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잠룡들의 '메르스 정국' 성적표 해부

국가 위기는 나의 기회? "메르스로 존재감 알려라"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사태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으면서 모든 정치 현안을 블랙홀처럼 집어 삼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방미 일정까지 전격 취소했으며,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던 각종 법안 논의도 일단 뒤로 미뤄졌다. 이 같은 메르스 정국이 이어지면서 차기 대권 잠룡들의 희비도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메르스 정국에서 누가 웃고, 누가 울었을까? <일요시사>가 대권 잠룡들의 메르스 정국 성적표를 공개한다.

모든 정치 현안을 블랙홀처럼 집어 삼키고 있는 메르스 정국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사람은 누가 뭐래도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박 시장은 메르스 사태에 적극 대처하는 모습으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박 시장은 한때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낙하산인사 논란과 호화공관 논란 등에 휘말리면서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졌었다. 박 시장은 지난 4일 한밤 중 깜짝 기자회견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박원순 승부수
진정성이 관건

이날 박 시장은 “늑장대응보다는 과잉대응이 낫다”며 메르스 방역에 서울시가 직접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박 시장은 직접 메르스대책본부장을 맡기로 하고 유럽 방문 일정도 취소했다. 특히 박 시장은 서울의 한 대형병원의 의사가 메르스 의심 증상에도 불구하고 대형 행사에 연달아 참석하는 등 1500여명을 직간접적으로 접촉했다고 주장해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박 시장의 기자회견은 결과적으로 중앙과 지방정부의 메르스 협의체 구성을 이끌어내는 등 소기의 성과를 냈다.

하지만 일각에선 박 시장이 메르스 사태를 너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잇달았다. 박 시장이 지목한 해당 의사는 즉각 박 시장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인터뷰를 하는 등 급기야 양측의 진실공방으로 치닫기도 했다. 해당 의사는 박 시장이 차기 대권을 위한 정치쇼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 안 나서면 영원히 잊힌다"
발끈·차분 '7인7색' 메르스 대처법


일부 보수단체들도 메르스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며 박 시장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박 시장의 긴급 기자회견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근거 없는 주장으로 혼란만 초래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진 후 한동안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박 시장이 메르스 사태를 통해 다시 정치이슈 중심에 서게 된 것은 분명한 성과”라며 “박근혜정부의 미온적 대처에 실망한 국민들의 마음을 박 시장이 제대로 공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시장의 긴급 기자회견이 ‘적절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55%에 달했고 반면 ‘적절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32.8%에 그쳤다. 박 시장의 일간 지지율도 서울시와 정부의 갈등이 고조됐던 지난 5일 전날 대비 3.3%p나 급상승했다.

진가 발휘한 연정
남경필 뜰까?

메르스 정국의 두 번째 수혜자는 남경필 경기지사다. 남 지사는 메르스 정국에서 여야를 넘나드는 소통행보로 주목을 받고 있다. 자신의 대표 정치브랜드인 ‘연정’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평소 여야 간 연정을 강조하며 야당과 소통해온 남 지사는 메르스 사태가 불거지자 여야는 물론이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가교역할을 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 5일에는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와 만나 메르스 해결을 위한 초당적 협력을 강조했다. 지난 7일 여야의 4+4회동이 성사된 것에는 남 지사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남 지사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직접 전화해 여야 간 대화를 촉구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남 지사는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권선택 대전광역시장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폭넓은 소통행보를 해나가고 있다.

또 경기도는 메르스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확진자와 휴업병원 등 직간접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지방세 납기를 연장하는 등 현실적인 지원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의 26개 산하기관도 메르스 피해 최소화와 확산방지 대책에 동참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남 지사 역시 보여주기 행보에만 치중했을 뿐 정작 메르스 초기대응에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례로 남 지사는 경기도 평택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 15일 만에 대책방안을 마련하는가 하면, 다른 시도와 비교해 다소 늦은 지난 8일에서야 남 지사가 메르스대책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문 대표 역시 메르스 정국의 수혜자다. 4·29재보선 참패로 대표직 사퇴 위기에까지 내몰렸던 문 대표는 메르스 사태로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기 때문이다. 여전히 당내에서는 ‘친노 책임론’을 제기하는 인사들이 많지만 메르스 정국에서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메르스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문 대표는 박근혜정부의 책임론을 지적하면서 한껏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문 대표는 지난 7일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회동을 열고 메르스 사태 해결을 위한 초당적 협력을 약속했다. 그동안 별다른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던 문 대표로서는 메르스 정국을 거치며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는 평가다.

