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대담> '의원직 상실위기' 박지원 작심토로

"황당한 재판내용 알면 국민들도 내 편들 것"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로운 증거나 증언이 나온 것도 아닌데 1심과 2심 재판부의 판결이 180도 달라진 '이상한 재판'이 있다. 바로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에 대한 재판이다. 유일한 증거는 돈을 줬다는 사람의 일방적인 주장뿐이지만 재판부는 그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박 의원은 곧바로 의원직을 잃고 내년 총선에도 출마하지 못한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강영수)는 지난 9일 보해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 과정에서 새로운 증거나 증언이 나온 것도 아니었지만 1심과 2심 재판부의 판단은 180도 달랐다. 법조계에서는 무척 이례적인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마침 야권을 향한 사정정국이 조성된 미묘한 시기였다.

이번 재판에서 인정된 유일한 증거는 박 의원에게 돈을 줬다는 오문철 전 보해저축은행 대표의 주장뿐이다. 재판과정에서 오 전 대표가 의도적인 위증을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재판부는 그의 주장만을 철석같이 믿었다. 2심 재판과정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기본적인 대원칙조차 전혀 지켜지지가 않았던 것이다. 과연 재판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던 것일까? <일요시사>가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는 박 의원을 만나봤다. 다음은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

- 지난 9일 항소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일부 유죄를 선고했다. 심정이 어떤가?
▲ 새로운 증거나 증언이 나온 것도 아닌데 1심 재판부의 판결과 2심 재판부의 판결이 완전히 달라졌다. 법조계에서는 ‘열 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사람의 억울한 사람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2심 재판부는 물증도 없이 오직 오문철 전 보해저축은행 대표의 말만 믿고 유죄판결을 내린 것이다. 굉장히 황당한 심정이다. 재판부는 제가 오 전 대표에게 3000만원을 받았다고 하는데 당시 보해저축은행은 이미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던 중이었다. 아무리 돈이 급해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회사에서 돈을 받을 바보 같은 정치인은 없다.

- 법원은 일부 유죄를 선고한 이유에 대해 오문철 전 보해저축은행 대표의 일관된 진술을 꼽고 있다. 오 전 대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왜 이런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 오 전 대표와 관련된 또 다른 사건으로 구속됐던 썬앤문(현 라미드그룹) 김성래 부회장은 옥중에서 ‘매일 검찰이 불러서 박지원에게 돈을 주었다는 진술을 하라고 해 자살을 해서라도 결백을 증명하고 싶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국회 법사위원회에 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 전 대표는 지금도 수감되어 있는 사람이다. 거의 매일 검찰청에 불려가 밤늦게까지 조사를 받으면서 검찰의 압박과 회유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김 부회장의 폭로에 따르면 진술이 조작되고 연습되었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 반면 당시 오 전 대표와의 만남에 동석했다는 한모 전 목포경찰서장은 박 의원님의 결백을 주장했으나 진술이 오락가락해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 오 전 대표가 저에게 돈을 줬다는 날짜가 2010년 6월이다. 기자님도 오늘 인터뷰를 하지만 5년 후에 제가 어디에 앉았고 배석자들이 어디에 앉았었는지 전부 기억할 수 있겠나? 당연히 기억을 더듬어 진술하다보면 오락가락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한 전 서장이 그날 만남에 분명히 배석했었고, 오 전 대표가 (현금 3000만원이 담겼 을만한 가방 등이 없이) 빈손으로 왔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지 사소한 사실관계를 기억해내는 과정에서 진술이 오락가락했다는 이유로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하니 억울할 수밖에 없다.


물증도 없이? 무죄추정 원칙 내버린 재판부
"수사 중인 회사 돈 받을 바보 아니다"

- 오 전 대표는 당시 세부적인 상황까지 기억해냈나?
▲ 아니다. 오 전 대표 역시 저에게 돈을 줬다는 진술만 일관되게 하고 있지 세부적인 내용은 진술이 오락가락했다. 그런데 재판부는 오 전 대표의 진술만은 그대로 인정했다. 이해할 수 없는 이중잣대다.

- 의원님과 오 전 대표가 만났을 당시 동석한 한 전 서장은 의원님과 가까운 사이라고 하던데, 재판부로서는 증언의 신빙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 제가 한 전 서장과 잘 아는 사이인 것은 맞다. 하지만 당시 한 전 서장뿐만 아니라 오 전 대표의 측근인 김모씨와, 오 전 대표의 운전기사조차도 가방 같은 것은 보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오 전 대표는 현금으로 3000만원을 저에게 주었다고 하는데 현금 3000만원이 양복 주머니에 들어갈 수 있나?

