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잠룡들의 '메르스 정국' 성적표 해부

국가 위기는 나의 기회? "메르스로 존재감 알려라"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사태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으면서 모든 정치 현안을 블랙홀처럼 집어 삼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방미 일정까지 전격 취소했으며,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던 각종 법안 논의도 일단 뒤로 미뤄졌다. 이 같은 메르스 정국이 이어지면서 차기 대권 잠룡들의 희비도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메르스 정국에서 누가 웃고, 누가 울었을까? <일요시사>가 대권 잠룡들의 메르스 정국 성적표를 공개한다.

모든 정치 현안을 블랙홀처럼 집어 삼키고 있는 메르스 정국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사람은 누가 뭐래도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박 시장은 메르스 사태에 적극 대처하는 모습으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박 시장은 한때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낙하산인사 논란과 호화공관 논란 등에 휘말리면서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졌었다. 박 시장은 지난 4일 한밤 중 깜짝 기자회견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박원순 승부수
진정성이 관건

이날 박 시장은 “늑장대응보다는 과잉대응이 낫다”며 메르스 방역에 서울시가 직접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박 시장은 직접 메르스대책본부장을 맡기로 하고 유럽 방문 일정도 취소했다. 특히 박 시장은 서울의 한 대형병원의 의사가 메르스 의심 증상에도 불구하고 대형 행사에 연달아 참석하는 등 1500여명을 직간접적으로 접촉했다고 주장해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박 시장의 기자회견은 결과적으로 중앙과 지방정부의 메르스 협의체 구성을 이끌어내는 등 소기의 성과를 냈다.

하지만 일각에선 박 시장이 메르스 사태를 너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잇달았다. 박 시장이 지목한 해당 의사는 즉각 박 시장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인터뷰를 하는 등 급기야 양측의 진실공방으로 치닫기도 했다. 해당 의사는 박 시장이 차기 대권을 위한 정치쇼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 안 나서면 영원히 잊힌다"
발끈·차분 '7인7색' 메르스 대처법


일부 보수단체들도 메르스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며 박 시장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박 시장의 긴급 기자회견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근거 없는 주장으로 혼란만 초래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진 후 한동안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박 시장이 메르스 사태를 통해 다시 정치이슈 중심에 서게 된 것은 분명한 성과”라며 “박근혜정부의 미온적 대처에 실망한 국민들의 마음을 박 시장이 제대로 공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시장의 긴급 기자회견이 ‘적절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55%에 달했고 반면 ‘적절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32.8%에 그쳤다. 박 시장의 일간 지지율도 서울시와 정부의 갈등이 고조됐던 지난 5일 전날 대비 3.3%p나 급상승했다.

진가 발휘한 연정
남경필 뜰까?

메르스 정국의 두 번째 수혜자는 남경필 경기지사다. 남 지사는 메르스 정국에서 여야를 넘나드는 소통행보로 주목을 받고 있다. 자신의 대표 정치브랜드인 ‘연정’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평소 여야 간 연정을 강조하며 야당과 소통해온 남 지사는 메르스 사태가 불거지자 여야는 물론이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가교역할을 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 5일에는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와 만나 메르스 해결을 위한 초당적 협력을 강조했다. 지난 7일 여야의 4+4회동이 성사된 것에는 남 지사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남 지사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직접 전화해 여야 간 대화를 촉구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남 지사는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권선택 대전광역시장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폭넓은 소통행보를 해나가고 있다.

또 경기도는 메르스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확진자와 휴업병원 등 직간접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지방세 납기를 연장하는 등 현실적인 지원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의 26개 산하기관도 메르스 피해 최소화와 확산방지 대책에 동참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남 지사 역시 보여주기 행보에만 치중했을 뿐 정작 메르스 초기대응에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례로 남 지사는 경기도 평택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 15일 만에 대책방안을 마련하는가 하면, 다른 시도와 비교해 다소 늦은 지난 8일에서야 남 지사가 메르스대책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문 대표 역시 메르스 정국의 수혜자다. 4·29재보선 참패로 대표직 사퇴 위기에까지 내몰렸던 문 대표는 메르스 사태로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기 때문이다. 여전히 당내에서는 ‘친노 책임론’을 제기하는 인사들이 많지만 메르스 정국에서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메르스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문 대표는 박근혜정부의 책임론을 지적하면서 한껏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문 대표는 지난 7일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회동을 열고 메르스 사태 해결을 위한 초당적 협력을 약속했다. 그동안 별다른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던 문 대표로서는 메르스 정국을 거치며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는 평가다.

