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VS 김무성 살 떨리는 권력암투

훌쩍 커버린 2인자…벌써 견제 나섰나?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4·29재보선이 끝나자마자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공무원연금개혁안을 놓고 한판 붙었다. 결과는 박 대통령의 완승. 김 대표는 확연히 기세가 꺾인 모습이다. 집권 3년 차를 맞아 국정주도권을 잡으려는 박 대통령과 차기 대권을 노리며 행동반경을 넓히고 있는 김 대표는 앞으로도 번번이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두 사람의 살 떨리는 권력암투는 여권은 물론 대한민국의 안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4·29재보선 압승으로 기세등등하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공무원연금개혁안 처리 불발로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다. 친박(친박근혜) 진영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김 대표를 공격하고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기로 한 여야 합의안에 대해 ‘월권’이라며 직격탄을 날렸고, 친박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도 “(여야 합의안은) 자칫하다간 국민에게 큰 재앙이 될 수 있다”며 김 대표를 질타했다.

김무성 질타
미소띤 친박

친박계의 일격에 김 대표를 비롯한 비박(비박근혜)계 지도부는 확연히 기세가 꺾인 모습이다. 김 대표는 충격이 상당했는지 공무원연금개혁안 논란이 벌어진 후 한동안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두문불출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박 대통령이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개혁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자 “청와대도 (소득대체율 50% 인상에 대해)다 알고 있었으면서 이제 와서 이럴 수가 있느냐”면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때문에 김 대표 측에선 이번 공무원 연금개혁안 사태가 박 대통령의 의도적인 ‘군기잡기’가 아니냐는 뒷말까지 나오고 있다.

비박계로 분류되는 한 인사도 “김 대표의 말처럼 청와대가 몰랐다는 말은 믿기 힘들다. 뒤늦게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분명히 정치적 의도가 있을 것이다. 요즘 김 대표가 속된 말로 너무 잘나가니까 박 대통령이 일부러 딴지를 걸었다는 말도 있다”고 주장했다.

공무원연금 논란은 박근혜의 함정?
억울함 토로한 김무성, 진실공방

그러나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청와대의 의중대로 움직이지 않고 독자행동을 했다. 오히려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는 김 대표가 기한 내 여야 협상을 타결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무리수를 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도 지난 7일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실무기구 최종합의안에 명목소득대체율 50%가 명기될 것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공무원연금개혁안을 놓고 당청 간 진실공방까지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어찌됐든 공무원연금개혁안 사태로 김 대표는 리더십에 치명타를 입었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김 대표와 비박계 지도부는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야권의 텃밭에서 치러진데다 선거 막판 성완종 파문까지 불거져 어렵다던 4·29재보선에서 예상치 못한 압승을 거뒀고, 이에 힘입어 일부 여론조사에서 김 대표는 차기 대권 지지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친박계조차 박 대통령이 ‘선거의 여왕’이라면 김 대표는 ‘선거의 남왕’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너무 일찍 커버린
2인자는 눈엣가시

반면 친박계는 성완종 사태로 한껏 움츠려든 상황이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언급한 사람이 거의 대부분 핵심 친박이었다”며 “거론된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으니 당연히 당내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친이계에 비해 당내에서 친박계의 목소리가 굉장히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집권 3년 차를 맞아 국정 주도권을 잡으려는 박 대통령으로서는 차기 대권을 노리며 행동반경을 점점 넓히고 있는 김 대표가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적절한 타이밍에 김 대표를 잘 견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일 뿐이다. 20대 총선까지 채 1년도 남지 않았다는 점은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 그동안 비박계가 당내에서 승승장구하면서 친박계의 위기감은 상당했다. 김 대표는 친박계의 좌장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을 누르고 당권을 잡았고, 박 대통령과 정치 현안마다 각을 세우고 있는 유승민 원내대표도 친박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이주영 의원을 누르고 원내대표가 됐다.

