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직 국회의원 실종 미스터리 추적

정신병원 탈출…그리고 사라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16대 국회의원 C씨의 행방이 반 년째 오리무중이다. 핸드폰을 3개나 사용했지만 몇 개월째 꺼진 상태. 지인들은 그가 어디 있는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반면 C씨 가족은 그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지 않고 있다. 그래서 C씨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감금당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C씨는 어디에 있는 걸까.
 
 
C씨는 자유민주연합(이하 자민련) 소속 16대 국회의원이었다. 자민련 비례대표 2번으로 공천받을 만큼 김종필 자민련 총재의 신임을 받았다. 지인 K씨는 “C씨 행방이 오리무중 했을 때, 김 총재의 부인이 돌아가셨다”며 “당시 옛 자민련 의원 모두가 조문을 왔지만, C씨만 오지 않아 김 총재가 굉장히 서운해했다”고 말했다.
 
김종필 측근
재입성 노려
 
C씨는 17대 총선 때도 비례대표로 출마했으나 재선에는 실패했다. 이후 각종 협·단체의 회장직을 맡아 활동했다. 현재 국제 스포츠 단체인 A연맹의 수장이기도 하다. 또 지난해 김종필 총재가 설립한 운정회의 발기인 중 한사람이다. 
 
C씨는 기업인이다. 연 매출 420억원대 정도 되는 중소기업 M사를 설립한 회장이다. C씨는 M사를 1980년 설립해 섬유와 자수기 생산 및 무역 사업 등을 했다. 지난 2008년에는 사명을 바꾸면서 축산물 수입 판매 및 유통과 부동산 임대 사업을 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에 10층 가량 되는 빌딩과 강남구 역삼동에 100여평에 달하는 저택도 소유하고 있다.
 

C씨는 뇌경색을 앓았다. 몇 년 전 처음으로 뇌경색을 앓아 다리를 절기는 했지만, 곧장 회복해 자전거도 탈 만큼 건강하게 지냈다. C씨는 2013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허벅지 근육을 보여줄 만큼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런 그가 지난해 12월 이후 건강이 급속히 안 좋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 과정 C씨와 가족들을 둘러싸고 석연치 않은 상황들이 전개됐다. 
 
C씨는 A연맹 회장으로서 잦은 해외 출장을 소화했다. 해외 일정을 소화할 만큼 건강이 나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도쿄올림픽 개막 50주년’을 맞이해 도쿄에도 초청받아 갔다. 당시 C씨와 함께 도쿄에 초청받아 갔던 L씨는 “그곳에서 처음 만난 분이었지만, 건강에 이상이 없었다”며 “2박 3일간 같이 다니면서 아픈 기색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게 C씨의 마지막 해외 출장이었다. C씨는 귀국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일본 출장 마치고 12월 갑자기 ‘증발’
미국 갔다더니…회사·자택 머문 기록
 
C씨의 휴대폰은 총 3대다. 이들 휴대폰 전원이 다 꺼져 있었다.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K씨는 거의 일주일 동안 핸드폰이 꺼져 있는 C씨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K씨는 C씨가 믿고 의지하는 사람 중 하나다. 이 때문에 C씨가 가진 핸드폰 중에는 K씨 자녀 명의로 된 것도 있다. 
 
K씨는 일주일 뒤 운전기사 Y씨에게 C씨의 행방을 물었다. 당시 Y씨는 “회장님(C씨)은 지난주 월요일에 I호텔에서 점심을 드신 후 미국 출장을 갔다”고 말했다. 평소 C씨는 매일같이 I호텔에서 점심을 하며, 그곳 헬스클럽을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K씨는 지난 10년 가까이 C씨를 알면서 평소와 다른 이런 상황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K씨도 평소 C씨와 I호텔을 다녔다. K씨는 C씨가 미국 출장을 가기 전 ‘정말 I호텔에서 점심을 했는지’ CCTV를 통해 확인해 봤다. 그 결과 C씨는 그날 I호텔에 오지 않았다. 
 

앞뒤가 맞지 않는 점을 수상히 여긴 K씨는 자녀 명의로 만든 C씨 핸드폰을 위치 추적했다. 확인 결과 C씨는 최근까지 한국에 있었다. 성수동에 있는 회사와 역삼동 자택에 머문 기록이 나왔다. K씨는 이 사실을 평소 C씨와 오랫동안 알고 지낸 한 형사에게 알렸다. 이 형사도 이런 점을 수상히 여겨 C씨의 자택과 회사를 다니며, 어떻게 된 건지 알아봤다.
 
