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에 도움되는 유명 프랜차이즈 폐점 현황

하면 망하는…가장 많이 문 닫은 브랜드는?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1977년 신세계백화점 식품부가 림스치킨 1호점을 개점하면서 우리나라의 프랜차이즈 사업의 시작을 알렸다. 국내에 프랜차이즈 사업이 들어선 지 올해로 38주년을 맞은 가운데 <일요시사>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의 자료를 토대로 유명 프랜차이즈의 폐점 현황을 살펴봤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프랜차이즈 본부는 3482개, 브랜드는 4288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프랜차이즈 점포는 전국 20만7068개점(가맹점 19만4199개점, 직영점 1만2869개점)으로 프랜차이즈 본부 한 업체당 59.5개점(가맹점 55.8개점, 직영점 3.7개점)을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브랜드 당 가맹점포 운영수는 48.3개(가맹점 45.3개, 직영점 3개)다.

많이 늘수록
많이 줄기도

업종별 프랜차이즈 브랜드수 현황을 살펴보면 비비큐(1571개점), 페리카나(1241개점), 배스킨라빈스(1065개점), 네네치킨(1039개점) 등의 외식 업종이 2841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교육서비스(294종), 기타서비스(241종), 도소매(229종), 주류(155종), 패스트푸드(149종), 제과·제빵(122종), 이미용(121개), 자동차(49종), 유아(43종), 편의점(33종), 화장품(29종), 의류·패션(27종), 건강식품(22종), 농수산(21종), 컴퓨터(21종), 스포츠(19개), 유지관리서비스(13종), 배달(7종) 순으로 나타났다.

이 중 1000개점 이상 가맹점포 운영 브랜드는 해법에듀, YBM시사, 아이북랜드, 뮤엠교육가맹본부가 운영하는 교육서비스 업종이 8종으로 가장 높았으며 외식(4종), 편의점(3종), 기타서비스, 제과·제빵(2종) 순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블루핸즈), 주류(투다리), 건강·식품(메디팜), 화장품(더페이스샵) 업종은 각 1개 브랜드가 1000개점 이상의 가맹점포를 운영하고 있었다.

전국 1000개점 이상 가맹점포를 운영하는 브랜드는 GS25(7774개점), 세븐일레븐(6224개점), 파리바게트(3258개점) 등을 포함한 23종이다. 해법공부방(3015개점), 세븐콜(2775개점), 해법영어교실(2680개점), 크린토피아(2276개점), 미니스톱(1913개점), 투다리(1726개점), 비비큐가 뒤를 이었다. 이하 500∼1000개점 운영 브랜드가 46종, 100∼500개점 운영 브랜드가 247종, 50∼100개점 운영 브랜드가 280종으로 나타났다. 50개 미만 가맹점포를 운영하는 브랜드는 전체 3840개 브랜드로, 10∼50개점이 1117종, 10개점 미만이 2723종이다.

전국 점포 20만7068개…계속 늘어
가맹본부 3482개에 브랜드 4288개


<일요시사>는 프랜차이즈 본부가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에 공개한 정보공개서 자료를 토대로 최근 3년(2011∼2013년)간 프랜차이즈의 폐점을 조사해봤다. 폐점은 계약종료(계약기간 만료로 폐점)와 계약해지(계약기간 중 폐점)를 합산한 수치이며, 명의변경(운영권 양도)은 폐점에 포함하지 않았다.

전 업종 가운데 교육서비스와 편의점, 치킨 업종의 폐점이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교육서비스의 폐점을 살펴보면 전국 3015개점의 가맹점포를 운영하는 해법공부방은 계약종료 273개점, 계약해지 1796개점으로 총 2069개점이 폐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법영어교실은 1353개점(계약종료 715개점, 계약해지 638개점), 아이북랜드(1258개점)는 1865개점(계약해지)이 폐점했다. 셀파우등생교실(1246개점)과 셀파수학교실(1041개점)은 각각 347개점, 260개점으로 나타났다. 뒤이어 YBM리딩클럽(1358개점)은 91개점, 뮤엠영어(1086개점)는 67개점, YBM홈스쿨(1045개점)은 54개점에 불과했다. 학습지교사가 개인사업자로 운영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3년간 1609개점이 늘어난 세븐일레븐의 폐점 점포는 906개점(계약종료 147개점, 계약해지 759개점)이며 신규개점이 4031개점, 명의변경이 1660개점으로 나타났다. 세븐일레븐보다 142개점이 모자라게 개점이 확장된 GS25의 폐점은 798개점(계약종료 431개점, 계약해지 367개점), 신규 개점은 3551개점, 명의변경은 2766개점이다. 미니스톱은 410개점(계약종료 207개점, 계약해지 203개점), 신규개점 822개점, 명의변경 210개점이다.

