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레임덕 위기 막전막후

메르스 결정타 한방에 식물대통령 되나?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예상치 못한 메르스 사태로 리더십에 직격탄을 맞았다. 한두 달 내 메르스 사태가 진정된다고 해도 박 대통령으로서는 위기의 연속이다. 당장 오는 9월이면 새누리당은 20대 총선 체제에 돌입한다. 공천권을 쥔 김무성 대표를 의식해 친박계의 이탈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총선 후 새누리당이 대폭 '김무성 사람들'로 물갈이되고 나면 박 대통령의 레임덕은 현실이 된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친분 과시하던 시대는 지났다. 다들 친박 꼬리표 떼려고 안달이다.”

지난 총선 때만 하더라도 새누리당 후보들은 너도나도 박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공보물에 넣고 박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기 바빴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박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려는 정치인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심지어 몇몇 의원은 누군가 자신을 친박 의원이라고 지칭하면 펄쩍 뛴다. ‘다 같은 새누리당 의원인데 친박이 어디 있고, 비박이 어디 있느냐’는 논리지만 어찌됐든 격세지감이다.

친박이 어딨나?
격세지감

박 대통령이 메르스 사태로 리더십에 직격탄을 맞았다. 박 대통령의 메르스 사태 대처는 낙제 수준이다. 당초 정부는 첫 확진환자가 나온 이후에도 메르스는 전염력이 매우 낮은 질병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어느새 확진자 수는 100명을 훌쩍 넘겼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메르스 사태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세월호 이후 달라지겠다고 했지만 메르스 사태 초동대응 실패는 세월호 때와 판박이다.

늘어나는 '주박야무' 통제 불가
핵심 친박계조차 청와대 비판


박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반환점도 돌지 않았지만 메르스 사태 이후 친박(친박근혜)계 내부에서조차 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두 달 내 메르스 사태가 진정된다고 해도 당장 오는 9월이면 새누리당은 20대 총선 체제에 돌입하게 된다. 공천권을 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의식해 친박계의 이탈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무섭게 세를 불리고 있는 비박(비박근혜)계에 대응하기 위해 박 대통령은 총선 이전에 확실한 기선제압을 해야 했지만 이미 타이밍을 놓쳤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주박야무’란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 ‘낮에는 친박근혜계지만 밤에는 친김무성계’라는 뜻이다.

이명박정부 말기 ‘주이야박(낮에는 친이명박, 밤에는 친박근혜)’이란 단어가 유행했던 것과 똑같다. 특히 지난 19대 총선에서 친이(친이명박)계 공천학살을 목격한 친박 의원들로서는 이번에는 자신들이 공천학살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당시 상황과 현재 상황은 묘하게 닮아있다.

공천학살 공포
19대와 판박이?

당시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던 박 대통령은 공정공천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19대 총선 공천 결과 친이계는 전멸하다시피 했다. 오죽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직접 사람을 보내 낙천자 중 친이계가 너무 많다며 항의하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훗날 공천작업의 실무를 총괄했던 권영세 당시 사무총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보낸 사람에게) 야당이 이명박정부 심판론을 들고 나올 텐데 그런 구도를 깨려면 친이의 희생이 불가피하다. 총선에서 지면 MB(이명박 대통령)도 퇴임 이후 구속될 수 있다고 했더니 아무 말도 못 하더라”고 회고했다.

마찬가지로 20대 총선에서 김 대표가 친박계에 대한 공천학살을 주도한다고 해도 박 대통령으로서는 이에 대응할 마땅한 카드가 없다. 공천권은 정치권력의 원천이다. 친박 의원들은 공천을 따내기 위해 김 대표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도 친박계의 와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취임 후 첫 국회 대정부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박근혜정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런데 당시 친박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조차 유 원내대표의 연설에 박수를 보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의원들로서는 ‘유승민 노선’으로 갈아탈 수밖에 없다. 공천을 받는다고 해도 현 경제상황에서 박근혜 깃발 달고 당선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수도권에서는 정말 힘들 것”이라며 “또 내년 총선이 박근혜정부 집권 후반에 치러지다보니 무조건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게 유리하다. 지난 총선에서도 박 대통령이 이명박정부와 선을 긋는 전략을 써서 승리하지 않았나? 내년 총선 이후에는 핵심친박 몇 명을 제외하고는 박 대통령 주변에 아무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실 박 대통령의 레임덕 경고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켜져 있었다. 지난 2월 새누리당 원내대표경선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친박계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당선을 막으려고 총력전을 펼쳤다. 유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원조친박이지만 지난 2011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뒤 박 대통령의 행보를 사사건건 공개 비판해 사이가 틀어졌다.