이 형사는 “당시 수사를 한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회장님(C씨)을 알고 지낸 입장으로서, 가족과 지인에게 회장님 근황만 확인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C씨가 몸이 좋지 않아 조용한 곳에서 요양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정했는데…”
돌연 연락두절
 
그로부터 얼마 뒤 C씨는 갑자기 K씨에게 연락해 I호텔에서 보자고 한다. C씨는 그동안 이야기를 K씨에게 풀어놨다. 그는 “순간 딱 쓰러졌다. 기억나지 않는다”며 “눈을 뜨니깐 병원에 있었다. 하지만 ‘병원치곤 이상하구나’ 싶어 도망치려 했는데, 수의한테 붙잡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C씨는 다시 입원했다.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가 지난 12월부터 지금까지 C씨의 소식을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C씨의 절친한 대학 동창도 병문안을 다녀온 이후 그와 연락이 안 된다고 밝혔다. 이 대학 동창은 “병원에 입원했을 때 C는 자기가 ‘퇴원한다’며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었는데, 그 이후로 연락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C씨의 가족은 ‘병원에서 요양 중’이라며, 어디 있는지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소 C씨와 가족들 간 사이가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C씨는 두 아들과 부인 등과 사이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벌써 몇 년째 C씨는 부인과 별거하고 있다. 두 아들과도 많이 불협화음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는 C씨의 책임도 있다. 그는 젊은 시절 복잡한 여자관계로 가족들의 신뢰를 잃었다. C씨는 바람기 때문에 부인은 우울증을 앓았고, 두 아들은 아버지에 대한 불만이 쌓여갔다.  
 
정신과 치료와 입퇴원 반복
지인에 “강제로 갇혀” 귀띔
 
C씨도 가족들을 불신한 계기는 있었다. C씨도 여느 돈 많은 국회의원과 자산가처럼 비자금 금고가 있다. 수백억원의 비자금이 쌓여있는 이 금고의 존재를 아는 것은 그의 부인뿐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금고에 있던 돈다발이 없어졌다. C씨는 이를 의심해 부인에게 따졌다. 하지만 부인은 이 돈을 신고하라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부인의 이런 요구는 C씨에게 충격이었다. 또 부인은 역삼동 자택을 자기명의로 변경해 달라는 등 재산 요구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C씨는 두 아들과도 사이가 좋지 않다. 장남은 평소 그의 어머니를 지지했으며, 차남은 잦은 사업 실패로 신뢰를 잊었다. 특히 차남의 경우 특정 사건의 계기로 완전히 부자 관계가 틀어졌다고 한다.
 

이들 가족은 각각 따로 살고 있다. 두 아들과 부인은 각각 도곡동 타워펠리스에 사는 것으로 전해진다. C씨만 역삼동 자택에 혼자 살고 있다. 이렇다 보니 C씨 지인들은 평소 그가 ‘마음 둘 곳이 없었다’고 입 모아 말했다.
 
지인들은 C씨와 반년째 연락이 안 되자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닌가’라며 걱정한다. 그렇다고 지인들은 가족들이 알려주지 않은 병원을 적극적으로 알아보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이들이 걱정하는 것은 C씨가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입원한 게 아니냐는 점이다. C씨가 없어지면서 일어난 상황을 보면 이런 의혹을 제기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3대의 휴대폰
모두 수신불가
 
맨 처음 C씨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왜 굳이 해외출장을 갔다고 속여야 했는지 의문이다. 당사자가 아프면 보호자들이 통상적으로 지인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약 2주 동안 핸드폰을 꺼두고 연락 두절로 만든 것은 석연치 않아 보인다. 더 나아가 운전기사 Y씨까지 구체적으로 K씨를 속였는지 의문이다. Y씨는 이 사실이 거짓말인 것으로 들통나자 K씨에게 사과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C씨가 퇴원했을 당시 처방받은 약도 석연치 않다. 총 15개의 약을 처방받았는데, 그중 6개가 정신과 약물이었다. 정신과 약물 중에는 정신분열증과 조울증 등 항정신병에 투여하는 약물도 포함돼 있었다.

