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잠룡들의 '메르스 정국' 성적표 해부

국가 위기는 나의 기회? "메르스로 존재감 알려라"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사태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으면서 모든 정치 현안을 블랙홀처럼 집어 삼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방미 일정까지 전격 취소했으며,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던 각종 법안 논의도 일단 뒤로 미뤄졌다. 이 같은 메르스 정국이 이어지면서 차기 대권 잠룡들의 희비도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메르스 정국에서 누가 웃고, 누가 울었을까? <일요시사>가 대권 잠룡들의 메르스 정국 성적표를 공개한다.

모든 정치 현안을 블랙홀처럼 집어 삼키고 있는 메르스 정국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사람은 누가 뭐래도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박 시장은 메르스 사태에 적극 대처하는 모습으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박 시장은 한때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낙하산인사 논란과 호화공관 논란 등에 휘말리면서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졌었다. 박 시장은 지난 4일 한밤 중 깜짝 기자회견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박원순 승부수
진정성이 관건

이날 박 시장은 “늑장대응보다는 과잉대응이 낫다”며 메르스 방역에 서울시가 직접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박 시장은 직접 메르스대책본부장을 맡기로 하고 유럽 방문 일정도 취소했다. 특히 박 시장은 서울의 한 대형병원의 의사가 메르스 의심 증상에도 불구하고 대형 행사에 연달아 참석하는 등 1500여명을 직간접적으로 접촉했다고 주장해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박 시장의 기자회견은 결과적으로 중앙과 지방정부의 메르스 협의체 구성을 이끌어내는 등 소기의 성과를 냈다.

하지만 일각에선 박 시장이 메르스 사태를 너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잇달았다. 박 시장이 지목한 해당 의사는 즉각 박 시장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인터뷰를 하는 등 급기야 양측의 진실공방으로 치닫기도 했다. 해당 의사는 박 시장이 차기 대권을 위한 정치쇼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 안 나서면 영원히 잊힌다"
발끈·차분 '7인7색' 메르스 대처법


일부 보수단체들도 메르스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며 박 시장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박 시장의 긴급 기자회견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근거 없는 주장으로 혼란만 초래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진 후 한동안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박 시장이 메르스 사태를 통해 다시 정치이슈 중심에 서게 된 것은 분명한 성과”라며 “박근혜정부의 미온적 대처에 실망한 국민들의 마음을 박 시장이 제대로 공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시장의 긴급 기자회견이 ‘적절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55%에 달했고 반면 ‘적절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32.8%에 그쳤다. 박 시장의 일간 지지율도 서울시와 정부의 갈등이 고조됐던 지난 5일 전날 대비 3.3%p나 급상승했다.

진가 발휘한 연정
남경필 뜰까?

메르스 정국의 두 번째 수혜자는 남경필 경기지사다. 남 지사는 메르스 정국에서 여야를 넘나드는 소통행보로 주목을 받고 있다. 자신의 대표 정치브랜드인 ‘연정’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평소 여야 간 연정을 강조하며 야당과 소통해온 남 지사는 메르스 사태가 불거지자 여야는 물론이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가교역할을 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 5일에는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와 만나 메르스 해결을 위한 초당적 협력을 강조했다. 지난 7일 여야의 4+4회동이 성사된 것에는 남 지사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남 지사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직접 전화해 여야 간 대화를 촉구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남 지사는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권선택 대전광역시장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폭넓은 소통행보를 해나가고 있다.

또 경기도는 메르스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확진자와 휴업병원 등 직간접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지방세 납기를 연장하는 등 현실적인 지원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의 26개 산하기관도 메르스 피해 최소화와 확산방지 대책에 동참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남 지사 역시 보여주기 행보에만 치중했을 뿐 정작 메르스 초기대응에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례로 남 지사는 경기도 평택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 15일 만에 대책방안을 마련하는가 하면, 다른 시도와 비교해 다소 늦은 지난 8일에서야 남 지사가 메르스대책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문 대표 역시 메르스 정국의 수혜자다. 4·29재보선 참패로 대표직 사퇴 위기에까지 내몰렸던 문 대표는 메르스 사태로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기 때문이다. 여전히 당내에서는 ‘친노 책임론’을 제기하는 인사들이 많지만 메르스 정국에서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메르스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문 대표는 박근혜정부의 책임론을 지적하면서 한껏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문 대표는 지난 7일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회동을 열고 메르스 사태 해결을 위한 초당적 협력을 약속했다. 그동안 별다른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던 문 대표로서는 메르스 정국을 거치며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는 평가다.