오 전 대표는 그날 저를 만나러 가면서 차에서 가방을 가져갔다고 진술했지만 오 전 대표의 측근인 운전기사조차 가방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그런데 2심에서는 오 전 대표의 진술만 신빙성이 있고 나머지 사람들의 증언은 신빙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이게 말이 되는가?

- 운전기사나 김모씨의 진술은 왜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나?
▲ 모르겠다. 재판부가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았다. 이들은 오락가락하지도 않고 지금까지 일관되게 진술을 했는데 2심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 당시 만남에 한 전 서장이 동석했다는 내용의 수첩기록에 대해 재판부는 수사가 진행되고 난 후 쓰여 졌다고 판단했다. 한 전 서장이 동석했다는 것조차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인데.
▲ 추가일정을 밑에 적는 것은 평소 메모습관이다. 공간이 없어 추가일정을 하단 빈칸에 기록한 것이다. 그동안 제가 써온 메모패턴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억울해서 국과수 판정을 받아보자고 했다. 그런데 재판부는 우리 측의 요구를 묵살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말만 믿고 메모가 뒤늦게 작성된 것이라고 했다.

- 당시 오 전 대표를 만나줬던 이유는 무엇인가? 이미 오 전 대표의 회사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상황으로 두 사람이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논란거리가 될 수 있었다.
▲ 그날 면담은 한 전 서장이 오 전 대표를 데려와서 만났던 것이다. 당시 보해저축은행이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면담 전까지는 몰랐고 면담 과정에서 알게 됐다. 저는 지역에서 저를 찾아오는 사람은 누구라도 만난다. 국회의원으로서 제 지역구에 있는 저축은행 대표를 만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 오 전 대표뿐만 아니라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임건우 전 보해양조 회장 등도 의원님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만약 검찰의 짜맞추기식 기획수사가 맞다면 야권에 대권주자들도 즐비한데 왜 하필 박 의원님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고 생각하나?
▲ 2012년 검찰의 기소 당시 여권 인사들이 비리사건으로 줄줄이 수사를 받고 있었다. 그러니 검찰에서는 여야 균형을 맞추기 위해 희생양이 필요했을 것이다. 임석 전 회장은 저와 고향이 같고, 학교 후배다. 보해저축은행도 제 지역구에 있는 회사다. 제가 타깃이 되기 딱 좋았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제가 원내대표로서 저격수 역할도 하고 여권에선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그래서 저를 타깃으로 삼은 게 아닌가 의심된다. 지금까지 검찰이 저를 탈탈 털었지만 아무 것도 나온 것이 없다. 이번에 유일하게 유죄를 받은 것도 오 전 대표의 증언 외에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


"이미 위증 저질러 증언 신빙성 없어"
"2심은 분명한 오심, 끝까지 싸우겠다"

- 재판부는 오 전 대표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면서도 오 전 대표가 지난 2011년 3월 의원님에게 또 다시 3000만원을 줬다고 진술한 부분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유가 무엇인가?
▲ 오 전 대표는 지난 2011년 3월에 제게 3000만원을 주면서 청탁을 하니 제가 그 자리에서 김석동 금융위원장에게 전화를 해 민원을 해결했다고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김 위원장은 같은 시간 국회 정무위에 출석해 있었다. 재판정에서 아예 김 위원장의 국회 출석 영상을 틀어줬다. 확실한 물증이 있다 보니 재판부도 그 부분은 어쩌지 못한 것이다.

이처럼 오 전 대표는 매우 악의적으로 위증을 한 사람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뇌물을 건넨 사람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려면 그 진술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그런데 재판부는 아무런 증거도 없이 그런 사람의 말만 믿고 저를 유죄라고 한 것이다.

- 이외에도 오 전 대표의 진술 중 오류는 없었나?
▲ 오 전 대표는 제가 3000만원을 받고 수원지검 검사에게 전화를 해 보해저축은행 관련 청탁을 했다고 했다. 그래서 검찰에 제가 도대체 수원지검 누구에게 청탁을 했다는 건지 밝혀 달라, 같은 검찰식구니까 알 거 아니냐고 호소했다.

