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잠룡들의 '메르스 정국' 성적표 해부

국가 위기는 나의 기회? "메르스로 존재감 알려라"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사태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으면서 모든 정치 현안을 블랙홀처럼 집어 삼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방미 일정까지 전격 취소했으며,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던 각종 법안 논의도 일단 뒤로 미뤄졌다. 이 같은 메르스 정국이 이어지면서 차기 대권 잠룡들의 희비도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메르스 정국에서 누가 웃고, 누가 울었을까? <일요시사>가 대권 잠룡들의 메르스 정국 성적표를 공개한다.

모든 정치 현안을 블랙홀처럼 집어 삼키고 있는 메르스 정국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사람은 누가 뭐래도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박 시장은 메르스 사태에 적극 대처하는 모습으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박 시장은 한때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낙하산인사 논란과 호화공관 논란 등에 휘말리면서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졌었다. 박 시장은 지난 4일 한밤 중 깜짝 기자회견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박원순 승부수
진정성이 관건

이날 박 시장은 “늑장대응보다는 과잉대응이 낫다”며 메르스 방역에 서울시가 직접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박 시장은 직접 메르스대책본부장을 맡기로 하고 유럽 방문 일정도 취소했다. 특히 박 시장은 서울의 한 대형병원의 의사가 메르스 의심 증상에도 불구하고 대형 행사에 연달아 참석하는 등 1500여명을 직간접적으로 접촉했다고 주장해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박 시장의 기자회견은 결과적으로 중앙과 지방정부의 메르스 협의체 구성을 이끌어내는 등 소기의 성과를 냈다.

하지만 일각에선 박 시장이 메르스 사태를 너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잇달았다. 박 시장이 지목한 해당 의사는 즉각 박 시장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인터뷰를 하는 등 급기야 양측의 진실공방으로 치닫기도 했다. 해당 의사는 박 시장이 차기 대권을 위한 정치쇼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 안 나서면 영원히 잊힌다"
발끈·차분 '7인7색' 메르스 대처법


일부 보수단체들도 메르스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며 박 시장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박 시장의 긴급 기자회견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근거 없는 주장으로 혼란만 초래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진 후 한동안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박 시장이 메르스 사태를 통해 다시 정치이슈 중심에 서게 된 것은 분명한 성과”라며 “박근혜정부의 미온적 대처에 실망한 국민들의 마음을 박 시장이 제대로 공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시장의 긴급 기자회견이 ‘적절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55%에 달했고 반면 ‘적절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32.8%에 그쳤다. 박 시장의 일간 지지율도 서울시와 정부의 갈등이 고조됐던 지난 5일 전날 대비 3.3%p나 급상승했다.

진가 발휘한 연정
남경필 뜰까?

메르스 정국의 두 번째 수혜자는 남경필 경기지사다. 남 지사는 메르스 정국에서 여야를 넘나드는 소통행보로 주목을 받고 있다. 자신의 대표 정치브랜드인 ‘연정’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평소 여야 간 연정을 강조하며 야당과 소통해온 남 지사는 메르스 사태가 불거지자 여야는 물론이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가교역할을 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 5일에는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와 만나 메르스 해결을 위한 초당적 협력을 강조했다. 지난 7일 여야의 4+4회동이 성사된 것에는 남 지사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남 지사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직접 전화해 여야 간 대화를 촉구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남 지사는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권선택 대전광역시장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폭넓은 소통행보를 해나가고 있다.

또 경기도는 메르스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확진자와 휴업병원 등 직간접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지방세 납기를 연장하는 등 현실적인 지원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의 26개 산하기관도 메르스 피해 최소화와 확산방지 대책에 동참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남 지사 역시 보여주기 행보에만 치중했을 뿐 정작 메르스 초기대응에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례로 남 지사는 경기도 평택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 15일 만에 대책방안을 마련하는가 하면, 다른 시도와 비교해 다소 늦은 지난 8일에서야 남 지사가 메르스대책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문 대표 역시 메르스 정국의 수혜자다. 4·29재보선 참패로 대표직 사퇴 위기에까지 내몰렸던 문 대표는 메르스 사태로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기 때문이다. 여전히 당내에서는 ‘친노 책임론’을 제기하는 인사들이 많지만 메르스 정국에서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메르스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문 대표는 박근혜정부의 책임론을 지적하면서 한껏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문 대표는 지난 7일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회동을 열고 메르스 사태 해결을 위한 초당적 협력을 약속했다. 그동안 별다른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던 문 대표로서는 메르스 정국을 거치며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는 평가다.

