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4·29 전패 충격> '문재인 축출론' 막전막후

이기는 정당? "갈라서든지 당대표 내놓든지!"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줘도 못 먹나?"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이 4·29재보선에서 충격적인 전패를 당했다. 재보선이 실시된 4곳 중 3곳이 전통적인 야당의 텃밭인데다 성완종 게이트라는 호재까지 등에 업고 치룬 선거라 충격과 파장이 더 크다. 당장 새정치연합 내에서는 문재인 대표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갈라서든지 당 대표를 내놓든지, 이대로는 대선은 고사하고 당장 내년 총선에서도 참패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이 4·29재보선에서 충격적인 전패를 당했다. 안방인 광주 서구을은 무소속에 내줬고, 수도권 텃밭인 서울 관악을은 27년 만에 새누리당에 뺏겼다.

재보선 전패
흔들리는 문재인

새정치연합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초상집’이다. 여론조사를 통해 어느 정도 전패를 예상했기 때문인지 공식 개표상황실조차 운영하지 않았다. 양승조 사무총장실에 차린 비공식 상황실에는 TV 한 대와 상황판으로 쓸 화이트보드 하나만 초라하게 놓여 있었다. 개표가 진행될수록 상황실에서는 무거운 침묵만 흘렀고 그나마 서울 관악을에서 정동영 후보에게 패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도 들렸다. 

문재인 대표는 선거 기간 내내 강행군을 이어가며 총력전을 펼쳤지만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번에 재보선이 실시된 4곳 중 3곳은 전통적인 야당의 텃밭이다. 게다가 선거를 앞두고 성완종 게이트라는 초대형 호재까지 등에 업었다.

새정치연합 내에서는 ‘절대로 질 수 없는 선거에서 졌다’며 문 대표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오죽하면 정치권에서는 비노(비노무현)진영이 본격적으로 문 대표 끌어내리기 플랜을 가동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정치초보의 민낯 드러낸 선거
문재인으로는 총·대선 다 놓쳐


실제로 선거가 끝난 후 비노진영 일각에선 문 대표의 향후 거취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경우는 취임 4개월 만에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대표 자리를 내려놨다. 그러나 문 대표 측 관계자는 “이제 당대표로 취임한지 3개월 정도 됐는데 벌써부터 사퇴여부 등 거취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 대표도 선거 다음 날 “모두가 최선을 다했지만 저희가 부족했다. 특히 제가 부족했다”면서 “박근혜정부의 경제 실패, 인사 실패, 부정부패에 대해 분노하는 국민의 민심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해 참으로 송구스럽다”고 자신의 입장을 표명했지만 거취문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친노(친노무현)진영에서는 선거 참패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친노진영에서는 선거 패배의 원인을 문 대표의 역량 부족보다는 ‘야권 분열’에서 찾음으로써 책임론에서 비켜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친노로 분류되는 김성주 의원은 재보선 참패 이후 자신의 SNS를 통해 “진보가 둘로 나뉘면 승리는 영원히 보수의 것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각개약진으로 보수지지 40%를 넘을 수 있다는 것은 오만한 기대였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비노진영에선 문 대표가 책임론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한다. 비노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진보가 분열된 것도 어떻게 보면 문 대표의 리더십 부족 때문 아닌가?”라며 “이번 재보선의 패배는 이전 재보선 패배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성완종 게이트라는 호재를 등에 업고도 텃밭에서 진 것이다. 문 대표가 어떤 방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재보선 과정에서 천정배 의원과 정동영 전 상임고문의 탈당을 막지 못한 것을 두고 문 대표의 정치력 부재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책임론 분출
대표직 위태


게다가 이번 선거를 야권의 분열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서울 관악을을 제외하고는 새누리당 후보가 모두 과반수이상 득표를 했기 때문이다. 야권이 연대했다고 해도 새누리당 후보를 이길 수 없었다는 것이다. 또 야권의 분열 때문에 패배했다면 광주에서의 패배를 설명할 길이 없다.

