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연정' 실험이 한국 정치에 신선한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남 지사가 처음 연정 구상을 밝혔을 때만 해도 부정적인 전망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호평 일색이다. 남 지사가 찾아낸 '권력 공유'라는 제3지대가 한국 정치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연정 전도사'로 불리는 남 지사를 직접 만나봤다.
그동안 한국 정치는 철저한 승자독식구조였다. 선거에서 승리하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지만 졌을 경우엔 모든 것을 잃었다. 이런 구조다 보니 여야는 사사건건 치열하게 대립했고 정치는 마비되다시피 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연정’이라는 파격적인 정치실험을 시작한 이유다. 여야 간 연정구성은 한국 정치사상 최초다.
남 지사는 연정 외에도 도지사 취임 후 본인이 소유하고 있는 경차를 직접 운전해 출퇴근을 하는 등 신선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남 지사가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후 꾸린 것도 인수위원회가 아닌 혁신위원회였다. 현재 경기도에는 남 지사가 몰고 온 혁신바람으로 거센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과연 남 지사 취임 후 1년 동안 경기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일요시사>가 남경필 경기지사를 만나봤다. 다음은 남 지사와의 일문일답이다.
- 곧 취임 1주년을 맞게 됩니다. 소회가 어떠신지요?
▲ 국회의원은 비판하는 자리였는데 도지사는 비판을 받는 자리입니다. 경기도지사로서 1275만 도민의 민생을 챙겨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도민께서 가장 바라는 것은 정치권이 싸움 안하고 협력하면서 상생해 나가는 것입니다. 경기도는 새누리당 출신 도지사와 새정치민주연합 출신 부지사가 여·야 할 것 없이 한 지붕 아래에서 도정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연정을 통해 도민 행복을 최우선 가치로 도정을 운영하겠습니다.
-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남 지사께서는 ‘연정’이라는 파격적인 정치실험으로 취임 초부터 주목을 받았습니다. 연정을 통해 지금까지 얻은 구체적인 성과는 무엇인지요?
▲ 경기도가 연정 첫걸음을 내딛으며 대한민국 정치사상 초유의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작년 12월 야당의 추천을 받아 사회통합부지사를 임명하고 야당과 더불어 도정을 긴밀히 논의해 나가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연정 정책합의문을 발표하고 공공기관장 인사청문회도 실시하기로 하는 등 새로운 정치모델도 제시했습니다.
또 지난 4월3일과 4일, 시·군과 함께하는 ‘1박 2일 상생협력 토론회’를 개최해 지역갈등 해결과 예산 편성 등 도-시군 간 상생발전 정책 공조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여야를 떠나 광역자치단체 간 협력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20일 새정치연합 소속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만나 ‘경기도-강원도 상생협력’ 협약을 체결해 양 도의 상생 발전을 위해 뜻을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 일각에선 연정이 정치쇼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 연정은 도민 행복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자 수단입니다. 연정을 해보니 권력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정치가 안정돼야 기업이 투자하고 지갑을 열게 되며 일자리와 복지도 탄탄해지는 선순환이 이뤄집니다. 올해 4월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전국에서 새로 생긴 일자리의 73%가 경기도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앞으로도 연정으로 서민경제를 챙기고 일자리를 창출하겠습니다.
연이은 혁신행보로 이목 집중
"혁신행보가 쇼? 지켜봐 달라"
- 경기도 연정의 첫 성과로 생활임금이 꼽힙니다. 하지만 보수진영에선 생활임금에 대해 가뜩이나 재정상황이 열악한 지자체에 재정 부담이 가중될 수 있고, 지자체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비판합니다.
