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 새는 혈세' 국회 애먼 돈 완전 해부

영수증도 필요 없어 "먼저 쓰면 임자"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정치권이 불투명예산 논란으로 시끄럽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국회의원 시절 국회 대책비를 생활비로 썼다고 밝힌데 이어,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 의원도 재판 과정에서 상임위원장 직책비를 아들 유학자금으로 썼다고 고백했기 때문이다. 영수증 처리도 필요 없는 불투명 예산이 국회 곳곳에서 집행되면서 국회의원들이 혈세를 개인 쌈짓돈처럼 사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에서 한 해에 사용하는 불투명 예산이 많게는 9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국회 사무처에서는 해당 예산의 사용내역이 공개될 경우 국가 이익에 반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해당 예산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회가 무슨 국정원이냐?”는 비아냥도 들린다. 그런데 최근 국회의원들이 대단한 일에 쓰는 줄 알았던 불투명예산의 사용처가 속속 공개되고 있다. 성완종 게이트 사건에 휘말린 홍준표 경남지사는 국회의원 시절 받은 국회 대책비를 생활비로 썼다고 밝혔고, 입법로비 비리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새정치연합 신계륜 의원은 상임위원장 직책비를 아들 유학자금으로 썼다고 고백했다. 국회의원들을 믿고 불투명예산의 사용처를 묻지 않았던 국민들로서는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의원님 쌈짓돈
혈세 낭비 심각

이번에 문제가 된 특수활동비는 국회의장과 부의장, 여야 원내대표, 18개 상임위원회와 각종 특별위원회 등에 지급되는 돈이다. 특수활동비 중에는 정책 개발부터 의원 외교, 의원 연구 활동 지원 등 다양한 분야가 있다. 이 돈을 모두 합치면 연간 80억∼90억원 정도가 된다고 한다.

특히 국회 운영위원장을 겸임하는 여당 원내대표에게는 연간 4억원 이상이 주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지사가 국회 대책비라는 명목으로 여당 원내대표 시절 월 4000∼5000만원을 받았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직 여당 원내대표는 “그 돈을 원내대표가 혼자 다 쓰는 것이 아니라 당이나 상임위 등과 분배해서 쓰게 되어 있어서 정작 원내대표가 쓸 수 있는 돈은 얼마 안 된다”고 반박했다.

어찌됐든 국회는 특수활동비 지출내역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히 얼마가 지급되고 그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는 미스터리다. 이 돈은 영수증 처리가 필요 없어 개인 생활비로 유용하더라도 막을 방법이 없고, 사적으로 유용하다 적발된다하더라도 이번 사례처럼 처벌할 근거가 모호하다.

여의도는 감시 사각지대 "올해만 84억 증발"
대책비를 생활비로…직책비를 유학자금으로


국회의원들이 개인 비리 혐의로 자금 흐름에 대한 해명이 필요할 때 특수활동비를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떳떳하게 밝히는 이유다. 특수활동비가 주먹구구식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국회의원들도 인정하고 있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의 경우 불법 사찰 국조 특위 위원장을 맡은 후 받은 9000만원의 활동비를 전액 반납하기도 했다. 
 


여야의 대립 속에 불법 사찰 국조 특위가 공전만 거듭했기 때문이다. 19대 국회 들어 여야는 무려 31개의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이렇다한 성과를 낸 특위는 없다. 한 달 평균 회의 개최 횟수가 1회 미만인 특위도 9곳이나 됐다. 그런데 활동비를 반납한 위원장은 심재철 의원이 유일하다.

 


국익 위해?
의원 위해?

국회의원들이 쌈짓돈처럼 쓰는 예산은 특수활동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선 대표적으로 정당 국고보조금이 있다. 정당 국고보조금은 지난 2012년 이정희 당시 통합진보당 대선후보가 중간에 후보를 사퇴했음에도 보조금 27억원을 수령하면서 논란이 됐던 부분이다.

한 해에 각 정당에 지급되는 정당 국고보조금은 무려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엄청난 액수지만 정당 국고보조금은 선관위에서 서면 위주의 회계조사만 할 뿐 감사원 감사도 받지 않는다. 정치자금법에는 보조금의 30% 이상을 정책개발에 사용해야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이를 지키는 정당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보조금의 대부분은 각 당의 지도부 선출 전당대회 또는 여론조사 비용 등으로 사용된다. 국민들의 삶과는 동떨어져 있는 비용인 셈이다. 반면 다른 국가에서도 정당보조금을 지급하긴 하지만 철저한 회계감사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고 대부분 선거운동을 위한 보조금 등 제한적으로 지급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묻지마식 지원은 찾아볼 수가 없다는 지적이다.

미사용 정치자금 역시 국회의원들의 쌈짓돈처럼 사용되고 있다. 정치자금은 엄밀히 따지자면 국회의원들이 자발적 기부를 통해 모은 것이니 세금은 아니다. 하지만 국민의 피 같은 돈을 사용한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정치자금법에는 정치자금을 ‘사적 경비’로 쓰는 것이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다.

하지만 문제는 사적 경비와 공적 경비의 구분이 모호하다는데 있다. 예를 들어 식사비용을 정치자금으로 계산하고 정치활동을 위한 만남이었다고 신고하면 공적으로 비용을 사용한 게 되는 식이다. 또 쓰다 남은 정치자금은 임기 직전 다 써버리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졌다. 남은 돈은 모두 소속 정당에 넘겨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부 의원들은 정치자금을 자신의 보좌진 퇴직금 명목으로 수천만원씩 지급하기도 했다. 

