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전초전 '지역구 전쟁' 대해부

국회의장도 당대표도 불안 "안전지대는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현역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찾기에 나섰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현역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찾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비례대표의원들 중 상당수가 재선을 위한 지역구 출마를 물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거구 재획정을 통한 지역구의 통폐합과 분구까지 예정되어 있어 현역 지역구의원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지역에선 현역 국회의원 3명이 한 지역구에서 동시에 활동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현역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찾기 전쟁이 시작됐다. 비례대표의원들 중 상당수가 재선을 위한 지역구 출마를 선언하면서 일부 지역에선 현역 국회의원 3명이 한 지역구에서 동시에 활동하는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선거구 재획정을 통한 지역구의 통폐합과 분구(分區)까지 예정되어 있어 현역 지역구의원이라고 할지라도 지역구 찾기 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실정이다.

치열해진 총선
분구 기다리는 의원들

일례로 여당의 거물급 인사인 정의화 국회의장,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유기준 해양수산부장관은 지역구 통폐합에 따라 내년 총선에 나서려면 경선에서 정면대결을 펼치거나 지역구를 옮겨야만 한다. 20대 총선 공천이 오픈 프라이머리(※후보를 선발할 때 일반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빨라졌지만 아직까지 마땅한 지역구를 찾지 못한 의원들은 그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새누리당 비례대표 이만우 의원의 경우에는 지역구 갈지자 행보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부산 중·동구 출마를 선언했다가 두 달 만에 서울 성북갑 당협위원장 경선에 출마해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이 의원은 서울 성북갑 당협위원장에 선정되지 못하자 최근에는 다시 분구 가능성이 있는 부산 해운대구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새정치연합 비례대표인 은수미 의원의 경우는 성남 중원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은 의원은 지난해 지역위원장경선과 지난 4·29재보선 공천에서 연이어 탈락하는 아픔을 맛봤다. 특히 은 의원은 재보선에 출마하기 위해 비례대표의원직을 사퇴하겠다는 배수의 진까지 쳤으나 공천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은 의원은 포기하지 않고 성남 중원에서 내년 총선에 출마할 계획이다.


곳곳 거물들 간 빅매치 예정
한 지역구에 현역 의원이 셋?

서울 강서을에선 새정치연합 비례대표의원들 간 경쟁이 벌어져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11월 치러진 지역위원장경선에서 한정애 의원은 진성준 의원에게 밀려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한 의원은 포기하지 않고 강서을 출마를 준비 중이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두 사람이 또 한 번 격돌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서울 강서갑이 분구될 경우에는 한 의원이 분구된 지역에 출마함으로써 맞대결은 성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서을에선 기존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과 새정치연합 진성준, 한정애 의원까지 지역구활동에 나서면서 한 지역구에 3명의 국회의원이 활동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상대 당 텃밭에 출사표를 던져 눈길을 끄는 비례대표의원들도 있다. 새누리당 주영순 의원과 새정치연합 홍의락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주 의원은 야권의 텃밭인 전남 무안·신안에 출사표를 던졌다. 주 의원 측은 최근 호남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당선되는 등 달라지는 민심을 느끼고 있어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주 의원은 호남 출신으로 목포상공회의소 회장을 역임했다. 19대 국회 입성 후 비례대표의원으로는 이례적으로 곧바로 지역구사무실을 차리고 지역활동을 해왔다.

새정치연합 홍의락 의원은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 북을 출마를 준비 중이다. 대구 북을에는 새누리당 중진인 서상기 의원이 버티고 있다. 홍 의원은 지난 2013년 3월 대구 북을 지역위원장을 맡아 벌써 2년 넘게 지역구를 관리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배재정 의원도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부산 사상에 선거사무실을 내고 내년 총선을 준비 중이다. 부산 사상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의 지역구지만 문 대표가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배 의원이 지역구를 이어받게 됐다. 지난 총선에선 문 대표가 승리하긴 했지만 부산 사상은 야권으로서는 어려운 지역임에 틀림없다.

인정사정 볼 거 없다
같은 당 의원과 대결


유력한 대권후보였던 문 대표조차 당시 27살에 불과했던 무명의 정치신인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와 맞대결해 진땀승을 거뒀을 정도다. 당시 손 후보는 43.8% 득표율로 선전했다.

일부 비례대표의원들은 기존 지역구 출마를 사실상 포기하고 선거구 재획정에 따라 새롭게 분구지역이 생기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새누리당 민현주 의원은 인천 연수구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연수구는 선거구 인구 상한을 초과해 분구가 유력한 지역이다. 같은 당 신의진 의원도 분구가 예상되는 부산 해운대구 출마를 타진했었으나 최근에는 수도권 분구지역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김경란 전 KBS 아나운서와 결혼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새누리당 비례대표 김상민 의원은 지난 1월 치러진 수원 장안 당협위원장경선에서 박종희 전 의원에게 패했지만 여전히 수원 출마를 준비 중이다. 다만 김 의원은 박종희 전 의원과 맞붙기보다는 수원의 분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후문이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최민희 의원과 임수경 의원이 각각 경기 남양주와 경기 용인의 분구 가능성을 살피면서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거물급 지역구 정치인들에게 도전장을 내민 겁 없는 비례대표 초선들도 있다. 새정치연합 김광진 의원은 전남 순천·곡성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출마를 준비 중이다. 이 지역은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지난 재보선에서 당선돼 큰 화제가 됐던 곳이다. 이 의원은 박근혜정부의 핵심 실세다.