▲ 생활임금은 주거비·식료품비·교통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노동자에게 최저임금보다 높은 적정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임금체계입니다. 경기도 생활임금은 경기도와 도의회, 경영자와 노동자 등 각계각층의 양보와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연정의 산물입니다. 저는 오히려 생활임금으로 부작용이 발생하기보다는 수혜자 개인의 소득증대가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연정을 위해 앞으로도 야권이 요구하는 정책을 계속 받아들인다면 결과적으로 남 지사님을 지지해준 유권자들을 배신하는 행위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 도지사는 도민을 위한 정책이라면 여야의 당리당략을 떠나 추진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여야를 떠나 야권이 요구하는 정책도 도민을 위한 것이라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것입니다.
- 지난 3월 경기도를 남북으로 나누자는 ‘경기도 북부지역 분도 결의안’이 도의회 상임위를 통과했습니다. 이에 대한 생각은?
▲ 경기북부는 북한과 103㎞가 맞닿아 있는 통일한국의 코어(core)입니다. 70년 분단의 고리를 끊고 민족의 통합과 통일로 향하는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분열할 때가 아니라 힘을 합쳐야 할 때 입니다. 그래서 저는 투자를 확대해 경기북부를 명실상부한 통일 미래도시로 탈바꿈 시키겠습니다.
경기북부에 대한 투자는 곧 통일한국의 미래를 위한 투자입니다. 경기북부지역 활성화를 위해 ‘경기북부 10개년 발전계획’을 수립 중이며, SOC 부분 외에도 통일 미래도시를 대비한 총체적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고 시군별로 맞춤형 발전전략이 실행되도록 하겠습니다.
- 이미 과거에도 경기도가 북부지역 활성화를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생색내기에 그쳤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 취임 이후 저는 경기북부에 생색내기가 아니라 실질적인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5년은 대한민국 해방과 남북분단 70년인 의미 있는 해로, 집중적인 투자확대를 통해 경기북부를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경제실을 북부청으로 이전했고 경기연구원 북부연구센터를 지난 2월 개소해 운영 중이며 낙후된 문화기반 확충을 위해 경기문화재단 북부사무소도 개소했습니다.
북동부 지역의 ‘경제특화발전’을 위해 4년간 2000억원, 경기북부 5대 핵심도로망 조기 개통을 위해 2018년까지 또 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또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한국폴리텍 대학 경기북부캠퍼스를 파주에 건립 중으로 2018년 개교 예정이고, 섬유산업 특화를 위한 K-디자인 빌리지를 조성해 나갈 예정입니다.
- 선거 기간 경기도에 7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하셨습니다. 취임 후 1년간 얼마나 성과를 달성하셨는지요?
▲ 매월 도지사 주재로 일자리 회의를 열어 일자리 창출 상황을 점검했습니다. 모든 예산투입 사업보고는 일자리 창출 예상효과도 함께 기재하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작년 한 해에만 경기도에서 23만8000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는 전국 일자리 증가치의 44%에 해당합니다. 저는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재임 중 다른 어떠한 성과보다도 일자리를 챙긴 도지사로 기억될 수 있도록 일자리 창출을 도정 최우선 목표로 추진 중입니다.
- 향후 일자리 창출 로드맵은 무엇입니까?
▲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 창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경기도가 대한민국 경제를 선도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우수한 두뇌들이 경기도에 모일 수 있도록 지식기반산업과 IT, BT, 콘텐츠 산업에 집중 투자하고 관련 기업 유치에도 힘을 쏟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가 중요합니다.
기업과 구직자 간 니즈가 어긋나 비어있는 일자리 수는 도내 16만개에 달합니다. 안산 시화공단을 시작으로 도내 기업의 미스매치 현황을 조사 중입니다. 임금·기숙사·교통편의 등 양측 요구사항 간의 격차를 단계적으로 줄인다면 일자리 문제는 상당부분 해소될 것입니다.
- ‘인생 100세 시대’를 맞아 청년 일자리만큼 노인 일자리도 중요합니다. 경기도의 노인 일자리 창출 대책은 무엇입니까?