매년 반복되는 외유성 해외연수 비용 또한 국회의원들이 사용하는 애먼 돈이다. 시민단체인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소장 전진한)는 국회의원들의 해외연수 실태를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 결과는 경악스러웠다. 대부분 의원들의 해외순방 일정이 해외 진출 기업들이나 동포들과의 만찬 중심 일정들로만 가득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의원친선협회 차원의 의원외교 역시 대부분 외유성 출장을 의심케 하는 일정들로 채워져 있었다. 지난 2013년에는 의원 외교라는 명분으로 동남아를 찾았던 의원들이 현지 국가 국회가 회기 중이 아니어서 방문지 국가의 의원들을 만나지 못하고 국장급 국회공무원을 대신 만나고 돌아오는 어이없는 일도 있었다. 의원들은 해외순방을 마친 후 어떤 활동을 했는지 보고할 의무도 없다.

게다가 국회는 19대 국회 들어 국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던 국회 의장단의 해외순방 일정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사용된 예산내역까지 철저히 감추고 있다. 이 역시 공개될 경우 국가 이익을 해할 수 있다는 명분이다. 당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는 “외유성 논란이 일자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일정을 아예 비공개로 전환해버린 것 아니냐”는 반발이 있었다.

과거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어온 의장단 해외순방 일정을 살펴보면 대부분 현지 한인간담회, 현지 의장단 예방 등의 일정으로 채워져 있다. 이런 일정들이 공개된다고 해서 어떻게 국익에 해가 된다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시대 역행
묻지마 예산

물론 국회는 의장단의 해외일정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더라도 자체 감사와 감사원 감사를 통해 철저히 감사받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없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소장 전진한)’의 강언주 간사는 이에 대해 “그동안은 의장단의 해외일정에 대해 모두 투명하게 공개했고 문제가 있으면 직접 찾아가 영수증을 하나하나 확인해보기도 했다. 그래도 살펴보면 너무 과다하게 예산을 사용한 부분들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해외순방 경비의 경우 개인적으로 유용할 가능성은 적다고 하더라도 감시를 벗어나면 불필요한 예산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특히 예산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전 세계적인 추세인데 국회만 오히려 기존에 공개되던 예산 사용내역조차 비공개로 전환한 것은 시대를 거꾸로 역행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국회서 의장단과 관련한 애먼 돈은 또 있다. 국회는 국회의장과 부의장에게 각각 150만원과 130만원을 주유비로 매달 꼬박꼬박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의장단이 아무리 일정이 많다고 해도 주유비로 지급되는 금액치고는 다소 많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의장단은 주유비로 사용하고 남은 돈을 반납할 의무가 없다.

일하라고 줬더니 개인 주머니에?
정보공개 거부, 투명 행정 역행


심지어 의장단이 사용하는 관용차량은 ‘국회사무처 공용차량 내규’에 따라 운행일지도 작성하지 않는다. 지급받은 주유비 중 실제 주유비로 얼마나 사용했는지 남은 돈은 어떻게 사용되는지 파악할 자료가 없는 것이다. 일반 업무용 관용차량이 차량운행일지를 반드시 작성하도록 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해외 출장과 관련해서는 국회의원들의 항공 마일리지 사용실태도 도마 위에 오른다. 매년 국정감사 기간이 되면 국회의원들은 피감기관의 항공 마일리지 사용실태에 대해 지적한다. 업무상 출장을 통해 항공 마일리지를 쌓아놓고도 쓰지 않은 것은 명백한 지침위반이자 혈세 낭비라는 것이다.

현재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르면, 공무 출장자는 항공권 예약 시 적립된 항공 마일리지를 우선 활용하고 해당기관 회계담당자는 마일리지 활용 여부를 확인 후에 운임을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정작 국회의원들은 항공 마일리지를 잔뜩 쌓아놓고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3년에 공개된 자료를 기준으로 19대 국회의원 중 일부는 약 2년의 임기 동안 10만이 넘는 항공 마일리지를 적립하고도 이를 사용하지 않았다. 해당 국회의원의 임기가 끝나면 국가는 항공 마일리지를 회수할 방법이 없다.

노동의 대가?
꼼수의 대가?


국회의원들의 꼼수는 이뿐만이 아니다. 국회의원들은 예정에 없던 임시국회를 소집할 때마다 특별활동비 명목으로 1인당 100만원에 달하는 돈을 지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들은 4월 임시국회 내내 파행을 거듭하다 5월 임시국회를 열었는데 겨우 법안 3개를 처리하고 1인당 100만원에 달하는 특별활동비를 챙겼다. 이를 정당한 노동의 대가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국회는 예산 심사권을 가진 기관이다. 따라서 국회는 국민들의 혈세를 아끼고 아껴 적재적소에 사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최근 서민들은 부족한 세수로 인해 그야말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담뱃세, 주민세 인상에 연말정산 파동과 공무원연금 개혁까지 모두 세수 부족 때문에 벌어진 사태다. 그런데 정작 국회의원들은 혈세를 개인 쌈짓돈처럼 사용한다면 국민들은 허탈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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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