그런데 검찰은 제가 누구한테 청탁을 했는지 결국 밝혀내지 못했다. 이외에도 사소한 오류들이 많았다. 재판과정에서 재판장이 오 전 대표에게 ‘진술이 다른 피고인들과 전부 엇갈리는데 어떻게 박 의원에게 돈을 줬다는 그 시점의 일만 세세하게 기억하느냐, 그러니까 피고인이나 변호인들이 검찰에게 회유 받은 것 아니냐고 의심을 하는 것 아니냐’고 호통을 칠 정도였다.

- 재판과정에서의 편파적인 진행은 없었나? 사정정국이 조성된 후 재판부의 분위기가 확실히 바뀌었다고 보나?
▲ 변호인들이 항소심 재판정이 이상하게 굉장히 까다롭게 한다고 하더라. 1심에서 증인으로 나와 이미 증언을 한 사람들을 항소심에서 전부 다시 불러서 증언을 하게 했다.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아무리 까다롭게 해도 우리는 명명백백하게 돈을 받은 사실이 없기 때문에 재판결과에 자신이 있었다. 변호인들도 전부 우리가 이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결과가 나왔다.

- 새정치연합 혁신위는 검찰에 기소만 돼도 당직을 정지시키는 혁신안을 발표했다. 이번 재판으로 내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
▲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이번 재판이 정치적 탄압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가정해서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 정권이 바뀌어도 늘 검찰의 정치편향성이 문제로 지목된다. 검찰의 정치편향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말씀드리기 곤란하다. 또 다른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 저는 법사위원을 하면서 사법부를 존중해왔지만 이번 2심 판결은 분명한 ‘오심’이라고 생각한다. 대법원에서 반드시 진실을 밝혀내겠다.

- 끝으로 3심 재판을 앞두고 하고 싶은 말씀은?
▲ 맨 처음에 검찰은 제가 10억원을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서 고작 3건에 8000만원을 받았다고 기소했다. 그나마 재판부에서는 1건 3000만원만 유죄로 인정했다. 이 판결조차 물증은 없다. 일단 정치인이 법정에 서면 나중에 무죄를 선고받아도 국민들은 믿지를 않는다. 너무나 억울한 일이다. 저를 욕할 땐 욕하시더라도 재판내용이 무엇인지, 증거가 무엇인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재판내용을 제대로 알고 나면 국민들께서도 제 편을 들어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mi737@iyosisa.co.kr>

 

[박지원 의원 프로필]
▲ 동서양행 뉴욕지사 지사장
▲ 미국 뉴욕한인회 회장
▲ 제14, 18, 19대 국회의원
▲ 제2대 문화관광부장관
▲ 김대중 대통령비서실장
▲ 민주당 원내대표
▲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무속 중독?’ 김건희 조언 그룹 대해부