▲ 우리나라 총인구는 2030년까지 완만히 증가하는 반면, 생산가능 인구는 2017년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입니다. 경제 분야 정년연장 등 노인 인력 역할 증대가 꼭 필요합니다. 2015년 경기도의 노인일자리 창출 목표는 4만명으로 공공형 일자리 3만8000명, 민간일자리 2000명을 만들 계획입니다.
정부지원 공공형 일자리는 예산 문제로 참여 조건과 인원에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이후 일할 수 있는 양질의 민간 일자리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고령자 친화기업이나 노인 고용효과가 큰 지역특화사업 등을 육성하려고 합니다.
- 경기도민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가 ‘출퇴근’입니다. 광역버스난 해소를 위해 남 지사께서는 어떠한 노력을 하고 계신지요?
▲ 경기도는 굿모닝버스 사업의 일환으로 주요 거점만 정차하는 광역버스(8110번)를 운행함으로써 배차 간격을 5분 이내로 단축시켜 성남~서울 구간 이용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또 2층버스 9대를 구입계약하고 오는 9월 운행을 목표로 현재 안전대책을 수립 중입니다. 향후 운행성과를 모니터링한 후, 단계별로 확대 도입할 계획입니다.
연정, 한국 정치의 대안 될까?
"대권보단 도민 챙기기가 우선"
- 세월호 참사 후 1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남 지사께서는 안전한 경기도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계신지요?
▲ 경기도는 현장 위주 정책으로 안전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재난안전본부의 도지사 직속 편제를 중앙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해, 지난 4월7일자 상위 법령 개정으로 전국 최초 도지사 직속 재난안전본부를 설치하고 재난 컨트롤 타워를 일원화했습니다.
경기도는 모든 재난안전 관련 기관이 참여하는 재난안전총괄조정회의를 매분기 개최해 실전훈련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소방관 4000명을 연차적으로 증원하고, 화재가 나더라도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하는 지역에 450억원을 들여 옥외 소화전 1만3000개를 확대 설치할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도민 안전에 무한책임을 갖고 유사 시 발생할 지도 모르는 안전사고 예방과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경기도에서는 지속적으로 수도권 규제를 풀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도권 집중현상은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수도권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좀 더 양보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 경기도는 약동하는 대한민국의 심장이자 성장 동력으로서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견인차가 되어야 합니다. 수도권 규제 합리화는 그 토대가 될 것이며 지금이 바로 적기입니다.
‘수도권정비계획법’ 철폐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수도권 규제 내부의 불합리한 면을 고치자는 것입니다. 역차별 사례 위주로 규제 합리화를 추진할 것입니다. 일례로 경기 북부는 군사보호구역, 개발제한구역, 상수도보호구역 등 이중삼중의 중첩된 규제로 낙후되어 있는 상황이지만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지역발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불합리한 면들을 고치자는 것입니다.
- 남 지사께서는 손사래를 치시지만 언론에서는 여전히 지사님을 유력한 대권주자로 분류합니다. 대권도전 계획은 정말 없으십니까?
▲ 대통령은 국민과 시대가 선택하는 것입니다. 대권을 생각하기엔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우선 경기도를 혁신하고 1275만 도민의 삶이 나아지도록 하는 일에 매진하겠습니다. 자리를 좇기보다 현재의 위치에서 해야 할 가치를 추구하는 일에 몰두하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도민들께 하시고 싶은 말씀은?
▲ 관심 있게 지켜봐주신 도민들의 응원에 힘입어 연정 첫발을 내딛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경기도가 변하면 대한민국이 변한다’는 생각으로 경기도를 혁신하고, 경기도에 사는 것이 도민들께 자부심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일자리를 찾아 청년들이 찾아오는 경기도, 아이 보육과 교육 때문에 일부러 이사 오는 경기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경기도를 만들겠습니다. 대담/정리 김명일 기자
[남경필 경기도지사 프로필]
▲ <경인일보> 기자
▲ 제15~19대 국회의원
▲ 한나라당 경기도당 위원장
▲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
▲ 한나라당 최고위원
▲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대표
▲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