이 의원은 재보선 당시 ‘예산 폭탄’을 약속했었는데 당선 1년 만에 전남 순천·곡성 지역에 투입된 국비 등이 실제로 크게 늘어나기도 했다. 해당 지역이 야권의 텃밭이긴 하지만 초선에 불과한 김 의원이 이 의원을 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은 대구 수성갑에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격돌할 예정이다. 강 의원은 이 지역 토박이면서 IT기업을 운영해 IT벤처 분야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입성했다. 강 의원은 당협위원장이 되지 못하더라도 최총 공천까지 무조건 도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역구의원이 셋?
이전투구 우려 커

비례대표의원이 같은 당 현역의원의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져 주목을 받고 있는 경우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원외인사도 아니고 현역의원이 같은 당 의원 지역구에 출사표를 낸다는 것은 무척 민감한 일로 그동안은 정치권에서 터부시 되어 왔던 일”이라며 “지역구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이런 일도 발생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새누리당 김장실 의원은 같은 당 문대성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사하갑 지역에 선거사무실을 냈다. 이 지역에는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도 출마를 준비했었으나 최근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임명되면서 총선 출마를 포기했다. 새누리당 윤명희 의원은 무소속 유승우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이천에 출사표를 던졌다. 유승우 의원은 현재 무소속이지만 새누리당 소속이었다. 비리혐의에 연루돼 출당을 당했지만 현재 복당을 신청해놓은 상태다.

지역에서 인지도와 조직력이 약한 비례대표의원들은 당협위원장(지역위원장) 자리를 꿰차 총선 전까지 지역구관리를 하는 것이 최고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여야에서 당협위원장 자리를 꿰찬 비례의원은 새누리당 27명 중 8명, 새정치연합 21명 중 4명뿐이다.

김무성-정의화 한 명은 떨어진다
같은 당 의원 지역구에 도전하기도

새누리당에서는 김정록(서울 강서갑), 민병주(대전 유성), 양창영(서울 영등포을), 이상일(경기 용인을), 이재영(서울 강동을), 조명철(인천 계양을), 주영순(전남 무안·신안), 박창식(경기 구리) 의원 등 8명이 당협위원장을 차지했고, 새정치연합에서는 김기준(서울 양천갑), 백군기(경기 용인갑), 진성준(서울 강서을), 홍의락(대구 북을) 의원 등 총 4명이 당협위원장을 차지했다.


한편 20대 총선에선 비례대표 의원들뿐만 아니라 선거구 재획정에 따른 지역구 통폐합 및 분구로 아이러니하게도 현역 지역구의원들의 지역구 찾기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예측된다. 가장 눈길을 끄는 빅매치는 정의화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유기준 해양수산부장관의 대결이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0월 국회의원 선거구 간 인구 편차를 ‘3대1’에서 올해 말까지 ‘2대1’로 재조정하라고 결정함에 따라 선거구가 통폐합되거나 분구되는 지역구는 약 60곳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인구가 미달된 김무성 대표(부산 영도)와 유기준 장관(부산 서구), 정의화 의장(부산 중·동구) 중 한 명은 지역구를 내놔야 하는 상황이다.
 

정 의장이 최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언급함에 따라 정 의장의 지역구를 분리해 각각 중·영도구와 동·서구로 묶는 방안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정 의장은 “총선 불출마 가능성이 51%”라는 애매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여권 최고 거물 세 사람이 경선을 벌여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유 장관은 대표적인 친박계 의원으로 김 대표와는 다소 불편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충남 부여·청양)와 새정치연합 박수현 의원(충남 공주)의 대결도 기대된다. 이 전 총리가 박 의원을 꺾고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을지 아니면 박 의원이 이 전 총리를 꺾고 정치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완구-박수현 대결
통폐합 승자는?

이외에도 새누리당에서는 김재원 의원(경북 군위·의성·청송)과 정희수 의원(경북 영천), 류성걸 의원(대구 동구갑)과 권은희 의원(대구 북구갑), 이철우 의원(경북 김천)과 김종태 의원(경북 상주), 이한성 의원(경북 문경·예천)과 장윤석 의원(경북 영주) 등이 지역구를 놓고 대결을 펼쳐야 할 운명에 놓였고, 새정치연합에서는 유성엽 의원(전북 정읍)과 김춘진 의원(전북 고창·부안), 박민수 의원(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과 강동원 의원(전북 남원·순창), 김승남 의원(전남 고흥·보성)과 황주홍 의원(전남 장흥·강진·영암)이 통합 예상지역에 속해있다. 그 여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할 20대 총선에서 살아 돌아올 사람은 누구일까?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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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