광주 서구을 선거는 당초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으나 무소속 천정배 당선인이 무려 52%의 지지를 받았고, 반면 새정치연합 조영택 후보는 당 지도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고도 채 30%의 지지도 얻지 못했다. 그야말로 참패였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친노진영이 이번 선거의 패배원인을 그런 식으로 해석해 책임론을 회피하려고 한다면 당내에서 엄청난 저항이 있을 것이다. 문 대표와 친노진영은 지금 통렬하게 반성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비노진영에서는 이번 재보선 참패를 계기로 당 공천경선 방식에 대해 본격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비노계 후보의 선거를 도왔던 한 인사는 “친노가 주도하는 경선방식은 본선에서 100전 100패다. 국민참여라는 게 허울은 좋지만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역투표 현상을 막을 대책이 없다. 경선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에선 정말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새정치연합의 불투명한 경선방식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례로 서울 관악을 경선에 참여했던 김희철 전 의원은 부정경선 의혹을 제기하며 자당 후보인 정태호 후보를 끝까지 돕지 않았다. 이는 새정치연합이 27년 만에 텃밭인 관악을을 빼앗긴 주요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김 전 의원 측의 주장에 따르면 새정치연합은 당시 한국리서치와 코리아리서치에서 동시에 실시한 여론조사를 활용해 경선을 치렀는데 양쪽 여론조사기관 간 조사 결과가 15%나 차이가 났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동일지역, 동일시간에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15%나 차이가 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김 전 의원 측이 문제제기를 했지만 당은 별다른 이유도 없이 해명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동교동계로 분류되는 김 전 의원은 이를 ‘친노세력의 횡포’라고 규정하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경선이 끝나면 패자도 함께 힘을 모아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경선 때마다 잡음이 생기고 조직이 둘로 분열되고 마는 친노 방식의 경선으로는 앞으로의 선거에서도 연전연패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비노진영에서는 문 대표가 선거 하루 전날 박근혜 대통령을 성완종 게이트의 몸통이라고 지적한 것도 오히려 보수층의 결집을 불러왔다며 문 대표의 정치력 부재를 지적했다. 문 대표는 선거 전날 박 대통령이 성완종 게이트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수준에 그친 담화를 발표하자 “대통령 자신이 몸통이고 또 자신이 수혜자”라며 “(최고 측근 실세들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에 관해서 분명하게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하지만 이 같은 행보는 오히려 보수층의 결집을 불러왔다. 보수층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인천 강화의 투표율이 다른 지역보다 유독 높았던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문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참배를 하는가하면 세월호는 제2의 광주학살이라고 지칭하는 등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보수든 진보든 어느 층을 타깃으로 할 것인지 정확하게 입장을 정리해야한다. 이곳저곳 다 찔러보는 방식으로는 결코 다음 선거에서도 국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권주자 1위?
착시현상일 뿐

당내에서는 이외에도 문 대표의 선거전략 부재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분출되고 있다. 이미 박근혜정부 들어 새정치연합은 재보선 전패라는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번 선거에서도 달라진 전략이 아무 것도 없었다는 지적이다. 재보선이 여당의 무덤이라는 공식은 박근혜정부 들어 완전히 깨졌다. 지금까지 4번 치러진 재보선에서 새정치연합은 전패했다. 노무현정부 당시 여당이 야당에게 전패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대안 없는 반대는 더 이상 유권자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야당의 선거 전략은 박근혜정부 들어 처음부터 끝까지 ‘정권 심판’이었다. 그런데 새정치연합이 역으로 심판을 당한 꼴이다. 뜬구름만 잡는 듯한 공허한 정권 심판론은 이제 버리고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대안을 내놔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호재 등에 업고 텃밭서도 참패
피할 수 없는 '문재인 책임론'


이 관계자는 또 “보수는 소리 없이 강하다. 보수는 표로 심판한다는 공식이 이번 선거에서도 맞아떨어졌다”며 “주위에서 와글와글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진보의 요구가 국민 전체의 요구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세월호 문제만 하더라도 주변에 직접적으로 반감을 드러내는 사람들은 별로 없지만 막상 여론조사를 해보면 세월호 문제에 염증을 느끼는 국민이 과반수가 넘는다.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 대표의 정치적 실책은 이뿐만이 아니다. 성완종 게이트의 반사효과를 극대화하지 못하고 여론을 유리하게 이끄는 데 실패한 점이 특히 뼈아프다. 당내에서는 문 대표가 이완구 전 총리 해임건의안 카드를 너무 빨리 꺼내 결과적으로 호재를 조기에 소멸시켰고, 성완종 사면 특혜 논란이 불거졌을 때 미숙하게 대응해 새누리당의 물타기 전략에 그대로 말려들어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 대표가 선거기조를 ‘경제정당론’에서 ‘정권심판론’으로 급선회한 것도 섣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재보선에서 정치경력이 일천한 문 대표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호남신당론 탄력
버림받은 문재인

이번 선거를 계기로 비노진영에선 ‘호남신당론’도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천정배 당선인의 승리로 호남신당론의 가능성이 충분히 입증됐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광주 서구을에서 승리한 천 당선인은 당선 직후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 때는 이번에 제가 했던 것처럼 광주전역에서 새정치연합과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인물들을 잘 모아 함께 출마할 생각”이라며 이미 호남신당 창당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 대표의 대권주자 입지도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일단 당내 최대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외면 받은 것이 치명타다. 비노진영에선 당장 높은 지지율만을 이유로 정치적으로 미숙한 문 대표를 대권주자 반열에 올려놓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비노진영의 문재인 끌어내리기 플랜이 본격적으로 가동된 모양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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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