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재계순위 5위 롯데그룹(이하 롯데) 오너일가의 볼썽사나운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이다. 신동주·신동빈 형제와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벌이는 다툼은 마치 ‘한일 합작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이처럼 롯데가 연일 여론의 질타를 받게 되면서 롯데의 수상한 성장과정도 새삼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롯데가 재계순위 5위까지 성장하는 과정에서 정치권과 결탁해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지적이다.

정치권과 결탁?
이상한 한일합작

이미 일본에서 롯데를 연매출 700억엔 규모의 종합과자회사로 키워냈던 신격호 회장이 한국에 진출한 결정적인 계기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인연 때문이었다. 신 회장은 한일협정을 맺을 당시 일본 내 정치권 인맥을 활용해 대화 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2005년 공개된 한일회담 외교문서에서는 신격호란 이름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이 일을 계기로 롯데는 박 전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고 각종 사업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1973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관광진흥정책 이후 신 회장의 국내 투자는 더욱 본격화된다.

당시 박정희정부는 해외자본 유치를 위해 신 회장에게 반도호텔을 인수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던 반도호텔은 서울에서 가장 대표적인 호텔이었음에도 해외 국빈급 인사 영접과 국제행사를 주최하기에는 시설이 매우 열악했다.

급성장 때마다 정치권과 묘한 관계
박정희정권때 명동 상권 장악 시작

박 전 대통령은 관광 사업을 진흥시키기 위해서는 호텔 산업부터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고 반도호텔을 정부 주도 아래 민영화 시키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반도호텔을 매입할 수 있는 기업을 찾기가 어려웠고 결국 신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호텔롯데 건설은 일사천리로 이뤄졌으며 각종 지원이 뒤따랐다. 게다가 신 회장은 외국인자본도입법의 혜택을 받아 부동산취득세와 재산세, 소득세, 법인세 등을 대폭 면제받았다.

신 회장은 한국 국적자였지만 일본에서 10년 이상 거주해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당시 국내법은 외국인이 49%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지 못하게 돼 있었는데 호텔롯데의 투자금은 100% 일본 롯데에서 나온 자본이었다. 박정희정부는 동일인인 신격호와 시게미쓰(신격호 회장의 일본이름)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황당한 편법을 묵인해주기도 했다.

편법 동원
정부의 밀어주기

또 당시 서울시는 강북 억제책으로 강북 지역에서의 백화점 건립을 금지하고 있었으나 정부는 롯데백화점을 롯데쇼핑센터라고 이름 붙여 건립을 허가해준다. 박정희정부는 당시 롯데제과 껌에서 쇳가루가 검출돼 제조 정지 명령이 내려졌지만 이마저도 눈 감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박정희정부의 롯데 사랑은 유별났다. 박정희정부에서 롯데는 현재 명동과 을지로 일대에 조성되어 있는 롯데타운의 기틀을 닦았고, 평화건설과 삼강, 호남석유화학 인수 및 롯데쇼핑 설립 등으로 엄청난 성장을 했다. 

롯데는 전두환정부 하에서도 각종 특혜를 받았다. 1970년대 서울시 도시계획을 총괄했던 손정목 서울시립대 명예교수의 저서 내용에 따르면 당시 롯데월드 건설에 모든 공공기관이 총동원됐다. 손 교수는 저서에서 “모든 관련기관이 발 벗고 지원하고 모든 문서가 초고속으로 처리됐다”며 “롯데월드는 우리나라 건축 역사에서 구청, 소방서, 시 본청, 건설부, 상공부, 재무부, 관세청 등 관계기관 공무원들이 모두 나서 적극적으로 지원한 전무후무한 예로 남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손 교수는 또 롯데가 롯데월드를 건립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신 회장의 친분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롯데는 전두환정권 시절 현재 제2롯데월드 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시달려야 했다. 이른바 5공 청문회에서는 신 회장이 전 전 대통령과 단독면담을 통해 해당 토지 매입을 성사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롯데는 전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아래 1980년대 외형을 급팽창시켰다. 1980년에는 롯데쇼핑을 설립해서 롯데그룹은 유통서비스 산업의 최강자로 떠올랐다.