타 업종에 비해 폐점 및 명의변경이 높은 이유에 대해 코리아세븐 홍보팀 관계자는 “편의점은 대체적으로 가맹계약이 5년으로 타 업종이 비해 비교적 짧은 편”이라며 “가맹본부가 각종 장비 및 인테리어 비용 등을 대신 부담해주고 있어 편의점 업종 변경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편의점의 폐점은 부실률과는 연관이 없다”고 말했다.

이상한 투다리
재계약 없어

외식업종 중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도 편의점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국 806개점의 가맹점을 운영하는 BHC는 계약기간 만료로 폐점한 가맹점만 637개점으로 500개점 이상 가맹점포 운영 치킨업종 가운데 가장 높은 폐점을 보였다. 반면 698개점을 운영하는 호식이두마리치킨의 폐점은 34개점(계약종료 26개점, 계약해지 8개점)이다. 페리카나(1241개점)와 훌랄라참숯바베큐(542개점)는 계약기간 만료로 각각 162개점, 218개점이 폐점, 네네치킨은가맹본부로부터 가맹계약 해지 통보로 84개점이 폐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의변경 건수별로 살펴본 결과 굽네치킨(490개점), 네네치킨(442개점), 호식이두마리치킨(340개점), 페리카나(223개점), 또래오래(218개점), 비비큐(202개점), 훌랄라참숯바베큐(192개점), 처갓집양념치킨(151개점), BHC(72개점) 순으로 나타났다.

외식 업종에서 가맹본부 비알코리아의 강세가 무섭다.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의 가맹점포를 각각 1065개점, 903개점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스킨라빈스의 폐점은 56개점(계약종료 21개점, 계약해지 35개점)이며, 던킨도너츠의 폐점은 184개점(계약종료 99개점, 계약해지 85개점)이다. 그 외 이디야커피(873개점)와 엔제리너스(845개점)의 폐점은 각각 39개점, 52개점으로 나타났다. 3년간 305개점의 프랜차이즈 점포를 증식한 봉구스밥버거(953개점)의 폐점은 6개점(계약종료 2개점, 계약해지 4개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과·제빵 업종에서 전국 500개점 이상 가맹점포를 운영하는 브랜드는 파리바게트와 뚜레쥬르(1258개점)뿐이다. 파리바게트가 뚜레쥬르보다 2000개점의 가맹점포를 더 운영하고 있었으나 폐점은 훨씬 낮았다. 파리바게트가 144개점(계약종료 1개점, 계약해지 143개점), 뚜레쥬르가 578개점(계약종료 276개점, 계약해지 302개점)이다. 반대로 명의변경은 파리바게트가 864개점, 뚜레쥬르가 370개점으로 파리바게트가 훨씬 웃돌았다. 

패스트푸드 업종의 500개점 이상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이삭토스트(692개점), 아딸(643개점), 피자스쿨(522개점)이다. 이삭토스트는 139개점(계약종료 14개점, 계약해지 125개점), 아딸은 250개점(계약종료 26개점, 계약해지 224개점)이 폐점했다. 명의변경은 이삭토스트가 213개점, 아딸이 179개점이다. 피자스쿨은 계약종료로 인한 폐점 없이 계약해지 폐점만 238개점으로 나타났다. 이중 221개점이 2012년에 가맹본부로부터 계약해지를 받아 폐점했다. 이에 대해 피자스쿨 홍보 담당자는 “지난 2012년 가맹본부가 ‘피자스쿨’과 ‘피자스쿨남부’로 나뉘면서 가맹계약 해지 후 가맹본부 전환을 부득이하게 강행했다”고 설명했다.

