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호남 물갈이론’ 예상자 명단 공개

“호남 의원 10명 중 7명은 위험하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이 벌써부터 ‘호남 물갈이론’으로 시끄럽다.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조국 위원은 ‘호남 현역의원 40% 이상 물갈이’를 주장했고, 당 지도부도 혁신의 중심이 물갈이에 있음을 굳이 숨기지 않고 있다. 만약 호남에서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진다면 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현역의원은 누구일까? <일요시사>가 그 명단을 예측해봤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은 선거 때마다 호남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를 실시해왔다. 호남은 깃발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야권의 텃밭이기 때문에 해당 지역 정치인들은 경쟁력을 키우기보단 현재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공천 칼바람
호남은 동네북?

이들의 기득권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새정치연합은 총선이 치러질 때마다 호남에서 공천 칼바람을 일으켰다. 최근 치러진 16대, 17대, 18대, 19대 총선에서 호남 현역의원의 상당수는 공천 칼바람을 맞고 반 강제적으로 정치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2000년 총선을 앞두고 새천년민주당은 호남 현역의원 17명(※현재 호남 의석은 30석) 가운데 절반 이상인 10명을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가장 최근에 치러진 19대 총선에서도 공천심사 과정에서 현역의원 절반이 물갈이 됐다. 만약 이번에도 호남에서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진다면 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현역 의원은 누구일까?

우선 당 안팎에서는 박주선(3선. 광주 동구) 의원의 이름이 자주 거론된다. 박 의원은 지난 19대 총선 공천에서도 ‘전직 동장 자살사건’에 휘말려 탈락한 바 있다. 이후 박 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결국 당선되긴 했지만 전국 최저 득표율(31.6%)로 당선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박 의원은 ‘4번 구속, 4번 무죄’로도 유명한 인물이다. 1999년 옷 로비 의혹사건, 2000년 나라종금사건, 2004년 현대건설 비자금사건 등 굵직굵직한 비리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던 것. 비록 나중에 무죄판결을 받긴 했지만 도덕적으로 흠결이 많은 인사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박 의원은 3선 중진의원으로 이 같은 흠결이 없다고 해도 유력한 물갈이 대상이다.

게다가 박 의원은 최근 들어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며 노골적으로 신당행을 검토하고 있다. 박 의원은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고 신당행을 선언한 당원 50여명에게 국회 기자회견장을 대여해준 것으로 알려져 해당행위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또 박 의원은 최근 문 대표가 세월호 동조단식을 하는 바람에 7·30재보선에서 참패했다고 주장했는데, 문 대표가 동조단식에 나선 것은 재보선 이후라서 당대표를 악의적으로 비방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의원 본인도 자신이 물갈이 대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꾸 신당을 언급하며 겉돌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당 움직임
기득권 유지?

무소속 천정배 의원(5선)을 제외하고는 호남 최다선 의원인 김성곤(4선. 전남 여수시갑) 의원도 교체대상을 손꼽힌다. 호남 최다선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유력한 교체대상으로 꼽히는데, 김 의원은 전남 여수시갑에서 8·9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상영 전 의원의 아들이기도 하다. 부자가 대를 이어 한 지역구에서 30년 가까이 국회의원직을 한다는 것은 자칫 세습 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또 지난 1월 실시된 순천KBS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의원에 대한 재지지 의사를 묻는 질문에 김 의원의 지역구 주민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김 의원을 재지지하겠다는 여론은 46.9%에 그쳤고 지지하지 않겠다는 여론은 41.9%나 됐다.

김 의원의 지역구인 여수에서는 여수박람회장 사후활용 문제와 계속되는 인구감소 등으로 김 의원에 대한 불만이 축적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유일한 호남 4선의원임에도 상대적으로 중앙에서의 활약이 미비하고 인지도가 낮다는 평가도 있다.
 


유성엽(3선. 전북 정읍) 의원도 자천타천 물갈이 대상자로 거론된다. 유 의원은 지난 18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도 서류심사에서 탈락했다. 이후 유 의원은 전북 정읍 지역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18대, 19대 총선에서 연거푸 승리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민선 3기 정읍시장을 지내기도 한 유 의원은 그야말로 정읍 토박이로 지역에서의 인기가 상당하다.

하지만 유 의원이 새정치연합에 복당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새정치연합은 경선 불복, 탈당인사를 공천심사에서 원천 배제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유 의원은 지난 2006년 전북도지사 경선에서 불복한 전력도 있다. 탈당과 경선 불복 이력이 공천심사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유 의원은 평소 불같은 성격으로 여러 차례 막말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자신에 대한 비판 기사를 쓴 기자에 대해서는 “쓰레기 같은 기자는 태풍이 쓸어버려야”한다고 해 논란을 일으켰고, 전북도당 의원 간담회에서는 이견을 표출했다는 이유로 동료의원에게 욕설을 하기도 했다.

탈당자의 복당 문제와 관련해 유 의원은 조기 복당을 주장했으나 해당 의원이 반대하자 참지 못하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욕설을 한 것이다. 막말에 대한 징계수위를 높이고 있는 새정치연합의 최근 분위기를 감안할 때 이 같은 전력은 공천 과정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이상직(초선. 전북 전주시완산구을) 의원의 경우는 후보 경쟁력이 문제다. 전주 완산을은 선거 때마다 주자가 많아 현역이라도 공천을 받기 쉽지 않은 지역으로 분류된다. 게다가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가 무려 35.8%의 득표율을 차지해 이 의원(47.0%)과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호남 텃밭에서 치러진 선거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의원의 후보경쟁력이 약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가능하다. 이 의원은 지난 총선 과정에서 비밀 선거조직 운영 등 각종 불법 의혹에 휘말리기도 했었다. 최종적으로 의원직 유지가 가능한 벌금 80만원을 선고 받았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공천 방식, 호남 의원들에 절대 불리
혁신위, 호남 물갈이론 공공연히 언급

당선 가능성만 놓고 따지면 장병완(재선. 광주 남구) 의원의 고민도 깊다. 자신의 지역구에 강운태 전 광주시장이 출마를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강 전 시장은 남구에서 2000년 16대 총선과 2008년 18대 총선 때도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때문에 장 의원은 벌써부터 지역구 관리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미 강 전 시장도 남구 풍암동에 자신의 사무실을 개소했다.