그동안 야당은 정부 발목잡기에만 몰두해왔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메르스 정국에서 문 대표는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사태 수습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을 강조하며 초당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문 대표는 앞으로도 이 같은 행보를 통해 수권능력을 가진 ‘대안야당’으로서 면모를 보여주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문 대표 역시 실질적인 해법은 제시하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또 메르스 정국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크게 두각을 나타내면서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 4일 “정부의 주의, 경계, 심각 단계에 상관 없이 메르스에 대해선 도지사가 책임지고 직접 지휘하겠다”며 적극적인 메르스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의 한계가 아니겠냐”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중앙에서 주목받기 위해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홍준표 경남지사처럼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야 하는데 아직까지 안 지사는 별다른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안 지사는 차기 대선에서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홍준표 경남지사가 메르스 정국의 최대 수혜자라는 평가도 있다. 최근까지 성완종 게이트 의혹에 휘말리며 곤욕을 치렀던 홍 지사는 여론의 관심이 메르스 사태로 분산되면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성완종 사건 수사가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메르스 사태까지 이어지면서 아예 잊혀지는 분위기”라며 “홍 지사는 가만히 앉아 있다 반사이익을 얻게 됐다”고 평가 헀다.

김무성의 선긋기
문재인의 재발견

반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앞서 언급된 대선주자들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메르스 사태 수습보다 경제회복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김 대표는 최근 메르스에 대한 과도한 공포나 심리적 위축을 없애야 한다면서 당원들은 예정된 행사를 취소하지 말고 예정대로 실시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문가들은 건강한 사람은 메르스를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며 “한국-WHO 메르스 합동평가단도 학교가 메르스 전염과 별다른 관련이 없기 때문에 수업 재개를 고려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메르스 확진 환자가 다녀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매출이 크게 떨어진 부산의 한 돼지국밥집을 가족들과 함께 찾아가 식사를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메르스 사태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요동
누가 울고, 누가 웃었나?


김 대표는 메르스 정국에서 박근혜정부와 선을 그으며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덕분에 메르스 사태로 치명상을 입는 것은 피했다는 평가다. 메르스 사태가 확산되면서 정부의 미흡한 대처가 이슈가 되자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연일 폭락하고 있다.

김 대표는 메르스 정국에서 무조건 청와대와 정부의 편을 들기보다는 야권 못지않은 쓴 소리를 쏟아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여당의 대표라는 점에서 책임론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오히려 차기 대권주자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에는 일정부분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여당의 대표로서 정부와 야당 사이에서 무게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메르스 정국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 못한 인사는 바로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이다. 안 의원은 의사 출신으로 어쩌면 이번 메르스 정국이 두각을 나타낼 절호의 기회였다. 새정치연합 혁신위에 참여하고 있는 서울대 조국 교수도 자신의 SNS를 통해 “(안 의원이) 자신의 ‘상품성’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내가 안철수 의원이라면 방역복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정부 방역센터와 주요 병원을 돌겠다. 그리고 박근혜정부의 ‘의료적 무능’을 질타하겠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안 의원은 “메르스가 정치적 이슈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지금은 사태 수습이 먼저다. 어떻게 하면 사태를 수습할 수 있을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의원의 행보는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 메르스 정국이 이어지는 동안 단 한 번도 이슈의 중심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는 흐림
정공법 통할까?

의사 출신으로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인 안 의원은 정치적 퍼포먼스를 하기보다는 당내 메르스 대책특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 발생 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정책적 해법을 모색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안 의원이 보여주기식 정치 행보를 무척 싫어한다”며 “최근 지지율이 너무 낮아져서 주변에서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조언이 많지만 안 의원은 정도를 걷겠다며 물밑에서 정책개발 등의 별로 티가 나지 않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메르스 정국은 국민들이 차기 대권주자들의 리더십을 엿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면서 “박근혜정부의 리더십 부재에 실망한 국민들은 이번 메르스 정국에서 신뢰를 쌓은 정치인에게 기꺼이 한 표를 행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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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