지난해 치러진 국회의장 경선에서도 비박계 정의화 의원은 친박계 황우여 의원을 압도적 표차이로 따돌리고 국회의장이 됐다. 최근 치러진 당내 선거에서 친박계가 비박계를 이긴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내년 총선 공천에서도 친박계가 맥을 추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이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위기감을 느낀 친박계의 이탈이 가속화되면 박 대통령의 레임덕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의 김무성 견제는 이러한 친박계의 불안감을 잠재우려는 포석도 깔려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비박계라고 하는 사람들은 고작 박 대통령의 대리인과 싸워서 이긴 거다. 그런데 비박계는 마치 박 대통령과 싸워서 이겼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여전히 상당한데 자꾸 청와대를 무시하고 자기들 마음대로만 하려고 한다. 의사결정과정에서도 번번이 친박계를 제외시키려 했다. 친박계의 불만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새누리당 내에서는 최근 총선의 전초전격인 원외 당협위원장 교체를 둘러싸고 친박계와 비박계가 치열한 물밑 전투를 벌이고 있다. 특히 여의도연구원장에 박세일 전 의원을 임명하는 문제를 두고서는 회의장에서 고성까지 오갔다. 박 전 의원은 대표적인 탈박(탈박근혜)계 인사다. 여의도연구원장은 여론조사를 통해 다음 공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리다. 그런 자리에 친이계가 대표적인 탈박인사를 앉히려 하니 친박계로서는 반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김 대표로서는 차기 대선을 앞두고 치러지는 내년 총선에서 무조건 공천권을 장악해 자신과 가까운 의원과 지구당위원장을 많이 배출해야만 한다. 차기 총선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만큼 올 한 해 친박계와 비박계는 정면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사실 친박계 주변에서는 오래전부터 김 대표를 비롯한 비박계 지도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됐었다. 가장 최근에는 ‘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를 놓고 당 지도부가 청와대와 파열음을 내자 친박계의 불만이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사드 문제를 놓고 유승민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열어 당 여론을 수렴하려고 했다.

그러자 당장 청와대와 친박계는 공개토론은 적절치 않다며 일제히 유 원내대표를 공격했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는 오히려 “이미 오래전부터 공론화되고 있는 사드 문제를 공론화하면 안 된다는 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청와대와 친박계를 싸잡아 비판했다. 친박계의 한 인사는 “청와대가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전략적 모호성’ 기조를 유지하며 균형외교를 하고 있는 것인데 당 원내대표라는 사람이 그런 식으로 하면 되겠냐”며 “비박계 지도부가 자꾸 멋대로만 하려고 하니 친박계에서 (비박계를)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주도권 싸움
밀리면 끝장

지난해 김 대표가 상하이에서 개헌 발언을 했을 때도 박 대통령이 대노했었다는 후문이다. 김 대표는 당시 정기국회 이후 오스트리아식 분권형 개헌논의를 피력했으나 박 대통령이 강하게 질타하자 최근에는 개헌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올 초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해 불거진 ‘K(김무성)Y(유승민)’ 배후설 역시 박 대통령과 친박계가 비박계 지도부를 얼마나 불신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이밖에도 청와대와 친박계에서는 박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고 있는 노동시장 개편에 대해서도 김 대표와 비박계가 딴지를 걸고 나오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친박계의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이 노동시장 개편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비박계 지도부가 공무원연금처럼 단시일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야당과 무리한 협상을 전개할 우려가 있다”면서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표를 의식해 포퓰리즘에 기반한 정책을 내놓지는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기레임덕 막으려 비박계 견제?
비박계, 우병우 흠집내기 시도?


이처럼 친박계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비박계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특히 비박계에선 성완종 게이트와 관련해 친박계가 비박계를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오죽하면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최고위원도 지난 6일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비박유죄 친박무죄”라며 “그런 식의 검찰 수사는 결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전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을 겨냥해 “(검찰에 소환된 홍준표 지사와) 비슷한 혐의로 전달자가 특정됐고 금액은 두 배, 시기도 가까운데 친박실세인 홍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는 더디기만 하다”고 말했다.

비박계 표적수사?
친박은 그냥무죄?


홍준표 경남지사 역시 최근 자신의 SNS에 ‘친박세력의 도움을 받지 못해 혼자 살아남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비박계에서는 청와대가 성완종 사태를 계기로 사정정국을 확대시켜 야당 인사들뿐만 아니라 비박계 인사들까지 대대적으로 수사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비박계가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이번 수사를 주도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뒤를 캐 중도 낙마시키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으나 사실여부는 알 수가 없다. 어찌됐든 여권 내 권력암투가 본격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비박계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당을 거수기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비박계에서도 나름 불만이 상당하다”며 “함께 갈 수 있는데 청와대와 친박계가 비박계를 무찔러야 하는 ‘적’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편협한 생각을 버리지 못한다면 친박계와 비박계는 충돌할 수밖에 없고 내년 총선에서 공멸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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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