그동안 야당은 정부 발목잡기에만 몰두해왔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메르스 정국에서 문 대표는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사태 수습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을 강조하며 초당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문 대표는 앞으로도 이 같은 행보를 통해 수권능력을 가진 ‘대안야당’으로서 면모를 보여주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문 대표 역시 실질적인 해법은 제시하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또 메르스 정국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크게 두각을 나타내면서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 4일 “정부의 주의, 경계, 심각 단계에 상관 없이 메르스에 대해선 도지사가 책임지고 직접 지휘하겠다”며 적극적인 메르스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의 한계가 아니겠냐”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중앙에서 주목받기 위해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홍준표 경남지사처럼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야 하는데 아직까지 안 지사는 별다른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안 지사는 차기 대선에서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홍준표 경남지사가 메르스 정국의 최대 수혜자라는 평가도 있다. 최근까지 성완종 게이트 의혹에 휘말리며 곤욕을 치렀던 홍 지사는 여론의 관심이 메르스 사태로 분산되면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성완종 사건 수사가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메르스 사태까지 이어지면서 아예 잊혀지는 분위기”라며 “홍 지사는 가만히 앉아 있다 반사이익을 얻게 됐다”고 평가 헀다.

김무성의 선긋기
문재인의 재발견

반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앞서 언급된 대선주자들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메르스 사태 수습보다 경제회복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김 대표는 최근 메르스에 대한 과도한 공포나 심리적 위축을 없애야 한다면서 당원들은 예정된 행사를 취소하지 말고 예정대로 실시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문가들은 건강한 사람은 메르스를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며 “한국-WHO 메르스 합동평가단도 학교가 메르스 전염과 별다른 관련이 없기 때문에 수업 재개를 고려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메르스 확진 환자가 다녀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매출이 크게 떨어진 부산의 한 돼지국밥집을 가족들과 함께 찾아가 식사를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메르스 사태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요동
누가 울고, 누가 웃었나?


김 대표는 메르스 정국에서 박근혜정부와 선을 그으며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덕분에 메르스 사태로 치명상을 입는 것은 피했다는 평가다. 메르스 사태가 확산되면서 정부의 미흡한 대처가 이슈가 되자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연일 폭락하고 있다.

김 대표는 메르스 정국에서 무조건 청와대와 정부의 편을 들기보다는 야권 못지않은 쓴 소리를 쏟아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여당의 대표라는 점에서 책임론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오히려 차기 대권주자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에는 일정부분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여당의 대표로서 정부와 야당 사이에서 무게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메르스 정국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 못한 인사는 바로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이다. 안 의원은 의사 출신으로 어쩌면 이번 메르스 정국이 두각을 나타낼 절호의 기회였다. 새정치연합 혁신위에 참여하고 있는 서울대 조국 교수도 자신의 SNS를 통해 “(안 의원이) 자신의 ‘상품성’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내가 안철수 의원이라면 방역복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정부 방역센터와 주요 병원을 돌겠다. 그리고 박근혜정부의 ‘의료적 무능’을 질타하겠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안 의원은 “메르스가 정치적 이슈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지금은 사태 수습이 먼저다. 어떻게 하면 사태를 수습할 수 있을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의원의 행보는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 메르스 정국이 이어지는 동안 단 한 번도 이슈의 중심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는 흐림
정공법 통할까?

의사 출신으로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인 안 의원은 정치적 퍼포먼스를 하기보다는 당내 메르스 대책특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 발생 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정책적 해법을 모색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안 의원이 보여주기식 정치 행보를 무척 싫어한다”며 “최근 지지율이 너무 낮아져서 주변에서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조언이 많지만 안 의원은 정도를 걷겠다며 물밑에서 정책개발 등의 별로 티가 나지 않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메르스 정국은 국민들이 차기 대권주자들의 리더십을 엿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면서 “박근혜정부의 리더십 부재에 실망한 국민들은 이번 메르스 정국에서 신뢰를 쌓은 정치인에게 기꺼이 한 표를 행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