그동안 야당은 정부 발목잡기에만 몰두해왔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메르스 정국에서 문 대표는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사태 수습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을 강조하며 초당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문 대표는 앞으로도 이 같은 행보를 통해 수권능력을 가진 ‘대안야당’으로서 면모를 보여주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문 대표 역시 실질적인 해법은 제시하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또 메르스 정국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크게 두각을 나타내면서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 4일 “정부의 주의, 경계, 심각 단계에 상관 없이 메르스에 대해선 도지사가 책임지고 직접 지휘하겠다”며 적극적인 메르스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의 한계가 아니겠냐”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중앙에서 주목받기 위해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홍준표 경남지사처럼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야 하는데 아직까지 안 지사는 별다른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안 지사는 차기 대선에서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홍준표 경남지사가 메르스 정국의 최대 수혜자라는 평가도 있다. 최근까지 성완종 게이트 의혹에 휘말리며 곤욕을 치렀던 홍 지사는 여론의 관심이 메르스 사태로 분산되면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성완종 사건 수사가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메르스 사태까지 이어지면서 아예 잊혀지는 분위기”라며 “홍 지사는 가만히 앉아 있다 반사이익을 얻게 됐다”고 평가 헀다.

김무성의 선긋기
문재인의 재발견

반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앞서 언급된 대선주자들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메르스 사태 수습보다 경제회복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김 대표는 최근 메르스에 대한 과도한 공포나 심리적 위축을 없애야 한다면서 당원들은 예정된 행사를 취소하지 말고 예정대로 실시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문가들은 건강한 사람은 메르스를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며 “한국-WHO 메르스 합동평가단도 학교가 메르스 전염과 별다른 관련이 없기 때문에 수업 재개를 고려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메르스 확진 환자가 다녀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매출이 크게 떨어진 부산의 한 돼지국밥집을 가족들과 함께 찾아가 식사를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메르스 사태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요동
누가 울고, 누가 웃었나?


김 대표는 메르스 정국에서 박근혜정부와 선을 그으며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덕분에 메르스 사태로 치명상을 입는 것은 피했다는 평가다. 메르스 사태가 확산되면서 정부의 미흡한 대처가 이슈가 되자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연일 폭락하고 있다.

김 대표는 메르스 정국에서 무조건 청와대와 정부의 편을 들기보다는 야권 못지않은 쓴 소리를 쏟아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여당의 대표라는 점에서 책임론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오히려 차기 대권주자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에는 일정부분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여당의 대표로서 정부와 야당 사이에서 무게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메르스 정국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 못한 인사는 바로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이다. 안 의원은 의사 출신으로 어쩌면 이번 메르스 정국이 두각을 나타낼 절호의 기회였다. 새정치연합 혁신위에 참여하고 있는 서울대 조국 교수도 자신의 SNS를 통해 “(안 의원이) 자신의 ‘상품성’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내가 안철수 의원이라면 방역복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정부 방역센터와 주요 병원을 돌겠다. 그리고 박근혜정부의 ‘의료적 무능’을 질타하겠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안 의원은 “메르스가 정치적 이슈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지금은 사태 수습이 먼저다. 어떻게 하면 사태를 수습할 수 있을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의원의 행보는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 메르스 정국이 이어지는 동안 단 한 번도 이슈의 중심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는 흐림
정공법 통할까?

의사 출신으로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인 안 의원은 정치적 퍼포먼스를 하기보다는 당내 메르스 대책특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 발생 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정책적 해법을 모색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안 의원이 보여주기식 정치 행보를 무척 싫어한다”며 “최근 지지율이 너무 낮아져서 주변에서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조언이 많지만 안 의원은 정도를 걷겠다며 물밑에서 정책개발 등의 별로 티가 나지 않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메르스 정국은 국민들이 차기 대권주자들의 리더십을 엿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면서 “박근혜정부의 리더십 부재에 실망한 국민들은 이번 메르스 정국에서 신뢰를 쌓은 정치인에게 기꺼이 한 표를 행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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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