한 신경 전문의는 “뇌경색 같은 신경과 진료에 정신과 약도 많이 쓰인다”며 “환자의 상태마다 다르므로 말하기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반면 또 다른 신경 전문의는 “지나친 약물 복용은 멀쩡한 사람도 환자로 만들기 마련이다”고 말했다. C씨가 퇴원한 직후 그를 본 지인들은 하나 같이 “정신이 흐릿해 보이고, 건강 상태가 상당히 나빠 보였다”고 말했다.
 
운전기사 Y씨의 퇴사도 무척 이상하다. Y씨는 C씨가 16대 국회의원이던 시절부터 운전기사로 일하며 그를 가장 오랫동안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다. 하지만 정작 Y씨는 그만두기 직전까지도 C씨를 보지 못했다. 그는 C씨 대신 회사를 운영하는 장남에게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장남은 회사 사정이 어렵고, 현재 아버지가 병상에 있어 더 이상 이곳에서 운전기사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Y씨는 퇴사 전 마지막 C씨를 뵙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남은 이미 5개월 전 아버지에게 “Y씨가 퇴사했다”고 말해, 굳이 인사할 필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Y씨는 마지막까지 C씨를 보지 못했다. C씨를 13년간 모셨는데도, 그의 아들은 인사조차 하지 못하게 할 정도로 가혹할 이유가 있을까 싶다. 이에 대해 Y씨는 “작년에 회장님(C씨)을 뵌 게 마지막이다. 어떻게 된 일인지 잘 모르고, 자세히 알고 싶지도 않다”며 언급을 피했다.
 
앞뒤 맞지 않는 수상한 가족
형사가 행방 쫓자 “요양 중”
 
C씨는 2005년부터 국제 스포츠 단체인 A연맹 회장이다. 2013년 3연임에 성공하면서 현재까지 회장직을 맡고 있다. A연맹은 아시아 41개국의 회원사를 두고 있을 만큼 국제적인 단체이기도 하다. 하지만 C씨가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7개월째 회장직이 공석이다. 이에 대해 운동계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내년에 올림픽 등 각종 국제 행사가 많은데, 아시아 사이클 관련 중요사항 심의 및 결정하는 수장이 수개월째 공석인 것은 좋지 못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A연맹 측은 이런 우려에 대해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현재 사무처장이 모든 일을 대행하고 있어서다. 기자는 C씨 행방을 묻기 위해 사무처장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통화하지 못했다. 다만 A연맹 직원은 “현재 회장님이 건강이 좋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을 뿐,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고 밝혔다. 반면 C씨가 섭립한 M사에 C씨 근황을 묻자 통화한 한 부장은 “회장님(C씨)은 현재 해외 출장 중인 걸로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M사 부사장을 맡은 장남도 미심쩍다. C씨는 여전히 직원들과 지인들 사이에서 M사 회장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C씨의 행방이 끊기는 기간 M사의 회장이 바뀌었다. 등기등본을 확인한 결과 대표이사가 지난 5월 장남으로 바뀐 것이다. C씨는 같은 달 사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C씨 장남은 “사업을 하다보니 대표이사를 변경했다. 은행 업무를 할 때 매번 병상에 있는 아버지(C씨)에게 도장이나 사인 받기가 힘들어서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께서 지난해부터 치매 기운이 있었다. 그래서 아주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 아니면 이 상황을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남은 C씨가 앞으로 회사 경영에 복귀하거나 대외적 활동은 하기에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족 문제로  
가정서 고립
 
C씨는 평소 자기관리가 철저했다. 이미 뇌경색으로 건강이 무너진 경험을 한 탓이다. 지인들은 한동안 그의 건강을 의심하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그가 한물간 전 국회의원이라고 말하지만, C씨 마음속은 언제나 야망에 불탔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다시 국회에 입성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 동안 쉬지 않고 활동한 그의 이력을 보면 알 수 있다. 기부도 많이 했다. 그런 C씨가 갑자기 치매에 걸려, 세상과 단절할 정도로 상태가 안 좋다고 한다. 가족은 C씨 지인에게 입원한 병원도 알려주지 않는다. C씨는 어디에 있는 걸까. 
 
<min1330@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