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불륜사이트 실태

혼외정사부터 세컨드 관리 ‘코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혼외정사, 섹스파트너, 불륜 등 성을 내세운 사업이 곳곳에서 성업을 이루고 있다. 특히 간통죄 위헌 판결 이후 불륜 알선 사이트가 속속 생겨났다. 최근에 온라인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성업을 이루고 있는 불륜 조장 사이트를 알아봤다. 

 
“인생은 짧습니다. 연애하세요.” 불륜 조장 사이트 시조격인 애슐리 매디슨의 모토다. 2001년 캐나다에서 처음 만들어진 애슐리 매디슨은 현재 36개국 2500만명의 기혼·미혼자들이 가입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간통죄 폐지 후…
 
지난해 애슐리 매디슨은 한국어 도메인으로 국내에 진출하려다 불륜을 조장한다(간통죄)는 이유로 접속이 차단됐지만, 지난 2월26일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애슐리 매디슨은 서비스를 다시 시작했다. 당시 애슐리 매디슨이 한국에 진출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에서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기혼자도 때론 외롭다.” 간통죄 폐지 이후 애슐리 매디슨을 표방한 ‘기혼자닷컴’이라는 기혼 만남 주선 사이트다. 간통죄가 폐지된 지 사흘 만인 3월1일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외로움을 느끼는 기혼자들을 대상으로 사이버상에서의 소통공간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기혼자닷컴은 작년 4월부터 가입 희망자가, “불륜은 범죄라 인식하고 불륜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약속하고 이메일 주소를 등록하면, 회원 가입 시 현금 5만원 상당의 사이버머니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실시해 왔다. 현재 기혼자닷컴에 이메일을 등록한 희망 가입자 수는 2240명인 것으로 전해진다. 
 

서비스 형태는 애슐리 매디슨과 비슷하다. 기혼자 데이팅을 원하는 기혼자가 프로필을 작성해 올리면 성향에 맞춰 파트너를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상대방의 자세한 프로필을 보려면 '자유이용권'을 사야 한다. 자유이용권은 2주 동안 자유롭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가격은 5만원이다. 가입자의 모든 정보는 철저하게 비밀이 보장되며, 계정삭제 및 탈퇴도 자유롭다. 
 
기혼자닷컴의 수익모델은 부분 유료화로써 기혼자 데이팅을 원하는 상대방에게 연락 또는 라이브채팅을 시도할 시 이용료가 부과된다. 여성 기혼자는 무료다. 
 
기혼자닷컴은 결혼 후에도 가끔씩 외로움을 느끼는 기혼자들에게 온라인상에서 소통 공간을 제공해주는 서비스일 뿐 불륜이나 간통을 조장하는 게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부부생활에서 오는 말 못 할 고민과 갈등을 결혼 경험이 있는 다른 이성과 함께 나누면 더 쉽게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논리다. 프로필에 성적 취향을 기재하는 일이나 성관계를 전제로 만나는 것을 금지하고, 알몸 등 선정적인 사진은 사전에 걸러내겠다는 다짐도 내놓고 있다.
 
기혼자들의 공감 커뮤니티인 유부클럽도 인기다. 이곳 게시판 중 하나인 ‘유부스토리’를 보면 각종 이혼 상담부터 부부 관계나 불륜 상담 등 기혼자들 사이에서 나올 법한 주제의 글이 올라온다. 특히 자신들의 불륜 경험기도 가감 없이 공개하는 등 수위가 만만치 않다. ‘회원친목방’에는 지역별로 애인을 구한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이들 대부분 자신이 유부녀 혹은 유부남이라 밝힌다. 이 중에서 서로 마음에 맞는 사람끼리 쪽지를 주고받으며, 만남까지로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슐리 국내 상륙 이후 유행처럼 번져 
간통 조장하는 기혼자용 서비스 급증
 
과거의 ‘채팅불륜’이 이제는 스마트폰의 ‘어플불륜’으로 부활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인터넷 소개팅 및 채팅 사이트는 불륜의 온상으로 떠오른 바 있다. 몇 년 사이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수많은 채팅 및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40∼50대 중장년층의 스마트폰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이들 사이에 이런 어플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중에는 약 100만건 이상 다운로드를 기록한 어플도 있다.  
 
특히 간통죄 위헌 판결이 난지 1주일만에 각종 온라인 채팅과 만남을 주선하는 커뮤니티 서비스에 기혼자들이 대폭 몰린 것으로 조사됐다. 소개팅 만남 주선 어플인 솜사탕톡의 가입패턴 분석 결과 간통죄 위헌 판결 이후 20∼50대의 기혼 프로필을 등록한 회원들이 주 평균 대비 2배 정도 증가했으며 여성 기혼자의 증가율이 262%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기혼 가입자의 경우 미혼 가입자보다 상대방 프로필 특징을 따지지 않고 무분별한 대화를 시도하거나 어플 내 무료연애운세기능, 이성추천, 가까운 이성 찾기 등 기능을 이용해 여러 명의 이성과 접촉을 시도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어플들은 불륜의 공간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언제 어디서든 손안의 컴퓨터라고도 할 수 있는 스마트폰과 어플을 통해 기혼자들끼리 접촉하는 것은 물론, 이것이 실제 만남으로도 이어진다.
 
이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은밀하게 주고받은 통화 기록이나 문자 등 흔적을 지워주거나 관리해주는 어플도 있다. ‘스팸 차단 처리’(완벽 불륜 바람 비밀 통화기록 문자 스팸처림 및 삭제 따로 저장) 어플은 다시 말해 내연관계 사이에서 오간 통화기록이나 문자 메시지 등을 흔적을 남기지 않고 지울 수 있다. 
 
급 만남 주선   
 
제작자는 이 어플을 “Private Mode를 실행한 순간 그 전화의 상세정보와 문자의 내용을 블랙리스트에 따로 저장해 주는 어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중에 Private Mode를 끄고 통화 기록 리스트를 확인하면 불륜 상대 등에 연락이 왔다는 기록은 없을 것이다”고 썼다. 
 
현재까지 이런 방법으로 얼마나 많은 기혼자가 불륜을 저지른 지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는 없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꽤 많은 기혼자가 이런 어플과 커뮤니티를 통해 새로운 만남과 일탈을 기대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륜사이트 해킹 파문
 
불륜 조장 사이트 ‘애슐리 매디슨’이 해킹 공격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애슐리 매디슨에 가입한 국내 회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AP통신 등 주요 외신은 해커 집단인 ‘임팩트팀’이 애슐리 매디슨을 운영하는 모기업 아비드라이프미디어(ALM)를 공격해 회원의 이름과 주소, 신용카드 기록, 이메일 등 주요 개인정보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해커 집단은 애슐리 매디슨 서비스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상황. 이를 어길 시 3700만 애슐리 매디슨 회원들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해커들은 21일 회원 2명의 상세 정보를 본보기로 인터넷에 공개했다.
 
문제는 애슐리 매디슨 서비스에 가입된 국내 이용자 수도 적지 않다는 사실. 지난 4월 중순 회사 측이 밝힌 국내 회원은 약 19만4900명. 한국 애슐리매디슨측은 서비스 재개 2주 만에 10만 명의 회원이 가입했다고 밝힌바 있다. 현재 국내 가입자 수는 90만명에 조금 못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창>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