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에 손짓하는 보이지 않는 손 실체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손잡자 손"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손학규 전 고문의 정계복귀를 기획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전 고문은 비록 원외인사지만 요즘 야권에서 가장 핫한 인물이다. 손 전 고문은 정계 은퇴를 선언한 것도 모자라 아예 정치권과 연을 끊겠다며 전남 강진의 한 토굴집에 기거하고 있지만 주변인들은 끊임없이 그를 흔들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니 손 전 고문 측에서는 손 전 고문을 이용하려는 불순한 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의 한 토굴집에서 칩거 중인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주가가 무섭게 치솟고 있다. 손 전 고문이 칩거 중인 토굴집은 손 전 고문을 만나려는 사람들로 연일 문전성시다. 선거에서 패한 후 정계 은퇴를 선언한 정치인에게 이처럼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호남이 부른다?
비노가 부른다?

손 전 고문 부부는 몰려드는 정치인들과 지지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오죽하면 손 전 고문 부부는 이들을 피해 아예 토굴집을 비우는 날이 점점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손 전 고문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계에 복귀할 뜻이 전혀 없다고 밝혔지만 정계복귀설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손 전 고문 측근들 사이에서는 손 전 고문을 이용하려는 불순한 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는 후문이다. 가만히 있는 손 전 고문을 주변에서 흔드는 바람에 토굴집에서 칩거하고 있는 손 전 고문의 진정성까지 의심받게 됐다는 불만이다. 그들은 손 전 고문의 정계복귀를 기획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지지자 100여명 토굴집서 복귀 촉구
야권 위기 처하자 몸값 높아진 손학규


손 전 고문에게 야권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는 이유는 현재 새정치연합이 처해있는 상황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4·29재보선에서 참패한 이후 자중지란을 겪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손 전 고문이 이를 수습할 구심점이 되어달라는 요구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손 전 고문의 정계복귀를 놓고 각 계파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비노계(비노무현계)의 경우에는 손 전 고문을 통해 문재인 대표와 친노계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농후하다. 손 전 고문은 지난해 치러진 7·30재보선에서 패하자 바로 다음날 기자회견을 열고 깜짝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유독 책임감이 강한 손 전 고문의 성격 탓이다. 손 전 고문은 지난 2008년에도 대통합민주신당 당대표로 선출된 후 3개월 만에 치러진 총선에서 참패하자 당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당시에도 손 전 고문은 반성의 시간을 갖겠다며 무려 2년간이나 강원도 춘천에서 칩거생활을 했다.

약속 지킬까?
복귀 할까?

이를 두고 비노계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대선과 재보선 패배 이후에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은) 문재인 대표와 비교하면 손 전 고문은 너무 책임감이 강해서 탈”이라며 “문 대표와 친노계(친노무현계)가 손 전 고문의 반만큼이라도 책임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문 대표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행보를 걸어온 손 전 고문을 띄움으로써 교묘하게 문 대표와 친노계를 깎아내리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손 전 고문 띄우기는 ‘호남신당론’과도 맞닿아 있다. 비노계를 중심으로 야권에서는 최근 신당론이 무게감 있게 거론되고 있는데, 신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구심점이 될 만한 거물급 정치인이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호남지역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손 전 고문이 야권 대선주자 지지도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손 전 고문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문재인 대표, 안철수 의원 등 야권 내 쟁쟁한 대권주자들을 모두 물리쳤다. 


호남은 야권의 심장이다. 야권 후보가 호남의 민심을 얻지 않고는 어떤 선거에서도 결코 승리할 수 없다. 호남의 민심이 손 전 고문에게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이번 여론조사의 의미는 매우 크다. 이른바 야권 빅3로 불리는 문재인, 박원순, 안철수 등이 모두 영남 출신이라는 점에서 호남의 민심이 수도권 출신인 손 전 고문을 대안으로 밀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신당까지 가지 않더라도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비노계로서는 문 대표의 대안으로 손 전 고문을 염두해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비노진영에서는 꾸준히 문 대표 체제로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며 문 대표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선 임시 전당대회를 열자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그런데 문 대표가 실제로 당대표직을 내려놓더라도 현재 당내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손 전 고문은 매우 매력적인 카드다.

특히 총선과 대선에서 승패를 가르는 것은 중도층의 표심인데 문 대표와 비교해 손 전 고문은 중도 이미지가 강해 확장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게다가 손 전 고문은 3선의원을 하면서 당 대표까지 지냈고 보건복지부장관과 경기도지사까지 역임해 정치력과 행정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이 가장 경계하는 상대라는 평가도 있다. 당대표를 지냈지만 초선의원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여러차례 정치적 미숙함을 보여준 문 대표나 안철수 의원과 비교하면 손 전 고문의 진가는 더욱 빛을 발한다.

손 전 고문은 친노계를 제외한 당내 다양한 계파를 아우를 수 있는 포용력을 겸비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현재 새정치연합은 크게 친노계와 비노계로 나뉘고 있는데 비노계는 사실 동교동계, 안철수계, 김한길계, 김근태계 등등 다양한 계파의 느슨한 집합체에 불과하다.
 