박 대통령은 그런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때문에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까지 미뤄가며 최경환·황우여 부총리와 김희정 장관까지 투표에 참가시켰지만 유 원내대표는 친박계가 내세웠던 이주영 후보를 여유롭게 따돌리고 당선됐다. 이미 당내에서 친박계와 비박계의 세력이 역전됐다는 단적인 증거였다.

최근 들어서는 콘크리트 같이 단단하던 핵심친박계조차 청와대의 행보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친박계의 좌장으로 불리는 서청원 최고위원은 지난 8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서 이례적으로 박근혜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 서 최고위원은 “박근혜정부 내각에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인물이 없다”며 “전부 대통령만 쳐다보면서 책임지고 일을 하지 않는다. 제대로 일할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도 이걸 아셔야 한다”고 말했다. 


친박원로모임 ‘7인회’ 소속인 김용갑 새누리당 상임고문도 지난 16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이나 후보 시절에는 문제가 있을 때 순발력도 있고 타이밍도 잘 맞추고 했는데 청와대에 들어가서는 세월호나 메르스 사태에서처럼 항상 타이밍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김 고문은 이날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국민을 걱정해야지, 국민이 대통령을 걱정해서야 되겠느냐”며 “잘 굴러가지 않고, 국민들이 비판하니까 우리는 (국민들에게) 미안해 죽겠다”라는 발언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무성 대표의 포용의 리더십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김 대표의 전략은 친박계를 배척하기 보다는 친박계를 껴안는 쪽이다. 과거 어떤 입장을 취했던지 자신의 편에 서겠다면 받아준다는 것이다. 당 대표 경선에 나와 자신과 경쟁했던 김영우 의원이나 김상민 의원 같은 젊은 인재들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 정도로 김 대표의 포용력은 대단하다.


김무성 세결집
친박의 갈아타기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물러날 곳이 없다면 친박계가 배수의 진을 치고 비박계와 끝까지 싸우겠지만 투항하면 받아준다는데 질 것이 뻔한 싸움을 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이른바 ‘박근혜 키즈’로 불리는 의원들은 박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동고동락을 함께했던 인사들도 아니라서 언제든지 박 대통령에게 등을 돌려도 죄책감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성완종게이트 이후 여권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됐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이완구 전 총리, 홍준표 경남지사 등이 치명상을 입으면서 새누리당 내에서는 김무성 대세론이 힘을 얻고 있다.

‘대세론’의 주인공이 김 대표로 압축되면서 친박계 인사들의 입지는 더 흔들리고 있다. 20대 총선이 끝난 후 새누리당이 김무성의 사람들로 대폭 물갈이 되고 나면 박 대통령의 레임덕은 현실이 된다. 당장 김 대표는 ‘수평적 당청관계’를 넘어 ‘당 중심의 당청 관계’를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권력을 상당 부분 넘겨받아 실질적인 주도권을 틀어쥐려 할 것이다.

김무성 대세론, 이동하는 권력
연일 날개 없는 지지율 추락

때문에 청와대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막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치권에 박 대통령의 탈당설이나,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에 대한 사정설이 유포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국가경쟁력강화포럼 등 친박계의 세결집 시도도 부쩍 잦아졌지만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요즘 당에서 대통령 말 듣는 사람이 몇 없다. 몇몇 핵심 측근들만 열심히 싸우고 있지만 골리앗 대 다윗의 싸움이나 마찬가지다. 옆에서 지켜보기 안쓰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가장 확실한 카드는 박 대통령이 당내 비박계 인사를 향해 사정 칼날을 휘두르는 것이지만 이 또한 가능성은 낮다.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친박계든 비박계든 새누리당 인사가 검찰 수사를 받는다면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또 총선이 끝난 이후엔 사정기관 마저 미래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정 카드를 사용하고 싶어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로써는 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막을 마땅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레임덕 공포
식물대통령

물론 비박계가 당을 완전히 장악한다고 해도 당장 청와대와의 정면충돌할 가능성은 적다. 박 대통령은 여전히 보수진영에서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더더욱 그런 무리수를 두기 보단 박 대통령과의 ‘협력적 긴장관계’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어찌됐든 박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사사건건 비박계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지금까지는 각종 현안들에 대해 당에서 청와대에 결재를 받으러 다녔다면, 앞으로는 청와대에서 당으로 결재를 받으러 다녀야 할지도 모른다. 임기 반환점도 돌기 전에 레임덕 위기에 봉착한 박 대통령은 과연 남은 임기 동안 계획했던 성과를 낼 수 있을까?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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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