장 의원의 경우는 지난해 친형 때문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의 형은 장병우 전 광주지법원장이다. 장 전 법원장은 지난해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에 대한 ‘황제노역’ 판결을 내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장 전 법원장의 경우는 동생의 선거구를 관할하는 광주시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아왔다는 사실도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됐다. 장 의원은 자신의 비서관이 각종 민원 해결비 명목으로 뒷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권은희(초선. 광주 광산을) 의원도 내년 총선 공천 과정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7·30재보선을 통해 당선된 권 의원은 현재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외압 지시 의혹을 제기했다가 위증 혐의로 고발돼 재판을 받고 있다. 권 의원의 공천 당시 여당은 거짓 폭로의 대가로 새정치연합이 권 의원을 공천한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새정치연합 전병헌 전 원내대표조차 권 의원의 공천에 대해 “정의로운 증언의 가치를 반감시킨 공천”이라고 비판했을 정도다. 권 의원 공천 이후 불리한 여론이 조성됐고 결국 새정치연합은 재보선에서 참패하고 말았다.

권 의원도 당선되긴 했지만 투표율이 22.3%에 그쳤고, 득표율은 60%를 겨우 넘겼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권 의원이 당선되더라도 득표율이 60% 이하면 사실상 패배라는 분석이 있었는데, 야권의 텃밭에서 패배나 다름없는 승리를 한 것이다. 이런 논란을 겪었던 권 의원을 내년 총선에서 다시 공천한다면 선거 판세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깃발만 꽂아도 당선?
깃발 꽂기가 어렵다

특히 권 의원의 지역구는 원래 이용섭 전 의원의 지역구였는데 최근 이 전 의원이 문 대표와 독대를 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광주시장 공천에서 탈락한 후 탈당했던 이 전 의원은 지난 4·29광주 서구을 재보선 과정에서 새정치연합 조영택 후보 지원에 나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 전 의원이 곧 복당해 광주 광산을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직접적인 물갈이를 하지 않더라도 초선이며 지역조직이 빈약한 권 의원이 오랫동안 해당 지역에서 기반을 구축해온 이 전 의원과 경쟁해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재인, 호남 갈아엎고 대권 잡을까?
더 이상 호남 눈치 볼 필요 없다?

일각에선 계파에 의한 물갈이가 예상되기도 한다. 그럴 경우 김한길계로 분류되는 김관영(전북 군산) 의원이 가장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지역에서는 김 의원에 대적할 만한 후보들이 없지만 지난 선거 당시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 받았던 전력이 약점이다. 김 의원은 지난 선거에서 자원봉사자를 동원해 사전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밝혀져 재판에 넘겨졌다.

선수로만 따지면 전북 김춘진(고창·부안), 최규성(김제·완주) 의원과 광주·전남 김동철(광산갑), 박주선(동구), 강기정(북구갑), 박지원(목포), 우윤근(광양·구례), 주승용(여수을) 의원도 물갈이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지난 19대 총선에 제기됐던 ‘호남 중진의원 수도권 차출론’이 오는 20대 총선에서도 제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진 차출론
살아 돌아올까?

이들은 모두 3선 의원들이다. 현재 당내에서는 호남 중진 차출론 군불 때기가 한창이다. 새정치 혁신위원들은 잇따라 중진의원들의 적지 출마를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호남 중진 차출론에 의해 수도권에 출마한 호남 중진의원 중 살아남은 사람은 정세균 의원이 유일하다. 정동영, 김효석 전 의원 등 모두 쟁쟁한 인사들이 수도권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결국 낙선하고 말았다.

한편 당 지도부와 혁신위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 다시 호남 물갈이론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호남 의원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호남에서 자꾸 인위적인 물갈이를 하면 다선의원이 나올 수 없고 중앙정치에서 호남의 입지 또한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야권의 가장 강력한 지지기반은 호남인데 호남이 역차별 당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중앙당의 횡포에 대항해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과연 호남 물갈이 공천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조국 “호남 눈치 볼 필요 없다”
대규모 호남 물갈이 예고?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으로 임명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발언이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조 교수는 기자들과의 식사자리에서 “(야권)신당은 상수로, 혁신위가 어떻게 하더라도 신당은 나올 수밖에 없다. 내가 호남 사람이라도 새정치민주연합은 안 찍는다. 돈 대주고 힘 되어주는데 의사결정에서 소외된다고 여긴다면 찍을 이유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말의 뜻을 해석하자면 어차피 호남에서는 새정치연합을 찍지 않을 것인데, 그렇다면 호남 출신 국회의원들 눈치 볼 것 없이 호남 대폭 물갈이가 가능한 혁신안을 만들자는 것이다.

특히 조 교수의 이런 발언은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분당 탈당을 주장하는 사람들) 상당수는 본인의 기득권 유지 차원에서 하는 말”이라고 비판한 직후에 보충 설명하듯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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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