김한길 전 공동대표도 최근 비노계에 대해 “친노가 있기 때문에 그 나머지인 친노가 아닌 사람들이 있게 됐을 뿐”이라며 “소위 비노라고 불리는 이들은 친노가 아니라는 게 유일한 공통점일 뿐, 하나의 조직이나 이해로 뭉쳐 있는 계파가 아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느슨한 집합체를 하나의 세력으로 만들어 이끌기 위해서는 모든 계파를 아우를 수 있는 손 전 고문만한 인물이 없다는 지적이다.


손 전 고문은 당내 인사들은 물론이고 당을 떠난 인사들과도 관계가 원만하다는 장점이 있다. 정동영 전 의원 같은 경우는 탈당을 선언하기 전 강진에 있는 손 전 고문을 먼저 찾아가기도 했다. 손 전 고문이 정계복귀 후 비노계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면 친노를 제외한 야권 빅텐트를 구성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야권 빅텐트
친노만 왕따?

여기에 친노 대 비노의 대립구도를 형성하기 위해서 손 전 고문만큼 제격인 인물도 없다. 손 전 고문은 친노 패권주의의 최대 피해자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대선후보경선에서 손 전 고문은 문 대표에게 패했는데, 당시 불공정 경선 논란으로 손 전 고문 측 지지자들이 보안요원과 몸싸움을 벌이고 단상을 향해 패트병과 계란을 투척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때문에 손 전 고문은 친노 패권주의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문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었다. 비노계로서는 손 전 고문이 꼭 필요한 마지막 퍼즐 조각과도 같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오히려 친노계가 손 전 고문의 조기등판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손 전 고문이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 정치권에서 한 발 물러나 있는 바람에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다소 과대평가되는 부분도 있다”라며 “손 전 고문을 조기 등판 시키지 않을 경우 대선을 앞두고 손 전 고문이 마치 구원자처럼 나타나 속된 말로 대선을 날로 먹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친노진영에서 형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급기야 범친노계로 분류되는 새정치연합 소속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차기 총리로 손 전 고문을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부의장은 지난 19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정계를 은퇴한 손 전 고문을 야권의 동의하에 삼고초려해 책임총리의 실권을 준다면 통합과 안정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손 전 고문을 차기 총리로 추천했다.

호남권 여론조사서 차기 대권주자 1위
정치1번지 종로 입주, 복귀 초읽기?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사실 이 부의장의 제안은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공개적인 회의에서 왜 뜬끔없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주변 반응이었다”며 “자꾸 외곽에서 손학규 대망론이 뜨니까 친노진영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손 전 고문을 조기등판 시켜야겠다는 조급함이 표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계파를 떠나 총선과 대선 패배의 공포감이 손 전 고문의 복귀를 부채질 하고 있는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4·29재보선에서 수도권 3곳은 물론이고 텃밭인 광주 서구을까지 무소속 후보에게 내줬다. 충격적인 패배에 내년 총선을 코앞에 둔 국회의원들의 공포심은 극에 달했다. 이젠 새정치연합 깃발을 달고는 호남에 출마해도 당선이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어떤 식으로든 당을 싹 갈아엎기를 원하는 당내 인사들의 불안감이 손 전 고문의 복귀 요구로 분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손 전 고문의 토굴집으로 모여들고 있는 지지자들과 정치인들은 “토굴을 부수고라도 (손 전 고문을) 여의도에 모시고 와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점점 과격 양상을 띠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왜 하필 호남?
대권 노리나?

이른바 손학규 대망론을 손 전 고문이 스스로 띄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손 전 고문이 왜 하필 야권의 심장인 호남에 거처를 마련했는지 주목해야 한다”며 “친자식도 아니고 사위 고향이 전남 강진이라 그쪽에 거처를 마련한 것이라는 변명은 궁색하다.

손 전 고문이 정말 정치에 복귀할 뜻이 없었다면 토굴집에 들어갈 것이 아니라 평범하게 자택에 머물렀으면 된다. 애초부터 정계복귀를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손 전 고문은 최근 정치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 새 거처를 마련했고, 측근들과 5·18묘역 참배를 하는 등 사실상 정계복귀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과연 손 전 고문에게 손짓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세력은 누구일까? 손 전 고문은 화려하게 복귀해 ‘제2의 김대중’이 될 수 있을까?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되돌아 본 김대중의 정계복귀
손학규, DJ 길 걸을까?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2년 치러진 제14대 대통령선거에서 패한 후 다음날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정계은퇴 성명을 발표한다. 이후 김 전 대통령은 1993년 1월에 영국으로 출국해 케임브리지대학교 객원교수로 활동하다가 1993년 7월 귀국했다.

김 전 대통령은 아태재단을 설립하고 상임공동의장을 지내다가 김영삼정부가 부침을 겪자 정계은퇴선언 2년7개월 만에 다시 정계복귀를 선언했다.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린 것이라는 은퇴 번복 시비가 있었으나 이후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하고 결국엔 제15대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하게 된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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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