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노계 '문재인 제거작전' 막전막후

"차기 총선까지 당대표 하라는 보장 있나?"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비노계가 '문재인 흔들기'에서 '문재인 제거'로 전략을 수정한 것 같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향한 비노계의 공세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당장 친노계에서는 비노계가 문 대표를 진짜 낙마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친노계와 비노계의 살벌한 집안싸움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요즘 친노(친노무현) 진영에서는 위기감이 점점 더 고조되고 있다. 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전남의 도의원들이 지도부 규탄 성명을 내는가 하면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평당원협의회 회원들은 벌써 10일 넘게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당사 앞에서 집회 중이다. 이들은 지난달 26일 삭발식까지 했다.

노골적 사퇴요구
달라진 분위기

4·29재보선 참패 이후 ‘지도부에 책임을 묻되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던 비노계(비노무현) 의원들도 최근에는 노골적으로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문재인 체제로는 내년 총선에서도 참패가 불 보듯 훤하다며 당장 임시전당대회를 열어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해 친노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처음에는 비노계가 단순히 차기 총선 공천 지분 확보를 위해 문 대표 흔들기에 나선 건 줄 알았다. 잘 달래서 함께 가면 될 줄 알았는데 비노계의 행동과 발언이 점점 과격해지고 있다”며 “비노계가 ‘문재인 흔들기’에서 ‘문재인 제거’로 전략을 완전히 바꾼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정말 사생결단을 내자고 달려들면 당 지도부가 어떤 개혁안을 내놓던 백약이 무효한 것 아닌가? 정말 당을 쪼개는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정치권의 관계자들은 이른바 ‘미공개 발표문’ 파동이 비노계가 문재인 흔들기에서 문재인 제거로 전략을 수정한 결정적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문 대표는 지난달 14일 당 내홍과 관련해 ‘당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고위원회의 논의과정에서 비노계 인사들의 거센 반발로 발표를 보류했다.

문재인이 ‘YES’하면 우리는 ‘NO’
외국어로 대화했나? 의도적 망신주기?

해당 입장문에서 문 대표는 사실상 당내 비노세력을 겨냥해 “기득권-공천권 챙기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는 발표문을 통해 “공천지분을 챙기기 위해 지도부를 흔들거나 당을 흔드는 사람들과 타협할 생각이 없다. 그런 행태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비노계의 요구를 ‘부조리나 불합리와 타협하는 행태’라고 결론지었다.


이는 최근 당 안팎에서 불거지고 있는 신당론 및 분당설에 대해 문 대표가 ‘나갈 테면 나가라’는 식의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같은 미공개 발표문의 내용이 알려지자 당장 당내 비노성향 의원 모임인 ‘민집모(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는 성명서를 내고 “문 대표의 문건내용과 아침 회의 발언에 대해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마치 민집모 의원들이 공천권을 요구한 것처럼 민집모를 기득권집단, 과거집단으로 규정했다”고 문 대표를 비판했다.

민집모는 이어 “소통의 자리에서 제안한 의견을 ‘지도부 흔들기’라 하고 제안한 사람들을 기득권정치라고 기다렸다는 듯이 규정하는 것은 패권주의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 것”이라며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근거 없이 기득권집단, 과거집단으로 규정하고 매도하는 것이 과연 민주주의자와 지도자의 올바른 태도인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문재인식 공포정치?
김한길식 패권주의?

민집모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의원은 성명서 발표 이후에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미공개 발표문의 내용은) 문재인식 공포정치가 아니냐”며 “자신을 공격하는 사람은 무조건 기득권집단, 구태집단으로 매도하는데 소통과 화합이 가능하겠나? 박근혜 대통령과 사고방식이 똑같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비노계 의원은 “공천권을 달라고 요구한 적도 없는데 갑자기 공천권 이야기는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이대로는 당이 깨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당 미공개 발표문이 외부로 유출된 것을 놓고는 친노계와 비노계가 서로 상대 진영을 범인으로 지목하며 진실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친노계는 비노계가 문 대표를 공격하기 위해 발표문을 유출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비노계는 발표문 공개가 좌절되자 친노계가 은근슬쩍 언론에 유출시킨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미공개 발표문 파동이 있은 후 비노계가 집단적 행동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문 대표를 향한 비노계의 비판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유성엽 전북도당위원장은 친노를 지칭해 노무현 대통령을 모욕하는 ‘모노’라고 했고, 김한길 전 공동대표는 지난달 20일 “(문 대표가)계파주의의 전형적인 독선과 자만심, 적개심과 공격성, 편가르기와 갈라치기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심지어 이용희 상임고문은 미공개 발표문 내용에 대해 “참 웃기는 사람이다. 무슨 공천나누기냐? (차기 총선까지) 10개월 남았는데 그때까지 그 사람이 대표 하라는 보장 있나”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지난 2·8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에 선출된 문 대표의 임기는 오는 2017년 2월7일까지다. 임기를 채운다면 당연히 2016년 4월 치러질 차기 총선의 공천권도 행사하게 된다. 이 고문의 발언은 마치 차기 총선 전에 문 대표를 끌어내리겠다는 뉘앙스다.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는 새정치연합 광주-전남지역 의원들이 광주를 방문한 문 대표와 만나지 않고 별도 모임을 갖기도 했다. 당대표가 지역구를 방문했는데 지역구 의원들이 따로 모여 회동을 한 것은 무척 이례적이다. 친노진영 내부에서는 ‘하극상’이 아니냐는 불만까지 터져 나왔다.