‘무속 중독?’ 김건희 조언 그룹 대해부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여사의 ‘무속 중독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김 여사에게 공적 사안마다 조언해 주는 무속 인물 7~8명이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건진법사, 천공 등이 아닌 명리학자 류모씨가 새롭게 등장하면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분위기다. 윤석열 캠프 출신 여권 인사들도 김 여사의 무속 중독 논란과 관련해 여러 차례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언했으나 컨트롤되지 않았다고 한다. 개인이 사주를 보거나 점을 보는 건 욕먹을 일이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부인이 공적 사안에 대해 무속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대통령실과 윤석열 캠프 출신 복수의 여권 인사들은 과거 김건희 여사의 무속 중독 논란에 대해 “설마 그럴 리가 있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지금은 다르다. 터질 게 터졌다며 한숨부터 나오고 있다. 위기 상황 의지 지속 서울 강남구 광평로 한 빌딩서 H 학술원을 운영하는 류모 원장은 대구·경북 지역서 활동해 왔다. 대중 강연과 지역 일간지 기고, 언론사와 보수 유튜버 등에도 출연해 정치인들의 사주풀이 등으로 활발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 안철수 대선후보 사퇴’ 등을 예측해 정치권에서는 나름 알려진 인물이다. 류 원장에게 먼저 연락을 취한 건 김 여사다. 류 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사주를 예측하면서 본인의 자택인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로 초대하게 된 것이다. 류 원장은 김 여사와 5번 이상 상담을 진행했다. 상담은 김 여사가 류 원장에게 자동으로 삭제되는 타이머가 설정된 텔레그램 채팅방을 통해 질문하면 이에 답해주는 형식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류 원장은 지난 2020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빚던 갈등에 대해 김 여사에게 “천운이 좋으니까 살아난다”고 답했고,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직후에 대선에 출마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당연히 나가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갈등에 대해서도 물었다. 김 여사가 이준석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하길래 ‘하극상을 벌일 사람’이지만 슬슬 달래서 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고 주장했다. 류 원장은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는 “지난해 12월에는 김 여사가 ‘저 감옥 가나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은둔하면 된다. 당신도 많이 깨달아야 한다. 제발 좀 나서지 마라. 위기인 것은 분명하나 아직 기운이 좋아 (감옥에)가지는 않는다고 충고했다”고 했다. 윤 당선 예측하자 아크로비스타로 류 초대 정치적 위기마다 5번 텔레그램 상담 진행 당시 김 여사에게는 악재가 잇따라 터졌다. 지난해 11월27일 <서울의소리> 보도를 통해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에게 명품백을 받는 영상이 공개됐고, 보름 뒤인 12월14일에는 <뉴스타파>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 김 여사가 직접 증권사 직원과 통화해 주문하는 녹취록을 공개했다. 류 원장의 조언이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으나 실제로 김 여사는 이후 153일 동안 공식 활동을 자제했다. 류 원장은 “나 말고도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분야별로 7~8명 더 있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캠프 출신 한 여권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일반 사람들이 강남이나 종로서 사주나 전생운을 보듯이 김 여사도 가볍게 보는 거라고 여겨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줄 알았다. 3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며 “터질 게 터지고 있는 셈이다. 윤 대통령이 결정해야 할 일을 김 여사가 개입해 ‘누구한테 들었는데 그건 이렇게 해야 한다더라’라고 말하는 과정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도 “대통령실 직원 이력서를 김 여사가 본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이력서를 봤다면 조처해야 하는 문제고 무당을 통해 그 이력서의 인물이 어떤지 평가한다는 풍문까지 있다”며 “영부인이 설마 인사에 개입했겠느냐며 넘겼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합리적 의심이 가시질 않는다”고 말했다. 류 원장 이전 무속 논란의 진앙지는 건진법사 전모씨라고 할 수 있다. 전씨는 윤석열 캠프 네트워크본부 고문으로 활동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인물이다. 전씨의 딸은 지난 2013년부터 코바나컨텐츠 행사를 담당했고 2년 뒤 한 화장품회사의 대표를 역임했다. 중국 진출을 염두에 뒀던 이 회사는 한한령과 코로나19 등 상황 악화로 2017년을 전후로 사업을 철수했다. 미국유학생 출신인 전씨의 처남 김모씨는 네트워크본부 활동을 장악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았다. 본인과 가족이 함께 대선 캠프서 일한다는 것은 캠프 내 실세의 지시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무속의 진앙지 전씨의 무속 활동에는 산 채로 소가죽을 찢는 행사로 물의를 빚은 지난 2018년 수륙대제 및 국태민안 대동굿 등불교 축제가 있다. 이 행사에 대한 항의 게시물을 보면 대한불교종정협의회, 한국불교일광조계종과 함께 연민복지재단과 전씨의 딸이 대표로 있는 화장품 회사가 공동으로 행사를 주최했다. 전씨 외에도 김모 교수와 대통령실에 들어간 지인 자녀·친인척들이 차례차례 논란이 됐다. 황 회장 아들 황모씨(시민사회수석실 5급 행정관)에 이어 같은 지역 전기공사업자 우모씨의 아들(시민사회수석실 9급 행정요원, 현재 퇴사) 문제가 불거졌다. 