그동안 야당은 정부 발목잡기에만 몰두해왔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메르스 정국에서 문 대표는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사태 수습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을 강조하며 초당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문 대표는 앞으로도 이 같은 행보를 통해 수권능력을 가진 ‘대안야당’으로서 면모를 보여주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문 대표 역시 실질적인 해법은 제시하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또 메르스 정국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크게 두각을 나타내면서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 4일 “정부의 주의, 경계, 심각 단계에 상관 없이 메르스에 대해선 도지사가 책임지고 직접 지휘하겠다”며 적극적인 메르스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의 한계가 아니겠냐”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중앙에서 주목받기 위해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홍준표 경남지사처럼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야 하는데 아직까지 안 지사는 별다른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안 지사는 차기 대선에서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홍준표 경남지사가 메르스 정국의 최대 수혜자라는 평가도 있다. 최근까지 성완종 게이트 의혹에 휘말리며 곤욕을 치렀던 홍 지사는 여론의 관심이 메르스 사태로 분산되면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성완종 사건 수사가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메르스 사태까지 이어지면서 아예 잊혀지는 분위기”라며 “홍 지사는 가만히 앉아 있다 반사이익을 얻게 됐다”고 평가 헀다.

김무성의 선긋기
문재인의 재발견

반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앞서 언급된 대선주자들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메르스 사태 수습보다 경제회복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김 대표는 최근 메르스에 대한 과도한 공포나 심리적 위축을 없애야 한다면서 당원들은 예정된 행사를 취소하지 말고 예정대로 실시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문가들은 건강한 사람은 메르스를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며 “한국-WHO 메르스 합동평가단도 학교가 메르스 전염과 별다른 관련이 없기 때문에 수업 재개를 고려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메르스 확진 환자가 다녀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매출이 크게 떨어진 부산의 한 돼지국밥집을 가족들과 함께 찾아가 식사를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메르스 사태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요동
누가 울고, 누가 웃었나?


김 대표는 메르스 정국에서 박근혜정부와 선을 그으며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덕분에 메르스 사태로 치명상을 입는 것은 피했다는 평가다. 메르스 사태가 확산되면서 정부의 미흡한 대처가 이슈가 되자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연일 폭락하고 있다.

김 대표는 메르스 정국에서 무조건 청와대와 정부의 편을 들기보다는 야권 못지않은 쓴 소리를 쏟아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여당의 대표라는 점에서 책임론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오히려 차기 대권주자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에는 일정부분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여당의 대표로서 정부와 야당 사이에서 무게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메르스 정국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 못한 인사는 바로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이다. 안 의원은 의사 출신으로 어쩌면 이번 메르스 정국이 두각을 나타낼 절호의 기회였다. 새정치연합 혁신위에 참여하고 있는 서울대 조국 교수도 자신의 SNS를 통해 “(안 의원이) 자신의 ‘상품성’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내가 안철수 의원이라면 방역복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정부 방역센터와 주요 병원을 돌겠다. 그리고 박근혜정부의 ‘의료적 무능’을 질타하겠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안 의원은 “메르스가 정치적 이슈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지금은 사태 수습이 먼저다. 어떻게 하면 사태를 수습할 수 있을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의원의 행보는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 메르스 정국이 이어지는 동안 단 한 번도 이슈의 중심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는 흐림
정공법 통할까?

의사 출신으로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인 안 의원은 정치적 퍼포먼스를 하기보다는 당내 메르스 대책특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 발생 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정책적 해법을 모색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안 의원이 보여주기식 정치 행보를 무척 싫어한다”며 “최근 지지율이 너무 낮아져서 주변에서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조언이 많지만 안 의원은 정도를 걷겠다며 물밑에서 정책개발 등의 별로 티가 나지 않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메르스 정국은 국민들이 차기 대권주자들의 리더십을 엿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면서 “박근혜정부의 리더십 부재에 실망한 국민들은 이번 메르스 정국에서 신뢰를 쌓은 정치인에게 기꺼이 한 표를 행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