영업하다 도중에 
업종 갈아타기도

주류 업종의 폐점을 살펴보면 투다리(1726개점)와 간이역(781개점)이 계약해지 없이 계약종료로 인한 폐점이 각각 339개점, 95개점으로 나타났다. 투다리는 3년간 전국 113개점이나 가맹점포가 줄었으며, 명의변경만 652개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투다리점주는 “2000년대 초반 주류계에 붐을 일으킨 투다리가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외면받고 있다”며 “더이상의 사업 전망성이 없을 것으로 판단돼 재계약을 하지 않고 타 브랜드로 갈아타는 점주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업종에서는 가맹점포가 가장 많은 더페이스샵(1079개점)과 이니스프리(749개점)의 폐점이 각각 166개점(계약종료 102개점, 계약해지 64개점), 38개점(계약종료 18개점, 계약해지 20개점)으로 나타났다. 뒤이어 미샤(713개점)는 계약종료 없이 계약해지로만 25개점이 폐점했으며 네이처리퍼블릭(518개점)은 56개점이 폐점했다.
 

도소매 업종에서 다이소(933개점)의 폐점은 42개점(계약종료 5개점, 계약해지 37개점)이다. 3년간 312개점의 가맹점포가 줄어든 롯데칠성음료(863개점)의 폐점은 계약해지 1개점을 포함한 전체 536개점이며, 94개점이 늘어난 알파(574개점)는 계약종료 없이 계약해지로 인한 폐점만 82개점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업종의 현대자동차 블루핸즈(1401개점)는 103개점(계약종료 1개점, 계약해지 102개점), SK네트웍스 스피드메이트(724개점)와 지에스엠비즈 오토오아시스(504개점)는 각각 99개점, 55개점이 폐점했다. 기아자동차 오토큐(832개점)와 한국타이어 티스테이션(531개점)은 계약종료 없이 계약해지로 인한 폐점만 각각 84개점, 23개점으로 나타났다.

학습지·편의점·치킨 주인 많이 바껴
외식업종 신중하게…영업 어려워 양수

기타서비스 업종에서 세븐콜과 크린토피아가 계약해지로 인한 폐점만 각각 474개점, 189개점으로 조사됐다. 3년간 전국 465개의 가맹점포를 늘린 크린토피아의 명의변경이 805개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크린토피아 측은 “오픈 매장에서 명의변경만 한 채 창업을 진행하기를 원하는 가맹점주들이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500개점 이상 프랜차이즈 가맹 브랜드 가운데 최근 3년간 가맹점수가 눈에 띄게 확장된 브랜드가 있어 창업 희망자들로부터 관심이 주목된다. 2011년 1582개점에 불과했던 세븐콜은 2013년 2775개점으로 확장됐으며, 세븐일레븐과 GS25는 각각 1609개점, 1467개점씩 늘었다.

학습지인 뮤엠영어와 셀파우등생교실도 각각 973개점, 962개점씩 가맹 점포가 늘었다. 봉구스밥버거는 전국 96개점에 불과했으나 953개점으로 857개점이 늘었으며, 고봉민김밥人도 380개점(128개점→508개점)의 점포가 확장됐다. 그 외 이디야커피는 440개점(433개점→873개점), 엔제리너스는 305개점(540개점→845개점), 요거프레소는 246개점(382개점→628개점), 크린토피아는 465개점(1811개점→2276개점), 티스테이션은 153개점(378개점→531개점)이 늘었다.

“5년 장사하면
오래 가는 셈”

반면 500개점 이상 가맹점포를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최근 3년간 100개점 이상 가맹점포가 줄어든 브랜드는 총 12곳으로 드러났다. 교육서비스 업종에서는 해법영어교실(-454개점), 아이북랜드(-278개점), 통문장영어교실(-227개점), 예스셈(-226개점), 해법공부방(-177개점), 잉글리쉬무무(-164개점), GnB어학원(-122개점) 순이다. 그 외 세븐일레븐과 롯데칠성음료가 각각 621개점, 312개점으로 가맹점포가 줄었다. BHC(-123개점), 투다리(-113개점), 아딸(-106개점)도 뒤를 이었다.

 

<evernur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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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