여기에 윤 대통령 외가 쪽 6촌의 대통령실 근무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윤 대통령 외가 6촌으로 삼성 출신인 최모씨는 선대위 회계팀장을 지냈고 대통령 부속실 선임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씨의 제자로 지난 대선 당시 코바나컨텐츠에 상주하다 ‘김건희 목덜미 영상’으로 알려진 역술인 심모 박사는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가 폭로한 ‘김건희 녹취록’서 등장한다. 그는 이 기자와의 연락서 자신이 황씨라고 주장했다. 전씨는 대선 전 불거진 네트워크본부 논란으로 인해 축출됐다. 전씨는 서울 용산구의 한 모처서 지난 2022년 6월까지 윤석열 캠프 출신 인사들과 자주 소통해 왔으나 이후 강남서 늦은 저녁에만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윤석열 캠프 출신 인사 중 이른바 ‘MB 라인’으로 분류되는 정치권 관계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낙원동 쪽에 MB 청와대 인사들이 사무실을 차렸다. 인수위 네트워크 본부 출신 40여명이 들어가 있을 때부터 알려진 얘기”라며 “김 여사와 연락이 끊기면서 ‘MB 라인’ 인사들과만 소통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류 원장 외에도… 김 여사와 전씨의 사이가 틀어진 이유는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의 읍소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YS계로 알려진 N씨가 전씨와 같이 활동하면서 이권과 인사청탁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소위 ‘지라시’로 돈 데 이어 정치권에서는 전씨와 N씨의 불화설까지 들렸다. 윤석열 캠프 출신 한 인사는 “서울 한 건설사에서 마련한 땅 임대료를 두고 둘이 싸웠다. 특히 지방선거 시즌 강남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한 인사가 두 사람을 믿고 경쟁하다가 제3자가 공천을 받았다는 뒷말이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전씨의 영향력이 가라앉자 ‘MB계’ 국민의힘 중진들이 N씨에게 줄을 섰다는 얘기는 2년 전에 언급됐다. 특히 그가 특정 지역 인맥을 활용해 경찰 인사에 개입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른바 ‘왕따’가 된 전씨는 지난해까지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이용해 세무조사나 인사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처럼 행세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전씨로부터 청탁을 받았단 고위 공직자의 이름까지 떠돌았다. 전씨가 고위 공무원을 상대로 한 중견기업 세무조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구체적인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윤석열 캠프 출신 여권 인사들은 전씨 외에도 김 여사에게 조언하는 무속인이 더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굿당의 당주이자 70대 할머니인 A씨가 그 주인공이다. 김 여사는 A씨로부터 자신과 어머니이자 윤 대통령의 장모인 최은순씨가 구속 위기에 있을 때 여러 차례 조언을 받았다고 한다. A씨는 약 10년 전부터 김 여사와 알고 지냈다. 소위 ‘무정 스님’으로 알려진 심모씨와도 밀접한 관계가 형성된 인물이다. 심씨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결혼을 주선한 장본인이며 윤 대통령에게 ‘검사’ 직업까지 지정해준 멘토였다. 원주 굿당 당주 ‘영빨’로 김 측근 관리? 측근 주장 대부분 이권 개입·청탁 의혹 연루 심씨가 세간의 주목을 받은 건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의 개인 일정표가 공개되면서다. 지난 2011년 8월 등이 포함된 일정표에 심씨는 ‘무정 스님’이란 호칭으로 여러 차례 등장했다. 윤석열 캠프 출신 인사는 “2년 전 캠프서 전씨 말고도 김 여사와의 친분을 이용해 이권을 차지하려던 인물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때 A씨가 김 여사에게 ‘걔는 영빨이 부족해서 안 된다’며 여러 차례 물갈이를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인사도 “어머니인 최씨가 2021년 7월에 구속되기 전 김 여사가 명태균씨를 비롯한 A씨로부터 조언을 여러 번 구했다. 어떻게 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등 상당히 많이 의지했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명씨가 최근까지 김 여사와 소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소위 ‘영빨’로 김 여사의 환심을 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 명씨의 지인은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녹취서 “지금 당선인(윤 대통령)이 아예, 진짜, 완전히 광화문 그쪽으로 (이전)할 모양인가 보네”라고 물었고 명씨는 “경호고 나발이고 내가 (김건희 여사에게)거기 가면 뒈진다 했는데, 본인 같으면 뒈진다 하면 가나”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 청와대 이전을 위한 대통령 집무실 후보로 광화문 정부청사를 거론한 바 있는데, 명씨 본인이 김 여사에게 대통령 집무실을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조언했다는 주장이다. 명씨는 지인과의 대화서 김 여사에게 ‘무속적인 조언’을 했다고 밝히기도 한다. 명씨는 “내가(김 여사에게) 뭐라 했는지 알아요”라며 “본인이 영부인 사주가 들어앉았고, 그 밑에 대통령 사주가 안 들어왔는데”라고 했다. 명씨는 “내가 3월9일이라서 당선된다고 그랬다. 꽃 피기 전에는 윤석열이가 당선이(되고), 피면 이재명이를 이길 수가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감으로 승부수? 명씨는 또 “내가 이랬잖아. 그 청와대 뒷산에, 백악산(북악산)은 좌로 대가리가 꺾여있고, 북한산은 오른쪽으로 꺾여있다니까”라며 청와대 기운이 좋지 않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해당 대화서 명씨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광화문 사무실 15층서 청와대를 봤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