이날 회동에 참여한 의원들은 대표직 사퇴를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문 대표에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회동에 참여했던 박주선 의원은 광주·전남지역 응답자 33.9%가 ‘문 대표 사퇴’를 요구한 지역일간지 여론조사를 거론하며 직접적으로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박 의원은 이후 여러 언론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문 대표의 사퇴’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박 의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문 대표가 대표로 있는 한 친노 청산은 불가능 하다”며 “친노에 의해 선출되고 친노의 도움을 받아 대권주자가 되어야 할 문 대표가 어떻게 친노를 해체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문 대표가 사퇴하고 나면 대안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꼭 (인기 있는) 대선주자만 당대표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문 대표보다 지지율이 낮은) 다른 당 대표가 당을 이끌었을 때는 오히려 당 안정을 기하고 선거에서도 다 이겼다”며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문 대표를) 엄호하는 것은 대안을 싹부터 짓밟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재인 대안 있나?
대안 찾기 분주

지난 4·29재보선에서 다른 비노인사들과는 달리 열성적으로 선거운동을 지원해 문 대표와의 연대설까지 제기됐던 안철수 의원도 최근 들어서는 문 대표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문 대표와 안 의원은 지난달 19일 혁신기구 논의를 위해 만났는데, 이후 회동 내용을 두고 두 사람은 난데없이 진실공방을 벌였다.

안 의원은 회동 직후 당 위기에 공감하며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했는데 문 대표 측은 안 의원이 합의문 내용 일부를 임의로 누락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문 대표가 당 내홍의 수습책으로 제시한 ‘초계파 혁신기구’의 위원장직 수락 여부를 놓고도 안 의원은 “명확히 거절했다”고 주장했지만, 문 대표는 “여지를 남겼다”고 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했다. 안 의원이 자신의 대안으로 조국 서울대 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추천했는지를 둘러싸고는 문 대표는 “적극 추천했다”고 주장한 반면, 안 의원은 “조 교수를 언급했을 뿐 추천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책임론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죽기 아니면 살기” 살벌한 집안싸움

결국 돌고 돌아 혁신위원장직은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맡게 됐지만 이런 진통들을 겪으면서 혁신위원회는 시작도 하기 전에 김이 빠져버렸다. 이를 두고 친노진영에선 안 의원의 의도적인 문 대표 망신주기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두 사람이 외국어로 대화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해석이 다를 수가 있냐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둘 중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앞으로 배석자 없이 회동할 때는 꼭 녹취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고 전했다. 비노계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이른바 친노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너무 강경하고 다른 계파와 화합하려 하지 않는다”며 “지난 19대 총선에서 ‘친노 패권주의’에 크게 당해 본 비노계로서는 문 대표가 차기 총선까지 당권을 쥐고 가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현재 비노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노계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친노계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아직까진 이 같은 불만을 하나로 모아 정치적으로 표출시킬 구심점이 없다. 소위 비노라고 불리는 이들은 친노가 아니라는 것이 유일한 공통점일 뿐 하나의 조직이나 이해관계로 뭉쳐있는 계파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외곽에서 친노를 향해 직격탄을 날린다고 하더라도 정치적인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받고 있는 인물이 김한길 전 대표다. 최근 들어 문 대표와 완전히 각을 세우고 있는 김 전 대표는 당내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는 인사다.

전현직 대표 대결
사생결단 싸움

이종걸 신임 원내대표를 비롯해 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의 원장을 맡고 있는 민병두 의원과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 주승용 최고위원 등이 김한길계로 분류된다. 김 전 대표를 중심으로 ‘반 문재인’ 정서가 강한 호남권 의원들이 뭉친다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문 대표를 크게 흔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주승용 최고위원에 대한 ‘공갈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정청래 최고위원이 당초 예상보다 강한 ‘당직 자격정지 1년’ 징계 처분을 받았는데, 김 전 대표가 대표 시절 임명해놓은 외부 인사들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김 전 대표의 작품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정 최고위원은 문 대표의 호위무사와도 같던 인물이다. 게다가 김 전 대표는 최근 문 대표가 당 혁신방안으로 ‘경제정당 만들기’를 강조하며 책임론에 쏠린 여론의 관심을 분산시키려 하자 “선거 참패 이후에 반성이나 성찰·책임이 갑자기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실종돼 버렸다”며 진정한 혁신은 문 대표와 지도부가 책임지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문 대표에게 끝까지 책임을 지게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비노계가 전략을 수정했다면 문 대표가 정말 사퇴를 하든지 거의 허수아비 대표가 될 때까지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새로 취임한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계파 갈등 타파를 위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대책을 내놔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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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