김영삼정권에서도 롯데와 관련한 각종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특히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이자 소통령으로 불렸던 김현철씨는 당시 롯데물산 김웅세 전 사장의 사위였다. 김 전 사장은 신격호 회장이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직접 추천을 의뢰해 영입한 인사로 알려줬다. 김 전 사장은 1990년 롯데물산 사장에 취임한 뒤 1991년부터 롯데월드 사장을 겸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2년 치러진 대선에서 승리하자 롯데는 김 전 사장을 통해 본격적인 로비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지난해 출간한 회고록에는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실려있다. 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1990년 3월 신 회장이 찾아와 잠실 롯데월드를 100층으로 지으려 하는데 못 짓게 한다면서 항의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신 회장은 김영삼정권이 들어서면 해결될 것이라고 믿었지만 다음 정권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제2롯데월드는 롯데의 숙원사업이자 골칫덩이였다. 1990년대 초에는 부동산 규제 강화로 비업무용 토지였던 제2롯데월드 부지를 강제 매각하게 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롯데는 김영삼정권 시절이었던 1993년 소송에서 승리해 해당 부지를 지킬 수 있었다. 해당 소송 결과와 관련해서도 김현철씨가 롯데물산 사장의 사위라는 점에서 갖가지 의혹들이 제기됐었다.

롯데는 제2롯데월드 외에도 김현철씨의 장인인 김 전 사장을 통해 담배인삼공사 인수를 시도하다 불발되자 대신 주요 역전사업권을 독식하며 그룹을 계속 키워나갔다. 롯데는 또 1997년 2월 롯데백화점 부산본점과 롯데호텔을 나란히 세웠는데 당시 세금특혜의혹과 건축허가 과정에서의 특혜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한편 의도된 것은 아니겠지만 롯데의 정치권 혼맥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롯데호텔 맹경호 상무의 딸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인 박주신씨가 결혼을 하기도 했다.

정치권 혼맥
노골적인 로비

롯데의 로비는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에서도 계속됐다. 제2롯데월드 건설은 신 회장의 숙원사업이었다. 노태우정부와 김영삼정부에서 그 시도가 번번이 좌절됐지만 롯데는 포기하지 않았다. 김대중정부 들어서는 신 회장이 직접 당시 총리에게 부탁했을 정도다. 하지만 총리의 검토 지시를 받은 국방장관이 “만약 추진하겠다면 장군들도 옷을 벗겠다”며 사표를 들고 와 강하게 반발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제2롯데월드 사업은 노무현정부 때도 다시 추진됐지만 역시 국방부와 공군 측의 반대로 무산됐다.

롯데는 이명박정부가 들어서자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부산 롯데타운 신축 허가, 맥주시장 진출 등 각종 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 정경유착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롯데는 이명박정부 시절 정부 주관 행사를 대부분 독점하다시피 했고, 46개였던 계열사는 79개까지 늘어났다.


박원순 시장 아들 롯데임원 자녀와 결혼
이명박정부 시절 정부 주관 행사 독점

이명박 전 대통령은 롯데의 16년 숙원사업이었던 제2롯데월드의 인허가까지 내줬다. 당시 호텔롯데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학 동기였다. 이 전 대통령이 제2롯데월드 카드를 들고 나오자 역시 군은 반발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이전 대통령들과는 달리 단호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임기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청와대에서 열린 민관합동회의에서 공개적으로 국방장관에게 “제2롯데월드 문제를 오래 끌지 말고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제2롯데월드 건설 반대에 앞장섰던 당시 공군참모총장은 임기를 6개월이나 앞두고 교체됐다. 당연히 이명박정부가 롯데에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거셌지만 청와대 측은 “의심암귀(疑心暗鬼·의심하는 마음이 있으면 모든 걸 의심스럽게 보게 된다는 뜻)”라며 의혹제기를 일축했다.


이명박정부의 제2롯데월드 인허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제2롯데월드에서 공군 성남기지(서울공항)는 불과 5km 거리다. 무려 555m 높이의 초고층 빌딩이 비행 항로를 막아서고 있는 것이다. 역대 공군참모총장들이 직을 걸고 제2롯데월드를 반대해왔던 이유다.

제2롯데월드
국가적 재앙?

공군 출신의 한 전문가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정부가 서울공항 활주로 방향을 3도 변경하는 조건으로 제2롯데월드 건설을 허가해줬지만 위험 요소는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악천후와 기체 결함, 조종 미숙 등으로 비행조정이 약간만 안 돼도 국가적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전문가는 또 “만약 전시나 비상상황에서 비행할 때는 적의 공격을 피해 회피 기동을 해야 하는데 555m 높이의 제2롯데월드는 치명적인 장애물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놀라운 점은 롯데가 이처럼 역대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특혜 시비를 겪었음에도 단 한 번도 법의 심판을 받은 적은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정부 출범 초기 롯데에 대한 사정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롯데는 사정 칼날을 잘 피해나갔다. 지난 1967년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창립된 롯데는 어느새 재계 5위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롯데는 정치권과의 유착을 통해 현재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일까?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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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